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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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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야기의 시작
작성일 : 18-06-21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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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거대한 대륙과 그 위에 고고히 떠있는 천공의 땅이 공존하는 가운데, 천공의 땅의 수도의 중심에 커다란 두 개의 성이 그 웅장함을 한껏 뽐낸다.

 

  각각 황궁과 현궁으로 불리었고, 그 중에서도 현궁의 한 복도에는 두 명의 사내에 의해서 조금 소란스러웠다.

 

  누가 보더라도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로트론이 곱슬거리는 자신의 파란 머리를 벅벅 긁어대면서, 톡 치면 얼음 알갱이가 떨어져 나올 것 같은 무뚝뚝의 대명사인 바이안의 뒤를 열심히 쫒아갔다.

 

  “아, 글쎄 단장님이 모두 모이라고 했다니까? 안 모일 거냐고.”

 

  “오늘은 안 돼.”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는 바이안의 뒤통수를 실눈을 뜨고 흘겨보던 로트론은 얄미운 뒤통수를 향해 쪼아댔다.

 

  “네 녀석이 이맘때쯤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예전에 허락 받은 건, 잘 아는데 오늘은 안 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은 안 돼.”

 

  “네가 아직도 황족인줄 아냐? 지 마음대로 황족의 권위를 내려놓은 주제에, 이정도면 단장님이 특별우대 해주는 거지. 이번에 모이는 거 너 안가면 너만 손해다.”

 

  그제야 멈출 기미가 없던 바이안의 걸음이 뚝하고 멈추면서 휙 하고 뒤를 돌아 로트론을 쏘아본다.

 

  “어쭈? 뭐? 해보자고?”

 

  로트론은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친구에게 두 주먹을 말아 쥐며 덤빌 자세를 취하는 것이 참 개구지다.

 

  “론, 좀 닥쳐.”

 

  찬바람이 씽씽 부는 바이안의 말투에도 불구하고 론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는 지지 않고 가벼운 입을 뗐다.

 

  “드디어 우리 팀에도 기회가 왔다고. 이유는 몰라도 네가 미련이 절절한 대륙으로 내려가는 일. 이래도?”

 

  “......”

 

  바이안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시끄러운 주댕이를 팰까 말까 궁리하던 것을 곧바로 멈춘 채 잠시의 침묵을 지키다 짧게 뱉는다.

 

  “그런 건 먼저 말해.”

 

  그리고 곧바로 마력을 두발에 집중시키고 공간을 발로 차듯 마력의 압축을 이용해 그대로 튀어 날아갔다.

 

  “......”

 

  순식간에 멀어지는 바이안의 모습에 어버버 거리던 론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고래고래 소리쳤다.

 

  “야이 새끼야~ 나는 못 난단 말이다아앗! 너만 튀어 가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론은 서둘러 연병장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그 곳에는 이미 많은 기사들이 단장을 중심으로 앞에 도열해 있었고, 그 틈 사이에 나란히 서있는 바이안과 눈이 마주쳤지만, 바이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양, 슥 하고 론의 시선을 외면했다.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과 함께 뭐라고 한마디 날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자신을 향해 살기를 내뿜는 단장의 목소리에 론은 바로 깨갱할 수밖에 없었다.

 

  “카시어스 로트론.... 아주 배짱이 두둑하구나.”

 

  “아... 그게 말이죠. 이 것에는 다 이유가... 단장님?”

 

  하지만 단장은 손가락으로 연병장 중심을 가리키며 진한 미소를 날려줬다.

 

  “터질 테냐? 알아서 연병장 돌 거냐?”

 

  흔들리는 눈동자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만, 기합이 잔뜩 들어간 큰소리로 연병장을 돌기 시작했다.

 

  “돌겠습니닷!”

 

  단장은 헥헥 거리며 달리는 론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그제서야 표정이 누그러지며, 자신의 앞에 군기가 바짝 든 기사들에게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들이 모셔야 할 주인이 계시지 않은지도 어언 500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내려가는 너희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근엄을 가득 담아 도열해 있는 제 수하들을 한번 스윽 훑어본다.

 

  “헥...흐억.. 끄어억.. 흐엑”

 

  뒤에서 간간히 들리는 숨넘어가는 소리에 단장의 한 쪽 눈썹이 꿈틀했지만 다시금 각을 잡았다.

 

  “대륙의 지상인들 중 현자라 불리는 리스트가 새롭게 꾸려졌고, 각자가 맡은 구역으로 내려가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준비가 되는 순서대로 내려가 명을 이행하라.”

