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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새에서
작가 : 임완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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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놀러가자!
작성일 : 18-11-12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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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학생이 전학 온지 어느덧 1주일이 지났다. 틈만 나면 전학생을 관찰해보았지만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작은 문제점들은 발견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저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항상 실실 웃고 다니니 여자들이 쉴 틈 없이 다가온다. 누가 본다면 전학생이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관리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두 번째로는...

 

 “안녕!”

 

 “흡...”

 

 바로 이것이다. 분명 나는 최대한 숨어서 전학생을 관찰하지만, 전학생은 귀신같이 나를 찾아내서, 내 눈과 마주친 다음에 인사를 크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몰래 관찰을 하려해도 항상 들켜서 유심히 관찰을 못한다.

 

 “은지야. 또 수호 쳐다보고 있었어?”

 

 “아니, 이건 전학생이 이상해서...”

 

 “그래, 이상하긴 이상하지. 사람이 저렇게 잘생길 수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아무래도 내 이미지는 잘생긴 전학생을 몰래 관찰하는 스토커가 된 거 같다.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수호를 사모하는 마음은 알겠으니까, 우리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 가자!”

 

 “진짜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웬 놀이공원?”

 

 “이번에 행사를 해서 교복 입고가면 자유이용권 반값이야!”

 

 “나 무서운 거 잘 못타는데...”

 

 연지가 내 팔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앙탈을 부렸다. 내 몸은 연지가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징그럽게 뭐하는 짓이야? 알았어. 갈게.”

 

 “그럼 이번 주 토요일 7시까지 버스정류장으로 오면 돼~”

 

 연지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버스정류장으로 오라는 일방적인 통보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놀이공원이라...”

 

 놀이공원을 가본 경험은 초등학생, 중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가본 기억밖에 없다. 그 당시에는 학교가 규모가 작은 만큼 조별 활동이라거나 자유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사람이 너무 없었던 탓에 무조건 학년 전체가 같이 다녔다. 큰 재미는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지루하고 싫었다면 엄청 싫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단체로 가는 게 아닌, 개인으로 가는 만큼 자유로움과 내가 흥미 있는 것을 위주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설렜다.

 

 ***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아~ 은지야! 그러지 말고~”

 

 아침 일찍 놀러갈 준비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제일 먼저 해서 다른 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두 명씩 오는데 내 계획에는 없었던 세 명 째가 왔다. 세 명 째는 전학생이었다. 이 일에 대한 해명을 연지에게 요구를 하니, 전학생과 놀러가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를 이용한 거야?”

 

 “너도 이참에 전학생하고 다시 친해지고 일석이조 아니야?”

 

 이때 눈치 없는 강희건이 끼어들었다.

 

 “나는?”

 

 “너는 그냥 덤.”

 

 “그냥 나도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해.”

 

 “그래, 그렇다고 치자~”

 

 어젯밤에는 놀이공원에 간다는 생각에 그렇게나 설렜었는데, 전학생을 보자마자 설렘은 어디가고 피곤함만 남았다.

 

 “하...”

 

 “내가 싫어...?”

 

 “어? 아, 아니야. 재밌게 놀다오자.”

 

 “응!”

 

 정말 전학생에게는 쓴 소리를 못 하겠다. 이건 분명히 내게 전학생에 대한 어떠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불쌍해서 쓴 소리를 못하는 것이다. 절대로 다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3인인 줄 알았던 4인 나들이는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자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간을 확인 해보니,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전원 일찍 일어난 만큼 많이 피곤했다. 난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

 

 “... 어나. 일어나!”

 

 “하아암... 뭐?”

 

 “도착했어! 귀먹었어? 일어나라고!”

 

 시끄러운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그것보다 도착했다니? 체감 상으로는 한 시간 정도만 지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피곤했었나 보다.

 

 “하~ 암. 왜 이렇게 빨리 도착했어?”

 

 “빨리 도착하다니 3시간이나 걸렸으면 오히려 늦게 도착한 거지.”

 

 “3시간?”

 

 나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3시간이 지나서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빨리 도착했으니까, 좋은 거 아니야?”

