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돌을 쥐고 세이나에게 재촉하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학생이 선생님께 배움을 갈구하듯 하고 있을 때, 가만히 있던 바이안이 세이나를 말렸다.
“세나야. 마력을 상당히 많이 써서 거의 바닥이라 조금 회복하게 하고, 그때 알려줘.”
마력을 느낄 줄 모르는 세이나를 대신해서 론의 상태를 알려줬지만 당사자인 론이 오히려 막았다.
“아니, 괜찮아.”
“이번 것은 어렵지 않아서 마력 많이 필요 없어.”
“응.”
적극적인 론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세이나 역시 바이안을 설득했다.
그리고 바이안이 쉽게 알았다고 하자, 다시 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접 전투는 좋겠지만, 만약에 적에게 당해서 마력도 거의 없고, 위기에 빠졌을 때. 아니면, 적이 론이랑 거리가 떨어져 있어. 또, 론 혼자서 떨어져 있는 다수를 상대할 때는?”
“활? 아니.. 아니지. 돌.. 돌로 다수라..”
고민에 빠진 론과는 다르게 세이나가 하는 말을 듣던 바이안은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을지도 몰라서 조심히 세이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렵지 않다고 했는데.. 돌을 던진다? 너무 단순한데.. 마력의 양이랑은 무관...음.. 방출? 다수... 많은 수의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뭐가 있더라..”
중얼거리며 이런저런 답을 내보며 고민했다.
“폭발? 음... 아니..”
“오!”
여러 가지를 마구잡이로 내 뱉다가 세이나의 감탄에 멈췄다.
“폭발이라고?”
“응.”
자신의 능력은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 폭발과는 완전히 무관한 능력일 진데 세이나는 그것이 정답이라 하지만 모르겠기에 절로 인상이 쓰여 졌다.
“다른 사람들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물체에 마력을 전달할 수 있는 론이라면 엄청날걸?”
“전달...”
세이나의 말이 힌트라 생각한 론은 돌을 노려보다가 자연스럽게 마력을 돌에 집어넣었다.
“저 미친놈.”
바이안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이후에 일어날 상황을 예측한 듯 서둘러 세이나의 몸 주변에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펑하며 돌이 조각이 나며 터져버렸다.
“워메. 깜짝이야.”
옆에 있었던 세이나는 다행히 바이안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두근반 세근반 하며 놀랐고, 그녀와는 다르게 론은 자신이 만든 파편에 맞아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려가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보니, 그 모습이 몹시 기괴했다.
“으하하. 전달하던 마력을 정리 없이 중구난방 엉망으로 만들어서 끊어봤는데, 이거였어?”
“저기...론? 괜찮아?”
“응? 뭐가?”
너무 시원하게 웃던 론은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는 세이나가 왜 저럴까? 싶었다.
“너 피난다고.”
그 말을 듣고서야 론은 자신의 몸 상태를 알 수 있었고, 다친 것을 인식하자마자 통증을 느꼈다.
“아... 그러네. 아프네.”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큭큭큭”
폭발시킨 돌의 크기가 작기도 했지만, 처음 한 것이라 그 위력도 상당히 작은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인지 누워서 신나하는 론에게 바이안은 날카롭게 쏘았다.
“옆에 세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심하지 않는다니..”
“아~ 네가 옆에 있었잖아. 나 그렇게 아둔하지 않다. 네가 없었으면 떨어져서 했지.”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 하더라도, 바이안이 조용히 세이나를 보호하려고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챘기도 했고, 그를 신뢰하고 있기에 한 행동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 성공할 줄도 몰랐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심에 주인을 다치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은 기사로서 하극상이며, 수치이고 설령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기에 곧바로 얼굴을 굳히고 잘못은 인정했다.
“세이나. 미안하다. 이번 같은 일은 두 번 다시없을 거야. 내가 너무 들떴나보다.”
론에게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인지 세이나는 괜시리 제 볼을 긁적였다.
“음.. 난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시켜서 한 거잖아. 게다가 나는 다치지 않을 거라고 믿기도 했고.”
말을 하면서 바이안을 슬쩍 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휙 하고 돌려버렸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세이나를 꼼꼼히 살피던 바이안은 세이나의 시선과 함께 믿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듣자마자 입 꼬리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 한참을 내려오지 못했다.
하지만 세이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버린 뒤라 자신의 뒤에서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면서 웃고 있는 바이안의 얼굴은 모른 채로 엷게 피어오른 핑크빛 두 볼을 행여 들킬까봐 괜히 딴 짓을 했다.
‘돌아가면 연애할까... 저것들 애인 없는 사람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죄 없는 바닥에 화풀이 하듯이 고개를 바닥에 두고 손가락으로 땅굴을 파고 있는 세이나와 그 뒤에서 좋아 죽는 바이안을 누워서 적나라하게 볼 수밖에 없던 론의 한쪽 입술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아, 응. 일단 집에 돌아가서 치료하자.”
론이 다쳤다는 것이 이제 생각이 났는지, 세이나는 서둘러 자리를 뜨자고 했지만, 피식 웃으며 상체를 일으켜 대충 피를 훔쳤다.
“됐어.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자잘한 것들이라서 벌써 피도 멈췄고, 이정도면 흉도 안남아.”
