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꺼비의 혀에 묶여있던 알로이스가 완력으로 그의 손목을 비틀어 도를 뽑아낸다.
샤샤샤-악
“꾸웍-!! 꾸웍!!”
도를 뽑는 것과 동시에 그를 감싸고 있던 두꺼비의 혀를 그 예리한 날로 단칼에 잘라버렸다. 혀가 잘린 두꺼비 머리가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쳐댄다. 그 바람에 키메라의 몸통이 심하게 휘청거리면서 게셰가 하마터면 땅으로 떨어질 뻔 했다.
“이.....이런... 괘씸한.. 항복하면 곱게 끝내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지? 두꺼비 혀를 잘라낸다고 네가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키키킥.”
“꾸우욱--”
게셰가 손을 펼쳐 두꺼비 머리를 짓누르자 잠잠해진다. 그러더니 반 토막이 났던 두꺼비의 혀가 순식간에 돋아난다.
“꺄하하하. 네가 아무리 베어봤자 소용없다구. 꼬리가 잘려도 곧바로 재생되는 ‘겁쟁이 도마뱀’의 꼬리피부 조직을 온몸에 이식한 키메라니깐. 키키킥.”
“해괴망측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가문답군요. 제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제 검술로 그 괴물과 게셰 양을 모두 쓰러뜨려 드리겠습니다.”
알로이스는 도에 묻은 끈적끈적한 두꺼비의 피를 그의 옷으로 닦아낸 후에 그 도로 게셰를 겨냥하며 도발을 한다. 게셰는 알로이스의 건방진 도발에 잠시 얼굴이 붉그락푸르락했다. 하지만 이내 곧 요란하게 웃어재끼며 맞받아친다.
“꺄하하하하하!!!! 좋~아!! 네 그 잘난 검술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보자구! 단, 이제부턴 네 목숨은 보장 못 한다~”
알로이스는 그의 도를 머리 위로 추켜세운 채로 키메라에 올라타고 있는 게셰를 향해 짓쳐 들어간다.
파바밧!
낼-름!
탓!
그의 예상대로 긴 두꺼비의 혀가 알로이스를 향해 쭉 뻗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무게 소멸을 이용한 높은 고공 점프로 혀를 쉽게 피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아직도 공중에 떠있는 동안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찌—익!
키메라 몸통의 왼편에 달려있는 뱀 머리가 투명한 액체를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뿌렸던 것. 알로이스는 공중에서도 빠르게 온몸을 존재 소멸을 하여 그 액체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공중에서 땅으로 사뿐히 착지한 그.
치-지지지지이이
그의 몸을 통과해간 그 투명한 액체가 나무에 정통으로 맞았다. 액체가 닿은 부분은 순식간에 나무를 까맣게 태워 들어간다.
‘위험한 독이군.’
그는 잠시 머릿속으로 상대를 분석한다.
‘만약 내가 두꺼비 혀에 잡혀 존재 복원이 된 상태로, 저 뱀의 독에 맞으면 끝이다. 흠.. 몇 가지를 더 시험해 봐야겠군.’
알로이스는 너무나 다양한 능력을 가진 게셰와 키메라의 약점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접근한다. 이번에도 가볍게 두꺼비의 혀를 뛰어넘고, 뱀의 독을 흘려낸다. 하지만 이번에는 착지 지점이 땅이 아니다. 바로 게셰의 머리 위. 예리하게 추켜세운 도를 높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속도를 더해 힘껏 게셰를 향해 내리친다.
깡!!!
알로이스는 이런 단순한 공격이 통하지 않을 거란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당했던 게셰의 강력한 방어기술 때문.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엔 또 다른 방어수단에 공격이 막혀버렸다. 바로 키메라의 가운데 머리인 산양의 뿔. 알로이스가 게셰를 향해 내리 꽂은 도를 산양이 거대한 뿔로 막아서면서 게셰를 보호했던 것.
휘이익!
쿠구구궁!
게셰는 곧바로 존재 이동으로 알로이스를 멀리 튕겨버렸다. 땅을 여러 번 구른 알로이스는 속으로 생각한다.
‘좋아. 이제 한 가지만 더.’
멀리 튕겨져 널브러졌던 그는 옷매무새를 천천히 가다듬는다. 그는 두르고 있는 검은 망토가 거치적거렸는지, 허리춤에 우겨넣어 더 이상 펄럭이지 않도록 고정시킨다. 그리곤 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게셰에게 단순하게 달려든다.
낼-름!
이번에도 역시나 날아온 두꺼비의 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가 너무 점프를 낮게 하는 바람에, 그의 왼쪽 종아리가 혀에 감겨버린 것.
찌이익!
펄-럭!
연이어 그를 향해 곧장 날아오는 뱀의 독. 알로이스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허리춤에 고정시켜 놓은 망토를 재빨리 꺼내 자세를 낮추고선 온몸을 가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신체를 존재 소멸 시켜 독을 통과시켜 버렸다.
치----지지이이이...