 

 전학생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난 이런 경우에 빠르다고 대답해야 할지, 느리다고 대답해야 할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가자!”

 

 꼬르륵-

 

 연지의 배에서 큰 고동이 울렸다.

 

 “이 근처에서 배가 지나가는 건가?”

 

 희건이는 주위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돌려서 보았다.

 

 “아닌데... 그렇다면 여긴가?”

 

 희건이는 고민하는 척 하다가 연지의 배에 귀를 가까이 댔다.

 

 꼬르륵-

 

 “아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가 아니라 이 배였네? 엔진을 얼마나 좋은 걸로 쓰시기에 엔진소리가 이렇게 우렁찰까요?”

 

 연지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졌다.

 

 “네? 어떤 엔진을 쓰시는지 알려 주세요~ 김연지 선장님?”

 

 퍽-

 

 “컥...”

 

 그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연지는 자신의 배 가까이에 귀를 대고 있던 희건이의 등을 팔꿈치로 쌔게 내려찍었다.

 

 퍽- 퍽- 퍽- 퍽-

 

 한 대로는 끝나지 않고 연지는 주먹을 쥐어, 계속해서 등을 쌔게 내려찍었다.

 

 “커억... 켁... 미안... 해!”

 

 희건이의 사과를 들은 건지 만 건지 아랑곳 않고 계속 때렸다. 결국 현지가 희건이에게 휘두르는 일방적인 폭행 장면은 희건이가 무릎을 꿇고 엎드릴 정도로 내려가서야 멈췄다.

 

 “하아... 하아... 하...”

 

 연지도 때리면서 지친건지 멈추고 나서부터 계속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너 여기 와서 엄청 강한 친구를 만들었었네?”

 

 해맑은 표정만을 유지하던 전학생도 이번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게... 나도 연지가 이렇게 쌘 걸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어.”

 

 “흐읍! 후...”

 

 연지는 크게 쉼 호흡을 한 번했다.

 

 “우리 뭐 먹을까?”

 

 방금까지 희건이를 일방적으로 때려서 엎드리게 만든 사람은 어디가고, 평소의 귀염성 있는 연지로 돌아왔다.

 

 “으... 응. 네가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자... 찬성하지?”

 

 나는 전학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꼭 그렇게 해줘.”

 

 “그렇다면...”

 

 연지는 휴대폰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밥 먹으러 가자!”

 

 “알았어. 그런데 쟤는 어떻게 하지?”

 

 “버리고 가자!”

 

 연지는 바로 등을 돌리고 스시 뷔페로 가는 길에 앞장섰다. 나도 바로 연지를 따라가려고 하다가, 잠깐 뒤돌아서 전학생에게 작게 이야기를 했다.

 

 “미안한데, 희건이랑 같이 와줄 수 있어?”

 

 “응, 알겠어.”

 

 “고마워.”

 

 저기에 쓰러져 있는 희건이는 전학생에게 부탁하고, 나는 연지를 따라갔다. 연지의 말에 의하면 스시 뷔페까지는 5분 정도 거리라고 한다.

 

 “희건이도 심했지만, 너도 이번엔 심했어.”

 

 “걔는 맞아도 돼.”

 

 “으이구. 네 마음 나도 알고 있어. 쟤가 어릴 때부터 워낙에 눈치가 없던 건 나도 기억하니까. 그래도! 나중에는 꼭 사과해야 한다?”

 

 “... 알았어. 은지, 네가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야.”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뷔페에 도착했다. 3분 정도를 입구 앞에서 기다리니 전학생과 희건이가 보였다. 희건이는 연지를 보자, 전학생의 뒤로 숨었다. 난 그 모습을 밥 먹으면서까지 본다면 체할 거 같아서, 연지의 등을 떠밀었다.

 

 “지금하고 와~”

 

 나는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전학생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까지 달려갔다. 연지는 갑자기 어떻게 하냐는 표정이었지만 그것부터는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하고 뷔페가 있는 7층을 눌렀다.

 

 “아, 힘들어. 그나저나 너 금방 따라왔네?”

 

 “응, 그러게.”

 

 전학생이 왠지 기분 나쁠 정도로 해맑게 웃고 있다.

