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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제아니스트 (Copy J.ionist)
작가 : 이오니스트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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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자의 은하 지침서 2of4
작성일 : 18-11-23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6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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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바지 은하군의 경계의 끝자락에 위치한 제이콥의 우주선은 드디어 목표 지점으로 추측되는 장소에서 경계선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경계선이라고는 하나 실은 아무런 변화 없이 평범한 항해를 할 뿐이었지만... 그리고 그 순간은 실로 현실로 다가왔고 마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의 바다 속으로 입수하기 직전의 상태인 것처럼 우주선의 모든 장치들이 오류를 일으키며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데요?”

 “당연히 발생해야지 그리고 문제가 아니야. 성공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전조 현상이라고.”

 “저 앞에 저건 뭐죠?”

 “앞이라니? 당연히 아무것도 있을 리가...”

 제이콥의 눈빛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무어라고 해야 할까? 우주의 끝자락이라고 볼 수 있는 벽... 이라고 불려야만 했을까? 그 벽에 도달하자마자 쿵! 하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부딪쳐 산화되는 과정이 아닌 마치 자기장의 늪으로 이끌려가는 것처럼 그렇게 우주의 끝자락에서 우주를 벗어나려 어딘가의 장소로 흡수되고 있었다.

 “또 다른 장소의 공간에서 우릴 끌어당기고 있군...”

 “또 다른 장소라면 은하군 이상의 새로운 공간 우주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가요?”

 “글쎄... 그 대답을 할 수 있었다면 몸소 이렇게 직접 탐사를 오진 않았을 거야. 분명한 사실은 이 너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지. 우주선은 현재 망신창이이고, 현재의 상황 또한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지. 가만...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내 이론이 맞았다면 이건 엄청난 인류의 대 발견이야. 우주의 구조와 그 진리에 대해서 한층 더 접근할 수 있는! 이자벨라! 서둘러 어서 추진가속장치의 버튼을 누르게!”

 “당신의 말대로라면 현재 경계선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잖아요? 우주선이 폭발하고 말거예요.”

 “아니, 파괴되지 않아. 경계선을 벗어남과 동시에 경계선을 돌입하고 있는 중이니까...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읍!”

 

 제이콥이 명령을 내리던 도중 우주선의 절반 이상이 또 다른 경계선의 어딘가로 흡수되고 있었다. 분명히 겉으로 보았을 때엔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우주공간이었을 뿐이지만 그 장소에 있는 제이콥은 분명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제이콥이 자리한 공간이 선을 넘어서자 제이콥은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은하군 이상을 넘어서 그 어떠한 행성과 별들의 중력도 저해 받지 않는 곳... 제이콥이 이론상으로만 생각해 왔었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 공간의 장소에 드디어 돌입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우려했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은 시공간도 포함되었다. 위치적으로도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할 수가 없는 지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고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흐르지 않았다. 그건 이미 존재했었던 제이콥과 이자벨라라는 개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 둘은 더 이상 이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는 존재들이 되어 버렸다. ‘둘의 시간은 멈추어 버렸다.’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우주선의 내부는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그 배터리는 영원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었다. 멈추어진 제이콥은 움직일 수조차도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오직 뇌세포의 운동이 모두 멈추어진 뇌 내 망막 속에 맺혀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니 먹지 않아도 사망하지 않게 된다. 그러던 제이콥에 비추어진 것은 자신이 내뱉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손을 뻗은 이자벨라의 존재였다. 기계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단 몇 십 센티의 간격을 두고는 멈추어버린 그녀의 옆모습 그는 눈을 깜빡일 수도 시야를 돌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심호흡을 한 번 내뱉을 수도 생각이라는 것의 과정을 거칠 수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이 멈추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다는 표현은 관계가 없을 지도 모른다. 설령 우주 반대편에서 수 천 만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할지라도 제이콥과 우주선의 시계는 0초로 전혀 미동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긴긴 기나긴 세월동안 제이콥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경계의 끝으로 스며들다가 만 우주선의 마지막 부분. 그것은 우주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자국의 국기였던 깃발의 천 쪼가리 부분이었다. 미세하게 삐져나온 단 한 가닥의 얇디얇은 실오라기가 자신이 왔었던 우주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제이콥의 우주선의 공간은 0.000001초 정도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 전과 지금과 앞으로의 모습들과 전혀 미동이 없을 것만 같았던 이자벨라의 손가락이 그 차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미세하게 내려왔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 책이라고 여길 수가 있었다.