그의 대답에 세이나는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댔다.
“그것보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좀 고려해봐야겠다. 이건 완전히 자폭용이잖아.”
평소의 능글거리며 장난기 많은 모습과는 다른 진지한 면모에 세이나는 기사는 기사구나 생각했다.
“터지기 전에 던져.”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마력의 전달은 끊어지는데 던진다고 터질 수 있나? 끄응~”
그 말을 끝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론을 방해하지 않고 놓아두었다.
자신이 하나하나 전부 참견하게 되면 그의 발전을 오히려 막는 것이기에 여기서 멈추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고, 바이안도 조용히 친우의 성장을 응원했다.
“새삼 경탄스럽다. 어떻게 이런 부분을 잘도 파악 한 거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론이 존경스럽게 보며 묻자 세이나는 어깨만 으쓱했다.
“그러게. 그냥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인데?”
“이해하고 상상하라인가...”
론의 독백에 세이나와 바이안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나왔다.
““최고의 무기는 상상력.””
세이나는 자신과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할 줄 몰라서 바이안을 올려다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조용히 웃고만 있는 모습에 그 부분에 대해서의 의문은 바로 끊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세이나는 저녁밥 준비하러 집으로 내려갔고, 언덕에 남은 바이안과 론은 나란히 앉아 하늘을 응시했다.
“능력 사용의 발전 방법을 너만 알고 있었다니 완전 배신 아니냐?”
“뭐라는 거냐? 스스로 알아야지.”
“잘도 스스로 알았겠다. 네 놈도 세이나에게 힌트 받은 주제에.”
조금 전에 바이안이 세이나의 대사를 똑 같이 읊는 것에 그는 과거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심하게 강하더라니..”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러 번 죽을 뻔 하면서 터득 한 거야.”
바이안이 언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나? 해도 론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아 의문만 무성해졌다.
“내가 처음 능력을 깨우치고 난 후에 바로 카카리아에서 세나에게 자랑했었는데, 절벽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적이 있다는 것 때문인지, 또 다치면 안 된다고 하늘을 지배해야한다나? 날아보라고 절벽에 떨어뜨리더라...”
“.....아...”
“크큭. 그때는 아무리 좋아하는 세나라도 온몸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한동안은 세나의 맑게 웃는 얼굴이 무서워서 도망 다녔어.”
회상에 젖어서 즐거워하고 있다지만 듣고 있는 론은 자신의 뒤통수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폐하는 하늘 못 날잖아. 뭐.. 나도 정확하게는 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반복해서 점프해서 유지하는 거지만..”
론은 그건 그렇게 좋은 추억인 것처럼 웃는게 아니야 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추억에 잠겨버린 바이안은 계속 그때의 일들을 떠들었다.
“또, 언제 어디에서 위험이 올지 모른다고 갑옷을 만들자 더니, 나무기둥에 묶어놓고, 돌맹이, 식칼, 독사등 나한테 집어 던졌지.”
“야야.. 잠깐! 식칼이랑 독사?”
듣고 있다가 론은 허겁지겁 바이안의 말을 막았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하하. 독사 때는 진짜로 죽는 구나 싶더라니까. 그래도 성공한 덕분에 오늘 세나가 안 다친 거잖아.”
“...아니, 식칼도 충분히... 적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준 것에 감사해야겠다.”
론은 양손을 교차한 채로 닭살이 올라온 두 팔을 벅벅 문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녁 먹어.”
딱 그 타이밍에 밥 먹으러 내려오라는 세이나의 외침에 론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들짝 거리며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튀어 올랐다.
“넵!”
언덕을 내려가면서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의문스러움을 물었다.
“네가 무사하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런 취급을 당했는데도, 어떻게 약혼까지 했냐?”
바이안은 별 이상한 것을 물어본다며 덤덤히 대답해줬다.
“반했으니까.”
“후.. 말을 말자.”
셋이 매일 매일을 평화롭고 화기애애하게 보내는 것과는 다르게 대륙의 다른 한 쪽에서는 많은 수의 기사들이 내려와 한명의 여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사단장이 손을 뻗어 그 여인을 에스코트 해가며, 부복해 있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끝났다. 귀환한다.”
무게가 가득 실린 단장의 명령과 함께 기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주변을 호위해가며 현궁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현궁으로 귀환함과 동시에 현궁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500년 만에 현궁의 주인이 돌아 온 것이었고, 모두는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잔뜩 들떠있었다.
특히, 기사단장은 뿔뿔이 흩어져 아직 귀환하지 못한 기사들을 추리고 있었고, 앞으로 주인을 모시고, 보호하기 위한 인사 정리를 하니라 거의 매일이 바빴다.
“아직 귀환하지 않은 녀석들이 많구나.”
“소식은 통신구를 통하여 전달 중에 있습니다.”
기사단장의 앞에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기사가 그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는 상태가 좋지 못하여 전달이 용이 하지 못한 이들도 있기에, 조금 시간이 걸릴 듯싶습니다.”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던 단장은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디 팀의 누구지?”
“최남단에 배정 받은 엘라이어경과 카시어스경입니다.”
“그럴만하군..”
자신이 보내서 잘 알고 있던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황제폐하께 대통신구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를 받아 둘 터이니,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귀환하라 전하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