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약 8개월가량... 밤낮을 불구하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을 하였다. 그 모습이 마치 젊은 시절의 부푼 꿈과 호기롭던 열정을 넘어서는 모양새였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을 시켰군. 카피 J... 즉, 가짜 유진의 존재 자체의 발상을 뒤엎는 작품이야.”
· 유진이 쓴 소설- 다이어터 –diE.Ter-
“언제까지 누워서 빈둥빈둥 대실건가요~!!”
“누군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줄 아나...”
“식욕을 참지 못해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신 분들...! 오늘은 그분들을 위한 다이어터 3개월 치 특가 구성으로 마련하였습니다.”
느려터지다 못해 빵빵하게 터져버릴 것만 같은 두툼한 손가락. 운동 작용에 대한 부담감과 귀차니즘 때문이었을까..?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tv채널의 한 광고에서 문득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정말 뺄 수는 있는 거야? 지긋지긋한 이놈의 살... 내가 봐도 징그럽네!”
“고객님들이 보시기에도 그렇죠? 예! 맞습니다. 단 3개월이면 체계적으로 일구어진 전문 트레이너 집단이 직접 신체에 접속하여 확실하게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시켜줄 것입니다! 이번 기회는 한 달 비용 무려 233달러! 3개월 초특가 699달러의 금액이면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699달러면.. 내 편의점 한 달 월급에 육박하잖아...? 피휴우~~”
철퍼덕 놀아 누워 한숨을 쉬어 봐도 답이 없는 인생이었다. 더 이상 고스펙뿐만이 아닌 능력주의의 인간들과 신입사원들을 뽑겠다던 당찬 포부의 기업들은 이윽고 몇 년 흐르지 않아 개발된 대체 안드로이드들의 급진적인 발전에 따라 직원들을 모두들 해고하였고,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그마저도 얻게 된 일자리...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인간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대체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반대하며 거부하는 단체들의 배려에 의해서 얻게 된 자리였다.
“117kg! 유진 씨! 다음 달부터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모두들 유진 씨를 축하해 줍시다.”
[짝짝짝, 짝짝~!!]
“정말 축하해요. 유진 씨! 나도 조금 더 노력해서 살을 찌우면...”
“그런 말 말아요! 노력해서 버젓한 직장에 취직할 생각을 해야죠. 카버 씨!”
“대체 안드로이드들이 뭐든지 다 해주는 세상에서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주임님”
“포기하지 말아요. 인간들은 언제든 답을 찾아내는 존재들이잖아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다들 힘을 내어 노력하면, 아무리 완벽한 기계들과 경쟁하더라도... 분명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유진 씨”
“아... 에.. 뭐, 그렇겠다는~”
*
“그래서 찾은 일이란 것이 대체 안드로이드들의 앞잡이 판매원이 된 겁니까? 주임님!!”
유진이 바라보고 있던 홈쇼핑 판매원의 디너는 자신이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바로 6개월 전 고맙게도 자신이 사회에서 취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었고, 밝게 웃으며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왜인지 모르게 속으로는 알 수 없는 허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아 차마 그를 탓할 수만은 없어보였다..
“서둘러 전화 주십시오~!! 마감인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 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화.. 전화기! 아 맞다 내 휴대폰은 몇 년 전에 이미 끊겼었지... 이, 이걸로도 되려나?”
손에 들려진 리모컨으로 꾸욱꾸욱 tv화면의 연락처를 눌러보는 유진. 그러자 마치 연결이 되었다는 듯 tv화면이 영상통화화면으로 전환되었다. 화면에서는 실시간으로 연결된 상담 안내원이 팬티바람의 유진을 바라보았고, 고객을 대하는 업무지침에 어긋나지 않으려 뿜어져 나오는 실소를 참기가 매우 힘든 모습이었다.
“에..?”
