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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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빠른 재회 (1)
작성일 : 18-06-27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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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크게 활기를 띄고 있는 로도스 외곽의 작은 집에서 세이나는 자주색 원피스를 입고 매우 들떠있었다.

 

  “할아범, 나 어때?”

 

  “끌끌~ 뭐가 어떻다는 겨?”

 

  두 팔을 벌려 한 바퀴 뱅글 돌며 할아범에게 자랑하듯 물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너무 싱거웠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세이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

 

  “반응이 그것 밖에 안 돼? 아니,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이 모처럼 예쁘게 입었는데, 너무하잖아.”

 

  그러자 할아범만의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그런 손녀딸에게 일침을 놓았다.

 

  “끌끌끌 예뻐야 예쁘다고 하지. 돼지 목에 진주다 이늠아.”

 

  역시나 오늘 아침도 할아범과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뭐 저런대? 예쁘다던가 귀엽다던가 그런 말 좀 해주면 입안이 헐어?”

 

  “야 이늠아. 예쁘면 시집을 가.”

 

  “아. 왜 또, 시집 타령이야? 나, 안가. 싫어. 못가.”

 

  고개를 획 돌려 투덜거리고 있는 세이나를 한동안 사랑스럽게 보다가 할아범은 세이나의 손에 적게나마 용돈을 쥐어주었다.

 

  “끌끌 오늘은 잔소리도 안 할 테니께, 재밌게 놀다 오려므나.”

 

  “할아범..”

 

  감동해서 촉촉한 눈으로 할아범을 올려보자 할아범은 그런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오늘은 타지인들도 많아서 혹여 위험 할 수도 있으니까 대신에 너무 늦게 오지는 말고. 또 사람들 등쳐먹지 말고.”

 

  “응. 응. 오늘은 휴무! 안 그럴게.”

 

  “끌끌끌~”

 

  자신을 와락 껴안고 얼굴을 부비작 하는 손녀딸의 등을 토닥이며 인자하게 웃었다.

 

  “그런데 할아범은 안 놀아?”

 

  “늙은이가 젊은 놈들이 노는 곳에 뭐 하러 껴? 집에서 쉬는 게 최고의 낙이여.”

 

  “치~”

 

  할아범이 축제 구경하러 가지 않을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서 괜히 입을 내밀어보였다.

 

  “끌끌 어여 가봐. 뛰다가 넘어지지 말고.”

 

  세이나는 문을 밀어 젖히며 할아범에게 크게 손을 흔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범의 당부가 있었지만 세이나는 아랑 곳 하지 않고, 광장 쪽으로 신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광장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 여기저기에 아는 사람들이 세이나를 반갑게 맞이했고, 아직 축제가 시작하기에는 조금은 시간이 일렀기 때문에 세이나 역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조금씩 도왔다.

 

  “세이나 오늘 그거 잘 부탁할게.”

 

  “오우! 걱정하지 말라니까.”

 

  “호호 아이들이 얼마나 기대하는지 몰라.”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이들의 말에 세이나는 엄지를 척하니 들어보였다.

 

  오후 즈음에 세이나는 광장의 작은 분수대 앞에서 아이들에게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해서 다들 세이나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 한다고 말을 걸었다.

 

 

  태양이 하늘의 딱 중간에 떠있을 오후에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이 되었고, 바이안은 그런 이들의 틈에 섞여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로 의심이 되는 사람을 이렇게 무작정 찾는 행동이 얼마나 멍청할 수 있는지 그는 잘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와 부딪히고, 당황하면서 세이나를 아직도 잡고 있었던 자신을 탓하기도 전에 들려온 그녀의 이름에 어떤 생각도 판단도 하지 못한 채로 미친 사람처럼 뛰어 다녔지만, 론 덕분에 한 숨 자고 일어나 많은 생각을 정리 할 수 있었다.

 

  카카리아 마을과 이 곳, 로도스는 무척이나 먼 거리였고, 하루 만에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으며, 보통의 사람들에겐 카카리아가 있었던 곳에서 사막의 끝에 다다르는 것도 서둘러도 하루 꼬박 걸린다.

 

  그런 곳에서 세이나가 살아 있을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희박했다.

 

  어떤 예시를 들어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녀의 특징과 똑 같은 이름은 그의 마음에 자그마한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고, 지금 자신이 미쳐버려 환청과 환상을 리얼하게 본 것이나, 아니면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찾아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릴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진짜라 하더라도, 의문은 많이 남는다.

 

  어떻게 그 대 소멸사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그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곳에서 마주 칠 수가 있는가? 살아 있었으면 왜 자신과 어마마마께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는가?

 

  그런 질문들은 세이나를 찾아서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을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광장을 중심으로 꼼꼼히 한 사람 한 사람 훑어보며 돌아다녔다.

 

  축제의 중심인 광장에는 적당히 노점들이 퍼져있어서 볼거리들도 많았고, 간이 테이블에서 벌써 술을 서로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바이안은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며, 행여나 한 명이라도 놓칠 새라 눈에 불을 키고 뒤졌다.

