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처럼 시간이 흘러 벌써 금요일 오후다. 첫 주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다.
일주일 새에 벵큐의 정치가적 기질로 인해, 우리 무리?는 8명 정도로 늘어났다. 형의 명성으로 이뤄진 무리라서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것보단 훨씬 좋기에, 그냥 즐기고 있다. 그리고 뭐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도 없으니.
반 친구들과도 제법 친해져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학생들에 관해서 자주 이야기 나누는데, 역시나 몇몇 예쁜 학생들의 인기가 벌써부터 높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큰 이목을 끌지 않는 ‘주자나 (Zuzana)’라는 여학생에게 묘하게 끌린다. 나와 같은 체르니 아나키 출신인 그녀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수업에 매진하는 모범생. 하지만 내 인사를 받아줄 때에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아주 잠깐 지어주고선 다시 차가워진다. 그런 그녀의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내 마음을 뒤흔든다. 겉은 냉소적으로 보여도 속은 따뜻한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다. 앞으로 주자나와 가까워져 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녹여주고 싶다는 욕망을 꿈꿔본다.
수업들도 대체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기 수업이 시작되는 다음 주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실기 수업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내 장애가 만천하에 드러날 그 순간이 두려워진 것이다.
‘내가 헬릭 장애인 걸 알면 주자나가 싫어하지 않을까? 벵큐와 아이들은 내가 강하다고 생각할 텐데 실망해서 떠나면 어떡하지? 괜히 드러나기 전에 내가 먼저 밝히는 게 나으려나?’
한 주의 수업이 끝난 이 기분 좋은 날, 내 침대위에서 벌써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나는 복잡한 생각을 애써 지우며 선택과목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선택과목은 첫 주에 계속 똑같은 내용만 수업을 했었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몇몇 과목들을 자유롭게 청강해 볼 수 있었다. 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얻기 위한 헬릭학 관련 과목들과 동물 및 몬스터, 테이밍, 변신술 등등의 관심 분야 위주로 정했다. 치유술도 관심분야였으나, 무서운 오딜리아 선생님의 영향으로 포기했다. 역시나 하인츠는 온통 역사와 고대 기술 관련 과목들, 그리고 그의 공속성 헬릭을 극대화하기 위한 나와 같은 헬릭학 관련 과목들로 정한 듯싶다. 일주일간의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내 미래에 영향을 끼칠 선택과목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숙사 방문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렸던 이는 바로 엔조 교수님을 부축해왔던 그 조교.
“네가 카렐이니?”
“네. 엔조 교수님의 조교 아니신가요? 그런데 어쩐 일로 1학년 기숙사까지 오셨어요?”
“응 맞아. 다름이 아니라 엔조 교수님이 너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 보더라. 지금 바쁘지 않으면 엔조 교수님 사무실로 가지 않을래?”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엔조 교수님이 면접 때, 내가 입학하면 엄마와 나의 능력에 대한 가설을 꼭 말 해 주겠다고 하셨지!’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그 조교를 따라 대학부 건물의 엔조 교수님 사무실로 들어간다.
엔조 교수의 사무실은 향긋하게 기괴한 느낌. 사방에 퍼져있는 기분 좋은 향기와는 대조적으로 각종 동물과 몬스터의 시체들이 유리병 속 용액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 사무실을 밝게 비춰주는 헬릭 조명만 아니었으면 분명 겁을 먹고 들어오지 않았을 듯. 징그러운 동물의 시체들이 놓인 선반을 지나치자 어두운 사무실의 귀퉁이에 눈을 가린 엔조 교수님이 편하게 앉아있다.
“왔군요. 카렐 군. 제 앞 의자에 편하게 앉아요.”
“네. 안녕하세요. 교수님. 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왠지 카렐 군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아.. 네.. 혹시 면접 때 말씀하셨던 엄마와 제 능력에 관한 이야기 인가요?”
엔조 교수님의 눈을 가린 천 아래에 겨우 보이는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맞아요. 그럼 면접 때 한 약속을 지켜야겠죠?”
“아. 네. 저도 그동안 너무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말씀해 주세요.”
“하하. 제가 한동안 카렐 군을 힘들게 만들었나 보군요? 하하. 어찌됐건... 면접 이후로 생각을 정리해 보니 카렐 군 능력에 대한 제 가설이 맞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저번에도 이야기 했다시피, 제 헬릭 스캔 능력으로 카렐 군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볼 수 있었고, 모리부스 검사 결과로 카렐 군의 속성이 다른 헬릭을 붙이는 속성임을 알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카렐 군의 신비한 자가 치유 능력까지.. 이렇게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실은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한 번 삼킨다.
