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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클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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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누가 이 설렘에 초를 치는가?
작성일 : 18-08-09     조회 : 356     추천 : 0     분량 : 6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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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 보이는 찻집의 야외 테라스. 생각보다 푸근한 저녁 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찻집 곳곳에서는 여러 커플들이 찐하게 강변의 야경을 즐기고 있다. 왠지 나와 주자나도 마치 저들처럼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커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는 첫 데이트이니만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눈다. 학교생활이나 알로이스 형의 지난 경기 등의 공통 주제를 넘어, 서로의 가족, 과거, 체르니 아나키 생활, 여행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특히 나의 장애와 엄마와 관련된 주제에서 주자나가 굉장한 흥미를 가진다.

 

 “와! 너희 어머니가 동방 분이셨어? 와.. 그럼 그 먼 동방에서 서방까지 모험하셨다고? 너희 어머니는 정말 훌륭한 치유사이시겠구나! 나도 꿈이 치유사라 동방 치유술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그런데 동방 치유술에 대한 정보가 도통 없더라고. 신기하다.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나한테 꼭 소개 시켜줘야 해. 알았지?”

 

 “응. 약속할게. 그런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이미 10년 동안 연락이 두절 된 상태니깐.”

 

 “아... 미안. 그래도 네 어머니는 꼭 돌아오실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너는 어머니의 능력을 닮았으니, 포켓이 만들어지면 그 신비한 동방의 치유술을 익힐 수 있을 거야.”

 

 나는 내 능력에 대해 말 하려다가 그것이 상대에게 굉장한 실례라는 것을 깨닫곤 입을 다문다. 내가 능력을 밝히면 상대방도 능력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왠지 그녀에게만큼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최대한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엄마가 준 모리부스를 꺼낸다.

 

 “이것 봐. 엄마가 동방으로 떠날 때 내게 준 모리부스야. 순수 헬릭까지 들어있는 최상급 휴대용 모리부스지. 내가 손을 떼면 이렇게 찰랑 거리다가 잡으면? 봤지? 젤리같이 굳는 거.”

 

 주자나는 내가 이런 최상급의 소형 모리부스를 가지고 있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어떤 능력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내 속성에 두 번 놀랐다.

 

 “저... 저기 카렐. 내가 실례가 안 된다면 대강이라도 네 속성을 물어봐도 될까? 물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가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속성인 것 같아서...”

 

 역시 주자나는 내게 굉장히 공손하게 물어봤다. 어차피 헬릭도 사용하지 못하는 나인데 능력이 공개되면 어떠하리. 그것도 주자나한테는 없는 비밀도 만들어서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엔조 교수님이 추측한 나와 엄마의 속성과 나의 장애, 그리고 그 덕분에 얻은 자가 치유 능력까지 모두 말해준다. 주자나는 남의 능력을 묻는 실례?를 범했기에, ‘너의 능력에 대해서 금방 잊어버리겠다.’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듣는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아이마냥 너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난다. 그 귀여운 모습이 나를 무장해제 시켜버려서 결국 모든 것을 오픈해 버리게 만들 걸지도. 그럼에도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그만큼 주자나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와! 그럼 카렐의 속성은 서방 아나키 연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희귀한 속성이네! 그리고 그 속성덕분에 상처나 질병도 쉽게 고쳐지는 자가 치유 능력이라니!! 치유사 지망생으로서 너무나 부러운 속성이다... 아 맞다. 그럼 이제 내 속성도 보여줘야지. 네 모리부스 줘봐.”

 

 “아냐. 괜찮아. 네 능력은 굳이 안 보여줘도 돼. 나는 어차피 헬릭을 못쓰니까 친한 사람들한테 내 속성을 공개하는 것에 거리낄게 없어. 근데 넌 아니잖아. 난 그저 네가 이제 나와 가까운 사이라고 느껴져서, 말해준 거야. 나한테 미안해서 보여줄 필요 전혀 없... 헉-.”

 

 나는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주자나가 갑자기 모리부스를 꼭 움켜쥐고 있던 내 손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기 때문.

 

 “괜찮아. 카렐. 나도 네가 나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생각해. 모리부스 이리 줘봐.”

 

 ‘아!!!’

 

 주자나의 기습 터치에 내 손에 전율이 감돌아 아직도 저릿하다. 게다가 그녀 역시 나와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

 

 ‘결혼 전 커플들도 서로의 능력을 잘 공개하진 않는데.. 그럼 설마 주자나가 나를 미래의 남편으로...? 헙-’

 

 나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이상야릇달콤한 기분이 들면서 모든 걸 내려놓는다. 심장이 미칠 듯이 요동치고 온 몸의 신경이 곤두 서있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내가 마치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주자나가 내 손에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절로 힘이 풀려버렸다. 그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모리부스를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빼앗겼다.

 

 ‘아! 설마 이게 남들이 말하던 ’사랑‘이란 감정인가? 뭔가 가슴이 꽉 막혀 숨이 멎을 것 같은데 기분이 나쁘지 않군.’

