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안녕하세요. 괴물이 되었습니다.
작가 : LE2HA
작품등록일 : 2018.8.16
  첫회보기
 
05. 다시 인간이 되었습니다
작성일 : 18-08-21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3330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콰-앙’

 

  시끄러운 소음이 조용한 밤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윽고 뚫린 통로로 한 쪽 팔이 변형된 실루엣이 걸어 들어갔다.

  불이 꺼진 건물, 사방에서 빵 냄새가 배어있다. 실루엣은 곧장 냉장고로 향했다.

 

  “정누림, 정지”

 

  여린 목소리가 실루엣을 멈춰 세웠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에 누림이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 정도 깽판 쳤으면 만족해야지? 주변에 오른팔 변형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퍼져있는데.”

 

  달빛이 비추는 창가쪽 싱크대에 앉아 있는 소녀, 상아색 머리칼에 민트색 후드티를 입고 있다. 이 전에 자신에게 쇳독을 조심하라던 소녀였다.

  그녀는 누림이 앞에 가볍게 착지한 후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변이는 확인 됐고, 이성의 유무는… 흠, 잘 모르겠다.”

  “이성…의 유무요? 저…는 이성이 있는 건가요.”

 

  총을 겨눈 소녀의 모습에 누림이는 당황해하며 말을 꺼냈다.

 

  “나는 아나데미 와이스. 지금 변형인간 사태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하얀 장미’의… 음, 일원이지.”

 

  아나는 누림이에게 겨눴던 총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흠, 다행히 이성은 있는 거 같고. 혹시 지금 증상에 대해 말해줄 수 있어?”

  “하얀 장미는 뭐하는 곳이고, 제가 왜 말을 해드려야 하는 거죠. 지금 저도 잘 모르는 증상들뿐인데.”

 

  아나는 머리를 한 번 만지작 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음, 현 상황에서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 저번에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 착용하고 있었네.”

  “쇳독 조심하라는 말은 들었었는데.”

 

  누림이는 변해버린 자신의 오른팔을 만지작거리면서 아나를 바라봤다. 아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누림이를 다시 바라봤다.

 

  “그게 그 말이지. 이번에는 다행히 우리 측에서 먼저 알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번에도 다른 자식한테 뺏길 뻔했어.”

  “네? 뺏겨요? 아니, 것보다. 반지… 빠지지가 않았어요. 하루 이틀은 빠지곤 했는데, 며칠 뒤부터는 뭐가 꽉 붙잡은 것처럼 빠지질 않았는데.”

 

  아나는 누림이의 말에 후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기록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핸드폰을 누림이에게 보여줬다.

 

  “이성이 있다면, 이 일들은 그냥 심심해서 한 건가? 네가 난리를 피운 거 때문에 ‘컨트롤’이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누림이는 화면을 자세히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핸드폰의 화면은 실루엣만 보였으며, 실루엣은 확실히 누림이와 같이 오른쪽 팔이 변형된 모습이었다.

 

  “종로부터 인사동, 동대문. 참 잘도 부수고 다녔더라고. 물론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지금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오른팔 변형은 너 뿐이라서.”

  “저, 알아요. 다른 변형자.”

 

  전 날 밤, 자신을 비웃고 지나간 남성에 대해 아나에게 전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오른손 변형은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

 

  “어…. 그 사람을 봤다고? 이성이 있었어?”

  “아뇨. 그건 잘 모르겠어요. …회사원이었던 거 같고. 사원증!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어요.”

  “그리고?”

  “셔츠를 입고 있었고, 정말 딱 회사원처럼 입고 있었어요. 어제 이 근처에서 만났는데, 비웃으면서 그냥 지나갔어요.”

 

  아나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알았다며 주머니에서 알약을 여러 개 꺼내서 누림이에게 내밀었다.

 

  “일단, 이거.”

  “이게 뭐…에요? 저번에 길가에서 변형인간한테 억지로 먹이던 거… 아닌가요.”

  “아니, 이건 예방약 같은 거야. 저번에 그 변형자한테 먹였던 건 마취제 같은 거고.”

 

  아나는 누림이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모든 변형자들의 주변인들도 똑같겠지만, 지금도 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림이는 고개를 숙였다. 계속해서 전화가 오고 있는 혜성이와 자신의 지금 처지를 아무 말도 없이 ‘힘내’라는 말만 보낸 승우.

  집에서 항상 걸려오는 부모님의 전화들이 생각났다.

 

  “그 알약은 잠시나마 너의 변형된 팔을 원래의 오른팔로 만들어주는 약이야.”

 

  뜸들이면서 말을 덧붙였다.

 

  “나도 본 적은 몇 번 없는데, 그 약을 먹으면 완전히 이성이 나가기도, 또는 신체가 녹아버리기도 해.”

 

  누림이는 아나의 말에 입으로 가져다 대던 약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나의 말은 믿음직스럽지 않다고까지 생각이 든다.

 

  “이런 약이 있으면, 왜 모든 사람들한테 나눠주지 않는 거죠? 저번에 봤던 괴물도 이 약이면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아나는 다시 싱크대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밖은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그러게. 나도 마음 같아선 모두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이런 괴물들로 하루하루를 걱정 속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햇빛에 비춰진 창밖을 살피는 아나의 얼굴은 조금 씁쓸한 표정이었다.

 

  “안드로이드도 인간도, 변형인간도 모두 조화롭게 살아가는 게 내가 바라는 일이야. 물론, 변형인간이 더 나타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이지.”

  “역시, 당신은 안드로이드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덩치 큰 놈을 맨 손으로 막겠어.”

 

  그리곤 다시 누림이를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약이 받아들이는 조건이 달라. 최근에 나타난 ‘이성이 있는 변형자’의 경우에 그 약을 통해 잠깐동안이나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른 조건은 없어요?”

  “아직. 이성이 없는 자가 복용한 경우, 더 난폭해지거나 신체가 녹아버리기도 하지.”

 

  누림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아까 말 못한 거요. 증상. 사실, 요즘 기억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내가 낮 동안에 뭘 했는지 모르고. 분명 잔 건 아닌데.”

 

  아나는 다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 경우에는, 아까 주신 약을 먹어야 하는 건가요.”

 

  고개를 숙였고,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약에 대해선 너의 자유야. 확실히 이성을 잃는다는 게 드문 확률이긴 해. 하지만, 잠시 동안 너의 팔이 원래대로 돌아올 확률도 있으니까.”

 

  아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누림이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어보였다. 그리곤 후드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서 누림이에게 건넸다.

 

  “이 옷 입고 나온 걸 알면 내가 아는 애가 화낼 텐데.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도 내가 사용했잖아. 그래도 좋아. 이거 먹고 기분 풀어.”

 

  누림이와 눈을 맞추고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 건물, 하얀 장미에서 샀으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도 될 거야. 알약이야 너 마음대로. 먹던지, 아니면 그냥 놔두던지.”

 

  그리곤 건물 밖으로 나갔다.

 

  “아, 3일 후에 다시 여기서 만나. 만약 그 때에도 약을 안 먹었다면 나한테 돌려줘. 힘들게 구한 거니까.”

 

  아나는 그대로 누림이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 ⍚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들른 빵집에 누림이는 이미 결심을 한 듯, 자리에 없었다.

  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작가의 말
 

 태풍 솔릭은 목포에서 속초로 관통한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부터 저희 본가를 쓸어버리려는 작정인가봐요.

 
 

맨위로맨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