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첫회보기
 
8. 써글년 (1)
작성일 : 18-07-09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3951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조용하고 어두운 감옥 안에 듣기 꺼려지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촤악 짜악

 

  무언가를 향해서 내려쳐지는 채찍질 소리였다.

 

  그리고 그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은 플로아 그녀였다.

 

  한참을 내려치던 플로아는 이내 체력이 달리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 한 번도 비명도 심지어는 작은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바이안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들고 있던 채찍을 집어 던져버렸다.

 

  “들어 올려라.”

 

  플로아의 명령에 도열해 있던 기사한명이 이미 익숙한 듯 벽에 매달려서 힘없이 늘어져 있는 바이안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직도 나의 제안을 거부할 것이냐?”

 

  역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바이안을 이곳에 가두어 두고 계속 고문하며 말을 시켜왔지만, 한번 입을 다문 그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내 것이 되거라. 나의 것이 되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이 나를 거부 할 것이냐?”

 

  여전한 침묵과 곧은 눈으로 무표정하게 자신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는 바이안에 더 이상 참지 못한 플로아는 그 자리에서 히스테리를 부르며, 도열해 있는 고문 도구들을 여기저기 집어던졌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플로아에게 바이안은 그녀의 속을 최고로 긁어 대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원해왔던 권력도 재물도 손에 들어왔다.

 

  그렇기에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의 앞에서 모두가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심지어 정점이라 불리는 황제마저도 자신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다.

 

  하지만 눈앞의 바이안만은 조아리지도, 자신을 떠받들지도 않는다.

 

  그의 외모뿐만이 아닌 신분적인 타이틀도 최고였지만, 단단히 굳어 굽히지 않는 바이안을 플로아는 더더욱 자신의 앞에 꿇리고, 굴복시키고 싶어졌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가지고 말리라, 그래서 끝내 손에 넣었을 때 오는 희열도 그만큼 클 것이라 생각하자 히스테리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고문도구들을 슥 훑어보던 플로아는 날카로운 가시같이 생긴 것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다른 종류의 채찍을 손에 들었다.

 

  플로아를 지키고 있는 기사들은 그녀가 보지 않는 뒤에 도열해 있으면서 그녀가 가하는 고문과 당하는 바이안의 모습을 지켜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공포에 떠는 모습이 아닌 무언가를 참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바이안과 론이 멋대로 기사위를 버리는 것에 경멸도 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들의 주인의 도를 넘어서는 행동에 불만과 실망만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고문을 묵묵히 받아내고도 당당한 바이안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를 과연 기사가 아니라 할 수가 있을까? 특히 바이안의 능력과 실력이 자신들 보다 한참 위라는 것을 잘 아는 그들이다.

 

  “어찌, 저리 하신단 말인가..”

 

  “더는 지켜보기가 힘들어.”

 

  맞은편의 철창 쪽에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는 기사들의 뒤편에는 벽에 기대어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과 플로아 그리고 바이안을 눈에 새기 듯 지켜보고 있던 론은 그들을 피식하고 작게 비웃었다.

 

  가시채찍을 들어 올린 플로아는 힘껏 바이안을 향해 내리쳤고, 전과는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쫙 으드득

 

  가시들이 몸에 박혀 내려치는 힘에 의해 살갗이 찢어지고 뜯겨졌다.

 

  그 반동으로 크게 철그렁 거리며 흔들리는 쇠사슬들과 함께 바이안도 크게 흔들렸고, 이번 고통은 상당했는지 바이안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꽈악 깨물며 버텼다.

 

  몇 번을 더 내려친 플로아는 작게 숨을 돌리며 기사들에게 바이안을 내려놓으라, 지시했다.

 

  들어 올려져있던 쇠사슬들이 내려지며 힘없이 털썩하고 바닥에 쓰러진 바이안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장담하지. 네놈은 끝내는 나를 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호하게 일갈을 하며 그대로 등을 돌려 플로아는 기사들을 데리고 감옥에서 나갔다.

 

  모두가 나가고 한참 후 아무도 없자 바닥에 누운 바이안은 그때서야 인상을 잔뜩 구겼다.

 

  “큭....카학~ 읏.....”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며 전체적으로 오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는 쥐고 있는 왼손을 자신의 심장 쪽에 가만히 끌어왔다.

 

  “.....너도 참~ 독종이다.”

 

  “...크으...로...”

 

  “이러다가 조사시작하기도 전에 출혈과다로 디지는거 아니냐?”

 

  비꼬듯 말하는 론이지만 걱정되어서 하는 말에 바이안이 작게 웃었다.

 

  “크...크크 너도...하... 완전히 물들었냐..”

 

  “응? 뭘?”

 

  “디진다가 뭐냐... 할아버님의 사투리...”

 

  둘은 서로 눈을 맞추다가 동시에 웃었다.

 

  “오늘 자정에 움직인다.”

 

  “아아~”

 

  급 정색을 하며 둘은 모종의 눈빛을 보내던 그때 황당해하는 감정이 섞인 목소리가 둘의 귀를 때렸다.

 

  “지랄하네.”

 

  하일은 둘이 있는 감옥 사이의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면서 삐딱하게 있었다.

 

  “아! 쓰블~ 하일 네놈 인기척 좀 내라.”

 

  “아 뭐? 내가 왜?”

 

  놀라서 버럭 하는 론에게 하일은 덩달아 버럭 했다.

 

  “바이안, 오늘은 상당하게 당했다? 괜찮은 거냐?”

 

  “아.. 보시는 데로”

 

  하일은 작게 인상을 썼다.

