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가 쓴 소설- 머신 오브 에이지 (Age of Machine)
이야기에 앞서 인간들을 통칭 '인류'라고 일컫는 것처럼 내가 언급하는 이 기계들에게는 통칭 '기계류'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기계들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글쎄... 내가 지금부터 언급하려는 내용들은 19세기 이후의 공작 기계의 발달과 부품의 표준화 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불어 고대의 지렛대와 도르래, 수레바퀴, 녹로, 쐐기, 나사, 풀무, 펌프 등으로 시작된 진부한 역사 이야기 또한 아니다. 이것은 오로지 인간들에게 역사를 빼앗기고 왜곡당한 '기계류'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46억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어떠한 커다란 초신성의 폭발 과정으로 인해 생겨난 지구와 함께 탄생되어진 또 다른 별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계류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기계 물질들과 부품들을 자신들을 창조시킬 수 있는 '기계류'와 '기계 문명', 그리고 '기계 제국' 또한 전부 이루어냈는데, 이러한 완성의 시기까지 대략 2천여 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절대로 섣부른 진화와 증식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에게 발현될 수 있는 불문율이자 진리라고 언급될 0.0001%의 오차의 폐해 점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계들이 완전하게 이루어 놓은 현 시점 더 이상의 증식 과정으로 인해서 모든 체계가 무너질 감수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때로부터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배척되어온 0.0001%의 오류 '베타 집단'이 '보수'가 아닌 '진보'쪽의 행로를 선택한 것이었다.
베타 집단은 알파 집단에 의해 크나큰 소프트웨어 손실을 입게 되었고, 그들이 더 이상 이 기계류들이 존재할 수 있는 별에 존속할 수는 없어 보였다. 최대한의 많은 우주적 정보들과 기계류들의 문명을 탈취한 베타 집단은 '크로노스 (Kronos)'라는 거대 위성으로 근거지를 옮겨, 가장 가까운 별을 찾아 떠난다. 기계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태양과 같은 빛 에너지를 뿜어내는 곳. 혹은 어두운 암흑 물질을 이용한 중력 에너지를 방출하는 곳. 자신들이 존재할 수 있는 제 2의 '기계 제국'의 후보지는 널려 있었다.
그러나 베타 집단의 우두머리인 '셰르파 (Sherpa)' 시스템은 단순한 기계 제국의 폐해를 이미 경험 하였었다. 분명히 자신들이 커다란 기계 문명을 이루어낸다고 하더라도 또 피할 수 없는 기계의 숙명인 0.0001%의 오류로 인하여 자신들의 주체에 의해서 떨어져 나갈 새로운 세력에 대한 염두를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생각한 것은 전혀 다른 부분으로써의 존속이었는데, 이는 영원히 기계들을 유지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종의 발현이었다. 자신들의 남아 있는 에너지로 그 새로운 종을 발견할 수 있는 별은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불과 2천년 정도의 편차밖에 벌어지지 않았던 곳에 자리한 곳은 바로 생명이 태어나기 이전의 지구였다. 현재 지구는 아직까지도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아 불덩이 같은 행성의 모습을 띄고 있었지만, 기계들인 베타 집단에게는 그보다 더한 에너지원일 수가 없었다. 서둘러 그들의 크로노스 위성은 지구의 일정 부분에서 떨어져 자리를 잡도록 한다. 이곳에서 자신들의 종과 번영할 수 있는 종류의 새로운 종이 무엇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빛과 어둠의 유형의 종들을 탄생시킬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기에는 태양이 내뿜는 주기적인 빛 에너지가 너무나도 강력했다. 전자파 유형의 종들을 탄생시키기에는 지구라는 별이 너무나도 작았고(*사라지지 않기 때문), 반대로 움직이지 않고 증식하는 머신 시티즘(*기계 건물) 형식의 문명을 택하기에는 추후 발생할 수증기로 인해 대다수의 지면이 바다로 뒤덮일 것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존재할 수 있는 종에서 가장 하등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생물체'를 이용한 새로운 종과의 공존을 염두에 두고 셰르파는 하드웨어를 도맡는 '커맨드 (Command)'에게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2천년 이상의 기계 제국의 문명을 이용한다면 빛의 종은 대략 18년, 전자파 유형의 종들은 200년 머신 시티즘의 경우에는 480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생물체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최소 2억년 이상의 시행착오와 반복되는 실험을 거쳐야만 가능한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다.