 지구 나이 46억년, 태양의 나이 50억년이라는 수치적 의미가 얼마나 짧고도 단순한 표현이었는지 제이콥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을 알 수 있을 때 즈음 생각은 할 수 없었지만 망각에 비추어진 그 멈추어진 장면의 변화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뇌세포의 활동이 없었으니 뇌 속 기억으로의 저장현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느낄 수 있었어도 바로 잊었다. 바로 잊었어도 느낄 수 있었다.

 걸터앉은 우주선은 별다른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자락에 위치한 실오라기 천 쪼가리가 왜인지 그전보다는 조금 더 길어진 것만도 같았다. 밝게 빛나는 것 같은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러한 현상은 일어나고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었고, 그 시간이란 자그마한 불꽃이 튀며 발현되는 점화와 그 충격과 반동으로 인해 우주선이 역으로 튕겨져 나오는 운동을 벌이는 가장 원초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그 우주선의 이름을 우주로 붙여 놓았다면 그 개체는 우주 운동의 진리인 최초의 빅뱅 현상을 겪는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답답할 수도 있었던 영원의 시간을 ‘잠시’나마 느껴 보았던 제이콥의 우주선도 3분의 1지점 가량이 다시 본래의 우주로 되돌아 나올 수 있었다.

 

 “읍 영... 원...히 멈추어진 채로 갇히게 될 거라고!”

 “추진가속장치 점화 완료 하였습니다. 제이콥”

 “휴우.. 잘했어! 이자벨라. 하마터면 영원한 시공간에 멈추어 그대로 우주 미아로 박제가 될 뻔했어.”

 “......”

 “이자벨라?”

 “여기까지 함께 해 주어서 고맙네 제군. 편히 쉬시길...”

 제이콥은 자신이 영원한 시간의 경험을 겪었다는 사실 또한 자각하지 못한 듯하였다. 그의 기억 속에는 오로지 충격으로 인한 이자벨라의 손상. 즉 기계 장치의 파손이라는 좌절감만을 접했을 뿐이었다. 영원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주선의 조명의 배터리도 전혀 닳지 않았고, 내부의 공기들도 줄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제이콥의 뇌세포에도 그 어떠한 정보적 현상들이 저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자벨라는 그 영원의 시간동안 마치 자신의 남은 에너지 전부를 쏟아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느낌 차이였을 것이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에 성공한 기계 안드로이드가 만족하는 안도감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과학적으로 표현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돌아오는 길은 왜인지 벗어나는 것보다 조금 더 수월했다. 이미 기록된 좌표의 영향도 컸다. 본래의 자신을 이끄는 알 수 없는 중력의 영향도 박차를 가했을 지도 모른다. 은하계의 돌입 이후 인류의 고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태양계의 돌입을 앞두고 있었다. 험난했던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료했던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장소. 제이콥이 떠나기 직전 이전의 본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알고 있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똑같은 배열과 규칙대로 놓여 져 있다는 것을 감지한 후 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혹은 일말의 마지막 인생의 종지부였을 지도...

 단지 지구뿐만이 아닌 모든 목성들과 화성 등에도 인류의 위대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가득 세워진 풍경을 바라보며 조금 놀란 표정뿐이었지만... 짧지 않은 우주여행이었지만 그 세월은 적어도 태양계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려 전혀 새로운 종들의 탄생을 염두에 둘 수 있을만한 기나긴 변화라고 볼 수 있었다.

 “라져... 라져... 라져댓 태양계로의 돌입 승인 바란다. 듣고 있나?”

 

 제이콥이 지구를 떠나기 직전의 인류는 대략 70억 인구.. 그리고 떠난 이후 그 수가 한계에 육박했던 인류의 부흥기는 대략 136억 명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한 자원고갈로 인해서 인간들은 스스로 파멸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이룩한 과학문명들과 첨단문명들을 후세에 남겨 전달하기 위해서 온전하게 보존하는 법을 만들어 개척하였기 때문이다. 기나긴 꿈을 꾸고 돌아왔을 때에 비추어진 장소는 제이콥이 존재했던 인류들이 살다간 문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깨끗했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그랬다. 우주와의 조화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은하계의 일부인 것만 같았다. 행성 위에 설치된 각종 문명의 구조물들은 인간이 우주에게서 느끼는 무한한 감정들과 경이로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3차원적으로 표현되었다.

