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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왕을 죽여라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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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모이는 밤 4
작성일 : 18-07-23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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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억!”

  “!”

  난데없이 목에 구멍이 뚫리자 슈트라페는 피를 토하며 손을 놓는다.

  그의 목에 박힌 것은, 붉은 색 칠이 되어 있는 크로우바였다.

  “우, 우웩,,, 아, 나, 나는 저럴 생각은 없었,,,”

  “...정재빈?”

  그녀가 기억하는 한, 그 멍청한 목소리는 분명 이번 임무목표인 정재빈의 것이다.

 

  한편, 정재빈은 지금 목구멍에서 무언가 치솟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라온 것은 좋았으나 막상 올라오니 폐건물 5층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구울들의 해체된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괜찮았다. 무엇보다, 그가 도와야 할 윤나래가 지금 슈트라페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에, 그는 일단 애써 그쪽에 신경을 집중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와 윤나래의 사이엔 구울들이 있었고, 재빈은 자신에겐 그 틈을 돌파할 능력 같은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슈트라페의 주의라도 돌려볼 심산으로 크로우바를 힘껏 내던졌던 것이다.

  하지만 크로우바는 그의 예상보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슈트라페를 처참한 꼴로 만들어버렸고, 평생 생선 하나 해체해 본 적 없는 그는 자신이 한 일에 스스로 질려버렸던 것이다.

 

  “비효율적 판단.”

  풀려난 윤나래는 기껏 도망치게 해줬더니 다시 기어들어온 정재빈에게 그 한마디를 던진다.

  그러면서도 겨우 찾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촤악!

  우선, 아직 슈트라페의 손에 박혀 있던 자신의 나이프를 뽑았다.

  그리고 구울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붉은 돌이 들어 있을 슈트라페의 저지 주머니에 칼을 꽂아 넣었다.

  콰직.

  나이프는 주머니의 돌을 파괴한 뒤 그대로 뚫고 들어가 슈트라페의 옆구리에도 구멍을 낸다.

  털썩.

  거기에 맞추기라도 한 듯, 그녀의 뒤에서 달려오던 구울들이 실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슈트라페는 단순히 목에 상처를 입은 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재빈이 던진 크로우 바는 슈트라페의 목 근육을 뚫고 척추를 건드려 버린 것이다.

  즉, 그는 지금 목 아래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촤악! 푸욱!

  그녀는 빠르고 능숙하게, 나이프로 슈트라페의 몸을 베어낸다.

  강철같은 근육을 피해 그 결을 따라 베어내고, 팔과 무릎의 관절, 그 약한 부분을 찔러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그의 반격을 대비한다.

  윤나래가 마치 춤을 추듯, 슈트라페의 주위를 빠르게 돌자 그녀가 지나간 자리가 사정없이 난도질 되어 피가 솟는다.

  “...”

  곧이어, 그녀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나이프를 옆으로 눕힌 자세로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슈트라페의 정수리 한가운데에 꽂아넣었다.

  푸욱!

  “...커어...”

  슈트라페는 신음만을 남기고 털썩, 하고 무릎을 꿇더니 나이프를 정수리에 꽂은 채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

  “...”

  그리고 모든 적이 쓰러진 폐건물 안엔 침묵이 내려 앉는다.

  재빈이 던진 크로우바, 그 하나로 시작된 반격.

  그 결과, 구울들도, 슈트라페도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재빈은 한동안 그 입을 멍청하게 헤 벌리고 바라보며 윤나래를 바라보았다.

  빠르고, 깔끔하며, 잔혹하며, 아름다웠다. 그것이 지금 달빛을 받으며 묵묵히 서 있는 저 소녀에 대한 재빈의 감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욱...”

  재빈은 지금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 치솟는 구역질을 억눌렀다.

  지금 재빈에 눈앞엔 구울, 한때 인간이었던 것들의 산산조각난 육체, 그리고 전신이 난도질 당한 남자의 시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재빈을 탓하는 것은 조금 너무한 일일지도 모른다. 호러나 고어 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생생한 난도질 광경, 육편, 피, 그것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에겐 너무 자극이 강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 재빈이 실금하며 주저앉아 구토하지 않는 것만으로 꽤 대단하다고 해야 할 지도 몰랐다.

  물론, 윤나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심.”

  “...큭... 닥쳐...”

  재빈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억누르며 그렇게 되돌려 주었지만 목소리가 울 것처럼 떨리는 것은 막지 못했다.

  윤나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 돌아왔지.”

  “왜긴 왜야. 혼자 도망치면 쪽팔리니까...”

  애써 욕지기를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하는 정재빈을 윤나래가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후, 놀랍게도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판단 근거 역시 비효율, 비이성적.”

