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쌍둥이-독립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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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의 첫걸음(3)
작성일 : 18-11-29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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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파국으로의 첫걸음(3)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서진의 비명을 끊었다. 서진이 입을 벌린 채 민태에게 고개를 돌렸다. 민태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텅 빈 하반신을 드러낸 채 잠과 술에 취해 있었다. 서진이 민태에게 달려들었다.

 

 “야!”

 

 서진이 민태의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머리를 무릎으로 찍었다. 민태는 쿨럭거리며 눈을 떴다.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던 민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서진은 발등에 묻은 불쾌한 끈적거리는 것을 바닥에 문질러 닦고 다시 민태에게 달려들었다.

 

 “이놈이 어디 아빠한테 덤벼!”

 

 민태가 사타구니를 쥐지 않은 손으로 서진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지독한 냄새에 질식할 것 같은 순간은 길지 않았다. 서진의 몸이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둔탁한 충격과 어지럼증이 느껴졌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분노로 정신이 나간 서진에게는 더 이상 아픔을 느낄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서진이 어지럼증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민태에게 달려들었다. 민태는 누운 채 다리를 뻗었다. 민태의 다리가 서진의 아랫배에 직격했다. 서진은 다시 바닥을 굴러 쓰러졌다.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 쓰러진 서진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가 서린에게 걸려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서린과 몸이 닿는 순간 서진의 양 팔에 전기가 맴돌았다. 서진은 한 손으로 서린의 팔을 움켜쥔 채 다른 손을 머리 뒤로 뻗었다. 이제 팔을 앞으로 뻗기만 하면 서진과 서린은 아빠 없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서진이 간절히 생각했다.

 

 ‘서린아, 제발 이번엔 말리지 마라.’

 

 서진은 재가 되어 부스러진 민태의 시체 대신 그로 인해 얻게 될 미래, 즉 서진과 서린이 엄마와 셋이 유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서린은 민태의 시체도, 세 명의 행복한 가정도 보지 못 했다. 서린은 서진이 본 서린의 기억을 보았다. 서린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도망쳤다. 서진의 팔을 둘러싼 전기가 만우절 장난처럼 사라졌다. 서진의 몸이 얼어붙었다. 원래부터 힘이 없을 때 보다 힘이 주어졌다 사라졌을 때 사람은 더 자신의 약함을 실감하기 마련이다. 서진의 몸이 뒤늦게 고통을 인식했다. 서진이 다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민태와 시선을 맞춘 뒤에야 서진은 얼마나 비현실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깨달았다. 민태는 풀린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민태는 거인처럼 느껴졌다. 민태는 아직 술이 덜 깬 듯, 천천히 서진에게 다가간 뒤 서진의 머리를 노리고 발을 들어올렸다. 서진은 팔다리에 힘을 줬다. 민태가 자신의 머리를 밟으려 하면 재빨리 피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저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받아들이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민태는 다리를 너무 크게 든 나머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잠시 후 다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이 한숨을 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생각해야 할 사람이 다시 떠올랐다.

 

 “서린아!”

 

 서진이 옷장에서 서린의 옷들을 꺼내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서진은 서린의 흔적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서진은 층과 층 사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막고 몸을 떨고 있었다. 5월이라고는 하지만 한밤중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다니기에는 쌀쌀했다. 서진이 서린의 몸에 옷을 덮었다.

 

 “괜찮아?”

 

 서진은 말하자마자 자신의 혀를 원망했다. 정말 쓸모없는 질문이었다. 서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서린의 어깨를 짚었다. 사람의 손길에 서린이 크게 움찔했다. 서린의 불안이 서진의 손을 통해 전해졌다. 서진이 최대한 서린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서린아, 미안해.”

 

 힘들 때 같이 있지 못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을 때 듣지 못해서, 지금도 복수조차 못하고 같이 도망 나와서, 그리고 민태의 생각을 읽자고 먼저 말하지 못해서. 분명 할 수 있었다. 만약에 민태가 서진과 서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더라면 맞서거나 최소한 도망칠 계획이라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정작 민태가 자신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무섭다는 이유로 서진과 서린은 민태의 생각을 읽는 간단한 행동조차 하지 못 했다. 서린이 서진의 말 속의 의미를 눈치 채고 고개를 저었다. 서진의 잘못이 아니다. 서진은 그동안 과할 정도로 서린을 보호했다. 민태의 생각을 읽는 것은 서린도 두려워했다. 서진이 서린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린 뒤에도 여전히 비 오는 밤이었으니 아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의외로 서린이었다.

 

 “가자. 지훈 아저씨가 1층에 있을 거야. 우선 경찰에게 신고한 다음 아저씨한테 묵을 곳을 구하게 도와달라면 돼. 엄마한테 우릴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으니 며칠 정도는 묵을 수 있게 장소를 구해줄 거야.”

 

 “서린아.”

 

 “그 다음은 계획대로 엄마랑 같이 도망치는 거야. 어차피 이제 저 집에 돌아갈 수도 없잖아.”

 

 서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서린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서린 대신 서진이 먼저 말해야 했다. 서진의 생각을 읽은 서린이 씁쓸하게 웃었다.