“아, 예. 음음... 죄송합니다. 고객님 잠시 웃음이... 크흑... 아~ 음! 고객님이 너무 편해 보이셔서요~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선택하신 다이어터 제품은 이제 곧 마감이오니, 이번 기회를 놓치시게 된다면 2개월 뒤로 구매기회가 늦춰지게 됩니다.. 이점 참고 하시어...”
“구매할게요!”
“구매 하신다고요? 정말로..?”
“예! 예.. 구매할게요. 아직 남아 있을 거예요. 제 월급 통장에...”
“아... 음 잠시만요~ 고객님 정보 좀 확인 좀.. 8.. 99달러... 음 네 가능하시겠네요. 그럼 어떻게 상품 배달은 내일 바로 해드릴까요?”
“상품 배달이라면... 직접 오시는 건가요?”
“네, 뭐 직접 배달해 드리기도 수령하러 오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 그럼 제가 내일 가겠습니다. 그곳으로!”
“네에. 뭐 오실 수 있으시다면 그렇게 접수 넣어드리겠습니다. 입력된 정보들 확인하시고요.”
tv화면에 띄워진 자신의 정보를 대충 훑어보는 유진.
“아... 예예 전부 맞네요.”
“상세주소는 아래에 띄워 드렸으니 그럼 구매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우리 메카 플렉션 계열 제품들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추가적으로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동일한 번호로 연결하시면 됩니다.”
“아... 예 에~ 수, 수고하십쇼..!”
“하아.. 사람이랑 대화하는 건 무척이나 번거롭단 말이지.. 더군다나 이런 돼지우리 같은 집구석에 누군가를 초대할 깜냥도 안 된단 말이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계들뿐이겠지만.. 그래도 직접 가면 혹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베넷 씨를 말이야..!”
주임이란 유진을 유일하게 인갑답게 대해준 사람.. 그는 아니 그녀는 유진의 첫사랑이자 유일하게 소통을 접해보았던 여자 사람이었다.
“에.. 그러니까 음.. 여기가 맞는 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아오른 위용의 거대한 건물. 글쎄... 건물이라기엔 마치 인류가 쌓아올린 7대 미스터리 건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크기와 규모는 산과도 같았다. 물론 유진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산이라는 자연의 경관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었겠지만...
거대한 건물의 위용에 한번 놀랐고, 실내의 내부로 들어선 그는 바글바글하면서도 정신없이 이동을 하는 수많은 인파. 아니 기계 안드로이드들의 무리들에 또 한 번 놀랐다.
“17억 중국 인구는... 곧 이것들에게 금방 따라잡힐 거야...”
주위를 둘러 눈에 띄는 접수처.. 그곳에는 자신과 같은 존재인 또 다른 인간들이 줄을 서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그 접수를 받고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다.
“저쪽인가...”
[퍼억!]
“으으.. 뭐야?”
[삐리비리...]
“4등급 산업폐기물! 삐리 오류! 메카 플렉션의 소중한 고객님. 죄송합니다. 보통 인간의 신체 구조에 벗어난 데이터... 처리할까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 불찰입니다. 4등급 산업폐기... 삐리! 오류...”
“뭐, 뭐라고 자꾸 지껄이는 거야! 산업폐기물? 네 녀석에게는 내 몸뚱어리가 폐기물로 보인단 말이야!? 이씨!”
자신의 몸을 밀쳐낸 것도 더불어 기분 나쁜 모욕공격까지 받은 유진은 흥분한 채로 로봇의 몸통을 밀어젖히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로봇들이 실례를...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직 유동적인 프로그램이 입력되질 않았어요. 가장 기초적인 소통 레벨로 출고가 된 상황이거든요. 여기가... 바로”
허겁지겁 달려온 한 여인. 그리고 그녀가 가리킨 바닥...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표시가 된 이제 막 갓 출고된 로봇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한 전용 경로였다.
[주의! 로봇들의 경로를 막지 마시오.]
“아..! 이런...”
“못 보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처음이신가요? 어.. 저 근데 혹시”
“에...”
“유진 씨에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주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