 

 그녀가 작은 모리부스를 잡아 눈앞에 놓는다. 나는 더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잠시 내려놓았던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모리부스의 변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에 있는 모리부스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모리부스 아쿠아에 떠 있는 구슬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던 것. 완벽한 구 형태의 구슬에 천천히 모서리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금세 정육각형의 큐브 모양이 되었다. 주자나는 나보고 맞춰 보라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짓고 있다.

 

 “흠... 구슬의 형태가 변화했네. 그럼 변화 특성의 형태 변화랑 관련된 속성인가?”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분명 책에서 읽어 봤었는데. 뭐였더라?

 

 “아!! 구슬이 계속 다른 모양으로 변화하지 않으니깐 형태 변화 쪽은 아니겠구나. 그럼 복원 특성의 형태 복원 속성이지? 맞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모리부스 구슬이 구 형태로 다듬어지기 전인 큐브 형태로 복원되었지. 내 속성은 형태 복원이야.”

 

 “와! 멋있다. 내 속성은 아쿠아만 변화되어서, 구슬이 변하는 것은 난생 처음 봤어!”

 

 “나도 아쿠아만 변하는 건, 너를 통해서 처음 봤어.”

 

 “그럼 네 형태 복원 속성으로 치유술에 집중하려고?”

 

 “아니 굳이 그렇진 않아. 어차피 치유술사는 모든 특성에 익숙해져야 여러 상처나 질병을 치유할 수 있거든. 그래서 모든 특성들을 전체적으로 다 공부해야해. 하지만 내가 타고난 형태 복원 속성을 특화 시키면, 외상을 원래 모습으로 빠르게 복원시키는 외상 전문치유사가 되는 데에는 유리하겠지.”

 

 하긴 형태 복원 속성은 치유술과 꽤나 잘 어울리는 속성이다. 난 치유술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주자나가 타고난 속성을 잘 이용하면, 훗날 전문 치유술사나 연구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본다.

 한참을 담소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우연히 쳐다본 시계는 이미 10시를 넘어있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외박 후에는 11시까지 기숙사로 복귀해야하는 그룬돌프의 교칙을 저주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룬돌프로 복귀하는 길. 시내를 벗어나 제법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걸으면서도 우리의 이야기꽃은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자나는 이제 나의 짓궂은 농담에 장난스럽게 내 팔을 툭 치는가 하면, 내 팔을 부여잡고 깔깔 웃기까지 한다. 나는 10년 동안 엄마의 손길조차 받아보지 못했기에, 이런 여성의 터치에 아직도 낯이 설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점점 적응이 되어가는 지, 기분 좋은 이 느낌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중.

 아침에 벵큐를 따돌리고 나온 이야기를 할 때 즈음, 학교에 도착했다. 외박증을 반납하고 주자나를 여자 기숙사까지 바래다준다.

 

 “자. 벌써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 오늘 네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 다음에 또 체르니 음식 먹으러 가자. 주자나.”

 

 “응. 나도 즐거웠어.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속성에 대해 아는 거 비밀이다. 쉿.”

 

 “당연하지. 네 능력이 뭔지 벌써 잊어 버렸는걸? 뭐였더라? 무게 소멸로 몸무게를 항상 가볍게 유지한다고 했던가?”

 

 “뭐?”

 

 훅- 턱-

 

 나의 농담에 주자나가 내 가슴팍으로 가벼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나는 무심결에 그녀의 팔을 잡아 저지시켜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고, 갑자기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쿵쿵. 쿵쿵. 쿵쿵.

 

 ‘흠... 여기서 이제 내가 뭘 해야 하는 분위기인가? 아닌가? 소설책에선 꼭 이럴 때 확-. 아냐 우린 아직 고등학생이야. 그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짧은 찰나에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치-”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와중에, 주자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팔을 활짝 벌는 그녀. 나는 멋쩍은 듯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러고선 약간의 거리를 두고선 어색하게 안긴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내 속의 뭔가가 꿈틀거릴 것 같았기 때문. 주자나는 나를 팔로 감으며 귀에다가 속삭인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좋은 꿈꾸고 내일 보자. 카렐.”

 

 ‘아! 이 속삭임의 달콤함이란! 그리고 왜 이렇게 주자나가 향기가 좋지? 빠져든다... 빠져든... 빠지면 안 돼!’

 

 “어.. 어.. 나.. 나도 덕분에 재밌었어. 오늘 밤 내 꿈꾸고. 잘 자.”

 

 우리는 그 상태로 아주 잠깐 붙어 있다가 떨어졌다. 그녀의 온기를 품었던 내 팔들이 갑자기 시리다. 향기에서 멀어진 코끝이 찡해진다. 뭔가 아쉽지만 여기까지. 나는 그녀가 기숙사로 들어갈 때까지 손 흔들며 지켜본 후에 남자 기숙사로 향한다. 아직도 그녀와 맞닿았던 신체 부위와, 향기를 맡았던 코가 마비된 듯 저릿하다. 하지만 발걸음은 너무 가벼워서 마치 내가 공중 마법을 펼치고 있거나, 무게 소멸로 몸을 가볍게 만든 느낌이다.