 어우러졌고, 어울렸다. 그것은 조화 그 자체였다. 제이콥의 눈에 비추어진 인류가 남긴 최대의 미적 구조물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아올라 있었고, 닿을 듯 말 듯 한 행성들과 위성들이 그 위를 유유자적하게 공전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혼을 쏙 빼어놓을 것만 같은 인류의 위대한 공헌과 업적들이 제이콥을 사로잡았던 것이었을까? 그래... 약간은 성공했었을 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었다. 아뿔싸! 싶던 제이콥은 다시 인류를 되짚어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이미 우주의 일부를 경험하고 온 그는 과거의 동족? 혹은 자신의 종들에 대한 일마의 애착 혹은 과거에의 그리움. 같은 바보 같은 연민 따위가 아니었다. 단지 그 미개한 종족들이 어떻게 살아갔으며, 어떠한 문명을 이루어가며 원론적으로 최후의, 최종의 마지막 생을 마감하였는지 지식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형태로 인류가 멸종을 맞이했는지에 관한 호기심의 발현일 뿐이었다.

 익숙했던 발걸음을 내딛고 자신을 쏘아 올렸던 우주 정거장의 내부에 들어오게 되었다. 위대한 첫 발걸음과 같은 귀환이후 함께했던 우주선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낡아있었다. 그리고 그 우주선의 안에는 유일한 동료였던 안드로이드 그녀가 잠들어 있을 것이었다.

 “결국은 이렇게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릴 거였으면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는지 참으로 부질없기 짝이 없군...”

 제이콥은 자신에게 제시된 듯한 매뉴얼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의 기록들과 그에 따른 후세들을 위한 지침서를 간략하게 공부하여 습득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에게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정신적 성숙의 개념이 아닌 단순하게 받아보는 뉴스레터나 설명서를 활용한 지식의 확장 범위라고 볼 수 있었다.

 인류의 대가 끊길 것을 예상 하였고 다시 제이콥으로부터 시작 되었을 때 ‘도대체 무얼 어쩌라는 거지?’에 관한 그의 불만과 의혹의 응어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금까지 수십억 아니 수백억년 동안 아무도 그 어떠한 무엇도 영향력을 끼치지 않은 채 존재해 왔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의 제이콥처럼 문명과 지식이라도 접할 수 있는 행위는 일체 일어나지 않았다.

 

 제이콥은 자신의 앞에 있던 누군가에 의해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다. 작성된 년도는 무려 2,488년도였다. 왜 그 영상 메시지를 보게 되었냐면 ‘후세에 태어날 인간이 관람해야할 필수 영상 기록물’이라는 지침에 따랐을 뿐이었다. 그 영상물에는 한 여성이 있었고 아쉽게도 제이콥의 이상형과는 전혀 먼 예쁨과는 상관없을 것 같던 안경 낀 중년의 여성 과학자가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시대의 세월이 얼마만큼 흘렀는지 현 시점이 어느 지점인지도 알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시간을 표시하는 인류의 모든 전자체계가 그 기나긴 시간을 전부 계측하지 못해 어떠한 오류로 멈춰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이콥은 자신의 시간이 어느 지점을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무지막지하게 머나먼 미래라는 점만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제이콥은 예상했었던 대로 마지막 최후의 인류였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그 여성 과학자는 최초의 인류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마치 아담과 하와? 아담의 뼈에서 나온 이브가 사악한 뱀의 감언이설에 속아 선악과를 따지 말라던 조물주의 말을 어겨 인류의 모든 고통과 고뇌가 탄생한 것처럼... 차라리 그것이 인류의 자연스러운 시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그 여자는 최초의 인간임과 동시에 제이콥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우주 공간의 완전한 끝자락에 위치한 곳에 존재하는 여성이었다. 어떻게 그 여성의 메시지가 제이콥에게 남겨 졌는지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없었다.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 보던 그는 왠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유인 즉 그러했다. 제이콥이 존재하는 은하계와 그 여성이 존재하는 은하계는 우주로 비유를 하자면 처음과 끝자락에 위치할 정도로 머나먼 곳에 존재했었다.

 하지만 워낙에 원론적인 처음과 끝이었기에 우주의 한 바퀴를 돌고 돌아. 거의 서로가 같은 장소에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무방한 공간에 놓여 져 있던 것이었다. 마치.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제이콥은 깨달았다. 자신이 최초의 아무런 영향력도 받지 않는 우주의 끝 경계선을 벗어난 최초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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