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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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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귀환, 빈자리 (3)
작성일 : 18-07-03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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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 황제의 집무실이 난데없는 재해를 만나야했다.

 

  집무실에 있는 책상부터 많은 서류들과 책과 책장, 그리고 집무실을 꾸미고 있는 여러 장식품들이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거기다 창문역시 그 피해를 피하지 못하고 이미 없어져 있었고, 이제는 건물에까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사들과 시종들 등 그 곳에 있는 이들은 어찌 하지도 못하고 멀리서 그 재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곳 중심에 아무 피해 없이 멀쩡하게 서있는 단 한사람이 있었는데, 세상의 정점인 황제였다.

 

  황제의 분노. 그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이 없어 애꿎은 집무실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폭발적으로 터진 황제의 마력이 공기중의 파동을 연달아 터트리며 하나의 폭풍을 만들어 낸 것이다.

 

  “폐 폐하.. 고정하여 주시옵소서.”

 

  간간히 들리는 기사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폭풍은 멈추지 않고 그 기세만 더 거세질 뿐인지라, 한참을 시달렸다.

 

  “으드득. 정녕 균형을 무너뜨리려 함인가? 아니면, 우롱하는 것인가?”

 

  황제가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둘째 아들 바이안 때문이었다.

 

  바이안이 일주일전에 현궁으로 끌려간 소식은 들었었지만, 대화를 하려함이라는 말에 간단히 넘어갔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들려온 소식은 감옥에 가두고 온갖 고문을 한다는 보고였다.

 

  명목 없는 처벌. 아니, 누가 봐도 억지로 만들어진 듯이 보이는 명목은 하나 있었다.

 

  현궁의 질서를 잡기 위한 본보기.

 

  거기에 더해서 소식을 들은 황후마저 충격으로 쓰러졌다.

 

  그렇다하여도 현제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거니와, 자신의 아들은 이미 황족도 아니며, 전 공백의 기사였기에 그의 모든 것은 현궁의 소관이라, 황족으로서 지켜줄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황제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질 못했다.

 

  황제는 그저 자신의 아들에게 무거운 짐이 아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찌 일이 이리 되었는지 없던 화병이 생길 지경이다.

 

  한편, 현궁의 지하 깊은 곳, 빛이 한 점 들지 않는 돌 벽과 돌계단 안에 듬성듬성 걸려있는 몇 개의 횃불로 간신히 시야만 유지할 수 있는 그 끝에 크고 작은 방들이 철창으로 닫혀 진 지하 감옥의 한 켠, 론과 바이안이 서로 마주 떨어져 갇혀있었다.

 

  “야. 살아있냐?”

 

  론은 철창에 몸을 기대고 건너편에 누워있는 바이안을 불렀다.

 

  “아아..”

 

  돌 벽에 연결되어있는 쇠사사슬에 두 팔과 두 다리가 각각 한쪽씩 고정되어있었지만, 그 길이가 상당히 길어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 있을 수 있었다.

 

  바이안은 왼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는데 그 것과 함께 철그럭 거리며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 뭐 저런 미친년이 다 있냐? 목적이 아주 노골적이네.”

 

  바이안이 굳이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론은 계속 불만 섞인 목소리로 플로아를 깎아 내렸다.

 

  “거의 매일 쉬지도 않고 괴롭히는 것도 참 능력이다.”

 

  “....어린애 같은 수준이야.”

 

  바이안의 대답에 론은 바이안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하아? 어린애 같은 수준? 지금 네 꼴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냐? 앙?”

 

  길길이 성을 내는 론의 반응은 당연했다.

 

  확실히 지금 바이안의 모습은 좋게 볼 수준이 아니다.

 

  몸 곳곳에 길게 나있는 무수한 채찍자국과 여기저기에 살이 갈라지고 찢겨져 흘러내리던 피들이 말라 굳어져 있는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아도 인상을 찌푸릴 상태였다.

 

  몇일 동안 이어진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바이안의 행동에 더 이상 참지 못한 플로아가 할 수 있는 고문이란 고문을 해댔다.

 

  그 것이 도를 넘다 보니 이제는 플로아의 스트레스 해소용이 된 듯 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기사인 우리들이 인내력이나, 참을성이 좋아도 그렇지, 그런 고문을 반복적으로 당하면 우리들도 별 수 없어.”

 

  “세나만 무사하면 나 하나쯤은 상관 안 해.”

