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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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또 한명의 대현자 (1)
작성일 : 18-06-30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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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 구석에서 무언가를 꼼질거리며 만지작거리고 있는 바이안을 가만히 쳐다보던 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뭐하는 거냐?”

 

  한참을 집중하고 있었던 바이안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방해한 론을 띄껍게 보았다.

 

  “수집.”

 

  “뭘?”

 

  “보면 알잖아.”

 

  간단히 대답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작업에 열중하는 바이안이 너무 황당했다.

 

  무엇을 보면 안다는 것인지, 론은 다시 봐도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모르겠는데?”

 

  “......”

 

  얼음이 뚝뚝 떨어져 나올 것 같은 표정의 바이안은 친절하게 덧붙여주었다.

 

  “콜렉션 수집.”

 

  “.....그게?”

 

  론의 어이없어하는 반응에 바이안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을 늘여놓았다.

 

  “이건 할아버님께서 처음으로 세나에게 사 주신 신발. 이건 열 살 때까지 썼던 머리핀. 또 이건 세나의 용돈주머니. 그리고..”

 

  “잠깐. 잠깐.”

 

  “......”

 

  론은 서둘러 바이안의 말을 급하게 자르며 많이 낡았지만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주머니를 들고 있는 바이안을 막았다.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난거야? 아니... 그전에 그래도 되는 거냐?”

 

  왜 저렇게 당황해 하는지 좀처럼 알 수 없는 바이안은 이게 뭐가? 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세나가 이제는 쓰지 않는 물건이니까, 괜찮지 않나?”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이상하군...”

 

  론은 네가 이상한거야 라며 속으로 외쳤다.

 

  “할아버님께서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추억을 대신하라며 챙겨주셨는데.”

 

  바이안의 저 수집의 원인이 할아버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바이안이 설명을 해 주었던 물건들은 그렇다고 치며 넘어가도, 그 외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이 문제였다.

 

  아무리 눈을 씻고 뜯어봐도 전혀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님의 말씀대로 물건이 있음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의 추억을 상상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앞으로도 나중에 그때를 회상 할 수 있게, 틈틈이 모으기로 했을 뿐이야.”

 

  ‘아니야... 그 뜻이 아니라고’

 

  자신의 친구는 할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을 잘못 이해했음이 분명했다.

 

  론은 심각하게 문제의 물건들을 가리키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뭔데?”

 

  “세나가 먹고 남긴 사과 씨.”

 

  “....그걸 일일이 발라냈냐? 그럼.. 그 옆에 건?”

 

  “빵을 샀었을 때, 담은 봉투.”

 

  “그것들이 추억이랑 무슨 상관인데?”

 

  핵심을 짚어 물어보니 심각한 론과는 다르게 그 때를 생각하는 바이안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세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사다주고 남은 거.”

 

  이 이상 그 외의 물건들까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물씬 들어 론은 슥 하고 시선을 돌려버려 외면했다.

 

  “그래.. 많이 해. 방해해서 미안하다.”

 

  바이안은 싱거운 녀석이라고 나직이 중얼거리며 하나하나 꼼꼼히 포장했다.

 

  다시 집중하는 바이안을 힐끔 거리며 그의 새로운 취미를 조용히 관찰했다.

 

  천공의 땅에서도 귀해서 몇 개 없는 투명한 봉투를 언제 챙겨 왔었는지, 사과 씨앗이 썩을 까봐 그 봉투에 담고 열심히 안의 공기를 마력으로 빼가며 밀봉하는 모습이 적응이 안 됐다.

 

  ‘능력낭비잖아. 저거.. 당사자한테 들키면 죽겠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매우 뿌듯해 하며 이제는 한쪽에 차곡차곡 쌓던 바이안은 환하게 웃었다.

 

  “왔다.”

 

  바이안이 부드러운 표정을 보일 때는 세이나의 옆에 있을 때나, 세이나가 화제가 되었을 때, 그리고 세이나와 이야기를 할 때뿐이라서 바이안의 말뜻을 금방 눈치 챘다.

 

  “어쩐지, 사방에 마력을 흩뿌려 놓더니. 너도 징허다.”

 

  할아범과 함께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옮겨진 사투리를 구사하며 론은 자리에 일어나 바이안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둘이 오늘 세이나의 집으로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케리프에게 놀러 갈 거라고 해서 방에서 뒹굴며 기다렸었다.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있는 케리프의 얼굴은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귀족들이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 온지 2주가 지나고 있었고, 아직도 그들의 의중도 모른 채로 세이나가 걱정이 되어, 홀로 골머리를 싸맨 후유증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끙끙 앓고 있을 때, 벌컥 하고 집무실의 문이 크게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세.. 세이나님?”

 

  한 번씩 쳐들어와서 놀다가는 론 때문에 론인 줄 알았지만, 오늘 그의 시선에는 론이 아닌, 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밝은 모습의 세이나가 있었다.

 

  “놀러왔어요.”

 

  허겁지겁 달려 나오며 기겁하는 케리프의 반응을 예상했던 세이나는 자신의 등을 떠밀려는 케리프의 얼굴에 손바닥을 펴 막았다.

 

  “아~ 됐어요. 걱정할거 하나도 없고, 끝났으니까, 마음 놓으세요.”

 

  “뭐냐. 그거, 우리 때문이라는 거야? 우리가 뭐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행패도 부리지 않았는데, 너무하네.”