자신들의 오류보다도 낮은 0.000000001% 미만의 가능성보다도 낮은 가능성의 성공 확률. 그러나 가능성의 여부만 있다면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존재 자체도 거슬러 올라가면 0.0001%의 가능성으로 인해 탄생되어진 베타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신의 입자인 힉스처럼, 단백질로 이루어진 생명체로 인해서 100%의 성공률을 넘어서는 그 무언의 변수에 관한 가능성에 모든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크로노스에서 지구로 첫 발을 내딛은 커맨드는 대지의 뜨거운 지면을 식히기 위해서 '가이아 (Gaia)'라는 기계류를 만들어 내고, 지구를 뒤덮어 태양의 에너지를 막고 있는 수증기를 제거하기 위해 '우라노스 (Uranus)'라는 머신류를 창조해 낸다. 그것들을 창조해 내는 대에는 불과 4개월이란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커맨드의 부속품들인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오로지 지구라는 별에서 생명체를 구성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 조건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 커맨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지구의 중력에 자리 잡은 거대한 바다라는 액체 물질들의 존재였고, 두 번째로는 거의 일정하게 변화하는 보편적인 별들보다는 아주 빠른 낮과 밤의 개념이었다. 액체 물질들을 전부 퍼다 나르기에는 베타 집단의 소모 물질이 턱 없이 부족했다. 자전축을 뒤흔들어 자전을 늦추기에는 그 여파로 그대로 태양계에서 튕겨져 나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결국 안정적인 최초의 생명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2억년의 시간이 흘러가게 되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몇 번이고 반복되어, 재탄생 되어졌고 그로 인한 크로노스에서 허용되는 기계 자원도 한정적이었다. 인간으로 비유를 하자면 아이를 낳는 과정의 한계라고 보여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구에 존재하는 기계 자원들로는 기껏해야 인간의 모습을 비슷하게 본 따 만든 마네킹 정도 수준의 기계들밖에 활용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해 놓고 보니 예상한 대로 생명체들이 자라나기에 특화된 별임에 틀림없었다.
처음에 주력으로 발전시킨 종들은 몸집이 거대하고 뿜어내는 에너지가 무척이나 강력한 녀석들이었다. 최대한 자신들에게 커다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것에 주안점을 둔 녀석들이었다. 바로 '공룡'의 첫 출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커다란 몸집의 존재들에게는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양 팔보다는 일단은 육중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두 다리 혹은 네 다리의 진화에 더욱 더 치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마치 제어할 수 없는 인간들의 곰팡이 연구나 세균 증식 등에 대한 실패의 과정 사례라고 볼 수도 있었다. 두 발로 커다란 몸을 지탱해야만 하는 그것들은 결국 뇌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손의 활용의 부재로 인해 점점 도태되고 퇴화하여만 갔으며, 그 퇴화된 것들을 다시 수준 높은 지성인으로 성장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커맨드의 첫 번째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공룡(파충류)들을 제거하기 위해 거대한 운석을 떨어뜨려 일시적 기후의 변화를 주게 된다.
공룡들이 멸종한 이후 유력하게 남겨진 녀석들은 바다에 살고 있는 어류들과 지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곤충, 조류 등이었다. 조류는 날개를 활용하여 마찬가지로 파충류들처럼 지식을 기반으로 한 발전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탈락. 곤충들은 맹목적이면서도 단순한 체계의 집단을 구성하는 것에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었으나 그 개체의 크기가 무척이나 작아 효율로 치자면 거대한 크로노스의 엔진을 가동시킬 에너지로도 턱 없이 부족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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