 

 “네가 매번 날 감싸느라 대신 맞아줬을 때 뭐라고 했지? 우리는 기억을 공유하잖아. 상처는 나한테만, 혹은 너한테만 남지만 내가 받은 충격은 너도 똑같이 기억하니깐. 내가 먼저 말했다고 미안해 할 시간에 빨리 도망칠 계획이나 세우자.”

 

 “알겠어.”

 

 서린이 서진이 가져온 옷을 입고 서진의 손을 잡았다. 서진의 손을 통해 서진의 다짐이 들려왔다.

 

 ‘만약에 아빠가 깨서 길을 막으면, 그때는 진짜로 죽일 거야.’

 

 *****

 

 비 오는 밤은 얼마나 비가 오느냐,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새로운 생명을 기대하게 만드는 따스함이나 우울장애를 일으키고도 남을 지긋지긋함을 느끼게 만들곤 한다. 지훈은 내리는 비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1층 로비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지훈이 아무런 감정이 없기 때문도, 복잡한 생각에 빠져 비를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해당됐다.

 

 “아저씨!”

 

 서린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지훈이 허둥대다 문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머리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는 지훈을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서린이 말했다.

 

 “미안해요. 눈 뜨고 자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니, 미안할 것까지야....... 근데 무슨 일이죠? 이 늦은 밤에 어디 가려는 건 아닐 테고.”

 

 “네, 어디 가려는 게 맞아요. 일단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말할 게요. 혹시 어디든 묵을 곳을 구할 수 있을까요?”

 

 “이 시간에 갑자기요? 당연히 되죠. 조금만 기다려요. 당장 다녀올 테니.”

 

 지훈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빗속으로 뛰쳐나갔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달려 나가는 지훈의 모습을 본 서진이 감탄했다.

 

 “역시 볼 때마다 신기한 사람이야.”

 

 “그러게.”

 

 서린이 계단에 앉아 진한 한숨을 쉬었다.

 

 “집에서 챙겨야 할 짐 있어? 시간 좀 걸릴 것 같으니 집에 몰래 들어가서 챙겨 나올까.”

 

 “난 딱히. 넌 뭐 필요한 거 없어?”

 

 “일단 갈아입을 옷 하나는 챙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잖아. 그리고....... 생리대도.”

 

 서린이 다시 떠오른 두려움에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았다. 서린이 있으면 짜증을 유발하지만 없으면 공포를 유발하는 여성만의 생리활동을 떠올린 것을 눈치 챈 서진이 서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게, 하지만 그 정도는 편의점에서 살 수도 있잖아? 일단은 여기서 기다리자. 너도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

 

 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서진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지 몰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지훈이 고작 10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흠뻑 젖은 채 나타났을 때는 서진과 서린 모두 지훈의 새로운 잠재력에 감탄했지만 지훈이 우산만을 건네주고 다시 빗속을 뛰어가자 서진과 서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쉬었다.

 

 우중충한 빗줄기는 서진과 서린을 더더욱 고립시키는 듯 했지만 서진은 지금은 차라리 그런 고립감이 서린에게 더 필요할 거라고 느꼈기에 차라리 안심했다. 서린은 당장이라도 민태가 뛰쳐나오기라도 할 까봐 불안한 표정으로 계단에 앉아 엘리베이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진은 서린의 옆에, 하지만 몸이 닿지는 않을 정도의 거리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기만 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단기적으로는.’

 

 서린은 아마 평생 남을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텐데도 주저앉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 때문에 애써 강하게 나가려 하고 있었다. 나중에 새로운 가정에서 살게 되더라도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서진은 서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린이 보이지 않았다.

 

 서진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돌렸다.

 

 서진이 머리칼을 잡힌 채 끌려가고 있었다. 서린은 몸이 얼어붙었다. 아파서 반항 한 번 할 법함에도 공포는 서린의 몸의 주도권을 채어간 상태였다. 민태는 손끝까지 빨개진 상태로도 용케 서린을 끌고 있었다. 서진이 서린의 팔을 붙잡았다. 갑자기 서린이 움직이지 않자 민태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서진이 서린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서린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서진이 민태를 노려보며 서린을 자신의 등 뒤로 돌렸다. 민태가 서진의 표정을 보고 화가 나 소리쳤다.

 

 “너! 이게 아빠한테 뭐 하는 짓이야!”

 

 똑같은 말의 반복. 서진의 입이 일그러졌다. 말 할까? 이제 상관없지 않나? 하지만 서린이 먼저 서진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했다.

 

 “당신이 왜 내 아빠야!”

 

 “너, 너! 아빠한테 지금 당신이라고!”

 

 민태가 서린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얼굴에 핏대를 올렸다. 서린과 민태가 서로를 노려보며 악을 썼다. 서린이 말했다.

 

 “이제 그만 할 거야! 다시는 이런 빌어먹을 집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너도 꺼져!”

 

 민태는 서린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것 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민태가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진이 말했다.

 

 “우린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당신을 죽이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 죗값을 치르길 기다리면 안 될까?”