 

  “충”

 

  단장의 마지막 말에 모두 하나 되어 복창했고, 서둘러 대륙에 내려갈 준비를 위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리고 연병장에는 단장과 바이안만이 남았다.

 

  “황자님. 오늘은 안 오실 줄 알았습니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바이안의 대답에 단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님께서 맡으실 지역은 특별히 남쪽으로 해두었습니다. 어리셨을 때 저희 기사단에 들어오는 이유로 남쪽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저에게 많이 이야기 하셨죠. 그 이유는 모르나, 부디 황자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그 마음도 정리될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장의 세심한 배려에 바이안은 작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단장님의 배려에 깊이 경의를 담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바이안에게 부드럽게 웃어주며, 단장은 아직 남은 말을 더 꺼냈다.

 

  “대신에 제일 바쁘실 수도 있습니다. 남쪽에는 많은 마을들과 도시들이 있고, 그만큼 만나봐야 할 이들도 많으실 테니까요.”

 

  “제 역할을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장에게 바이안은 그 어떤 기사들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기사였다.

 

  특별함은 그가 황족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무척 어릴 때 들어와, 젊은 기사들도 하기 힘든 훈련들을 마다하지 않고 훈련했고, 지금은 그 어떤 기사들보다도 더 기사답고, 굳건했기도 했지만,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성장을 지켜봤기에 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를 한껏 머금고 있던 공간에 잡음 하나가 다시금 중간 중간에 섞여 들어왔다.

 

  “흐억.. 헥 헥 흐에엑~”

 

  미소를 머금고 있던 단장의 한쪽 눈썹이 크게 꿈틀거리며, 그 잡음의 원흉을 한껏 노려봤다.

 

  “지금 뭐하는 건가?”

 

  “헥.. 헤엑.. 네? 헤윽... 다 단장님이.. 연병장 흐억... 돌으라고..”

 

  숨을 헐떡거리던 론은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내말 안 들렸냐? 어서 대륙에 내려갈 준비 안 해?”

 

  단장의 불호령에 론은 너무나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거렸지만, 바이안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로 질질 끌려 연병장을 빠져 나갈 수밖에 없었고, 론은 뒷덜미가 자유로워 질 때까지 억울함을 가득 안은 표정으로 열심히 궁시렁 거렸다.

 

 

 

 

  유일하고도 거대한 대륙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작은 도시 로도스.

 

  로도스는 많은 행상인과 여행객, 모험자들이 들리며, 북적거리는 밝은 분위기의 작은 도시이지만 제일 외곽에 덩그러니 세워진 낡은 가옥 안은 도시중심가 못지않게 시끄러웠다.

 

  “야 이늠아. 이 할애비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게야?”

 

  “아, 몰라. 뭔데? 시끄러.”

 

  카랑 거리는 목소리가 노인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문이 벌컥 열렸고, 그 곳에서 여인의 냄새가 조금씩 세어 나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소녀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조그만 체형과 어울리는 오밀조밀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고, 노을을 담은 소녀의 홍안의 반짝임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문짝 뜯어진다. 이늠아아!”

 

  “아따, 할아범 목소리 겁나 크네, 귀청 찢어져. 그리고 문짝이 뜯어지면 다시 붙이면 되지.”

 

  그러더니 보란 듯이 거세게 문을 쾅하고 닫았다.

 

  “야 이늠아. 어디가?”

 

  소녀에게 할아범이라 불린 노인은 서둘러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며, 어느새 멀리 달아난 소녀를 따라 잡으려 했다.

 

  “오늘 영주랑 만나기로 했다고~. 다녀오겠습니다.”

 

  “세이나. 이늠아!!”

 

  자기 할 말만 하고 후다닥 달려가는 모습에 할아범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좌우로 저어진다.

 

  “아이고 저래서 시집은 어찌 가려고 그러나... 데려갈 사람이 없을까 무섭구먼, 끌끌”

 

  세이나란 소녀와 언제 티격태격 했었냐는 것처럼 할아범의 얼굴에는 입으로 뱉어내는 것과는 다르게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집안으로 느긋하게 들어갔다.

 

  한편, 할아범과 헤어져 도시 중심가로 달려가던 세이나는 할아범이 쫒아 오지 않자, 여유롭게 도시 안을 거닐었다.

 

  “세이나 누나~”

 

  “언니~~”

 

  “아유, 쪼꼬미들~”

 

  세이나는 몸을 쭈그리고 앉아서 반갑게 달려와 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고, 통통한 젖살이 가득한 두 볼을 잡아 당기기도 했다.

 

  “호호~ 너도 쪼그맣거든?”

