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제스트가 처음 쓴 소설- 텔레오퍼레이션 (T.ele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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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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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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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Teledelpia!! :D
1990년도. 12살의 준, 국민 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고학년이 되고 나서부턴 학업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던 아이였다. 주로 놀던 또래들은 자신보아 두어 살 많은 동네의 형들 동현과 재웅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국민 학교에 다녀 자주 보게 되었지만 그들은 이제 중학생 1학년으로 진급을 하였으므로 더 이상 학교에서는 그들과의 소통을 이룰 수 없었다.
“구재웅! 구재웅!!”
“문 열려 있으니까 들어와.”
두 살 많은 형에게 거침없이 반말을 하는 준은 컴퓨터의 모니터에 빠져있는 재웅의 의자 위에서서 몸을 기댄다.
“공략집 찾았어?”
“어, 여기 인쇄해놨잖아.”
“오 그럼 깰 수 있는 거야?”
“벌써 깨고 세이브 해 놨어. 지금 시크릿 스테이지야 이거 봤어?”
재웅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게임 속 캐릭터의 아이템은 준의 동공과 심장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하다. 나도, 나도 이따가 이거 복사해 줄 거지?”
“책상위에 돈 보이지? 음료수 좀 사와 봐.”
“응 알았어!”
신체적인 발육이 살짝 늦었던 터였을까? 아니면 성격이 평온했기 때문이었을까? 대수롭지 않게 기어오르는 준의 행동에도 재웅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고, 가끔씩 자신이 게임 속 주요공략집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했을 때엔 특히나 장난스럽게 형 노릇을 하며 생색내기 일쑤였다.
“여어~ 준! 재웅이 네는 안 가냐?”
“어... 동현이 형!”
준은 동현에게는 꼬박꼬박 형이라고 불렀다. 한 번은 건방지다는 이유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될 정도로 두들겨 맞은 기억 때문일 테고, 또 한 번은 동현이 학교에서 한주먹 한다는 소식을 동급생의 친구 녀석들에게 흘러 들었던 이유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 재웅이 형 심부름...”
“나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빨리 와라”
“어!”
“재웅이 형과 동현이 형은 내가 그 둘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지낸 불알친구였다고 한다. 아니 그랬다고 내게 말했었나? 뭐, 말을 했건 말을 하지 않았건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으니까. 유치원 때부터였다나...? 아님 훨씬 그 이전?”
*
“구재웅! 니가 말했던 거 사왔어”
“어.. 잠깐만...”
“뭐야? 뭐! 뭐 새로운 거 나왔어?”
“어.. 새로운 거 나온 것 같은데 일단 준 볼펜이랑 종이 좀...”
“어.. 어!”
준을 황급하게 만들어줄 상황이란 바로 재웅의 게임 속 모습 때문이었다. 밝혀낸 게임 속 캐릭터는 어떠한 장소의 문명화된 출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 당시의 그래픽으로 표현을 하자면 그래봤자 놀이동산의 출입구 같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였달까? 하지만 게임 속 세계관과 다른 화면속의 숨겨진 장소와 현상에 그곳에 있던 세 녀석들은 가히 흥분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게임이 출시된 지 대략 1개월 하고도 20여일... 아직까지도 이 게임을 클리어 한 사람은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어.. 적어봐.”
“으.. 응 A. X.. D.. 4.. Q... 9,5...”
24자리의 비밀코드를 다 적은 준은 아직도 화면에 몰입중인 재웅과 동현을 살피곤 이윽고 뚫어지게 화면 속을 집중하며 응시하였다.
[텔레델피아와 연동하시겠습니까? Y. N.]
“텔레델피아..? 뭐야 구재웅 한번 해봐봐.”
“근데 이거 지금 해 놨다가 다시 세이브대로 못 돌리는 거 아냐?”
“그러게...”
재웅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당시의 게임 수준의 경우에는 어떠한 지점에서 세이브가 완벽하게 되는지 그 선택의 지점이 균일하지가 않아, 대수롭지 않게 게임을 섣부르게 진행 했다가는 지금까지 왔었던 게임 속 데이터의 과정들이 전부 날아가 버리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보통의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뎀을 활용한 인터넷 공간에서 그 지점의 코드를 공유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 등을 파악하여 게임을 진행시키는 것이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일단 너희들 왔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디스켓에 전부 복사시켜줄까?”
“난 이번에 새로 가져왔지.”
“오.. 동현이 형! 나도 한 장만 주면 안 돼?”
“시꺼 이 시끼야! 요시키는 맨날 지 돈 주고 안사고 나더러만 달래”
“나 지금 디스켓 없는데?”
“요 앞에서 한 장 사와..”