 

 당당한 자신의 말에 서진이 놀랐다. 하지만 서진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서진의 팔에 전기가 흐르기 때문이 아니다. 저런 사람을 아빠로 인정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민태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서진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한 민태의 모습에 팔다리를 긴장시켰다.

 

 “서진아, 서린아. 아빠가 술에 취해서 조금 실수를 한 것 같네. 그래도 너희는 아직 혼자 살기엔 너무 어리지 않니?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지. 집에 들어가서 우리 잠시 화해의 시간을 갖자.”

 

 서진이 휘청거렸다. 민태의 말은 생각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의미 없는 소리였고, 한 마디도 서진과 서린을 설득시키지 못했지만 아무튼 화 대신 설득하는 말투를 쓴 것은 처음이었기에 쌍둥이를 당황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민태가 서진에게 다가갔다. 달려들지 않았기에 서진은 민태를 공격할 타이밍을 놓쳤다. 당황한 서진이 몸에 두른 전기를 해제했다. 민태가 서진의 어깨에 손을 짚고 당장이라도 발휘하고 싶은 폭력성을 억누르며 말했다.

 

 “우선 집에 가자. 알겠지? 아빠도 잘못했으니 이번에 버릇없이 군 건 눈감아주마. 알겠지? 이야, 됐다. 완벽하다! 이제 집에 가자!”

 

 민태가 서진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서진의 손목에 민태의 손이 닿으며 민태의 생각이 서진과 서린에게 읽혔다.

 

 ‘젠장, 이건 다 네년 탓이야. 그런 거지같은 남자친구와 같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그런 꼬라지를 보이니깐 난 아빠로서 체벌을 한 것뿐이라고. 술에 꼴아가지고 난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저것들 도망치면 경찰에 신고할까? 하겠지? 산에 파묻으면 경찰이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시간이 넉넉하니 우선 집에 가면 맨 정신일 때 한 번 더 하고.......’

 

 민태는 생각을 멈췄다. 몸이 멈추자 생각도 함께 멈춰버렸다. 민태가 눈을 굴렸다. 서진의 팔에서 흐른 전기가 민태의 온 몸을 마비시켰다. 민태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우리는. 당신이 그래도 잘못된 방식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무식한 아빠이길 바랬는데.”

 

 서진이 민태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서진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서린도 서진을 따라 울었다. 서린이 말했다.

 

 “서진아, 미안해. 네 말대로 했어야 했어.”

 

 ‘무슨 말이지? 무슨 말이야! 왜 몸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이런 것도 몰랐나.”

 

 서진의 목소리가 흐느낌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기야 발음이 정확해도 민태는 듣지 못했을 것이었다. 민태는 패닉에 빠져 마음속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서린아, 미안하다고 하지 마. 내가 하고 싶었으면 이런 식으로 할 필요도 없었을 거야. 그냥 잠들었을 때 부엌칼을 목에 집어넣으면 끝났겠지. 나도 무서웠어. 사람을 죽인다는 게. 그리고, 저 사람이 성격이 더러운 사람일 뿐 자기 나름대로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다면 우리가 잘 하면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랬으면 생각이라도 읽어봐야 했어. 그랬으면 이상한 방식의 애정표현인지, 그냥 감정 표출의 희생양으로 삼는 건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서진의 팔에서 더 강한 전압의 전기가 흘렀다. 민태가 정신적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민태는 움직이지 못했다. 서진과 서린은 평범한 방에서 둘만 있는 것처럼 그동안 입 밖으로 낼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들을 내보냈다. 그동안은 생각을 읽는 것이 말과는 다르게 오해의 여지가 없는 만큼 더 이상적인 의사소통 방법이고, 생각하는 것 보다 말로 하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더 낫다는 말은 생각을 읽지 못하는 일반인이나 통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입을 열어 말하자 둘의 감정이 새로운 방식으로 둘을 연결시켰다. 서진이 다시 한 번 민태의 몸에 강한 전기를 흘려보냈다. 민태의 고통에 찬 비명이 생각이 되어 서진과 서린에게 공유되었다. 하지만 한 번 선을 넘은 쌍둥이에게 두 번의 선은 너무나도 넘기 쉬웠다.

 

 “아파? 그렇게 아파? 죽고 싶을 만큼 아프지? 아니야.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건 그런 게 아니야. 이제부터 내가 알려줄게. 더! 더! 더!”

 

 서진이 계속해서 전압을 높였다. 민태의 몸에서 탄 고기 냄새가 나기 시작한 뒤에야 서진은 전기를 소멸시켰다. 민태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서진이 민태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민태의 과거는 읽을 수 있지만 더 이상 현재는 읽을 수 없었다. 서진이 떨리는 심호흡을 했다. 사람을 죽였다.

 

 ‘어쩌지? 여기에 두면 금방 들키고 추격당할 거야.’

 

 ‘우선 아저씨가 오기까지 기다리자. 그 다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어디로든 숨길 방법이 있을 거야.’

 

 서진이 서린의 손을 세게 쥐었다. 죄책감은 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생명을 끊어낸다는 충격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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