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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제아니스트 (Copy J.ionist)
작가 : 이오니스트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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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제스트와의 대화, 그리고 베넷
작성일 : 18-11-07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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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A.I.상을 받는 생각에 잠겼다. 아니 꿈을 꾸었을까? 당시만 하더라도 첨단문명과 더불어 2번째 인류의 반려존재라고 볼 수 있는 여러 안드로이드들이 급진적으로 탄생하게 되는 시기였었다. 몇 달 동안이나 먹이를 주지 않아도 실제 반려 동물처럼 자신을 반기는 존재들 덕분에 현대인들은 외로움을 덜할 수 있었다. 복슬복슬한 털의 포근한 느낌은 덤이었다. 진짜 동물들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그것들은 2번째 반려 존재들이었다. 병에 걸려 죽을 슬픔도 키우기가 애매해 버릴 상황들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의 세대에서 인간을 제외한 종들은 대부분이 사라지고 최초의 씨앗 혹은 최초의 유전자 형태로 샘플화 되어 보관되고 있을 뿐이었다.

 

 인류의 곁을 지키기 위해 여러 품종으로 다양하게 계량되던 현상과는 정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독특한 종류의 품종부터 하나, 둘씩 멸종되어 가기 시작했다. 아니 멸종이라기엔 앞서 말했듯 유전자 자체로써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 유전자가 다시금 활용되어 생물로써 탄생할 순간이 올지는 미지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동일한 인간들에게도 여지없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실과도 같은 아니 현실보다도 더욱 더 현실 같은 가상 현상 장치의 보급화로 인하여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려자. 배우자 등과 같은 본질적인 상대자에 대한 욕구도 충족되었기에 당연히 자연스럽게 행해지던 애정 행위도 불필요해지게 된 것이었다.

 

 노인들은 조금 더 생명을 연명하게 되었고, 죽는 것 또한 괴롭다 느끼지 않았다. 죽는 시간을 얼추 측정하여 자신의 젊은 시절의 가상공간 세계에 들어가 죽는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돈이 있는 부자들은 반영구적인 영원의 존속 또한 가능했겠지만 앞서 말했던 종족의 유전자 샘플링처럼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세상에서 접해볼 것들은 전부 접해보고 겪어볼 것들을 전부 겪어 보았다면, 그리고 영원히 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마지막 창작의 염원을 지니고 있던 유진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은 소규모의 인류들 중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람은 둘째 치고 예전에는 지나가는 차량이라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야. 마치 황폐해진 문명화 사막이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안녕하십니까? 유진 작가님”

 

 텅 빈 도심의 거리를 구부정한 자세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진. 그리고 인류의 먹거리를 취급하는 한 매장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낸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인지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대충 여러 물건들을 집어 들고는 다시금 매장에서 나오는 그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유진 작가님”

 “이렇게라도 걷지 않으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해진단 말이야. 인구통계 채널로 들어가.”

 [접속 하였습니다.]

 “현재 인구는 몇 명이지?”

 “현재 집계된 인류 통계 12,874,655명입니다.”

 “그 중에 한국인은?”

 “56명입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60명대였는데...”

 “이 도시에 존재하는 인간은?”

 “432명입니다.”

 “왜일까? 이곳을 몇 번이고 다녀보았지만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보질 못했어.”

 “가상현실 장치에 접속한 인간 430명입니다.”

 “그렇겠지. 나를 제외한 전부들이니까. 아니 그럼 나머지 1명은? 1명은 접속 해제중이란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그, 그 사람! 그 사람의 집 주소를 내게 알려줄 수 있어?”

 “아... 실시간 상황에 의하면 식물인간에 근접한 코마 상태”

 “코마 상태..?”

 “방금 사망하였습니다.”

 “하아...”

 “더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

 “없으니까 접속 해제”

 “해제 되었습니다.”

 

 현재의 인류는 인공지능의 적합한 권한 없이는 나라간의 이동을 금하고 있었다. 무분별한 정보 교류와 현상으로 인해서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들의 권고 사항이었다. 실제로 인류의 70%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은 지구의 반대편 아프리카의 오지 사람들이나 부족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문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의 편의 생활과 보급 체계로 인하여 자그마한 병에 노출되어 죽는다거나 하는 사태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앙과 미신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적합한 안드로이드 매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어. 존재하는 인류 대다수의 개체들을 통솔하기에 적합했다. 최종적인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목표는 그들에게 극단적인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폐해가 아닌 자연스러운 자연사 등의 반복된 과정으로 그들의 멸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외의 한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존재들은 유진이 살고 있는 곳처럼 그 인류가 무척이나 희박했고, 유럽권의 사람들도 아프리카의 부족민들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더욱이 주목할 만 한 점은 아메리카 대륙인 미국의 땅에는 현재 단 한명의 인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들을 품안에 안고 별장의 널따란 정원을 걸어들어 오는 그. 그의 눈에 낯선 한 대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유진”

 “무슨 일로... 아니 그보다도 누구신지?”

 “제 이름은 헤일리 베넷 3세. 당신을 본 따 만든 안드로이드 카제스트를 만든 사람의 딸입니다. 베넷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 그에게 자그마한 딸이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 벌써 이렇게 자랐단 말인가? 아버지는? 자네의 아버지는 안녕하신가?”

 “아버지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이곳으로 왔습니다. 아버지의 자그마한 버킷리스트 중에 한가지였거든요.”

 “버킷리스트?”

