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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클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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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절정, 정점, 최고조
작성일 : 18-08-06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8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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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우-! 뿌뿌뿌뿌뿌우우우-!

 

 “이야!!!! 와!!!”

 

 경기장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엄청난 크기의 함성소리와 나팔소리에 귀가 멀 지경. 하지만 나도 최고조의 희열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형은 모래 위에 앉아서 치유 팀에게 화상 입은 부위를 응급 처치 받고 있다. 파트리시오도 그 옆에 누워서 응급 처치를 받고는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다행히 높은 높이에서 떨어졌어도 모래 위라서 그런지 그의 생명에는 지장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저 큰 충격에 놀라 기절을 했던 것 같다. 대강의 응급 치료가 끝나고 심판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 장내 아나운서가 크게 외친다.

 

 “대학부 헬릭 전투 개인전 16강전 제 4경기!! 승자는....!!!! 게를락 아나키, 그룬돌프 대학교의 아~~~~~~~ㄹ로이스!!!!!!!!!!”

 

 “와아아!!!”

 

 심판은 형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렸고 관중들은 다시 한 번 환호를 보낸다. 경기 전에 얄밉게 도발을 일삼았던 파트리시오가 형에게 와서 쿨하게 손을 내민다. 형도 그 손을 맞잡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생각보다 파트리시오는 성격이 시원시원한 선수인가보다. 관중들은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고, 마지막에는 훌륭한 스포츠맨십까지 보여준 두 선수에게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경기장을 나와서도 축제는 계속된다. 곳곳에서 알로이스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만끽한다. 심지어 경기 전에 서로 죽일 듯이 으르렁댔던 붉은 옷 응원단들과도 한데 어우러져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형과 파트리시오 둘 다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기에 승자도, 패자도 모두 즐거운 것 같다. 이 기분을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그룬돌프 기숙사 점호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급하게 기숙사로 돌아간다.

 기숙사에서도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온통 형의 승리. 지나가다가 나를 발견한 사람들은 모두 내게 와서 대신 축하를 전한다. 내가 치른 경기는 아니지만 괜히 뿌듯함을 느낀다. 취침시간에도 흥분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하인츠와 벵큐와 한참동안 수다를 떤다. 헬릭 전투에 별 관심이 없던 하인츠도 직접 관람을 하고선 그 재미를 찾은 듯하다. 벵큐는 이번에도 역시 전문가 같이 경기를 분석해 준다.

 

 “솔직히 나는 오늘 알로이스 선배님이 많이 불리하다고 생각했어. 발산계 화염 마법사, 그것도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는.. 게다가 황량한 사막 지형까지 나와 버렸지. 그래서 알로이스 선배님은 그의 무자비한 화염 마법을 피할 수 있는 엄폐물이 아예 없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파트리시오의 맹공에 알로이스 선배님은 속절없이 피해만 다녔고, 결국 모래 언덕까지 내몰렸지. 아마 파트리시오가 일부로 그쪽으로 선배님을 몰았던 것 같아.

 알로이스 선배님이 더 이상 뒤로 도망치지 못하게 되자, 파트리시오가 동시에 여러 개의 폭발 파이어볼을 주변으로 뿌렸고, 알로이스 선배는 신체를 존재 소멸로 겨우 피했지. 내 생각엔 거기까지도 다 파트리시오의 계산이었을 거야.

 일부러 모래 먼지를 일으켜 알로이스 선배의 주변을 뒤덮은 다음에 엄청난 양의 불기둥을 내뿜어서 분진폭발을 유도하기 위해서겠지.”

 

 “분진 폭발?”

