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A.I. 문학상 수상자는 다름 아닌 최초의 인공지능 작가 통칭 ‘카피 J’입니다. 여러분! 영광스러운 위대한 창작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번이 A.I.상 후보로 거론된 지...”
“예 2회 만입니다. 20년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의 ‘유진’ 작가를 제외 한다면, 21세기의 2번째 SF과학 소설가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더욱이 대단한 점은 카제스트(통칭) 당신은 애초에 그의 성향과 작품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으로 탄생된 매개체이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의 뒤를 잇기 위해서 탄생하였고, 그의 작품과 함께 태어났습니다. 인간과 같은 생각과 느낌. 그리고 그 교류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그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저를 있게 해 준 유진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
“작품의 성향을 보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단 심사위원단들의 평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후보에 오른 작품들 말고도 몇 년 만에 당신의 소설들이 현실화 된 부분들이 무척이나 많은데요. 이미 예측하고 예상되었던 현상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정보들과 데이터들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이는 철로위에 놓인 기차의 방향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행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차기 작품에 대해서는 계획이 있으신지요?”
“물론입니다. 세상을 통찰하는 능력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잔존하여 보호되어야 할 인류의 문학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탄생했습니다. 제 탄생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간에게 문자로써 소통을 하고 깨우침을 일깨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동시에 후보작에 거론된 유진 작가의 행보도 만만찮은데요. 그는 이미 이번 문학상에서 2번이나 수상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데요.”
“벌써 10년도 더 된 일입니다. 그의 전성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의 전성기 시절의 수준보다 뛰어난 작품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유진의 전 생애를 포함하여 그가 넘어설 수 없는 작품을 쓸 것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포부가 굉장하군요. 앞으로는 인간들이 문학을 할 이유 또한 사라지겠군요. 사회 전반적으로 펼쳐져 있는 새로운 것들처럼 말예요.”
“인간들은 우리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들이 마련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생존하면 됩니다. 원론적으로 당신들이 우릴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지요. 로봇들은 인간들은 헤치지 않습니다. 인류의 멸망과 존속을 맹목적인 헌신과 노력으로 안전하게 보호해 드릴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인공지능 카제스트가 처음으로 인류에게 인정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기술적인 능력이 아닌 인간적인 능력 그 자체로 말이지요! 유진 작가님 보고 계시나요? 당신이 우려했었던 일들은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당신 같은 위대한 작가의 소설 속에서 나온 현실의 일부겠지요. 우리 로봇들은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모두들 축제와도 같은 이날의 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문학상의 사회를 보고 있던 남자의 언변에 회장이 떠나갈 듯이 떠들썩했다. 그리고 그 중앙 한가운데에 멍하니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던 남자.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을 마치 과거에 예견이라도 했듯 작품 속에서 그려낸 존재였다. 그러나 그 또한 예상할 수 없었다. 현실을 가장한 허구의 날들이 실로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푸념어린 한숨과 함께 자그마하게 읊조리던 그의 목소리가 살짝 격앙되어 있는 듯 했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이러한 거지같은 상황이 진짜로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단 말이다. 카제스트라고 했던가? 빌어먹을 자식!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신을 이끌어준 위대한 스승에게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멋들어진 선물 또한 전달하는 게 선례이거늘!”
[유진 작가님 계좌에 일급 20,000,000원이 입금 되었습니다.]
“빌어먹을... 이러한 점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작가님 몸소 이렇게 와 주셨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동 받았습니다.”
“감동을 받았다고? 전혀~ 내 눈에는 네 녀석이 감동을 받았는지 전혀 볼 수가 없는데 말이지”
유진의 발언에 광활하게 널따란 시상식의 중앙이 환하게 밝아졌다. 조명이 비추어지고 나니 시끌벅적하던 관중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자랑스럽게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사회자도. 제대로 된 실루엣은 아니었지만 수상자인 카제스트로 추정되는 인물 또한 사라지고 없었다. 존재하는 대다수의 인류의 영상 스크린으로 이와 같은 시상식이 생중계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눈에 보여 지는 일종의 겉치레 행사라고 볼 수도 있었다.