  “...야. 너...”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올라왔더니 돌아온 대답에 울컥한 재빈이 무언가 따지려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윤나래의 말이 그 말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감사한다.”

 

  “...응?”

  “?”

  “...어...음...”

  “응?”

  예상치 못한 대답에 눈이 휘둥그레 떠진 정재빈,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윤나래.

  한동안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던 두 사람 중, 먼저 제대로 된 말을 꺼낸 것은 윤나래였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어... 그게... 니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곤...”

  아직 윤나래를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재빈이었지만, 대략적인 이미지를 통해 분명 ‘도움은 필요 없었다’ 따위의 말이 돌아오지 않을까 상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그 웅얼거림의 의미를 눈치챈 윤나래가 그를 비난한다.

  “상대를 대략적인 이미지만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례한 일.”

  그때, 그녀의 뒤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크륵...”

  “!”

  “...”

  목에 쇳덩이가 꽂힌 채 난도질당하고 척추에 칼까지 꽂혀 있는 슈트라페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면서도 꿈틀거리고 있던 것이다.

  “아, 아직 살아 있는거야?!”

  파랗게 질린 재빈과는 대조적으로 윤나래는 담담했다.

  “예상 가능 범위. 이 자의 종족 중엔 이 정도는 버티는 개체도 다수 있으니.”

  그리고 윤나래는 꿈틀거리는 슈트라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 위로 발을 들어올렸다.

  “S급 추적대상 처리 규정에 의거, 정당한 처형을 집행.”

  그리고 그녀는 들어올린 발로 슈트라페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

 

  아니, 짓밟으려 했다.

 

  “...?”

  “...뭐해?”

  재빈은 의아해 하며 그렇게 물었다.

  지금 윤나래의 발은 슈트라페의 머리까지 단 5cm정도만을 남긴 채 멈춰 있던 것이다.

  물론, 이제 와서 그녀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를 죽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아니었다.

  “....”

  그녀는 지금, 어째서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줄곧 무표정이었던 그녀는 입술까지 깨물며 확실하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당황해하는 윤나래, 그걸 보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해진 재빈.

  그 두 사람의 뒤에서 남성의 부드러운 미성이 들려왔다.

 

  “아하하... 슈트라페님. 방심은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는데 말이죠.”

 

  그들이 있는 층계의 한 구석,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새 거기에 서 있던 한 남자를 보며 동시에 중얼거렸다.

 

  “엡실론...!”

 

  “또 뵙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군요. 재빈씨. 아, 나래 아가씨도 계셨군요? 제타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온 금발 벽안의 미청년, 엡실론.

  그는 오른 손 검지를 윤나래에게 향한 채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지금 그 짐승... 아, 실례, 슈트라페님이 죽으면 혼자 움직여야 해서 꽤 귀찮아지거든요.”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엡실론의 목소리가 가볍다. 그는 재빈의 두려움, 윤나래의 적개심, 자신에게 향한 모든 감정을 음미하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니 일단 거기서 떨어지시지요.”

  “!”

  엡실론이 검지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것과 동시에 윤나래의 몸이 무언가에 붙잡힌 듯 힘껏 내던져져 바닥을 굴렀다.

  콰지직...

  그리고 엡실론이 이번엔 손을 뒤집어 검지를 아래로 한번 까닥이자 다시 염동력이 발동, 이번엔 바닥에서 일어나려 하던 윤나래의 등을 내리 찍고 그대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런... 얌전히 있어주세요.”

  콰직...

  “크윽...! 정재빈... 도망...!”

  그녀가 짓이겨 지고 있는 콘크리트 바닥이 금이 갈 정도의 압력이 가해지지만 그녀는 비명 대신 정재빈을 바라보며 애써 소리치고 있었디.

  “그건 안 되지요.”

  그러나, 재빈이 거기에 반응하기도 전에 엡실론이 왼손 검지를 움직였다.

  콰앙!

  “커어,,,억!”

  동시에 재빈이 옆의 콘크리트 벽에 처박히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압력이 그 몸뚱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콘크리트 벽에 박아넣으려는 듯이 가해지는 무시무시한 힘, 사고 이후 겨우 붙었던 뼈들이 다시 삐걱거리는 고통에 재빈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엡실론은 여전히 미소 짓는다.

  “자, 이번에도 아까 한 제안을 다시 드리겠습니다만, 그 내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아마 슈트라페님은 듣지 못했겠지만요.”

  “크윽... 뭔 소리...”

  재빈의 신음소리와 저 한쪽에서 짓눌려가 호흡조차 힘들어지는 윤나래를 무시하며, 엡실론은 매력적인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저와 함께 가시던가, 아니면 여기서 몸이 터져 죽던가. 둘 중 하나를 골라주시죠? 어디까지나 당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랍니다?”

  그러나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섬뜩하고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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