 

  “넌 이 상황에서도.... 하아~ 그래. 넌 그런 놈이지. 하긴 나라도 그러겠다.”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론 자신도 그대로 차가운 돌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냐? 무슨 생각은 있을 거 아냐.”

 

  화재를 돌려 자신들의 목적을 상기하며 묻자,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바이안은 세이나를 생각하며 입을 뗐다.

 

  “목적은 나라는 것이 확실하니, 내가 미끼가 돼서 계속 지금을 유지한다. 그리고 시간을 끌어야지. 그 사이에 네가 움직여줘.”

 

  “....확실히. 난 완전히 논외더라. 너처럼 마력을 봉인한 채로 묶어 놓지도, 고문하지도 않고, 방치해 놓고 있으니까.... 버틸 수 있겠냐?”

 

  “아~ 충분히. 죽일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가능해. 부적도 무사하고.”

 

  그리 말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는 왼팔을 다시 움직여 여태까지 꽉 쥐고 있던 손을 펴 부적이라고 말한 물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물건은 이 곳에 오기 전에 땋아 놓았던 세이나의 머리카락이었다.

 

  감옥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품에 고이 보관해 놓고 있었던 그 머리카락을 재빨리 왼손에 쥐었고, 계속 고문을 당하더라도 꽉 쥐어진 그 손을 바이안은 끝까지 피지 않았었다.

 

 “세나....”

 

  한참을 손안에 있는 세이나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시 주먹을 말아 쥐고,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댄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으아~ 세이나가 해주는 밥이랑 할아버님의 술이 마시고 싶다아....”

 

  “세이나가 누구냐? 예쁘냐?”

 

  론은 주린 배를 쥐어 잡으며,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흐헉!!! 학! 깜짝 놀랐잖아!”

 

  론의 오두방정에 갑자기 등장한 인물은 키득이며 개구지게 웃고 있는 그는 하일이었다.

 

  “하일...”

 

  힘없이 하일을 부른 바이안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너희들한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어. 우리 팀과 상의해서 내가 대표로 왔다.”

 

  하일은 그대로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는 론에게 손을 저어보였다.

 

  “걱정 하지 마. 듣는 귀는 아무도 없으니까. 오랫동안 쓰지 않던 감옥이기도 하고, 딱히 중요하게 감시하는 녀석들도 없어.”

 

  그제야, 론은 다시 철창에 몸을 다시 기댔다.

 

  “그런다고 해도, 네가 여기 있는 걸 들키면 너도 곤란해 질 텐데?”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이나 썼었냐?”

 

  하일은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다른 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 팀들은 현재 대현자로 앉아있는 사람을 의심하고 있다.”

 

  “......”

 

  “장식은 확실히 반응을 했다면서?”

 

  능글거리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론의 질문에 하일은 인상을 쓴 채로 앞머리를 대충 헤집었다.

 

  “아아, 그러니까 참고는 있지만, 그래서 더 이해할 수가 없어. 대현자라는 자리가 뭐냐?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주군을 기다렸다고 생각하는데.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며, 평등하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존재가 대현자의 자리에 오른다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가 비어있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기사들보다 자부심이 컸었고, 하지만, 지금 있는 그건 뭐냐? 현명함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고, 평등? 그게 어디에 있냐?”

 

  “하하하 신랄하네.”

 

  속사포처럼 불만을 제기하는 하일을 바라보다가 론은 크게 웃어 젖혔다.

 

  “..지금 네들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하아~ 늘 매일같이 자신을 치장 하니라 바쁘고, 온갖 보석에만 관심을 가지는 모습에 실망했지만 의심까지는 하지 않았어, 우리가 완전히 의심하게 된 것은 오히려 너희 둘 때문이야.”

 

  하일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움찔하고 론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그리고 오히려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너희 둘이 다짜고짜 귀환을 거부하면서 대륙에 남으려 하려는 이유가, 단순하게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그 곳 생활이 좋아서 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그러기에는 그동안 기사로서 누구보다도 열심이었으니까.... 너희 둘은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냐?”

 

  “......”

 

  “......”

 

  하일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침묵만 하는 둘에게 살짝 서운해졌다.

 

  “혹, 지금 있는 사람이 가짜라고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는 건 아니야?”

 

  핵심적인 질문이었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침묵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침묵은 오히려 자신의 질문에 긍정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분명히 무언가 이유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하일은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을 저 둘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너흰, 너희가 왜 귀환을 거부했었는지, 그 이유를 나에게 끝까지 말해주지 않을 셈 일 테지....”