 

  “그러게.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아이들의 엄마들이 빨래 바구니를 들고 세이나를 작게 놀려댔다.

 

  그녀들의 놀림이 악의가 전혀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세이나는 씨익 웃으며 반박해줬다.

 

  “어머나! 라라 어머니. 저는 남들보다 조금 작은 것이지, 쪼그맣지는 않아요. 그리고 라라 어머니도 저 못지않으시잖아요.”

 

  “어머, 얘는.”

 

  그러다 서로 동시에 깔깔 웃었다.

 

  서로를 놀리는 것으로 시작한 대화를 잠시 이어가다가 볼일을 상기하고 바로 헤어졌다.

 

  세이나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 잘 알고 있는 여인들은 큰 자택이 보이는 곳에 시선을 두며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역시. 영주님이랑 잘 될 것 같지 않아?”

 

  “영주님이랑 저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디 한 두 해야? 잘 될 것 같지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것 아니겠어?”

 

  그러다 이내 진하게 웃었다.

 

  “호호. 이제 세이나가 아니라 영부인이라고 부를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지도 모르겠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말을 긍정했다.

 

  그녀들이 자신을 두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도 모르는 세이나는 로도스에서 제일 큰 자택인 영주의 집에 도착하자 고용인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 왔다.

 

  그리고 제일 나이가 있어 보이는 집사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향했고, 익숙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왔어요.”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로도스의 젊은 영주는 차를 우리며, 세이나를 반겨주었다.

 

  “오셨습니까?”

 

  “제가 조금 늦었죠?”

 

  “아닙니다. 이제 슬슬 오실 때라 생각되어 막 차를 내는 중이었습니다.”

 

  집무실의 중간에 놓여 있는 소파에 편하게 앉자, 곧바로 그녀의 앞에 차가 놓였다.

 

  그리고 건너편에 마주 앉아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은 영주는 밖의 생활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듯, 자칫 잘 못 보면 상당히 유약해 보일정도로 근육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깊이 있는 갈색의 눈동자는 누가 보더라도 현명함이 깃들어 보였고, 그의 유한 표정이 무척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었다.

 

  세이나와 마주 앉아 있는 영주와의 분위기는 세이나를 알고 있는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그런 핑크빛의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세이나님. 이제 슬슬 밖으로 나오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케리프씨. 그 님이라는 호칭 빼주시면 안돼요?”

  케리프라 불린 영주는 오히려 자신에게 다른 질문을 하는 그녀에게 단호한 답을 들려주었다.

 

  “아니요. 절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세이나님께서 저를 더 편하게 대우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도 그건 안 돼요. 씨라는 호칭이랑 존댓말은 나도 양보 못해요.”

 

  “세이나님께서는 저를 편히 대하셔도 되는 입장이지 않으십니까.”

 

  들고 있던 차를 가만히 내려놓으며, 안타까워했다.

 

  “세간 사람들은 저를 영주라고 하기 전에 현자라고 칭송해 주고 있지만, 오히려 그 단어는 세이나님께서 받으실 이름이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저라도 세이나님께 걸맞은 호칭을 써야지요.”

 

  그런 그의 단호함에 세이나는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곳은 그저 그런 조금 큰 마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커진 계기와 원인은 다 세이나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세이나님을 대신했을 뿐입니다.”

 

  케리프의 속사포 같은 말에 세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현자는 무슨~ 그렇게 불리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데요.”

 

  세이나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귀찮아함을 강조했다.

 

  “게다가 저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어요? 그저 남들과 다르게 조금 똑똑한 것이지 천재는 아니고, 게다가 귀차니즘은 하늘을 찌르는 제 성격 잘 아는 사람이 케리프씨면서, 그리고 케리프씨도 저 못지않게 똑똑하시잖아요.”

 

  세이나의 답변에 케리프는 작게 입 꼬리를 올렸다.

 

  “상회 개 삼년이면 셈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렸을 때부터 세이나님과 함께했기에 저도 그런 격일뿐입니다.”

 

  더 이상은 그 것에 대해 세이나를 설득하기를 멈춘 케리프는 세이나와 소소한 잡담을 함께 나누며 이번 도시 축제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논의 하는 시간을 보냈다.

 

  케리프에게 세이나와의 만남은 어떤 시간보다 특별하고 중요했다.

 

  일 얘기뿐만이 아닌 그녀와의 잡담은 너무도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기에, 그는 그녀와 만나는 날에는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고, 고용인들도 그 시간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시간은 해가 저물며 끝이 났고, 세이나는 할아범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서둘러 돌아갔다.

작가의 말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부족해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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