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어서와, 우리의 동아리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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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폭력, 만남
작성일 : 18-11-01     조회 : 404     추천 : 0     분량 : 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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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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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1년 차이로 무언가 많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애써 무시하며 등교를 반복했고 현재 5월, 괴롭힘을 같은 반 몇 애들한테서 받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처음엔 한 번씩 내 말을 무시했다가 다시 받아주는 방식의 장난이었는데 어느 샌가 그 무시는 장난에서 진심으로 탈바꿈했고 물건이 사라지고, 먹지도 않은 매점에서 파는 음식의 봉투 쓰레기가 책상 안에 들어가 있고, 교과서 사이가 물에 젖어있거나 사라졌을 거라 생각한 교과서가 폐휴지함에서 발견이 되는 등의 일이 일어났다.

  처음엔 이것을 신고해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아직 우린 어린 나이이고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런 한순간의 잘못으로 이것을 신고해 그들이 살아갈 무수한 날들을 망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저 내가 참자, 참자. 어렸을 적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 안에서 억지로 버티던 그 때를 생각해내며 참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뜨거운 탕 정도가 아니었다.

  학교에 배치된 대걸레를 빠는 물에 온몸이 적셔진 채 몸에 힘을 빼고 수업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거닐었다. 이 꼴로는 도저히 반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쉬는 시간에 나가지 말걸…….”

  아니, 그냥 학교에 오지 말걸. 내가 왜 이런 짓까지 당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가만히 서서 천장을 바라봤다. 내 조절 영역을 벗어난 눈물을 다시 집어넣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렇게 무단결석을 각오한 채 가만히 서있길 몇 분,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았더니 이름표의 색으로 봤을 때 2학년인 한 선배가 학교 게시판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었다. 선배가 다 붙이고 어딘가로 가는 것을 전부 지켜본 후에야 게시판으로 다가가 그가 붙인 것을 봤다. 동아리 홍보 포스터. 그곳엔 동아리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포스터가 가리키는 곳은 학교의 제일 꼭대기 층인 5층의 음악실 옆. 왜 몇 반이나 무슨 부실 같이 명확한 이름이 적혀있지 않는가에 대해 작은 의문을 가진 채 그곳으로 향했다. 등산하는 것처럼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 도착한 음악실 옆. 내 눈이 정확하다면 이곳은 아무도 쓰고 있지 않은 창고다. 아니, 정확히는 썼었던 것 같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안을 들여다보니 먼지가 수북이 쌓인 드럼이나 기타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의 고요함과 그것 때문인지 모를 일종의 편안함이 나를 감싸 안아서 멍하니 안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내 귀에 대고 누군가가 뜨거운 바람을 부는 바람에 멍청한 비명을 내며 놀라고야 말았다. 바람이 불어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까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선배와 그와 같은 색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내 귓가에 가까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을 분 건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선배인 것 같다.

  “여긴 왜 온 거야?”

  그가 귓가에 그대로 속삭이듯이 말을 건넸다. 살짝 뒷걸음질로 빠진 다음에 내 귀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포스터 보고 왔는데요…….”

  “와, 포스터 보고 온 애는 처음 보네.”

  “그게 아니라 우리가 늘 여기에 없어서 그래. 우리들 반을 적어두던가, 확실한 교실을 말해주던가. 아니면 동아리 신청서나 비슷한 편지를 넣을 수 있는 함을 만들어 두자고 했잖아.”

  “귀찮잖아.”

  “그건 그래.”

  기승전결이 어딘가 부실한 대화를 듣고 있는데 돌연 포스터 선배(일단 간단하게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여기엔 왜?”

  “네? 아니, 그게 동아리에 들 생각도 있긴 한데…….”

  사실 포스터에 써져 있던 다른 어떤 내용보다 끌렸던 건 곤란한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문구였다. 문제를 크게 불리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견디는 것 또한 싫은 지금의 내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이랄까.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마신 다음에 내쉬고 내 문제의 상황에 대해 둘에게 털어놓았다. 처음엔 장난으로 넘겼고 괜찮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세기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불안함이 오늘 현실이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중간 중간 “호오”라던가 “흐음”이라던가 “보통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지.”같은 맞장구를 제외하자면 둘은 잠자코 내 말을 들어줬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포스터를 보고 여기에 오게 된 거에요.”

  둘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동시에 좌우로 움직였다. 그 행동이 몇 초간 이어졌을까, 다른 선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일단 비켜봐. 동아리실에 들어가자.”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그들의 동아리실의 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을 헛디딘 나머지 내가 생각해도 우스운 걸음걸이로 문에서부터 떨어졌고 포스터 선배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먼지가 확 하고 우리 셋에게 달려들었지만 나를 제외한 둘은 익숙하다는 듯 팔로 먼지를 휘휘 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긴 원래 밴드 동아리가 있던 곳인가요?”

  아까 전에 나 혼자 생각했던 것을 그들에게 말했더니 포스터 선배가

  “그랬었지.”

  라고 대답했고 연이어서 여선배가

  “선배들이 대학 때문에 동아리에 제한이 걸리는 바람에 망해버렸지만 말이야.”

  라고 맞장구쳤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우리 학교는 3학년이 되면 수시다, 정시다 하면서 동아리를 들지 못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의자를 찾고 있었는데 포스터 선배가 먼지 낀 의자를 건네줘서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앉았다. 연이어서 선배들이 말을 이었다.

  “하여간 지랄 맞은 구조야. 왜 나이를 먹어 가면 눈이 안 좋아지는지 알게 해준다니깐?”

  “뭔 소리야, 그게?”

  “얼마나 눈이 안 좋으면 빛을 구별을 못 하잖아. 그 선배들은 마이크, 기타, 드럼과 함께 있을 때 빛이 나던 사람들이였어. 그런데 그 빛을 떨어트려놓고 죽이기까지 하잖아.”

  “흠, 맞는 말이야.”

  “쯧...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름이 뭔데?”

  돌연 여선배가 내게 말을 건넸기에 우스꽝스럽게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누, 누구 이름이요?”

  내 대답에 선배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다시 물었다.

  “너랑 아까 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새끼들.”

  “어, 음, 일단 제 이름은 김연진이고, 그 애들 이름은 그러니까...”

  선배에게 그 애들의 이름을 기억이 나는 족족 나열했다. 이름을 나열하면서 든 생각인데 내가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 할 정도로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애들이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열이 끝나고 “대충 이 정도에요.”라고 대답하자 포스터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이제 우리가 움직일 시간인 것 같은데.”

  “잠깐.”

  포스터 선배의 말을 여선배가 가로 막았다. 여선배가 내 쪽을 바라보며 나를 지목한 채로 이렇다 할 말을 못 꺼내며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하려기에 저러나 싶던 와중에 그녀가 말을 던졌다.

  “조금 힘든 일일지도 모르는데 해줄래?”

  “뭔데요?”

  “네가 지금 이 시점 이후로 괴롭힘 당할 때 핸드폰으로 녹음하는 거. 한 번이면 돼. 그게 있으면 그 때 움직일 거야.”

  망설이던 이유가 어쩐지 알 것만 같은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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