 

  케리프는 세이나의 등 뒤로 나타나서 능글거리며 대꾸하는 론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떴다.

 

  “그럼, 둘 때문이지. 또 누가 있는데? 저 봐, 너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허연 케리프씨 얼굴이 하얘졌잖아.”

 

  “우와~ 너무하다. 내가 뭘 했다고.”

 

  동작을 크게 하며 억울하다며 오버를 하는 론을 흘기며 따져대는 세이나와 지지 않고 받아치는 론의 옆에서 세이나가 말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바이안, 케리프는 자신의 눈앞에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장면의 연출에 그의 사고가 따라가질 못했다.

 

  정신 줄을 놓은 듯, 멍해 있는 케리프를 발견한 세이나는 론과 잠시 휴전하고,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세 명분의 차를 우려낸 후, 조심히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케리프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세이나의 양 옆에 앉아 있는 둘의 눈치를 살폈다.

 

  “저.. 세이나님.”

 

  조심히 세이나를 부르는 케리프에게 그녀 대신 론이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예? 예..”

 

  자신이 입을 열 때마다 케리프의 격하게 반응을 하는 모습을 즐기다가 갑자기 날아온 등짝 스매싱에 입을 비죽 내밀었다.

 

  시원하게 한방 날리며 의기양양해 하는 세이나와는 다르게 케리프만 홀로 움찔거리며 죽어났다.

 

  “세나. 때릴 때는 이렇게 피고 때리면 더 효과적이야.”

 

  늘 무표정에 무섭기만 한 바이안이 매우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이나의 손 모양을 고쳐주고 있었다.

 

  “어이, 얌마.”

 

  “그리고 팔 동작은 이렇게.”

 

  “이렇게?”

 

  “응.”

 

  서로 공중에서 붕붕 손을 휘젓고 있는 행태에 론은 바이안에게 항의했다.

 

  “뭘 가르치는 거야? 아이고~ 저 자식 때문에 폭력 주인을 모시게 생겼네.”

 

  “지금?”

 

  배운 대로 손을 치켜들며 묻자, 바이안은 고개를 끄덕여 줬다.

 

  “잠깐. 때리지 마. 아무리 우리라도 아픈 건 아파.”

 

  자신의 존재는 완전히 잊은 듯한 셋을 응시하던 케리프는 가만히 차만 홀짝였다.

 

  ‘아~ 평화롭다.’

 

  케리프는 인생 처음으로 생각 하는 것을 완전히 멈추고 현실 도피를 선택했다.

 

  “케리프씨?”

 

  그때 세이나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케리프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끝나셨습니까?”

 

  오랜만에 보는 평소의 케리프의 모습에 세이나는 작게 웃었다.

 

  “미안해요. 너무 시끄러웠죠?”

 

  “괜찮습니다.”

 

  그동안의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후에 케리프는 자연스럽게 론과 눈이 맞았다.

 

  “이야~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네?”

 

  “왠지, 여러분들을 보고 있자니, 저 혼자 전전긍긍 했던 것이 바보 같아져, 그만 두기로 했을 뿐입니다.”

 

  케리프의 눈을 직시하던 바이안이 입을 떼었다.

 

  “그대에게 너무 신세를 지는 것 같군. 그리고 다시금 부탁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때 케리프가 그의 말을 자연스럽게 잘랐다.

 

  “언제든지 편히 계십시오.”

 

  “아직 아무것도 부탁 하지 않았는데?”

 

  론의 지적에 케리프만의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이 곳에 더 계신다는 말씀이지 않으신가요? 소인에게 하실 부탁은 그것 밖에는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론은 항상 자신과 마주 할 때마다 눈치를 보고, 긴장 일색이었던 케리프가 지금은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음에 눈에 이채를 띄었다.

 

  “아, 역시 이 녀석 마음에 든다니까.”

 

  “좋아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그건 그렇고, 나만 보면 늘 하던 질문은 하지 않네.”

 

  자신이 무슨 질문은 했었나? 하던 케리프는 여유롭게 들고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필요 없을 듯싶습니다. 저희 지상인들이야, 하늘위의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보니, 그저 무서워 전전긍긍했지만, 처음 카시어스님께서 하신 말씀대로 저희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아니 하심에 마음이 놓이더군요. 특히, 소인이 제일 걱정했던 부분도 오늘을 통해서 안심했습니다.”

 

  그리 말하며 세이나에게 시선을 두는 케리프를 가만히 보던 바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긴 체류가 될 듯하니, 그대가 궁금해 했던 것들은 앞으로 천천히 이야기 해주지.”

 

  바이안의 말에 케리프는 눈을 크게 떴다.

 

  “극비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 같은 것에게 알려주셔도 되는 것입니까?”

 

  놀라며 묻는 케리프에게 얘 봐라? 하는 눈으로 보다가 론은 이내 눈 꼬리를 휘었다.

 

  “비밀 임무는 맞긴 맞지. 근데 너한테는 딱히 숨길 필요도 없다고 본다. 세이나의 친구는 우리들에게도 친구. 게다가 세이나가 가장 신뢰하고 믿는 사람이잖아.”

 

  둘이 케리프에 말해도 된다고 생각 하는 것은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들에게 세이나가 상관이고, 주인이니 위의 명령보다는 세이나가 주체고 중심이라서 나오는 당연함이었다.

 

  게다가 세이나를 찾음으로 그 임무는 끝나기도 했지만 조금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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