“아~ 치사하다 형”
“뭐? 맞을래?”
“구재웅~ 남는 거 없어? 이거는?”
“야 그건 건들지 마라.. 전부 다 백업된 거란 말야. 니꺼 사올 때까지 국물도 없어.”
“허...”
“내일까지도 못 구하면 그때 내 걸로 하나해 줄게 크큭..!”
분명히 눈에 띄었다. 그들의 의도를... 어린 시절부터 불알친구였던 그들은 준에게 단 하루 동안의 세이브파일을 플레이 해보지 못할 궁금증과 여운을 일부러 안겨줄 심상이었다.
“와.. 진짜 추잡하다.”
“왜~ 준! 집에 가게?”
“아 몰라 할머니한테 돈 있는지 물어보게. 기다려! 구재웅 복사해 놓을 준비해!”
“이제 저녁 다 되 가네. 나도 가봐야지. 재웅아 나도 간다. 내일 보자?”
“어~”
“쟤 이따가 또 와서 안 해주면 삐진다. 그때 이걸로 복사해줘”
“어 옆에 두고 가.”
두 살 많더라도 형들은 형들이었다.
자신에게 남긴 배려를 모른 채 집안 곳곳을 뒤져봐도 남아있는 전 재산이라고는 220원... 700원짜리 디스켓을 사기엔 모자란 금액이었다.
“아... 할머니는 또 어디에 가신거야?”
힘없는 발걸음으로 재웅의 집 앞에 다다른 준. 시간은 흘러 7시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조금 더 날은 어둑어둑해져 보였다.
“구재웅~~~!! 구재웅!!!”
아무런 미동도 없는 재웅의 반응에 조심스레 재웅의 집으로 들어가 보는 준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와 같은 중요한 시기에 재웅이 컴퓨터 앞의 자리를 비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늦은 새벽까지 새로운 장소와 아이템들을 발견해내며 우리들에게 으스대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 없으면 안 되었을 터였는데?
재웅의 방문을 열어본 준은 이상하리만큼 정갈한 재웅의 방의 분위기에 조금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갔지..? 저기 아저씨...”
건너편 방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웅의 형의 아버지이신 아저씨가 tv불빛하나만을 의지한 채 tv화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준의 인기척에 한번 흘끗 바라다만 볼뿐. 별다른 대꾸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재웅이 형 어디 갔어요..?”
자신도 모른다는 의사표시를 단 한 번의 고개 저음으로 표현하더니 이내 뚫어지게 tv만을 바라보는 아저씨였다.
“재웅이 형 방에서 기다릴게요..”
북적북적 셋이서 정신없던 그 분위기가 사라지고 나니 왜인지 삭막하면서도 적적한 방안의 분위기였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혹시 동현이 형네 집에 갔나?”
*
“재웅이? 아니? 나 너 나오고 나서 바로 우리 집에 왔는데? 왜?”
“아니 그냥.. 재웅이 형이 안보여서 혹시 형이랑 같이 있나 해서”
“손에든 그건 뭐야? 재웅이 거?”
“어.. 흐흐~ 그냥 들고 왔지 구재웅이 나 주려고 복사해 놓은 거 같은데?”
“어. 맞긴 맞네. 내가 준거니까.”
“오 역시 동현이형!!”
“재웅이 어머니 일하는 곳에 심부름 갔을 수도 있지.”
“아 그래?”
“야 나도 지금 이거 하다 나왔으니까 너도 빨리 가라”
“어 나도 오늘 밤새서 깨볼라고 형 그럼 내일봐! 아 맞다 내일 일요일이지! 오예!”
“좋단다..”
재웅의 형네 집에서 가져온 백업 디스크를 갖고 동현이 형네 집까지 들렀다 집에 오니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철컥!]
오자마자 켜두었던 컴퓨터에 디스켓을 넣자. 백업된 데이터가 열렸고, 아까 전 재웅의 집에서 곁눈질로만 바라보았던 플레이를 드디어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게 되자 준은 흥분을 감출길이 없었다.
“오오..! 이거 뭐야 4개나 모아 놓았네? 난 짜증나서 1개밖에 못 먹었는데 역시 구재웅~~ 구재웅~~ 오? 돈도 세이브 많이 해놨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덜컥]
“언제 들어왔댜?”
“응 할머니 아까. 나 이거해야 되니까. 말 시키지 마.”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냐? 아예 그 속에서 살지 그러느냐?”
“응! 할머니도 맨날 연속극 보잖아. 그거랑 똑같아. 이따가 주물러 줄 테니까 나 이거 좀만 하고”
준의 일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던 할머니는 그저 약간의 우려 섞인 눈빛으로 준을 바라다보곤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준의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