 

  여기저기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의 귀에 잡히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광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돈지도 한 참이 되었지만 좀처럼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자 다시금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려 할 때 즈음에 작은 분수대의 앞에 아이들을 반원으로 앉히고 그 중간에 앉아 있는 자주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세이나를 발견하자 얼굴이 펴졌다.

 

  “...찾았다.”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가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다.

 

  와락 하고 껴안고 싶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막상 찾고 보니 꿈속에 있는 듯 했다.

 

  만나서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9년이란 시간이 그에겐 너무도 길었고,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겐 너무 어렵다.

 

  “후~~”

 

  심장이 있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작게 심호흡을 한 그는 잘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조금씩 천천히 옮겨 그녀를 중심으로 앉아있는 사람들의 틈에 조용히 끼어 같이 앉았다.

 

  다행히도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상당수가 앉아있어서 눈에 띄지 않고 세이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유희 거리가 딱히 크게 없는 이곳에 구전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젊은 커플들이나 어른들도 좋아하는지라 다들 흥미롭게 세이나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따리에 집중을 했다.

 

  바이안은 어렸었던 세이나의 모습과 지금 눈앞에 있는 세이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조금씩 비교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 표정이 같았고, 머리색이 같았으며, 햇빛을 받아 노을을 담은 홍안이 같았고, 목소리는 곱고, 작은 손이 예뻤다.

 

  특히, 세이나가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했었던 그 모습이 꼭 같다.

 

  멍하니 홀린 듯 있을 때, 세이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이야기가 어느새 끝이 나자 아이들은 아쉬워하면서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세이나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바이안은 이때다 싶어 자리에 일어나 세이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순식간에 세이나와 멀어져버렸다.

 

  “끝났으면 이제 우리들이랑 놀아야지.”

 

  “으에에?”

 

  젊은 아낙들이 세이나의 팔을 잡고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데리고 가버리자 바이안은 서둘러 뒤따라 쫒아갔다.

 

  “호호 젊은 총각 처녀들 하면 뭐겠어? 다 같이 춤추고 노는 거 아니겠어?”

 

  “춤으로 서로 눈도 맞고 하는 것이 청춘 아니니?”

 

  “난 춤 잘 못 춘단 말야~”

 

  고개를 도리질 하며 사양했지만 세이나의 말은 간결하게 거부당했다.

 

  틀도 없이 자유롭게 어울려 추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세이나를 밀어 넣자 세이나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어울렸다.

 

  한 쪽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바이안도 젊은 총각이라는 이유로 주변에 있던 이들에 의해서 그 가운데로 밀어 넣어졌다.

 

  예상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어정쩡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던 그 때 음악이 바뀌었다.

 

  “아, 이거라면 알아.”

 

  세이나는 손뼉을 치며 어색하게 추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사람들과 바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대륙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이고 특히 젊은이들에게 대중화 되어있는 춤이었는데, 남자 따로 여자 따로 한 줄씩 서서 마주 본채로 적당히 리듬을 타며 간간이 손바닥을 서로 마주치며 남자는 왼쪽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돌며 파트너를 바꿔가며 추는 간단한 춤이었다.

 

  그 춤을 모르기도 했고, 검만 잡고 살던 바이안 역시 간단한 그 춤에 금방 익숙해 질 수 있었지만, 뻣뻣한 목석이 삐그덕 거릴 뿐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기 어려웠던 상황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세이나와 가까워져가자 그의 심장이 다시금 떨려왔다.

 

  세이나와 바이안의 거리는 이제 한명, 그리고 세이나가 한 바퀴 턴을 하며 둘의 손이 짝하고 마주쳤다.

 

  “......”

 

  바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막상 소리가 목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나는 그런 그의 앞에서 더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그녀에게 어서 말을 걸고 싶었다.

 

  그 때, 세이나가 제 자리에서 다시 한 바퀴 빙글 돌자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가 옷 안에서 빠져나와 반짝였다.

 

  “아...”

 

  세이나의 목걸이에 시선이 박히자마자 바이안은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려왔다.

 

  ‘이거 꼭 잃어버리지 마.’

 

  ‘반 오빠. 이게 뭐야?’

 

  오밀조밀 조그마한 손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의 장식을 만지작거리는 어린 세이나

  양 볼에 작게 홍조를 띄고 쑥스러워하는 어린 황자 바이안

 

  ‘이건 너랑 나랑 약혼한 사이라고 주는 거야.’

 

  ‘웅?’

 

  입에 공기를 물고 고개를 갸웃하는 세이나의 행동에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우린 자주 못 만나잖아. 만약에라도 우리가 헤어져서 못 만나게 되면 내가 너를 찾을 수 있는 증표야.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잃어버리지 말고 꼭! 하고 있어.’

 

  바이안은 조심스럽게 세이나의 볼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보물이니까.’

 

  금과 은이 섞인 동전크기의 동그란 모양의 장식에 귀족들만이 배우는 고대어로 엘라이어 바이안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세나....”

 

  드디어 목 안에서 빠져 나온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았고, 음악소리에 묻혀서 세이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특히 그 타이밍에 파트너가 바로 바뀌어서 다시 세이나와 멀어져야했다.

 

  눈으로만 세이나를 쫒던 바이안은 어느 순간에 때는 이때다 하며 튀는 세이나를 행여나 놓칠세라 서둘러 쫒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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