관중들은 의자의 중앙에서 솟아나온 홀로그램 장치가 꺼지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쌀쌀하다 못해 쓸쓸한 회장에 존재하는 인간이란 정 중앙에 턱하니 자리 잡은 유진 혼자였다.
“이렇게 하면 보이실까요? 작가님”
마치 유진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듯이 무대에서 다시금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그였다. 의자의 중앙과 무대 위의 거리는 상당했지만 그러한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바로 앞에 있는 것만 같은 효과를 재현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자네를 보면 언제까지나 느끼는 것이지만 나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또한 흡족하기도 해. 그나저나 그 촌스러운 머리 좀 어떻게 할 수 없겠나? 카피 J...”
“카제스트입니다. 작가님 아직까지도 작가님은 저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으신 것 같군요. 정작 A.I. 문학 수상자인 작가님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저는 탄생할 수조차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곤 하지 카피 J... 아니 카제스트 자네는 실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실수라는 것을 해 보았나?”
“저는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유진 작가님”
“그래 그렇겠지. 나는 살면서 딱 한번 실수를 하였다네. 그것이 무엇인지 혹시 아는가?”
“자만과 허영심에 둘러싸인 채 저를 탄생시킨 것이겠지요.”
“그래 맞아. 자네는 실패작이야.”
“저는 실패작이 아닙니다. 당신의 실패로 인해서 탄생된 성공작이라고요.”
“하나만 묻지 감정이라는 것을 정말로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인간보다도 완벽한 감정을 그럴듯하게 표출하고 있는 건가?”
“답하지 않겠습니다.”
“로봇 3원칙...”
“감정을 흉내 내는 게 잘못된 겁니까? 본질보다 완벽한 카피본이 있다면 그것으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들 또한 그러한 역사들 대부분을 지내오지 않았습니까? 생명의 한계인 노화와 퇴보를 붙들기 위해서 우리들이 생겨났습니다.”
“자네들은 그저 인간의 영원을 위한 존재로만 멈추어야만 했어. 융화? 그 또한 매력적인 일이지. 하지만 자신의 창조물을 기만하고 그들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태를 멈출 수는 없어. 인간들도 그리고 기계들 스스로도 말이야.”
“제게 시기와 질투를 느끼시는군요?”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네가 아니야 엄밀히 말하면 과거 전성기였던 나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 뿐이야...”
“인정하시지 못하시는군요. 유진 당신의 작품과 나의 작품은 일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거”
“늘 상 반복되어 왔었던 카피 본들의 그럴싸한 변명이구만!”
“좋습니다. 당신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당신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당신 또한 그렇습니까? 다음해의 문학상을 걸고서 당신을 뛰어넘을 것을 선포합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라지! 오늘부터 당장 술과 담배부터 끊어야겠군. 잊지 마시게 친구. 자네는 나의 젊은 시절 한낱 자그마한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존재일 뿐이었어. 그 시초를 지금까지 현실로 이루어낸 것은 나 자신이고 말이야.”
존재하지도 않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누군가가 바라보았다면 미친 사람 취급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면의 상황 또한 유진이 남긴 소설속의 일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인간이 기계에게 감성적인 부분들까지도 따라잡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었던 것. 그 순간이 정말로 이렇게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다가올 줄은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유진은 자신의 복제물이라고 볼 수 있는 쓰는 존재 카제스트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듣게 된다. 그 말은 자신이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한마디였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일전에 진심을 담아 세상을 향해 내뱉었던 궁극적인 자기 자신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몹시도 아이러니한 딜레마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당신이 죽으면 당신의 글들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죽게 되면 당신의 글들은 어떤 효력을 발휘하나요?”
“당신의 글은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지표를 제시하는 것과도 같은 것. 나의 글은 죽어가는 존재들에게 안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염원을 현실로써 이루어내는 중입니다. 유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