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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클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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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참을 두들겨 맞은 듯
작성일 : 18-07-24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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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면접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빈 의자가 하나. 그리고 그 앞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면접관들의 테이블. 형이 말한 대로 네 명의 면접관들이 앉아서 나를 흥미롭게 쳐다본다. 나는 그들의 기에 눌리기 싫어 큰소리로 외친다.

 

 “안녕하십니까? 그룬돌프 고등대학교 특별 전형에 지원한 카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맛! 깜짝이야!! 홍홍홍~”

 

 “저는 심장이 떨어질 뻔했네요.”

 

 내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몇몇 면접관들이 웃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가장 크게 웃었던 후덕한 인상의 면접관이 말을 꺼낸다.

 

 “반가워요. 카렐 군. 굉장히 씩씩하네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긴장 좀 풀도록 해요. 홍홍홍~”

 

 ‘홍홍홍~’ 웃는 저 분이 형이 말한 그 인자한 면접관인가 보다. 나는 의자에 앉아 앞에 놓여있는 물을 한 잔 마시며 면접관들을 살짝 둘러본다. 가운데 두 명은 형이 말한 조금 깐깐한 면접관들 인 듯 하고, 제일 왼쪽에는 천으로 눈을 가린 엔조 교수가 앉아 있다. 산사람이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꽤나 섬뜩하다. 잠시 후, 후덕한 인상의 면접관이 말을 꺼낸다.

 

 “카렐 군. 체르니 아나키에서 게를락 아나키까지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여행 중 별 일 없었나요?”

 

 “네. 아나키 라인 근처 산에서 굶주린 늑대 무리에 습격을 당해서 부상을 입었지만, 이젠 괜찮습니다.”

 

 “어맛! 굶주린 늑대 무리를 만났다고요? 게다가 부상까지요? 괜찮아요?”

 

 좋아! 찬스다. 헬릭 장애인인 내가 유일하게 어필 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할 수 있는 바로 그 찬스!

 

 “네. 아버지와 단 둘이서 데겐하르트로 오는 중에 갑자기 은빛늑대 무리들이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녀석들이 제 오른팔과 왼다리를 물고 늘어져서, 팔다리의 뼈가 보일 정도로 너덜너덜해지는 부상을 입었었죠. 하지만 제가 가진 능력으로 보시다시피 지금은 말끔하게 아물었습니다.”

 

 나는 소매를 걷어 올려 확인시켜준다.

 

 “오 저런! 카렐 군이 작성한 지원서에는 헬릭 장애가 있다고 쓰여 있는데 독특한 능력이 있나보네요. 면접 전에 면접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평범한 멘트에서부터 카렐 군은 우리를 놀라게 하는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면접을 시작해 볼까요? 카렐 군이 상처를 회복한 능력도 차차 알아가 보도록 할게요.”

 

 나는 첫인상으로 면접관들이 내게 흥미를 느끼도록 만드는 데에 성공한 것 같다.

 

 ‘좋아 이대로 쭈욱 가자고!’

 

 “우선 면접관 소개부터 간략히 할게요. 왼쪽부터 엔조 교수님, ‘오딜리아(Odilia)’ 선생님, ‘스타인(Stein)’ 교수님, 그리고 저는 진행을 맡은 ‘델라 (Della)’라고 해요. 카렐 군도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줄래요?”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룬돌프 특별 전형 지원자 카렐이라고 합니다. 체르니 아나키의 작은 도시 브로드 시에서 왔습니다.

 저는 지원서에 썼다시피, 선천적인 헬릭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심장에 헬릭 포켓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장애는 헬릭이 심장으로 모이지 않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유형과, 온몸의 세포에 헬릭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모이지 않는 유형이 있는데 전 후자에 속합니다. 세포에 고정되어 있는 헬릭들이 포켓으로 모이지 않아 최소한의 토크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방의 치유사 출신인 저희 어머니의 능력을 제 몸에 품고 있어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늑대 무리의 공격으로 인한 심각한 부상도 빠른 시간 내로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저만의 독특한 자가 치유 능력을 바탕으로, 그룬돌프의 우수한 교육 환경에서 저만의 포켓을 만들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꼭 그룬돌프를 빛내는 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수없이 연습했던 자기소개를 끝냈다. 형의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줄 것 같아서 과감히 빼버렸다. 나의 소개가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면접관들이 전보다 더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본다. 인상이 깐깐해 보이는 스타인 교수가 내게 질문한다.

