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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클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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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까짓 거 죽기야 하겠어?
작성일 : 18-07-24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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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 대기실이라고 쓰여 있는 푯말 앞에 짙은 회색의 그룬돌프 교복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서있다. 그는 나의 명단과 편지로 받은 면접 확인증을 대조하여 자세히 확인한다.

 

 “체르니 아나키에서 온 카렐 씨. 이 방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제가 호출하면 면접실로 안내할게요. 편히 쉬고 있어요.”

 

 그는 형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눈인사를 한다. 형과는 아는 사이인가보다.

 

 “카렐. 내가 이 친구한테 면접관들로 누가 나오는지 물어볼 테니까 너 먼저 들어가 있으렴.”

 

 나는 하는 수 없이 홀로 대기실의 문을 열어젖힌다.

 

 끼-익

 

 특별한 장식 없이 깔끔한 면접 대기실. 대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과 그 주위에는 고풍스러운 의자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곳곳에는 이미 나와 경쟁자?가 될 몇몇 면접생들과 그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그들은 내가 대기실로 들어서자 뭔가 견제하듯 나의 온몸을 훑어본다. 이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긴장감에 휩싸여 있어서인지 몹시도 조용하다. 간간히 면접생들은 같이 온 그들의 부모와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대화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나는 긴장을 풀기위해 테이블에 마련된 공짜 허브티와 쿠키를 먹으며, 긴장하지 않은 척 자기 암시를 한다.

 

 ‘후- 카렐. 넌 떨리지 않아. 이 쿠키는 맛있다.. 후. 이 허브티는 맛있다.. 후..’

 

 필사적으로 긴장감과 싸우며 숨이 막히는 이곳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나와 의자 하나 건너 옆에 혼자 앉아있는 면접생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여기에 면접 보러 오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네. 혹시 그쪽도 면접생인가요?”

 

 “네. 많이 긴장되시죠? 저도 너무 긴장 돼서 손발이 차가워졌어요. 후- 저는 데겐하르트에 사는 ‘하인츠 (Heinz)’라고 해요. 이름이?”

 

 “아. 저는 체르니 아나키의 브로드 시에서 온 카렐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는 멋쩍게 악수를 한다. 그 하인츠라는 친구는 코앞의 데겐하르트 시에서 와서 그런지, 혼자 면접을 보러 왔다. 찰랑거리는 옅은 금발머리를 가진 그 친구는 호기심 많아 보이는 깊은 연녹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 외모는 세련되어 보이지만 그의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그가 굉장히 순박하고 순진한 사람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면접 대기실에는 우리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일행과 함께 와 있었기에 (물론 나도 곧 형이 돌아오겠지만) 하인츠란 같은 처지에 놓인 또래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주어서 가벼운 대화로 긴장감을 조금 푸는 것도 싫진 않았다.

 

 “와! 체르니에서 오셨구나! 저도 언젠가 꼭 체르니 동부에 있는 장벽을 보고 싶어요. 카렐 씨는 바로 옆 아나키 출신인데도 외모에서 굉장히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시네요.”

 

 “아. 그건 엄마가 동방국가 출신이어서 그럴 거예요. 보통 체르니 사람들은 하인츠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와!! 정말요? 그럼 카렐 씨 어머니는 그 먼 동방에서 서방 아나키 연합까지 오신건가요? 분명 엄청나게 강한 모험가이시겠네요.”

 

 갑자기 이 하인츠라는 친구가 제법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일순간 주목을 받게 된다. 나는 그것에 신경이 쓰여 더 낮은 목소리로 답한다.

 

 “아 네. 아마 대단한 분이였을 거예요. 근데 10년 전에 어떤 일 때문에 동방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아직까지 연락두절 상태예요.”

 

 “아...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아녜요. 괜찮아요. 5살 때 일이라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요. 그나저나 하인츠 씨도 특별전형으로 면접 보시는 건가요?”

 

 “응. 나는 일반 학교에 갈 수 없는 헬릭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혹시 너도?”

 

 갑자기 하인츠가 공손한 말투에서 반말로 바꿔버려 당황했다. 나도 뭔가 새로운 친구를 쉽게 사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편하게 답한다.

 

 “어. 나도 그래. 아니다 어쩌면 난 헬릭 속성 자체를 논할 수도 없다고나 할까? 솔직히 이번 면접에 붙을 것은 기대도 안하고 왔어. 넌 붙을 자신 있어?”

 

 상대의 능력을 묻는 것은 엄청난 실례이기에 하인츠의 속성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꾹 참는다.