알로이스는 망토를 빠르게 훑어본다. 하지만 뱀의 독은 그의 망토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바위에서 끔찍한 소리를 내고 있을 뿐. 알로이스는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 짓는다. 그리고선 자신의 종아리를 붙잡아 입속으로 끌고 가려는 두꺼비의 혀를 단칼에 잘라버린다.
샤-샤샥!
그는 전과는 달리 제법 확신에 찬 자세로 천천히 검을 머리위로 올린다. 그의 입 꼬리는 여전히 살짝 올라가있다.
파바바바밧!
그 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단순하게 게셰를 향해 달려가는 알로이스. 혀가 잘린 후에 빠르게 재생시켜 놓은 두꺼비가 이번엔 웬일로 혀를 내밀지 않는다. 키메라를 조종하는 게셰가 그런 단순한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알로이스는 전과 같이 우직하게 고공 점프를 하여 키메라 머리들을 넘어 그 뒤에 앉아있는 게셰를 향해 도를 내리 꽂는다.
“하아아아앗!! 윽-!”
게셰가 이번에는 산양의 뿔로 그의 도를 막아내지 못했다. 알로이스가 본인의 키메라 머리를 넘어와 본인의 바로 앞으로 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그녀의 최종 방어 수단인 존재 이동으로 안전하게 막았다. 왼손을 활짝 펴 그녀의 코앞에서 알로이스를 멈춰 세웠던 것. 게셰의 머릿속에서, 그동안 숱한 헬릭 전투 경험을 통해 얻은 본능이 속삭인다.
‘키킥. 끝이다.’
그녀는 왼손으로 알로이스를 잡아둔 채로 오른손의 지팡이를 휘둘러 키메라를 조종한다.
낼-름!
칭칭칭!
두꺼비의 혀가 뒤로 뻗어 나와 공중에 잡혀있는 알로이스의 허리를 감싸버렸다. 곧바로 그녀는 뱀의 머리를 뒤로 돌려 알로이스를 향해 독을 내뿜도록 조종한다.
찌—익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쇠를 긁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 비명소리는 알로이스가 아닌 게셰의 것.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고통스러워한다. 순간 그녀의 통제력이 풀린 영혼 없이 본능만 있는 키메라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다.
“꾸웍- 꾸웍! 샤샤샤! 샤샤! 메에에에에에~~”
쿵!
키메라의 난동에 그녀는 키메라의 등에서 떨어져버렸다. 키메라의 머리들은 서로를 물고, 뜯고, 독을 발사해대며 광분하고 있다. 존재 이동술이 풀려 몸이 자유로워진 알로이스는 멀찌감치 뒤로 몸을 피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왼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게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신경질 적으로 지팡이를 들이대며 키메라들을 다시 통제하기 시작한다.
“꾸욱.. 샤샤.. 메에..”
그녀는 임시방편으로 존재 이동술로 얼굴 피부에 있는 독을 빼낸다. 응급처치를 끝낸 그녀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알로이스에게 소리친다.
“네... 네.. 네가 감히!! 감히!!! 감히!!! 숙녀의 얼굴에 상처를 내? 너.. 너 내가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아주 잔인하게 밟아줄게. 헉헉.. 아이 씨.. 아파 죽겠네. 아!!!! 짜증나!!!! 아! 그 전에. 나도 질문 하나만 하겠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두꺼비 혀로 잡았는데, 어떻게 독이 네 몸을 뚫고 들어온 거지? 헉헉..”
그녀는 살을 녹이는 뱀의 독에 의해 얼룩덜룩해진 얼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질문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무표정으로 친절하게 답하는 알로이스.
“좋아요. 제 질문에 아까 답해 주셨으니 저도 답해드리죠. 아까부터 제가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만 공격했던 것은, 몇 가지 제 가설을 실험해보기 위해서였어요. 우선 저 산양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1차 공격. 그리고 존재 복원 능력이 있는 두꺼비의 혀가 내 몸 전체에 작용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2차 공격.
1차는 예상대로 산양의 뿔이 게셰 양을 보호하는 방어 수단임을 쉽게 알 수 있었죠. 2차는 저 또한 도박을 건 실험이었어요. 만일을 위해 뱀의 독에 당하지 않기 위해 망토로 최대한 몸을 가렸죠.”
“뭐.. 뭐야? 실험? 감히 나를 상대로 실험을 해? 2차 실험은 뭐야?”
“제가 2차에서 실험한 내용은, ‘과연 두꺼비 혀에 닿은 존재의 전신이 복원되는가?’ 아니면 ‘혀에 닿은 부분만 복원되는가?’였지요. 그래서 일부러 다리 한 쪽만 혀에 묶인 채로 존재 소멸을 해봤죠. 혀에 닿지 않은 부분에서 독이 제 몸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선 알 수 있었죠. ‘혀에 닿은 부분만 복원된다.’라는 사실을요.”
“뭐야? 그게 말이 돼? 긴 혀 두꺼비는 전신을 존재 소멸하는 귀신 잠자리를 잡아먹는다고!”