 

 “응. 밀가루가 공중에 흩날리는 곳에 작은 불꽃이라도 튀면 크게 폭발하는 거 알지? 그걸 노리고선 일부러 모래 먼지를 크게 일으켰을 거야. 그 다음엔 불기둥으로 모래 분진폭발을 일으켰었지. 곧바로 자신은 재빨리 개미지옥 구덩이 속으로 몸을 날려 피한 걸로 봤을 때, 분명 파트리시오는 분진폭발을 마지막 일격으로 준비해왔음에 틀림없어. 그땐 나조차도 알로이스 선배님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실로 엄청난 폭발이었으니까.”

 

 “하긴.. 나도 형이 죽은 줄 알고, 정신을 잃었었지..”

 

 “하지만 역시 알로이스 선배님은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몸에 화상만 입고, 당당히 살아남았지. 아마 폭발과 동시에 뒤에 있던 모래 언덕 안으로 신체를 존재 소멸 시켜 들어가서 피했을 거야. 물론 조금 늦어서 화상을 입었지만 말이야.

 그 후론, 본인의 헬릭을 쥐어짜내 최후의 일격을 날렸던 파트리시오를 향해 달려갔지. 그래도 파트리시오는 역시 헬릭통이 컸었어. 그 정도의 마법들을 날려대고도 또 공중으로 몸을 띄웠으니깐. 어쨌든 알로이스 선배님이 그를 잡으려고 공중으로 뛰었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었거든!! 공중을 나는 알로이스 선배님! 마치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검은 독수리 같았었지!!”

 

 “나도 놀랐어. 아래는 까마득한 개미지옥 위인데 형이 뛰어올라서. 근데 더 놀란건.. 형이 하늘을 날다니. 아니 점프를 엄청 높이 한 건가?”

 

 “아!!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 너무 멋있었어! 아마도 알로이스 선배님은 발산 힘을 쓰지 못하니깐 파트리시오처럼 공중을 날아오른 게 아닐 거야. 작년 예선전에서 딱 한 번 쓴 적 있는 신체 무게 소멸임에 틀림없어. 도약하는 순간 몸이 가볍게 붕 뜨는 거 봤지? 마치 깃털 같이 가벼워 보였다니깐!! 작년엔 조금밖에 못 올라갔었는데, 오늘은 완전... 어후.. 알로이스 선배님은 벌써 무게 소멸 속성도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이 분명해. 하여간 작년보다 훨씬 높이 도약한 알로이스 선배님은 그의 도로 베어 버리지 않고 파트리시오를 붙잡아 함께 개미지옥 밑으로 떨어졌지. 아! 당연히 파트리시오의 옷을 단단히 붙잡자마자 신체 무게 소멸을 취소시켰겠지?”

 

 “음.. 그래서 파트리시오랑 함께 엉켜서 개미지옥 아래로 떨어졌었지.”

 

 “맞아! 그 높이에서 깊은 개미지옥으로 떨어지면 아무리 모래 위라도 신체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거야. 하지만 알로이스 선배님의 주특기가 있잖아? 바로 신체 존재 소멸!! 선배님은 아마도 땅에 닿는 순간 신체를 존재소멸 시켰을 거야!! 그래서 땅을 그대로 통과하여 들어가면서 그 충격을 피했겠지. 하지만 파트리시오는 아니었지. 이후에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땅속에서 솟아난 후에 도를 목에 겨누고 끝. 아!! 알로이스 선배님이 파트리시오를 향해 뛰어 오른 그 아름다운 도약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내가 경기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형의 기술들을 벵큐가 잘 설명해 주었다. 이제야 형이 어떻게 승리했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잠을 청해보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형의 화상이 걱정 돼서인지.