 

  그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바이안의 입이 열렸다.

 

  “미안하다....”

 

  생전 처음 듣는 바이안의 사과에 오히려 마음속의 혼란이 정리가 되는 듯이 느끼며 하일은 그대로 자리에 일어났다.

 

  “우린 우리대로 움직여 보련다. 오래 있으면 진짜로 위험해 질 수 있으니까 이제 가보는데, 바이안... 죽지마라.”

 

  그렇게 마무리를 하며 마지막으로 론과 바이안을 한번씩, 돌아 본 하일은 그대로 감옥을 빠져나와 기사단장을 찾아갔다.

 

  “단장님... 하일입니다.”

 

  “들어와라.”

 

  단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일은 집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구나.”

 

  단장의 말에 하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던 단장은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하일을 쳐다보았다.

 

  “단장님. 그 분은 정말로 저희들의 주인이 맞는 것입니까?”

 

  “의심하는 것이냐?”

 

  낮게 깔리는 단장의 목소리에 하일은 작게 몸을 떨었다.

 

  “솔직히...예.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장의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힘겨웠지만 솔직하게 대답했고, 대답이 끝나자마자 단장의 마력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하일의 지척까지 다가간 단장은 그대로 하일을 목을 움켜 쥔 채로 그대로 들어올려, 자신의 얼굴에 바짝 끌어왔다.

 

  “커억...크...”

 

  “의심하지마라. 그분은 틀림이 없는 우리들의 주인이시다.”

 

  “크으....허...허나....”

 

  목이 강하게 틀어쥐어져 괴로운 하일은 그래도 끝까지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그대로 집무실의 벽에 강하게 집어 던져졌다.

 

  “커헉! 크으....쿨럭 켁.”

 

  쾅하며 큰소리가 날 정도로 벽에 부딪힌 충격과 함께 목이 틀어 막혀져서 부족해진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하일에게 단장은 노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분이 어떤 분이더라도, 우리들의 주인이 틀림이 없다. 네 녀석도 기사라면 주인을 의심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마라.”

 

  “허억...학..... 주인이... 아둔하여도..입니까?”

 

  “.......그렇다.”

 

  단장은 바로 등을 돌리며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그대로 하일을 내쫒아 버렸다.

 

  아직도 목이 시큰거리고 숨쉬기가 어렵다.

 

  복도를 홀로 걸어가면서도 현궁 안이 무언가로 어그러져있다고 느껴져 답답했다.

 

  특히나, 조금 전 단장과 마주했을 때, 단장이 엄하기로 제일가는 것은 잘 알고는 있지만, 심하게 과격했었던 조금 전에도 단장님이 아닌 듯 보일 정도였다.

 

  목을 쓸면서도 하일은 플로아가 주인이 아닐 것이란 그 의심을 접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요즘 세이나는 도시로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집 옆의 언덕에 누워있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도 흥이 나지도 않고, 오히려 허전함만 남아 재미가 없었다.

 

  “있다가 없어지면 깨닫는 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네. 처음에는 그냥 밉지는 않은 스토커였는데...”

 

  갑자기 나타나 다짜고짜 아무도 부르지 않는 애칭으로 부르고, 나중에는 숨어서 쫒아 다니다가 들킨 후로는 자동 심부름꾼에 티가 나도 너무 나는 일방적인 무한 호감, 그 후에 자신이 그들이 찾는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한 것은 여전했다.

 

  둘에게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오늘 따라 꼬리치며 웃는 그 얼굴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아...아, 아? 아아악!”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하던 세이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오른쪽으로 떼굴떼굴, 왼쪽으로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뭐야! 이렇게까지 내가 조..조... 꺄악 창피해. 깨달아버리니까 창피해~”

 

  잠시 멈칫했던 세이나는 다시 소리를 지르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로 볼썽사나울 정도로 버둥댔고, 너무 난리를 치다보니 금방 체력이 방전이 되어서 그대로 대자로 뻗어버렸다.

 

  “흐아~ 세상에나.. 나랑은 평생 관계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가..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일 수도...”

 

  자신의 비어버린 과거에 있을 남자, 그가 보내는 애틋함.

 

  과거를 몰라도 함께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과 그의 관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단지,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손으로 꼬옥 쥐며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내 전용 대형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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