‘드디어 아버지도 잘 모르는, 내 능력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있으려나?’
“제 수업 시간에 정신 에너지는 영혼이자 헬릭이라고 가르쳤었죠? 기억해요?”
“아? 네. 헬릭과 생명정보가 합쳐진 개념이 영혼이라고..”
“훌륭한 학생이네요. 본론으로 넘어가서, 모든 치유술사들은 남의 헬릭을 다루거나 본인의 헬릭을 환자의 몸에 침투시켜 병이나 상처를 치유를 해야 하죠. 제가 동방 치유술은 잘 모르지만 조사해 본 바로는 치유술사가 두 손가락을 환자의 손목에 대고 천천히 헬릭을 주입시켜 돌아오는 본인의 헬릭의 상태를 보고 건강 상태를 진단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 헬릭은 이 세계의 수많은 속성들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입자형태라고 하더군요. 물론 치유사 가문마다 그 입자를 만드는 비법은 모두 다르겠지요. 그래도 카렐 군 어머님의 치유 원리도 다른 동방 치유술과 대충 비슷할 겁니다. 아마도.. 이건 제 예상이지만, 카렐 군의 어머니 가문의 비법은 말이죠... 음.. 말을 해도 되려나...”
엔조 교수님은 남의 속성 비밀을 파헤치는 게 아직 찝찝한 듯.
“괜찮아요. 교수님. 저는 가문의 비기가 어떤 건지 구경도 못해본 사람이에요. 즉, 비밀이 없으니까 숨기고 싶은 것도 없단 말이죠.”
“험.. 험. 그럼.. 뭐 실례가 아니라, 카렐 군을 위해서 분석한다고 믿어주세요. 흠.. ‘어머니 가문의 속성은 다른 헬릭들을 본인의 헬릭에 붙일 수 있기에 여러 가지 헬릭 속성들을 붙여 만든 거대 헬릭 입자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분명 어머님도 카렐 군이 어렸을 때 모리부스 검사를 통해 본인과 같은 속성을 타고 난 것을 알았을 거예요. 그리고 아까 말한 ‘헬릭 입자 주입술’ 같은 동방 치유술로 카렐 군을 진단을 해봤음에도 틀림이 없겠죠. 하지만 여기서 카렐 군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을 거예요. 아마도 그녀가 카렐 군에게 헬릭 입자를 흘려보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네? 아까는 동방 치유술사들이 돌아온 헬릭 입자로 진단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랬죠. 하지만 카렐 군은 아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카렐 군의 몸으로 흘려보낸 어머님의 헬릭 입자들이 카렐 군의 몸속에 머물러 버렸을 겁니다. 분명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는 계속해서 본인의 헬릭 입자를 카렐 군에게 계속해서 주입을 했을 거예요. 결국 카렐 군의 모든 세포에 어머님의 헬릭이 다 퍼진 후로는 그녀의 헬릭이 다시 온전하게 돌아오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녀는 분명히 의아했겠죠? 하지만 현명하신 분이기에 금세 그 이유를 짐작했을 거예요. 카렐 군의 특이한 장애에 대해서요. 어쨌든 세포에 퍼져서 고정되어있는 카렐 군의 장애로 인해서, 제 스캔 능력에도 보일만큼 커다란 크기의 어머니의 치유 헬릭 입자들이 카렐 군의 온 세포에 남아 독특한 자가 치유 능력이 생겼을 거예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모든 세포에 미세한 포켓 구멍들이 나 있어서 심장에 강력한 포켓을 만들 수 없는 장애이니, 엄마의 커다란 치유 헬릭 입자들이 모든 세포에 퍼져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근데... 이상한 점 하나가 있어요. 그러면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형은 왜 자가 치유 능력이 없을까요? 분명 형에게도 엄마가 헬릭을 주입해 봤을 텐데요?“
“저도 그 점에서 꽤나 고민을 했었지만 쉬운 답이 있었죠. 카렐 군과 알로이스 군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뭘까요?”
“음.. 헬릭 속성?”
“바로 그거죠! 알로이스 군은 부계의 존재 소멸 속성, 카렐 군은 모계의 헬릭을 붙이는 속성이죠. 바로 거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 제 가설은 카렐 군의 붙이는 속성과 어머니의 붙이는 속성이 서로 상호작용해서 굉장한 힘으로 서로 붙어있게 된 것이지요. 알로이스 군에게 흘려보낸 헬릭은 어머니의 붙이는 능력이 단방향으로만 작용하여 세포들에 안착하지 못하고, 쉽게 떨어져 나갔겠죠. 하지만 카렐 군은 쌍방향으로 작용하여 매우 단단하게 고정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카렐 군의 붙이는 속성과 어머니의 붙이는 속성이 서로 상호작용해서 단단하게 붙어있는 것이죠. 그것도 온몸의 세포에.”