 

  “됐고, 로트론 네놈은 여기서 움직일 생각 하지마라. 네 놈들이 무슨 목적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움직이다 들키면 그때는 바로 머리가 몸에서 분리 되는 거다.”

 

  그렇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긁는 시늉을 했다.

 

  “네 능력으로는 금방 들켜.”

 

  “하? 날 뭘로 보고”

 

  “네놈이 나보다 잘 숨냐?”

 

  하일의 질문에 론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잘 알거 아냐. 네들처럼 눈에 띄는 능력은 아니지만, 내 능력은 기척을 숨기는 거다. 그러니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하...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내가 대신 움직이겠다고. 내가 마음 놓고 숨으면 아무리 단장님이라고 해도 찾기 어려울 거다.”

 

  론은 하일의 말에 인상을 작게 찌푸렸다.

 

  “미친놈...”

 

  “그래 내가 생각해도 미쳤지. 들키면 나도 감옥행인가? 아니다. 나는 바로 뎅강 이겠다. 크큭. 뭐 너희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멋대로 닥치는 대로 알아볼 거다. 납득이 될 때까지.”

 

  하일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자리에 일어나 나가려 했을 때 론이 멈춰 세웠다.

 

  “우리만으로 충분..”

 

  하지만 하일은 론의 말을 썽퉁 잘라버렸다.

 

  “솔직히. 나한테까지 말하지 않는 너희들한테 무척 서운해. 하지만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할게. 그리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잘은 몰라도,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거잖아.”

 

  론은 한쪽 눈썹을 꿈틀했다.

 

  “너..설마.”

 

  “아아 그래 몇 일간 계속 숨어서 봤다. 그러니까, 내가 대신 한다고. 적어도 나는 믿어줘라.”

 

  “......”

 

  “......”

 

 

 

 

  몇일 뒤, 플로아는 고급스러운 침대에 모로 누워 포도를 따먹고 있었다.

 

  “그래. 알아는 보았느냐?”

  “예. 주군.”

 

  플로아의 앞에 부복해있는 한명의 기사는 바로 플로아에게 보고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알아내지는 못하였으나, 로트론이라는 소도시에서 어느 한 여인과 유독 가깝게 지냈다고 합니다.”

 

  그 기사는 플로아의 명령에 바이안과 론이 있었던 도시에 숨어들어 그들의 행적을 조사하였고, 그의 보고에 플로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자... 여자라, 후후 그런 건가. 설마 싶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눈이라도 멀었다거나....”

 

  “주군. 더 조사해 올까요?”

 

  하지만 플로아는 기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이내 크게 웃어댔다.

 

  “깔깔깔 천하에 황자도 별수 없구나. 그 놈도 남자라는 것이겠지.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겠어.”

 

  천하게 웃어대다가 기분이 좋아진 플로아는 자세를 바로 했다.

 

  “아니 되었다. 충분하구나. 아, 그리고 가까이 했었다는 그 여자의 이름은 알고 있느냐?”

 

  “예.... 사람들과 상당히 친분이 두터운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여인을 모두 세이나라고 불렀습니다.”

 

  이번 계획에 크게 바뀌는 것은 없겠지만, 처음으로 그 무표정이 일그러질 것을 생각하자 그동안의 짜증이 쑥 내려가는 듯 했다.

 

  얼굴이 구겨지고, 후에 괴로워하다 자신의 손에 떨어질 모습을 상상하니 얼굴이 붉게 상기 되었다.

 

  “너는 그만 나가보아라. 오늘 바빠지겠어.”

 

  기사를 물리고 플로아는 어딘가로 급하게 향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34 35. 가족 (4) 完 10/16 383 0
133 35. 가족 (3) 10/15 336 0
132 35. 가족 (2) 10/14 313 0
131 35. 가족 (1) 10/13 314 0
130 34. 마지막을 향해서 (4) 10/12 313 0
129 34. 마지막을 향해서 (3) 10/11 338 0
128 34. 마지막을 향해서 (2) 10/10 334 0
127 34. 마지막을 향해서 (1) 10/9 341 0
126 33. 엘라이어 진 바이안. 황제의 이름으로 (3) 10/8 321 0
125 33. 엘라이어 진 바이안. 황제의 이름으로 (2) 10/8 316 0
124 33. 엘라이어 진 바이안. 황제의 이름으로 (1) 10/6 320 0
123 32. 세달 (4) 10/4 291 0
122 32. 세달 (3) 10/3 345 0
121 32. 세달 (2) 10/2 366 0
120 32. 세달 (1) 10/1 303 0
119 31. 부딪히는 절망과 희망 (4) 9/30 342 0
118 31. 부딪히는 절망과 희망 (3) 9/29 328 0
117 31. 부딛히는 절망과 희망 (2) 9/28 335 0
116 31. 부딪히는 절망과 희망 (1) 9/27 329 0
115 30.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나 (3) 9/26 315 0
114 30.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나 (2) 9/25 320 0
113 30.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나 (1) 9/24 336 0
112 29. 무왕 젠토라 (5) 9/23 325 0
111 29. 무왕 젠토라 (4) 9/22 323 0
110 29. 무왕 젠토라 (3) 9/21 341 0
109 29. 무왕 젠토라 (2) 9/20 339 0
108 29. 무왕 젠토라 (1) 9/19 323 0
107 28. 달빛아래의 하객들 (4) 9/18 320 0
106 28. 달빛아래의 하객들 (3) 9/18 303 0
105 28. 달빛아래의 하객들 (2) 9/16 344 0
 
 1  2  3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