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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보다 달콤한
작가 : 초린이
작품등록일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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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8-10-31     조회 : 408     추천 : 0     분량 : 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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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 현 휘원, 신부 이 은편.

 

 오늘은 나의 하나뿐인 오빠의 결혼식이다.

 

 작곡가인 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한 축가를 완성했다. 그리고 같은 회사 소속이자 유명한 발라드 가수인 호윤 씨에게 축가를 불러달라고 부탁도 했다. 하지만 20분 전, 그의 매니저로부터 갑작스레 전화가 와 사고가 나서 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가 들기로 했던 마이크를 들고, 그가 있을 예정이었던 작은 대기실에서 급하게 연습하는 중이다.

 

 학창 시절에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던 순간이 겹쳐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결혼식이니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

 

 

 “♬ 나는 다시 태어나도·· 그대와의 꿈을. ♪”

 

 그녀는 축가의 마지막 가사를 읊으면서 대기실 안을 돌고 있었다. 자신의 결혼식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들떠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계획했던 호윤의 축가도 취소되어 마음이 불안하기도 했다.

 

 

 시계를 언뜻 보니 5분 정도 있으면 식장 내의 사회자가 축가 차례를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나가, 몇 백번이고 머릿속에서 재생되던 음을 커다란 결혼식장에서 울리는 것을 들을 것이다.

 

 가사를 틀리지 않고, 음 이탈도 하지 않고, 박자를 놓치지도 않으면 좋고, 손님들의 박수까지 받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식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나와 오빠의 부모님도, 신부인 은편 언니의 가족들도. 그리고 둘의 수많은 친척,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도 와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하늘빛 원피스를 입은 나를 다시 바라봤다. 잘하자. 실수는 없어. 내 신조를 머릿속에 꽉 채웠다.

 

 

 우아한 첼로와 바이올린의 연주가 이 대기실까지 들려왔다. 이어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고 연주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만 가볍게 배경음악으로 깔아두었던 단조로운 클래식의 행복한 선율이 잔잔히 울려왔다.

 

 

 그래, 단지 축가를 부를 가수가 오지 못한 것뿐이야. 축가는 누가 부르든 간에 결혼의 당사자들에게 의미가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덮어버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호윤 씨, 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면 역시 교통사고일까··. 괜히 걱정되네.”

 

 있다가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호윤 씨의 매니저에게 다시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결혼식을 전부 내 두 눈으로 보지 못한 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모습 정도는 직접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전문 촬영 기사를 고용해서 하이라이트 부분 정도는 짧은 영상으로 찍으니까 다행이다. 나중에 파일을 받게 되면 두 사람이랑 같이 봐야지.

 

 

 펑! 펑펑!

 

 잘 들리지는 않지만 문 너머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케이크의 컷팅식을 하고 작은 폭죽이라도 터뜨리는 것일까? 자세한 결혼식의 과정은 모르니까, 이제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면 될 것 같다.

 

 이어 사람들이 환호를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좋은 분위기인가, 다행이다.

 

 그래도·· 호윤 씨가 직접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은편 언니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놀라게 해 주기 위해 몰래 추진했었는데.

 

 나중에라도 프라이빗 팬 미팅을 준비해줘야겠다는 작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언니의 기분 좋게 웃는 미소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훅 돋아왔다. 나갈 생각을 하니 다시 긴장하는 건가 싶어 작은 페트병의 물을 벌컥거리며 들이켰다.

 

 이제 누군가가 올 때가 됐는데. 와서 내 차례라고, 알려주기로 한 식장의 스태프가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도 대기실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나가면 되는 건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조용한 거였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무선 마이크를 손에 들고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식장으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란 조명 아래서 굽이 높은 구두가 딱딱한 바닥과 부딪혀 나는 탁한 소리만 복도에 울렸다.

 

 식장에 거의 다다랐는데도, 잔잔하고 가벼운 클래식밖에 들리지 않는다.

 

 

 “··· 음··.”

 

 결혼식장 무대의 뒤편으로 들어가는 문의 고리를 잡았다. 열까 말까하고 고민이 조금 됐지만, 만약 내 차례가 아니라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다.

 

 

 끼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아 조금 께름칙한 소리는 났지만, 결혼식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붉게 칠한 입술을 조금 앙다물고 열린 문 사이로 얼굴만 살짝 집어넣었다.

 

 “···!”

 

 

 

 무거운 무게가 느껴져서,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그녀의 회색빛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식장 안에 울리는 클래식 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문을 활짝 열고 결혼식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눈물을 글썽이며 한 걸음씩 내딛었다.

 

 

 “이게 대체··· 무슨··?”

 

 스륵··

 

 쿵···!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마이크가 힘없이 바닥으로 내팽겨 쳐졌다.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그럴 수 없다는 듯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고,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점점 떠올랐다.

 

 

 진회색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그녀가 아끼는 하늘빛 드레스를 적셔갔다.

 

 

 새하얗고 풍성한 웨딩드레스와 시커멓고 고급스런 양복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울음소리만 식장에 채워져 갔다.

 

 

 “흐··아···. 왜···.”

 

 멈추지 않는 눈물은 상기된 붉은 볼을 타고 흘렀다. 웨딩드레스 위로 붉은 핏자국이 짙게 눈에 띄었다.

 

 격한 울음을 목 뒤로 겨우 넘기며 손을 뻗었다.

 

 드레스를 적신 검붉은 피가 그녀의 손가락 끝에 묻어났다.

 

 자신의 손에 묻힌 피를 보며 잠시 막아두었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치부하고 싶지만, 아직 온기가 남은 피와 손끝에 스치는 스산한 공기가 그녀를 현실에 묶어두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커다란 식장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형편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피가 묻은 손으로 입을 막았고, 몸은 점점 크게 떨려왔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녀는 방울진 눈물을 흘리며 피로 물들어가는 대리석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그녀의 울부짖음이 고요한 식장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시체들 속에서, 그녀는, 현 다휘는 혼자였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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