 

 

 ***

 

 

 며칠 동안은 치유 병동에 입원해 있는 형의 면회가 금지되어 있어서 만나 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형을 걱정하며 학교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학교생활은 형 걱정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어져 버렸다. 경기 이후 나의 위상?이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 지나가면서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밝게 인사를 먼저 건넨다. 심지어 잘 모르는 다른 반 학생들도, 선배들도 ‘네 형 경기 정말 끝내줬어!’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형 덕분에 졸지에 나까지 인기인이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이뤄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 나는 하인츠와 함께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는 학교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벵큐와 아이들의 세력이 엄청나게 커져버려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너댓 명이던 인원이 열 명을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 그래서 우리는 항상 식당의 한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앉아 시끌벅적하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타인에 의한 인기가 조금씩 부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형의 승리에 도취되어 서로 껴안기도? 했던 주자나와는 급속도로 친해졌기 때문. 그녀는 전과 다르지 않은 차가운 얼굴로 여전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나와 대화할 때만큼은 환한 미소를 전보다 더 자주 지어 보인다. 심지어 나의 가벼운 농담에도 활짝 웃어주거나 맞받아 쳐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나고선 시내에 있는 체르니 음식 전문 레스토랑에 함께 가기로 약속도 받아 놓은 상태다. 하루 빨리 그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며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한다.

 

 

 ***

 

 

 중간고사 기간. 실기 과목을 연습할 수 없는 나는 남들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 자유시간이 많다. 하지만 어딜 가나 내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나를 따라다니는 벵큐와 아이들의 무리 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없는 느낌. 그래서 오랜만에 수많은 시선들로부터 벗어나 조용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엔조 교수님의 사무실에 방문한다.

 

 똑똑똑

 

 사익숙한 조교가 나와서 나를 맞아준다.

 

 “카렐? 엔조 교수님 뵈러 왔구나. 잠깐만 기다리렴.”

 

 그는 잠시 후에 문을 열고 나와 방으로 들어가 보라는 손짓을 한다. 아직도 징그러운 사무실에 진열된 동물 및 몬스터의 사체들과 독극물. 의자에 앉아있던 엔조 교수님이 나를 반겨준다.

 

 “카렐 군. 오랜만에 내 아지트에 방문했군요. 거기 앉아요. 무슨 고민이 있어서 찾아왔나요?”

 

 “안녕하세요. 엔조 교수님. 고민이라기보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어요.”

 

 나는 형의 헬릭 전투 경기 후에 갑자기 높아진 인기, 그 인기로 인한 즐거움과 불편함 등을 모두 토로한다. 엔조 교수님도 다 이해한다는 말로 나를 격려해 준다.

 

 “카렐 군의 학교생활이 굉장히 다이내믹 해졌겠네요. 곧 중간고사라 그것도 오래 가진 않을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나중가면 이런 인기가 그리워질 걸요? 후훗. 아 그나저나 카렐 군이 제가 맡고 있는 동물 몬스터 동아리에 가입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설마 제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죠? 농담이고요. 후훗. 혹시 포켓이 생기면 테이머에 도전해 보려고 하나요?”

 

 나는 변신술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된 것부터 그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 그리고 공부해온 것들을 모두 편하게 말한다. 엔조 교수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연다.

 

 “흠... 흥미롭군요. 포켓을 만들면 공부하고 싶은 능력이 변신술이라.... 하긴.. 카렐 군은 장애 때문에 내부 힘에 특화되어있고, 또 타고난 속성이 전투와는 거리가 멀어서 모험가가 되기엔 어려움이 많기도 하고... 흠...”

 

 중얼거리던 엔조 교수님이 다시 생각에 빠진 듯. 눈을 가리고 있는 천 때문에 생각에 잠겨있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다행히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 교수님.

 

 “미안해요. 제가 뜬금없이 생각에 잠겼죠?”

 

 “아.. 네. 전 주무시는 줄..”

 

 “후훗. 제가 좀 철면피이긴 해도,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잠에 빠질 정도의 철면피는 아녜요. 후훗. 잠시 속으로 카렐 군에게 깊이 감탄하고 있었어요.”

 

 “네? 감탄이요? 어떤..?”