 

 ‘오늘 밤에 씻지 말고 자야지~~’

 

 희미하게 남은 그녀의 온기와 향기가 날아갈까 두려워 오늘은 씻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

 

 

 기쁨의 피크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오전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던 내게, 일요일 점심 식사 이후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토요일 아침에 하인츠와 몰래 빠져나온 사실에 삐져서, 나한테 말도 걸지 않던 벵큐가 신문을 들고 허겁지겁 기숙사 방으로 달려왔던 것.

 

 “카렐! 카렐! 큰일 났어. 오늘 스포츠 신문에 드디어 나왔어. 근데..”

 

 “어? 왜 그래 벵큐? 뭐가 나왔다는 거야?”

 

 “알로이스 선배님의 8강 상대.”

 

 “아 그래? 누군데?”

 

 “하필... 상대가... 아... 재수도 없지. 고등부 헬릭 전투 우승자 출신. 절대 무적 게를락의 여제 ‘게셰 (Gesche)’야.”

 

 “게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야?”

 

 “하- 넌 정말로 전투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구나. 하긴 넌 체르니 아나키 출신이라 그녀의 유명세를 모를 수도 있겠지.. 우리 게를락 아나키 최고의 대학부 헬릭 전투 여제야. 세간에는 대학부 대회뿐이 아니라 실제 프로 전투 선수들과 경기해도 이길 수 있을 거란 말이 나돌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야. 당연히 대학부 우승 1순위 선수고. 아.. 하필..”

 

 아직도 부상 회복을 완전히 못하고 있는 형의 다음 상대가 하필 우승 1순위라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난다. 게다가 고등부 우승자 출신이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선수가 너무 빨리 만났어. 젠장..”

 

 “넌 우리 형의 팬 아니야?”

 

 “맞지! 근데 게를락 아나키 사람 중에 그녀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구!! 나도 마찬가지고! 젠~~장!!”

 

 벵큐는 이번 8강 대회에서 누구를 응원할지 혼란에 빠진 듯 연신 중얼거린다. 나는 그룬돌프 병동으로 가서 형을 만난다.

 

 “형! 신문 봤어? 형 상대가 엄청 강한 상대라던데?”

 

 형은 역시나 웃으며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 한 장을 흔들어 보인다. 그 종이는 8강 진출자들에게 보내는 대진표. 형의 이름 옆에는 게셰의 이름이 선명하게 쓰여 있다.

 

 “형은 이 선수 잘 알아? 고등부 우승자에 무슨 여제라고 불리던데?”

 

 “응. 내가 고등학생일 때 유명했어. 붙어보진 못했지만 명성이 자자하더라.”

 

 저놈의 답답이 알로이스 형은 그런 상대와 붙는다는데도 그저 실실 미소만 짓고 있다. 긴장감을 관장하는 신체 기관이 고장 난건가?

 

 “그럼 어떡해!! 형!! 무슨 계획 있어? 게셰는 어떤 타입이야? 또 형 크게 부상 입는 건 아니겠지?”

 

 “아직 계획은 없어. 그녀는 서부 아나키 연합에서 손꼽히는 가문 사람이야. 그 가문은 여러 종의 동물이나 몬스터를 섞어 기이한 생명체인 키메라를 만들고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지.”

 

 “키.. 키메라라고? 그건 연구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거잖아?”

 

 “응. 하지만 극소수의 가문만이 연합의 허락 하에 연구할 수 있어. 자세한 건 모르지만 연합과 가문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겠지. 연구 결과를 일부 공유한다던지, 장벽을 지키는 최전선에 그들의 키메라를 제공한다던지.”

 

 “헉- 그럼 그런 무시무시한 키메라를 부리는 테이머인가?”

 

 “키메라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라서 영혼이 존재할 수 없어. 단순한 본능만 남아있다고 하지. 혹시라도 그런 생물에 영혼을 줄 수 있게 된다면, 과거의 고대인들처럼 인류의 손으로 만들어 낸 ‘무기’에 자멸할 수도 있겠지. 무시무시한 몬스터란 무기. 어쨌든 키메라는 오로지 소환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럼 그녀는 영혼 없는 키메라를 소환해서 자유자재로 부린다는 거야? 그럼 키메라 소환술사인가?”

 

 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이번엔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그럼 그녀가 어떤 키메라를 소환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없어?”

 

 “그녀는 단 한 번도 같은 키메라를 소환한 적이 없어. 같은 키메라라도 상대방에 맞춰서 항상 다른 속성들을 붙여서 나왔어. 그래서 그녀의 이전 경기들을 분석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아. 경기 중에 직접 부딪혀 보면서 약점을 알아내야지.”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모든 생물은 그 고유의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동물이나 몬스터의 특성을 무슨 인형 만들기 마냥 덕지덕지 붙여서 강화한다니. 아주 위험한 기술 아닌가? 게다가 연합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힘없이 기숙사로 돌아온다. 주변에선 온통 형과 게셰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뿐. 하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게를락 아나키 출신이어서 그런지, 이번엔 저번처럼 모든 사람들이 형을 응원하지는 않는 분위기.

 어제 주자나와의 데이트로 둥실둥실 피어오른 새하얀 구름이, 비와 천둥을 가득 머금은 시꺼먼 먹구름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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