 

 “자기소개를 잘 들었습니다. 카렐 군의 형이 우리 학교 우수 학생인 알로이스 군이죠? 혹시 카렐 군 풀 네임을 물어봐도 될까요? 원래 풀 네임을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만 특별 전형 지원자의 능력과 잠재성을 최대한 알아보고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알고 싶군요. 뭐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제 풀 네임은 ‘카렐 세들락 융 (Karel Sedlak Jung)’입니다.

 

 “성이 융? 제가 알기론 형의 풀 네임은 ‘알로이스 융 세들락 (Alois Jung Sedlak)’인데 그러면 카렐 군은 알로이스 군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겠군요. 흠...”

 

 자식이 아버지 속성을 닮았으면 부계의 성씨를 물려받고, 어머니 속성을 닮으면 모계의 성씨를 물려받는 것이 서부 아나키 연합의 특성. 그래서 성씨를 묻는 것은 그 사람의 헬릭 속성을 알 수 있는 정보이기에 묻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난 나의 능력을 모두 공개하여 이 특별 전형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면접 중.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풀 네임을 공개한다. 형은 아버지 속성을 타고나서 아버지와 같은 세들락이란 성을 쓰고 세들락 가문의 비기를 전수받았다. 반면에 나는 엄마의 속성을 타고났기에 모계의 성을 쓰고 그 가문의 아이인 것이다. 내가 희귀한 속성인 형과 아버지 가문이 아니란 사실에 질문을 던진 스타인 교수라는 사람이 꽤나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네. 형은 부계의 속성이고, 저는 모계의 속성이라 형과는 다른 성을 쓰고 있습니다.”

 

 “흠.. 그렇다면 희귀하고 강력한 존재 소멸 속성은 아니란 말이군요. 그러면 카렐 군 모계의 속성은 어떤 것인가요? 가문의 비기는 전수 받았나요?”

 

 “아... 그게... 제가 모계의 속성이지만 헬릭을 사용할 수 없어서 전수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형에게 시술하여 성공한 대체 포켓을 제게도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 시술에 필요한 필수 재료를 구하러 동방으로 떠나신 후로 10년 째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하지만 형의 최소한의 토크를 만들 수 있는 대체 포켓의 원리를 알고 있어서 저 또한 그룬돌프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최소한의 토크를 만들.....”

 

 스타인 교수가 나의 말을 끊으며 불쑥 말한다.

 

 “그렇다는 것은 카렐 군은 현재 아무런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란 말이군요.”

 

 “아.. 네... 하지만 저는 온몸의 세포에 헬릭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토크만 해결하면...”

 

 그는 또다시 말을 끊으며 실망하듯 말한다.

 

 “알겠습니다. 5년 전 처음 특별 전형이 생겼을 때 알로이스 군도 지금 그 자리에서 면접을 봤었죠. 하지만 카렐 군의 면접은 그 때완 많이 다르군요.”

 

 나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자기소개에서 형의 이야기를 뺐던 이유는 형에게 의존하기 싫다는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진심은 어쩌면 형과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의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에 비교당하기 싫은 내 알량한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처음엔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스타인 교수는 종이위에 펜으로 선을 찍찍 그어 버린다.

 

 ‘아.. 끝인가? 아니지. 이대로 무너질 수 없어.. 아직 나의 자가 치유 능력이란 카드가 남아있지..’

 

 “제가 아까 자기소개를 할 때 알로이스의 동생이라는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룬돌프에서 우수한 학생인 형과 비교당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형이 가지지 못한 우수한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자가 치유 능력이죠. 그래서 저는 웬만한 상처나 질병이 저절로 빠르게 치유됩니다.”

 

 “흠.. 헬릭을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몸을 치유하죠? 혹시 모계의 속성이 연관이 있는 건가요?”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지 말로는 어머니가 자신의 속성과 저의 독특한 장애가 만나 생긴 우연한 축복이라고 말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우연한 축복? 흠... 그렇다는 말은 모계 쪽 가문 사람들은 그런 장애가 없기 때문에 카렐 군 같은 자가 치유능력은 없다는 말이겠군요. 그러면 축복받은 그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장래 계획이 있나요?”

 

 “아... 어.. 음...”

 

 “혹시 알로이스 군처럼 검술에 능한가요? 검술과 자가 치유 능력이면 꽤 유능한 검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아뇨.. 저도 어릴 때, 잠깐 검술을 배웠지만 전혀 소질이 없어서 이후론 배우질 않았습니다.”