나는 먹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머릿속으로 한줄기 햇살이 비치면서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야 축복 받은 내 능력에 대한 실마리가 잡혔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 이후로 엄마를 본 적이 없고, 그 때보다 훨씬 성장해서 세포 수도 훨씬 늘어났을 텐데 어떻게 엄마의 헬릭이 아직도 모든 세포에 남아있는 거죠?”
“그건 저도 명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모계의 비기이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니의 치유 헬릭 입자가 다른 이의 몸속에서 스스로 재생산해서 상처나 질병을 계속 치유하는 능력. 마치 카렐 군의 헬릭인 양, 늘어난 세포까지 어머니의 헬릭이 스스로를 재생산시켜서 신체를 보호하는 것. 그게 아마 어머니 가문의 비기이지 않을까 예측해요. 하지만 어머니가 카렐 군과 같은 장애가 있지 않으셨으니, 아마 본인은 카렐 군 같은 자가 치유능력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스스로 재생산하는 헬릭이라.... 만약 엔조 교수님의 가설이 맞다면, 헬릭이 마치 생명체인 것 같은 희귀한 비기이다. 나는 점점 엔조 교수님의 추측이 맞을 거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씩 풀린다는 기쁨에 사로잡혀 흥분이 된다.
“감사합니다. 엔조 교수님. 덕분에 제 속성과 자가 치유능력의 비밀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비록 저는 헬릭 장애인이지만, 그 장애와 엄마의 헬릭이 교묘하게 얽혀서 자가 치유능력이란 큰 축복이 된 것도 알게 되었고요.”
엔조 교수님이 입 꼬리를 크게 올리면서 말한다.
“제 눈에 보일정도로 커다란 치유 헬릭 입자를 발산하는 어머님은 분명 매우 훌륭한 동방 치유사일 거예요. 그 헬릭을 카렐 군에게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아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에게도 커다란 축복이죠.
제가 수업 시간에 헬릭은 영혼이라고 가르쳤죠? 카렐 군은 몸속에 어머니의 영혼을 품고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어머니와 헤어져 있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카렐 군은 그녀와 늘 함께 있는 거예요.
어쨌든 카렐 군은 그룬돌프에서 헬릭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토크를 일으킬 방도만 찾도록 노력해요. 물론 저도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지 힘껏 도와줄게요. 토크만 확보하면 카렐 군은 온몸에 헬릭이 퍼져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쉽고 빠르게 내부 힘으로 전신을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알로이스 군처럼 말이죠.“
“네. 열심히 공부할게요. 교수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많이 바쁘지 않으신가요? 저 한 명을 위해서 교수님의 시간을 너무 잡아먹지는 않았는지...”
“바빠도 카렐 군은 제겐 특별하죠. 눈이 멀고 처음으로 완벽하게 형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인 걸요! 미안한 부탁이긴 한데... 온 김에 제가 잠깐 스캔 해봐도 될까요?”
“그럼요! 교수님은 언제든지 저를 보고 만지셔도? 돼요.”
엔조 교수님의 눈이 하얀 빛으로 물든다. 면접 때만큼은 아니지만 엔조 교수님은 역시나 크게 감탄한다. 한참동안 나를 훑어보고 내 손을 주물 거리던 교수님은 다시 천으로 눈을 가린다.
“이제 곧 저녁 시간인데 밥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요. 카렐 군은 수업이 끝나면, 언제든지 제 사무실로 찾아와도 좋아요. 카렐 군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나는 학교생활 일주일 만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엔조 교수님과의 만남을 계속 가지다보면, 왠지 생각보다 빨리 대체 포켓을 만드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엔조 교수님의 이 말이 내 뇌리에 박혀있다.
‘엄마는 나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기숙사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채로 엔조 교수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어 본다.
‘어차피 난 심장에 포켓을 만들지 못하니까 발산을 이용한 능력들은 포기해야겠다. 하지만 내부 힘은 작은 토크로도 가능하니까 대체 포켓을 찾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난 장애로 인해서 신체 내 구석구석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힘을 퍼뜨릴 수 있다. 내부 힘에선 오히려 누구보다 유리하다. 그러면 형처럼 내부 힘을 위주로 나의 진로를 결정해야겠네..