 

 “음.. 나도 불확실해. 난 여기 붙던 안 붙던 내 장래는 얼추 정해져 있다고나 할까.. 근데 난 그 길로 가기 싫어. 이 학교에서 입학해서 내가 꼭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려고 지원했어.”

 

 하인츠는 나랑 동갑인데도 자신의 장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나보다. 나는 내 처지에 대해 비관만 하고, 장애를 최대한 숨겨 일반인인 척 하는 데에만 급급했는데. 갑자기 그 못난 자존심만 내새웠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와. 넌 너만의 꿈이 확고하네... 난 그런 구체적인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끼-익

 

 정신없이 하인츠와 대화하는 중간에 대기실 방문이 열리면서 형이 들어온다.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형에게로 향했고 놀란 듯 눈이 커진다. 쥐죽은 듯 고요했던 대기실이 제법 소란스러워진다. 형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 몇몇은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말을 걸어 올 기세로 몸을 들썩인다. 하지만 면접이 코앞인 그들의 처지를 곧 깨닫고는 그저 형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쑥덕거리기만 할 뿐. 형이 성큼성큼 걸어와 내 옆에 앉자 사람들이 나와 형을 번갈아 보며 뭔가 또 수근 거린다. 나는 그 상황이 불편해서 재빨리 형에게 하인츠를 소개한다.

 

 “형. 이 친구도 나랑 같은 면접생이야. 데겐하르트에 사는 하인츠. 하인츠, 이쪽은 내 친형 알로이스라고 해.”

 

 “안녕. 나는 알로이스라고 해.”

 

 “네. 안녕하세요. 저는 하인츠예요.”

 

 형은 평소처럼 사무적으로 인사를 건넸고, 하인츠도 그와 비슷하게 간단히 인사만 했다.

 

 ‘엥? 내가 기대한 하인츠의 반응이 이게 아닌데?’

 

 “하인츠. 너 우리 형 몰라? 데겐하르트 시에서 엄청 유명하던데?”

 

 하인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형을 쳐다본다. 전혀 모르는 눈치다.

 

 “어제 데겐하르트를 돌아다니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던데. 그룬돌프 대학부 헬릭 전투 본선 진출자라서 여기서 인기가 많더라고. 넌 데겐하르트 출신에 그룬돌프 지망생인데 잘 모르나보네?”

 

 “아... 그렇구나.. 미안. 내가 헬릭 전투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아니 미안할건 아니고. 이 방의 모든 사람들이 다 형을 알아보고 수근 대잖아. 너는 전투 같은 것에 아예 관심이 없구나. 그래도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데.”

 

 “응. 어차피 난 전투를 직접 하기 어려운 속성이고.. 또 다른 취미들이 있어서 별로 관심이..”

 

 나는 하인츠의 반응에 의아했지만 오히려 이런 그가 더 마음에 든다. 형의 엄청난 유명세 때문에 나와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과는 진정으로 친구가 되긴 어려울 테니. 갑자기 형이 불쑥 말을 꺼낸다.

 

 “카렐. 벌써 새 친구랑 많이 친해졌나보구나. 내가 면접관들 정보를 가져왔는데 들어볼 거니?”

 

 “오 진짜?? 빨리! 말해줘.”

 

 나는 하인츠에게 눈짓을 한다. 그도 궁금했던지 몸을 내 쪽으로 기울여 경청할 준비를 한다.

 

 “면접관은 남자 둘 여자 둘, 총 네 명. 모두 그룬돌프 선생님들이야. 여자 한 분은 그룬돌프에서 인자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분이지. 아마 그분이 면접생들이 편하게 말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거야. 나머지 여자 한 분하고 나이가 조금 되는 남자 한 분은 깐깐하기로 유명해. 그 두 분이 아마 난해한 질문을 하거나 조금 공격적인 어투로 말 하실 거야. 너무 주눅 들지 마렴. 면접생들이 주눅이 들면 오히려 계속 몰아붙여 패닉에 빠지게 만들 테니까. 마지막 남자 한 분은 엄청 유명한 분이셔. 항상 천으로 눈을 가리고 다니는 장님 ‘엔조 (Enzo)’ 교수님. 원래 서부 아나키 연합 내에서 명망 높은 모험가였는데, 모험 중에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으셨어. 그럼에도 헬릭 스캔을 연마해서 높은 경지에 이른 분이셔. 이 세상을 볼 순 없지만, 이 세상의 모든 헬릭을 꿰뚫어 보는 분이지. 아마 모든 면접생들의 헬릭을 스캔 해보고 면접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의견을 제시할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너희들은 특히나 특별전형 지원자니깐 이 엔조 교수님의 스캔 결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 다행히 성격은 인자하시니까 무서워하지 마렴.”

