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라고요? 하아... 저번에도 잘못 가져다 주셨으면서, 박스랑 다 뜯어졌거든요? 그렇게 헷갈리시면 그냥 관리실에 맡겨 주시라고요. 네..! ...... .. 네!"
"하아..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몇 번째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조금 독특한 아파트다. 사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 구조가 그렇게 독특하다고 여겼던 것은 옥상에서 내려다 본 기가 막히는 대칭 때문이었다. 사실 옥상 이전에 집안 베란다 11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조금 희한하다고 느꼈던 상황 때문이었다.
"누나, 우리 집 전경이 꽤 좋아 보이지 않아?"
"그런 거 다 신경 쓰고 이사 온 거거든요?"
"근데..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뭐가"
"저~ 기 왼쪽에 마트 보이지?"
"그게 뭐"
"그리고 저~ 기 오른쪽에 학교도 있고."
"마트랑 학교 첨보냐?"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이지 왜인지 너무나도 똑같았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서 그런지 아파트의 옥상문은 열려 있을 때가 많았었다. 내가 내려다보던 와중에도 경비 아저씨들이나 여러 설치 기사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었으니까...
"뭐하니?"
"아..? 그냥요.. 좀 그리고 있었어요."
"뭘 그리는데..?"
"글쎄요.. 지도라고 해야 하나? 풍경 좀 그리고 있었어요."
"그렇구나..."
"근데 왜 똑같은 것을 2장 그리는데?"
"그쵸? 그렇죠! 똑같죠?"
"흐음.. 너 그림 잘 그리는구나? 한 눈에 보아도 딱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여기가 저 마트! 여긴 아파트 단지들이고.. 차들이랑 사람들도 깨알 같네."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OO 고등학교 아니야?"
"와.. 대박~!! 여기 OO 초등학교예요."
"OO 초등학교? 거긴 정 반대편에 있는 곳이잖아."
"아저씨! 아니 형 잠깐만 이리로 와 보세요."
나의 그림에 흥미를 갖던 인터넷 설치 기사? 로 추정되는 어떤 형과 나는 옥상의 정 반대 방향으로 다가가 보았다.
"봐 봐요."
"어.. 잠깐 그것 좀 봐봐. 흐으음..~"
"똑같죠?"
"어.. 음.."
"여기랑 여기, 이곳도 봐 봐요! 좁은 골목길들도 전부 똑같다니까요?"
"쓰읍.. 이럴 수가 있나? 왜 이렇게 똑같지?"
"와 역시 나만 느낀 게 아니었어. 그릴수록 대박이라니까요? 완전히 똑같아요. 저기랑 여기랑... 여기 L마트 있고.. 반대쪽엔 H마트가 있죠? 그리고 여기 학원이랑 공원... 빌라 단지들도 똑같이 세워져 있어요."
"누가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건가? 그 뭐였지? 데콜레.. 데콜루.."
"데칼코마니요~!!"
"어.. 꼭 그거 같다 야.. 언제부터 똑같았지?"
"그걸 밝혀내 보려고요~!!"
"야야~ 형만아 다 됐다. 이제 내려가자!"
"되게 신기하네.. 그럼 난 이만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 나중에 만나게 되면 결과 꼭 알려줘!"
"네~ 보게 된다면요?"
"신기하네.. 그것 참"
그 형 또한 묘할 정도로 똑같은 지역의 대칭에 대해서 크나큰 흥미로움을 내 비추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 집에 시키지 않은 택배가 왔다.
[딩~ 동!]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어.. 수고 하세요."
라며 문득 받아 든 택배 상자. 주소를 살펴보니 이름이 달랐다. 정 반대 방향에 위치한 ‘1110동 1101’호에 위치한 주소지였다. 나의 이름은 김민석이었는데, 수령자의 이름은 김석민이었다. 평소에도 호기심이 강했던 나는 시계를 바라보았고 오후 7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대였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그 주소지로 향했다. 정확하게 아파트의 중심을 기점으로 완벽한 대칭의 반대 방향에 위치한 곳이었다.
11층도 똑같았고, 1110호와 1101호는 달라 보였어도 대칭을 기준으로 하면 완벽하게 같은 장소에 위치한 장소였었다. 문 앞에선 나는 심호흡을 한 번 내쉬었다. 마치 택배원이 된 기분이었지만, 무언가 묘한 기분과 분위기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딩~ 동!] [딩- 동! 딩.동!]
"아무도 없나..?"
눈앞에 보이는 비밀번호 도어락. 우리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제품인 레드 색상이었다. 분명히 '제품명은 다를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문가에 귀를 가져다 대 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이 고요했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몇 걸음.. 뭐에 홀렸던지 다시 돌아와 비밀번호 도어락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리곤 익숙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덜-컥! 하고 문이 열렸다.