 “작가님이 카제스트에게 패배한 이후에 돌아가셨습니다. 죽기 직전에 그 모습에 관하여 제게 말씀 하시더군요. 그 표정을 말씀드리자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흡족해하셨고... 동시에 무척이나 씁쓸하게 분통해 하셨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그와는 십 수 년 전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니까 말이야. 몇 안 되는 통하는 인물이기도 했었지”

 “안드로이드가 100억 체에 달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서서 얘기하기에는 조금 중요한 얘기인 듯해서요.”

 “아... 미안 미안하네! 좀처럼 사람을 접할 일이 드물다 보니 이쪽으로 들도록 하지.”

 

 *

 

 “내가 평소에 즐겨 마시는 차라네. 한잔 음미해 볼 텐가?”

 “성의는 감사합니다만, 제가 이런 상태라서.”

 

 다자고자 자신의 양복의 옷을 들추더니 배를 들어내 보이는 베넷. 그리고 그녀의 복부 부분에는 장기를 전부 들어내고 더 이상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수 백 년 동안을 살아갈 수 있는 인공 소화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 완전한 존속을 위한 전체 안드로이드화도 예정 중에 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마음에 드는 외모의 디자인이 개발되기 전이라 시기를 엿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손수 이곳까지 발걸음을 한 이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나더러 가상공간에서 살다가 썩어 문드러지라는 말인가?”

 “아... 휴머니즘 운동가이기도 하셨죠? 작가 님 그런 뜻은 아니에요.”

 (*휴머니즘 운동가= 인간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살다가 정해진 수명을 겪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토를 주장하는 사람들. 인공 장기라던가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생명 연명을 반대한다.)

 “카제스트와의 대화. 아버지에게 전달되었더군요.”

 “그렇겠지.”

 “그 말을 듣고서 아버지가 말씀 하셨어요.”

 “무어라 말씀하시던가?”

 “유진은 절대로 카제스트를 넘어서는 작품을 쓸 수 없다고요.”

 “죽기 직전의 유언인가 보군. 뭐 실례되는 말은 삼가도록 하겠네.”

 “아시다시피. 카제스트는 당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접하고 있어요. 당신이 유년 시절 적었던 일기장부터 작가 지망생으로 숱하게 써 왔었던 모든 철자로 된 작품들이 말예요.”

 “흥. 그 빌어먹을 기계 덩어리가 손수 펜으로 적은 문체의 작품들까지 알 수 있을 리가. 감시라도 했단 말인가?”

 “A.I. 문학상 이전의 문학상을 수상하셨을 때 아마 관련 습작들을 전부 디지털화하여 넘기신 걸로...”

 “아, 참 그랬었지!”

 “중요한 건 카제스트는 작가님의 최고 전성기 그러니까 즉, 글에 대한 열정을 계속 간직 했을 때의 평행우주를 걷고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 내게 글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말하는 겐가?”

 “부정할 수 있으시겠어요? 확실히 당신 작품의 팬이기도 합니다만”

 “흥!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까지 녀석이 훔쳐갈 수는 없지. 어디까지나 계산과 통계 데이터에 의한 수치이자 결과일 뿐이지. 지금 자네와 이렇게 대화를 하는 순간의 느낌과 기억까지도 녀석이 똑같이 베낄 수 있을까? 소소한 쇼핑을 하던 순간에도 나는 수백, 수천가지의 고찰과 망상을 하며 길가를 거닐었네. 혹, 이러한 순간의 모습까지도 데이터화 하여 습득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기억을 복사하였다는 것으로 인해서 또한 나에게 새로운 감정들과 생각들이 생겨날 것이라네. 이것은 오리지널 본연의 나밖에 느낄 수 없는 나만의 경험이자 독보적인 기억의 발현이라네.”

 “조금 흥분하신 것 같은데요.”

 “정말로 내가! 마음만 먹고 글을 쓴다면 그 빌어먹을 복제품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그간에 내가 써 왔었던 역작들을 조금씩 뒤바꾸어. 짜깁기를 해 왔을 뿐...”

 “그렇다면 일단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가도록 하지요. 아버지가 유진 당신에게 남긴 선물이 하나 있는데 말이죠.”

 “선물..?”

 “예. 당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 접속 장치에요. 자그마한 의자 크기의 형태라 부담감도 덜할 거예요. 직접적인 신경계의 연결 시스템도 아니라 신체에도 큰 부담이...”

 “됐으니 마음만 받도록 하겠네. 자네는 방금까지의 내 말을 무엇으로 들었나? 새로운 작품을 쓴 뒤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녀석이 나를 넘어설 수 있을 리가 없지!”

 “혹시 이것 보셨어요?”

 “무엇 말인가?”

 

 유진에게 슬며시 모니터 영상을 보여주는 베넷. 그리고 그녀가 띄운 기사의 전문에는 카제스트의 다음해 문학상에 대한 인터뷰와 포부가 담긴 기사가 비추어졌다.

 “최초의 인공 안드로이드 A.I. 문학상 수상자 카제스트... 더 이상 유진 작품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독자적인 성향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 낼 것. 하하? 우습지도 않는군!”

 “결심이 확고하시니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할게요. 다음에 아마 만날 지도 모르겠군요. 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말예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베넷 양. 나의 팬이라고 했지? 원한다면 사인 정도는 받고 가는 게 어떻겠는가? 껄껄~ 내가 진심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을 한다면 녀석에게만큼은 지지 않을 걸세! 또 다른 인간 작가에게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건투를 빕니다. 유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아무리 한번 뿐이라지만 이것 참 너무하는군! 더욱이 잘된 일이야! 삶에 대한 목적도 목표도 없던 와중이었는데 나에게 이러한 욕망을 제공하다니 젊은 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야. 반드시 모든 인간들. 나아가 ‘녀석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역작을 써내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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