“게셰 양은 긴 혀 두꺼비가 귀신 잠자리를 손쉽게 잡아먹는 것만 보고선, 두꺼비 혀에 닿은 귀신 잠자리의 존재가 모두 복원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어차피 두꺼비는 혀로 잠자리의 일부분만 복원시켜 입안까지만 집어넣으면, 잠자리의 전신이 두꺼비의 혀에 계속 닿을 수밖에 없으니 꼼짝없이 잡아먹히는 것이겠죠.”
“그.. 그래서 넌... 일부러 나한테...”
“네. 그 사실을 알아챈 후로, 게셰 양에게 최대한 접근한 상태에서 일부러 두꺼비 혀에 잡혀줬죠. 그 다음엔 곧바로 존재 소멸을 시켜 뱀의 독을 통과시켰죠. 그 독이 제 바로 앞에 있던 게셰 양을 뒤덮은 것이고요. 게셰 양이 쉽게 간과해버린 맹점으로 인해 본인이 크게 당한 거예요.“
“꺄하하하하하! 끼야하하하하하학!”
게셰가 극심한 얼굴 화상의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한 방 크게 먹은 것에 대한 후회인지, 섬뜩한 목소리로 크게 웃어재꼈다.
“역시. 알로이스는 명성만큼 대단해. 키키킥. 정말 탐난단 말이야. 키키키킥.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웠던 사람은 전혀 없었는데 말이야. 키키킥. 좋아. 내가 키메라 대가리의 조합을 잘못 짜왔다고 해도, 현재 네가 날 이길 방법은 없어. 조금 데리고 놀려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나도 진지하게 상대해 주겠어. 간닷! 꺄하하하하!!”
비쩍 마른 얼굴에 툭 튀어나온 눈, 게다가 방금 얻은 끔찍한 흉터로 얼룩진 피부에, 광기어린 웃음까지 내지르는 게셰는 마치 키메라의 네 번째 머리인 것 같은 몰골이다.
그녀는 잔뜩 화가 나서인지, 키메라 등에 탄 채로 빠르게 알로이스에게로 돌진한다.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게셰가 공격, 알로이스의 방어.
낼-름!
찌—익
키메라 머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혀를 내지르고 독을 내뿜으며 알로이스에게 돌진해온다. 알로이스는 고공 점프로 마구잡이식 공격을 회피하기도 하고, 제일 거슬리는 두꺼비 혀가 근처에 오면 도로 잘라버린다. 하지만 광기어린 게셰와 키메라의 공격에 그는 계속 뒤로 밀려난다. 계속 뒤로 밀려나던 알로이스가 결국엔 커다란 바위를 등지게 되자, 키메라가 전속력으로 돌진해온다. 알로이스는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가다듬어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키메라를 향해 똑바로 선다.
콰과광!!!
산양이 뿔로 바위를 들이받았다. 그 커다란 바위가 푹 파일 정도의 위력. 하지만 알로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의 침묵. 잠시 후, 바위 속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튀어나와 순식간에 키메라 의 왼쪽으로 접근한다. 깜짝 놀란 그녀는 산양의 뿔로 방어하는 대신, 급한 대로 왼손을 활짝 펼친다.
샤샤샤샥!
하지만 알로이스의 이번 타겟은 게셰가 아닌 키메라. 그는 순식간에 존재 소멸을 풀어버림과 동시에, 예리한 도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휘둘렀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듯, 일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주르륵- 툭-
콸콸콸!
키메라의 뱀 머리가 몸으로부터 부드럽게 미끄러져 땅으로 툭 떨어져 버렸다. 그 절단면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다. 뱀의 머리가 있던 부분에는 새빨간 피가 솟구쳐 오른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피가 어찌나 거센지, 알로이스와 게셰, 그리고 키메라를 흠뻑 적셔버린다.
“쿠워-억!! 메에에에에~~~~~”
쿵-
머리 하나를 잃은 키메라는 큰 고통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게셰는 다시 한 번 키메라의 등에서 떨어져 버렸다. 또다시 통제력을 잃어 난동피우는 키메라를 피해 알로이스는 등 뒤의 큰 바위를 위로 올라선다.
잠깐의 소강상태.
게셰는 다시 일어나서 키메라를 억눌러 통제한다. 뱀의 머리가 떨어져 나간 곳의 상처는 이미 아물어 더 이상 피를 뿌리지 않는다. 하지만 뱀의 머리가 재생되지는 않았다. 피를 뒤집어 쓴 게셰는 반쯤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바위 위에 올라가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알로이스를 지팡이로 가리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친다.
“꺄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악!! 알로이스!!! 내 키메라 머리를 자른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꺄하하하. 좋아 인정할게. 그렇다고 네가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있단 말은 아니야. 왜냐고? 네 덕분에 머리가 하나 줄어들어서 나도 헬릭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거든. 꺄하하하. 이제 이 긴 싸움을 마무리짓자구! 기대해도 좋아. 간닷!!!! 꺄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