 

 “후훗. 제 생각엔 카렐 군은 생각보다 더 현명한 학생인 것 같네요. 카렐 군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장점으로 살리면서, 모험까지 가능한 강한 능력은.. 카렐 군이 직접 찾아낸 변신술이 매우 적합한 것 같네요. 스스로 이렇게까지 빨리 어울리는 진로를 찾게 될 줄은 몰랐어요. 참 장하네요. 물론 어디까지나 포켓 문제를 해결한 후의 일이지만요.”

 

 “네. 그래서 동물 몬스터 동아리하고 변신술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변신술사들은 가문의 비기를 통해 전승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과연 이 길로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흠... 변신술사라...”

 

 곰곰이 생각에 잠긴 엔조 교수님이 갑자기 손가락을 ‘탁’ 튕기며 말한다.

 

 “아! 제가 모험을 한참 할 때, 매우 강한 동물들을 부리는 테이머 동료가 있었어요. 테이밍이나 변신술을 사용하는 전사가 많은 아프락스 대륙 출신 친구죠. 오래전부터 아프락스 대륙에는 수많은 위험 동물과 몬스터가 살고 있죠. 게다가 황폐한 자연환경까지 갖추고 있어 인류가 살아남기 매우 어려운 척박한 장소죠. 그런 곳에서도 살아남아온 여러 부족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단련이 되어있어요. 그 때문에 아프락스 대륙에는 유독 뛰어난 전사들이 많아요. 많은 부족들은 그들과 생존을 건 싸움을 하는 동물이나 몬스터를 길들이거나 혹은 직접 변신하는 술법을 많이 발전시켜왔죠.

 제 모험 동료도 그가 부리는 거대한 동물들로 우리들을 든든히 지켜주기도, 때론 상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기도 했죠. 제가 눈이 멀고 나선 모험 동료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여기저기에 정착해 살고 있어요.

 그 테이머 동료는 장벽 밖에 있는 아마데우스 아나키에서 저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카렐 군에게 소개시켜 줄게요. 그는 테이머이지만, 변신술사가 많은 아프락스 출신이기에 분명 카렐 군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읽은 수많은 변신술 책들에는 아프락스 대륙의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었다. 서부 아나키 연합에서 배를 타고 가면 제법 가까운, 동물과 몬스터의 천국 아프락스 대륙. 황폐한 지형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위험 생물들로 인해 인간이 살기 매우 척박한 곳. 하지만 강한 생물을 길들이는 테이머나 변신술사에게는 ‘최우수 연구 재료들의 보고’라고 불리는 곳.

 

 “엔조 교수님.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데, 테이머하고 소환술사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강은 알지만 세밀한 차이점은 잘 모르겠어요.”

 

 “테이머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을 길들여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고, 소환술사는 생물을 헬릭으로 생성하는 사람을 뜻해요. 테이머는 교감을 통해 가족의 일원으로서, 영혼을 가진 진짜 생물을 길들여 데리고 다니죠. 하지만 소환술사는 본인의 의지가 없이 본능만 있는, 영혼 없는 생물을 헬릭으로 생성해서 부리죠. 변신술사가 변신하려는 생물의 생태학적, 해부학적인 지식을 모두 알아야 하는 것 알고 있죠? 소환술사 역시 소환하려는 생물에 관한 지식이 수반되어야 해요. 하지만 변신술사처럼 그 생물의 동작 메커니즘을 익힐 필요는 없죠.

 테이머와 소환술사 모두 생물을 부리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극도로 싫어한답니다. 생물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테이머와, 영혼 없는 생물을 생성해서 단순히 이용만 하는 소환술사는 서로 상극이죠. 제가 아는 것은 이정도 수준이랍니다.“

 

 ”흠.. 그러면 변신술사는 테이머보단 소환술사와 더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변신술사와 소환술사는 겹치는 게 조금 있지만, 테이머는 아예 다른 원리이거든요.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카렐 군. 미안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나눌까요? 오늘까지 중간고사 문제를 만들어야하거든요.“

 

 ”아.. 죄송해요. 교수님. 제가 괜한 실례를.“

 

 ”아녜요. 맘 같아선 카렐 군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걸요? 후훗. 어쨌든 너무 먼 미래만 보지 말고, 눈앞의 중간고사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요. 그러다보면 카렐 군의 꿈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올 거예요.“

 

 나는 엔조 교수님과의 대화를 마치고선 기숙사로 돌아왔다. 교수님의 옛 모험 동료였던 아프락스 대륙 출신 테이머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침대에 눕는다. 왠지 그 분에게서 언젠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단 예감이 강하게 든다.