흠.. 뭐가 있을까? 내 헬릭을 붙이는 속성을 온몸에 퍼뜨리면...? 온 천지의 헬릭을 붙이고 다니는 끈끈이가 되겠지.... 그게 쓸모가 있는 능력인가? 내 속성은 발산이 아니면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데... 젠장.. 나도 형처럼 존재 소멸이면 참 편할 텐데.. 꽉 막힌 벽을 맘대로 통과해 다니고, 위급하면 땅으로 꺼져서 숨어버리고... 에혀... 난 그냥 내 속성에만 국한 돼서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신체의 무게를 소멸시켜서 가볍게 뛰어다니는 검사? 아.. 난 무기랑 안 친하지.. 아니면 신체의 빛을 소멸시켜서 투명 인간이 되어볼까? 아니면 근육과 피부를 단단하게 강화시켜 절대방어를 할까? 그럼 몬스터랑 싸울 때 공격은 어떻게 하지? 그냥 맷집 좋은 돌덩이밖에 안 되겠구나...
오오! 아니면 형과 같은 존재 소멸을 익힐까? 흠.. 그 속성을 타고난 형도 아주 짧은 시간 전신을 존재 소멸 시키는 데에 몇 년이 걸렸는데... 나는 몇 십 년은 걸리겠군. 아니면 형의 존재 소멸보다 하위단계에 속하는 물질 소멸 중에,, 그 뭐더라? 세포 물질 소멸 속성인가? 그거만 익혀도 웬만큼 작은 구멍들은 연기처럼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심지어 존재 소멸보다 훨씬 헬릭 소모도 적기도 하고.. 아.. 머리아파 죽겠네.’
머리가 지끈해지는, 답 안 나오는 장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동아리 책자를 넘겨보기 시작한다.
‘흠... 여러 동료들과 함께 그룹으로 모험하지 않고, 소규모 인원으로 모험을 하려면 공격과 수비가 모두 되어야 하는데.
흠.. 바드 동아리? 바드도 연주에 헬릭을 발산해야 하니까 난 아웃. 테이머 동아리? 테이밍을 배워서 나를 지켜주는 동물들을 끌고 다닐까? 강한 동물은 헬릭 발산으로 동물을 길들인다던데... 아쉽지만 아웃.. 치유술은... 발산도 못하는데 남을 어떻게 치료해.. 아웃. 무기술 동아리? 그냥 아웃.. 오오! 이건? 원거리 무기 동아리? 활이나 쇠뇌를 쏘는 건데? 난 가능 하려나? 아.. 이것도 화살이나 볼트를 생성해서 쏘는 것이 기본이니 발산 힘이 필요하겠구나.. 아웃. 원소 마법 동아리 협회? 에라이~ 이건 꿈도 안 꿔봤다...
제기랄. 내부 힘만 익히는 모험가들은 보통 무기술을 쓰는 전사들인데.. 주요 헬릭 전투기술들은 발산 힘에 치중되어 있는 이 현실이 너무 싫다. 내부 힘으로 무기를 다루지 않고도 강해지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생산직종을 선택해야하나? 아.. 생산직도 발산해야 하지... 에혀....’
나는 엔조 교수님과의 대화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모험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탐색해 봤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머릿속만 더 복잡해졌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온몸을 단단한 돌이나 금속의 경도로 촉진시켜 순전히 얻어맞는 방어 전문 탱커가 되는 것 정도? 아니면 형의 하위 호환인 신체 물질 소멸 정도? 그렇게 좌절을 하며 동아리 리스트들에 줄을 그어 간다.
‘이제 리스트에 남은 것은... ‘위험 동물, 몬스터 연구회’, ‘그대는 모험가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모험에 필요한 기본 스킬 연습’, ‘실전 변신술’..... ..... ..... 가만....? 어라...? 혹시....? 이거.... 이거.......! 이거...!!! 가능하겠는데?‘
오늘만 벌써 두 번이나 머릿속에 햇살이 비치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오랫동안 엉켜있던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변. 신. 술! 나는 그저 새로 변신해서 하늘을 날아보고, 네 발 동물로 변신해서 평원을 달려보고, 물고기로 변신해서 자유롭게 수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있었다. 하지만 만약 강력한 동물이나 몬스터로 변신한다면?
전투 시, 공격, 방어의 완벽한 조합과 전략을 짜고 자시고 할 것 없지 않을까? 그저 인간보다 우수한 신체 능력을 가진 몬스터로 변신하면 헬릭 발산을 하지 않고도 전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세포에 헬릭이 퍼져있는 나는, 내부의 힘만으로 온몸을 변화시켜야 하는 변신술에 큰 이점이 있지 않은가!
나는 흥분에 사로잡혀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곧바로 변신술에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의 불꽃이 나의 뇌를 뜨겁게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