 

 형이 강조한 엔조 교수가 가장 중요한 인물인 듯하다. 모든 헬릭을 꿰뚫어 본다라. 하인츠도 엔조 교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끼-익!

 

 갑자기 대기실 방문이 열리면서 문 앞에 있던 면접 안내인과, 풀이 죽어있는 얼굴을 한 면접생이 들어온다. 아마도 면접에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했나보다. 그 면접생의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 다음 면접자를 호명할 거란 불안감 때문인지, 대기실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안내자는 무심하게도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외친다.

 

 “다음 면접자는 데겐하르트에서 온 하인츠입니다. 준비가 다 되면, 가지고 오신 짐들을 여기에 놓고 5분 후에 문 앞으로 나와 주세요.”

 

 나는 하인츠를 쳐다본다. 그는 몹시 긴장되어 보인다.

 

 “하인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준비해 온 말, 잘 하고 와.”

 

 “후... 고마워 카렐. 다녀올게.”

 

 하인츠는 굳은 얼굴로 남은 허브티를 입으로 털어 넣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방문을 나간다. 그런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되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갑자기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지?’

 

 하인츠와 잡담을 나눌 때에는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빨리 갔는데.. 이놈의 옆에 앉아있는 돌덩어리 같은 형, 알로이스. 동생이 이렇게 심하게 긴장하고 있는데도 혼자 태평하게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다.

 

 ‘에휴.. 내가 차라리 인형을 하나 만들어 와서 옆에다 앉혀 둘 걸.. 그게 훨~씬 도움이 됐을 텐데...’

 

 15분 후. 내 손톱들이 하도 많이 물어 뜯겨서 피가 고이기 시작할 때 쯤, 방문이 열리더니 하인츠와 안내자가 들어온다. 하인츠는 바로 전에 들어온 면접생과는 달리 뭔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내 옆자리에 다시 앉는다. 나는 다급하게 묻는다.

 

 “하인츠!! 어땠어? 잘 대답했어? 뭐 물어봤어? 엔조 교수가 특별한 말 안했어?”

 

 “하하. 카렐. 하나씩 물어봐. 뭔가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긴 했는데... 근데 이상하게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 잘 기억이 안나... 아 그리고 엔조 교수가 내 헬릭을 스캔해 보고선, 내 능력이 평생 저주를 받은 능력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그 누구보다 축복 받은 능력이 될 수 있다는 오묘한 말을 해줬어.”

 

 “헉. 지.. 진짜? 그럼 된 거 아냐? 부럽다~ 날 보면 뭐라고 해주려나? 아니 내 헬릭을 못 보는 것 아닐....”

 

 내 말이 차마 끝나기도 전에 안내자가 외친다.

 

 “다음 면접자는 체르니 아나키의 브로드 시에서 온 카렐입니다. 가지고 오신 짐들을........”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시야가 새카매져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내 차례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 하인츠한테 좀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급히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옷매무새를 점검한다. 그리고는 하인츠와 똑같이 허브티 한 컵을 그대로 들이켜 버린다. 허브티를 머금은 채, 잠시 눈을 감고 자기 암시에 들어간다.

 

 ‘그래. 면접 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지네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뽑고 아님 말겠지. 까짓 거 얼마든지 공격 해 보라고!’

 

 미칠 듯이 폭발하는 긴장감을 결연한 의지로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둔 형이 나의 등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는다. 하인츠도 응원한다.

 

 “카렐.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고. 박살내고 와. 너 면접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갈 때 같이 가자.”

 

 어째 만난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은 하인츠가 형보다 더 큰 힘이 된다. 나는 당당해 보이는 척 힘차게 걸어 문을 열고 나간다. 그 앞에는 사악한 면접 안내자가 잔인하게 씨익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그를 따라 복도의 끝을 돌자마자 바로 있는 방 문 앞에 선다. 안내자는 내게 방긋 웃으며 말한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면접을 받으시면 됩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기계적이지만 친절한 말투로 그가 말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나를 약 올리는 것 같은 느낌. 나는 크게 한숨을 몰아쉬곤 당당해 보이는 척 연기를 한다. 그러고선 드디어 악마의 소굴로 향하는 문을 힘차게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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