 

 “흠... 그러면 그 능력은 그저 건강을 유지시켜줄 보호 수단으로 밖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군요.”

 

 “네... 그렇긴 하지만..”

 

 “잘 알겠습니다.”

 

 그 재수 없는 스타인이란 교수는 또 내 말을 끊어버리곤 종이 위에 줄을 찍찍 긋는다. 곧이어, 잠자코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오딜리아라는 교사가 말을 꺼낸다.

 

 “제가 질문 하나 하죠. 그럼 카렐 군은 그룬돌프에서 어떻게 대체 포켓을 만들어 최소한의 토크를 일으킬 계획인가요?”

 

 “음... 그건... 제가 앞으로.. 주욱...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힌트를 얻어서...”

 

 큰일이다. 예상 밖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려버렸다.

 

 “카렐 군. 다음 대답부터는 말끝을 흐리지 말고 정확하게 이야기 해 주세요. 지금은 면접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아. 네..”

 

 “제가 정리해볼게요. 그럼 카렐 군은 ‘그룬돌프에서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그 대체 포켓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답변인가요? 그 말인즉슨, 그룬돌프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훗날에 헬릭을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라는 말이겠군요.”

 

 오딜리아 교사는 스타인 교수보다 더 심하다.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본인이 생각한대로 단정을 지어버리는 타입의 사람이다. 너무나 냉혹한 스타인과 오딜리아의 원투 펀치에 나는 의욕을 잃어버린다. 슬슬 이 면접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예감이 된다.

 

 ‘불합격..’

 

 오딜리아 교사는 아직도 내 지원서를 읽어 내려가면서 내게 마지막 피니쉬를 날릴 준비를 하는 것 같다.

 

 “흠.. 카렐 군의 초중등학교 성적은 중상위권 정도군요. 헬릭을 문제없이 사용하는 일반 학생들 중에서도 최상위권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는 곳이 그룬돌프인 건 알고 있죠? 카렐 군이 만약 입학하게 되더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저는 의문이군요.”

 

 결국 그녀의 피니쉬가 날아왔다. 나도 마지막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려본다.

 

 “제가 장애가 없는 일반 학생이었더라도 이곳에 입학할 성적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룬돌프가 특별 전형을 만든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고등학교 입시 전형으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능력의 학생들을 뽑아 잠재성을 이끌어 내어 학교를 빛낼 만한 특별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전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저의 잠재성을 보고 뽑아주신다면 형을 넘어선 최우수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딜리아 교사의 피니쉬에 얼떨결에, 준비해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어 버렸다.

 

 ‘젠장.. 이대로 끝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데...’

 

 잠자코 듣고만 있던 델라가 입을 연다.

 

 “홍홍홍~ 카렐 군 아직 면접이 끝난 게 아니랍니다. 특별 전형의 지원자들은 모두 엔조 교수님의 헬릭 스캔을 받아야 해요. 엔조 교수님?”

 

 눈을 가리고 있는데다가 시체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던 엔조 교수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마치 시체가 관짝에서 일어나면서 씨익 웃는 모습 같다. 형이 분명 인자하신 분이라고 했는데 외형으로는 으스스하기 그지없다.

 

 “이제 제 차례인가요? 카렐 군의 마지막 답변이 참 멋졌어요. 그게 바로 특별전형을 만든 이유죠. 일단 제 헬릭 스캔만으로 카렐 군의 잠재성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카렐 군이 그룬돌프에 입학해서 잠재성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볼게요. 제 작은 소견은 절대적이 아니고 참고 사항 정도는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제가 한 번 살펴 볼 수 있을까요?”

 

 엔조 교수는 눈을 가리고 있던 잿빛 천을 벗는다.

 

 ‘헉-’

 

 천을 걷어낸 그의 모습은 전보다 더 섬뜩하다. 눈동자가 없는 흰색 눈이었기 때문. 아마 진짜 시체가 살아난다면 저런 모습 일 것이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써 침착한 척한다.

 

 “제 모습이 꽤나 섬뜩하죠?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자 그럼 시작 하겠습니다.”

 

 헬릭 스캔이란 것을 딱히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걱정이 앞선다.

 

 ‘그냥 살펴보는 것인데 뭐 아프기야 하겠어?’

 

 엔조 교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헬릭을 눈에 집중시킨다. 갑자기 그 하얀 눈이 더 하얀 빛으로 뒤덮인다. 엔조 교수는 흰색의 안광을 내뿜으며 천천히 나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콰다다다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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