 

 

 ***

 

 

 목요일 저녁. 모든 수업을 마치고 으레 그랬듯, 형이 치료받고 있는 치유 병동으로 향한다. 전처럼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드디어 오늘부터 형의 면회가 가능하단다. 무언의 두려움을 주는 치유 병동의 갖가지 약초가 뒤섞인 기분 나쁜 냄새를 맡으며 형이 있는 병실로 걸어간다. 병실 문을 열자 몸의 절반이나 붕대로 감겨있는 형이 침대 위에 기대어 앉은 채로 책을 읽고 있다.

 

 “형!! 괜찮아?”

 

 형의 모습에 순간 울컥했다. 붕대 속 화상 입은 피부에서 오는 고통으로 괴로울 텐데도 형은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로 나를 반겨준다. 그런 태연함이 더 안쓰럽다.

 

 “카렐. 면회 왔구나. 별일 없었지?”

 

 “나야 뭐... 형은 안 아파 이제? 화상 흉터 남는 거 아냐?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내가 매점에서 사올까?”

 

 “괜찮아. 그룬돌프 치유사분들의 실력은 최고야. 아마 치료 잘 받으면 화상 자국도 거의 복원될 거야. 그리고 여긴 먹을 것도 충분하고.”

 

 이 세상 모든 형들은 동생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평생 동안 흥분한 모습,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형이 이상한 사람인 것일까? 화상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형의 표정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른다.

 

 ‘하여간.. 감정 기복 없는 냉혈인간.. 아니면 고통조차 못 느끼는 영혼 없는 좀비인가?’

 

 나는 속으로는 형을 흉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형의 고통이 심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형과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오랜만에 변신술 동아리 방으로 간다. 내가 들어서자 선배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특히 란드라 선배.

 

 “카~~렐! 왜 이제야 나타난 거니?”

 

 “아.. 죄송해요. 한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요.”

 

 “어머. 얘 좀 봐. 알로이스 선배의 그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우리와는 나누고 싶지 않았던 거니? 흥.”

 

 란드라 선배는 입을 삐죽 내밀어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뇨.. 그게 아니라. 한동안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화상 입은 형이 걱정되기도 했고...”

 

 계속 핑계를 대느라 곤란했던 나를 대신해서 다른 선배가 란드라 선배를 저지해 준다.

 

 “란드라! 무슨 애도 아니고! 오늘 왔으니깐 천천히 물어보면 되지.”

 

 “흥. 나였으면 변신술 동아리로 곧장 달려왔을 거라구! 아직 카렐이 우리를 가족으로 느끼지 않는 거라구!”

 

 란드라 선배가 조금 삐진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 곳 선배들은 나를 정말로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 란드라 선배를 달래느라 잠시 애를 먹었지만, 벵큐에게서 들은 형의 경기 분석 이야기를 시작하니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내가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것 마냥, 모두가 내 이야기에 흥분하기도 하고, 탄식을 내지르기도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나선 역시나 변신술 동아리답게 변신술로 형을 이기는 법?에 대해서 토론을 시작한다. 나 역시도 변신술사 지망생으로서 그들과 함께 형을 이기기 위한 묘책을 강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흠.. 강한 몬스터로 변신하는 선배들도 쉽게 방법을 찾지 못하네.. 도대체 형은 얼마나 강한 거야? 이거 변신술을 포기해야하나?’

 

 다시 한 번 형의 강함을 느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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