"어.. 열렸다!"
익숙한 분위기의 방안 내부의 구조가 비추어져 들어왔다. 요 근래에 인테리어 tv 쇼 프로그램이 인기라던데, 어쩜 이렇게 집안마저도 똑같을 수가 있지..? 다행히도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이것은 명백한 무단 침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범죄 행위를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온 몸이 벌벌 떨려왔다. 서둘러 택배 상자만 두고 나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즈음... 현관 바깥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 방 아닌? 내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숨을 죽인 채 나의 옷장 아닌 옷장으로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상황을 설명하여 이 바보 같은 대칭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설명을 시켜주어야 하나..? 아니면 이 택배를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나..?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두컴컴한 내 방 아닌 내 방 문이 덜컥 열렸다. 마치 방안을 스캔하는 것처럼 살펴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러나 수초 후에 문은 닫히고 말았다.
'후아..~'
한숨을 내쉬자 다시금 문이 덜컥 열렸고, 내가 숨어 있던 옷장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환한 불빛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고, 강력한 손아귀로 어깨를 붙들린 채 나는 바깥으로 팽개치다시피 끌려 나왔다. 나를 끌고 나온 것은 나의 어머니 아닌 어머니였다. 그리곤 현관 쪽에는 누나 아닌 누나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삐딱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그래 마치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안드로이드 기계 같은 마네킹 인형이었다. 동공의 변화를 살필 수 없어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너 석민이 아닌데?"
"아.. 저 그게 제 이름은 김민석이고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막이 터질 정도로 입을 벌린 채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관 쪽에 서 있던 누나 아닌 누나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시.. 시끄러워서 고막이 터질 것 같아..! 잠깐만요..!"
'그것'들은 별다른 표정도 없이 비명 지르기를 멈춘 채 나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 보이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니?"
"끄덕끄덕"
"하아.. 무단으로 집으로 들어와서 죄송해요. 저는 택배를 전달해 주러..."
내가 건넨 택배를 타악! 하며 빼앗아 들더니 표정 같지도 않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래 그것은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 등장하는 고 로빈 윌리엄스의 초창기 버전과도 비슷했다.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반복적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그럼 실례가 많았습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 돼! 밥 먹고 자야지..!"
"에..? 괘.. 괜찮은 데요"
"안 돼! 밥 먹고 자야지!.."
그 빌어먹을 표정을 보며 거부를 했다가는 자칫 생명이 온전치 못할 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꼈다.
녀석들(?)의 식사란 아무것도 없는 접시에 포크와 나이프를 긋는 시늉만을 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가세한 아빠 아닌 아빠란 존재까지 등장하여 상황은 더욱 더 가관이었다. 어느덧 시계는 10시를 향하고 있었고, 59분 59초에서 10시 정각이 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것들은 제 자리로 돌아가 눕기 시작했다.
정말로 아이러니 했다.
"저.. 저기요! 이보세요들?"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서 수면 아닌 수면을 취하는 그것들의 동태를 살피며 나는 조심스레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슬리퍼 차림으로 정신없이 뛰던 나는 아파트 단지의 중앙에서 나와 비슷한 체형의 무엇인가와 마주쳤다.
그것은 나를 표방한 나 아닌 나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 또한 나의 모습을 감지한 듯했다.
"너.. 넌..!"
"넌..! 너..“
"따.. 따라하는 거야?"
"하.. 하는 거야 따라?"
우리 둘은 수 초간 서로를 어루만져보며 서로를 살피며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웃긴 것은 녀석 또한 나처럼 혼 아니 나사가 풀려 온전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비추어졌다.
"난 김민석이야."
"김석민이야 난."
"너도 혹시 알고 있어..? 이곳의 대칭이라는 것"
"이곳의 대칭이라는 것.. 너도 혹시 알고 있어?"
"너네집 택배는 내가 전달해 주고 오는 길이야."
"전달해 주고 오는 길이야 너네집 택배를 내가."
"그럼 이만 돌아가야겠어.. 안녕"
"안녕.. 그럼 이만 돌아가야겠어"
집으로 정신없이 돌아간 나는 5초 만에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빠라는 존재는 아빠 아닌 괴 생명체로 변이되어 있었고, 그것은 엄마라는 존재 아닌 엄마, 누나라는 누나 존재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살찐 굼벵이 같은 벌레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박차고 나온 나는 심호흡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11‘01’동 11‘01’호였다.
다시금 떠올려 보니 대칭은 2개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