 

 “뭐야, 그 웃음은?”

 

 “응? 아니야.”

 

 여전히 전학생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 잠깐 생각해보니 웃음의 이유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황급히 잡고 있던 전학생의 손을 놓았다.

 

 “너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야?”

 

 “응? 뭐가?”

 

 “에휴... 됐어.”

 

 띵-

 

 7층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려다가 뷔페의 직원이 밖을 계속 쳐다봐서 전학생과 나는 스시 뷔페에 먼저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아니요. 밑에 있는 일행까지 해서 총 4명이에요.”

 

 “아~ 네. 그럼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네.”

 

 우리는 점원의 안내에 따라서 4인용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는 뷔페 이용에 관해서 몇 가지 설명을 들었다. 대충 이용시간은 2시간이고, 남기면 1인당 만원이라는 것만 새겨들었다. 타이머는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시작하면 되는 거 같다. 직원은 우리가 뷔페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설명을 끝마칠 때까지 전학생의 얼굴을 몇 번이고 보았다.

 

 ‘확실히 이런 얼굴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

 

 나는 턱을 괴고 전학생을 쳐다보았다. 사람만 특이하지 않고, 정상적이었다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약 5분 정도 기다리니, 왠지 더 화나게 보이는 연지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오는 희건이가 보였다. 어째 분위기가 이상했다.

 

 “연지야? 어떻게 된 거야?”

 

 “몰라! 이젠 다시는 사과 안 할 거야!”

 

 “왜? 아까 사과하는 거 귀여웠는데.”

 

 의기양양해 보이는 희건이가 연지를 또 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연지가 한 번 더 희건이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내가 잡아서 말렸다. 이번은 아까와는 다르게 장소도 가게의 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놀 시간이 줄어들 거 같기 때문이다. 내가 달래고 달래자, 연지는 겨우 진정했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서 타이머의 시작버튼을 누르고 초밥을 제외하고 같이 먹을 다른 뷔페 메뉴를 가지러 갔다. 초밥은 테이블에 딱 붙어서 돌아가기 때문에 소고기 초밥을 제외한 나머지 초밥들은 가만히 있어도 테이블로 오게 되어 있었다.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접시에 담아왔다. 하지만 전학생은 빈 접시를 들고 우리들을 따라만 다녔을 뿐, 어떠한 음식도 접시에 담지 않았었다. 그런 장면을 보고, 난 전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입맛이 없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사실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모르겠어.”

 

 “하나도?”

 

 “... 응.”

 

 굉장히 의외였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기는 했다만, 전부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쉬운 음식이었다. 약간은 외국인 혼혈 같이 생겼어도 전학 온 날에 본인이 직접 한국인이라고 말했으니 못 먹어봤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아이스크림은 없어?”

 

 “뭐?”

 

 “아이스크림은 먹어본 적이 있어.”

 

 “그건 밥이 아니잖아.”

 

 “그랬던... 거야?”

 

 전학생은 어지간히도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전학생만큼이나 나도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평소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자주 했었지만, 이번만큼 이상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한국인인데 한국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고, 아이스크림을 밥 대신 먹는다고 생각하고... 마치 전학생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너, 그러면 여태까지 뭘 먹고 살았어?”

 

 “어?”

 

 “여기에 있는 음식들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 뭘 먹고 살아온 거야? 너, 한국인 맞아?”

 

 전학생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눈동자가 이리저리로 움직이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이 바뀌었다.

 

 “라면.”

 

 “라면?”

 

 “응, 라면 먹고 살았어.”

 

 라면만 먹고 살았다는 것 또한, 더더욱 말이 안 된다.

 

 “너, 뭐야?”

 

 “어?”

 

 “너, 사람이 아...”

 

 “저기요~ 사랑싸움 그만하시고, 밥 먹으세요~”

 

 “맞아. 뭘 먹고 살았든 그게 뭐가 중요해?”

 

 연지와 희건이는 초밥을 먹다가 답답했는지 불렀다. 전학생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보다가 바로 테이블로 돌아갔다.

 

 난 1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사그라져버린 의심의 횃불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의심은 더욱 커져서 확신이 되었다. 분명 전학생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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