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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3+1
작가 : 찐따왕과해오름달
작품등록일 :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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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 규서 - 같은 종자
작성일 : 18-11-05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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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잘했어. 자, 아줌마. 아니, 뭐 이모라고 불러줘야 되려나? 그래서 얼굴 없는 살인마 양반은 어디 있어? 아니면 여기 있는 놈들 다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 그것도 흥미 없으면 지금 내가 널 찾아가고.”

 

  일단 어떻게 나오나하고 질러봤다. 사실 사미화가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한 명은 남겨뒀어야 했나. 괜히 다 죽여 버려서 알아낼 방법이 없네.

 

  “이규서 양, 차를 한 대 보냈으니 타고 오세요. 정중히 모실 테니 불편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얼레, 진짜야? 이렇게 순순히 나온다고? 근데 난 정중히 모시는 게 체질적으로 더 불편해서 말이야. 정신 나간 놈이면 재미 좀 보고 싶은데 아쉽게 됐어.

 

  오늘 죽여야 되나? 아니, 아직 죽이기에는 조금 일러. 섣불리 죽였다가 그 년이 가진 패를 다 알지 못하면 나만 나중에 독박 쓰는 거 아냐?

 

  근데 아까 전에는 좀 웃겼어. 공설호랑 여신님짱 어디 있냐고 물으니까 당황하면서 물 마시는 거 봐. 대충 찍어본 건데. 맞았나봐? 아마, 카페 관리자거나 그 관리자를 아는 관계자려나?

 

  “누나, 나 졸려.”

 

  진짜, 너도 골 때린다. 방금 사람 죽여 놓고 잠이 와? 하긴, 애라서 생각이 없지?

 

  “택시 타. 이거면 충분히 집까지 갈 수 있어. 가서 자고 있어. 저녁쯤에 들어갈 테니까.”

 

  “누나는 같이 안가?”

 

  “응, 볼일 있어서. 얼굴에 피는 좀 닦고 가라. 오해 받는다.”

 

  아침에 검정 옷을 입히길 잘한 것 같다. 다행히 옷에 튄 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놈에게 만 원짜리 몇 장을 쥐어주고 등을 떠밀자, 내 손에 들린 렌치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내 건데. 왜, 너도 이 맛을 못 잊겠어? 휘두를 때 묵직한 맛과 내리칠 때 팔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쾌감. 생각만 해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좋긴 하지.

 

  “이건 너무 낡았어. 나중에 새 거 하나 줄 테니까 얼른 가. 너 이번에는 나 따라오지 마라. 얌전히 집 가. 안 그러면 새 거 안 줄 거야.”

 

  “알았어...가면 되잖아.”

 

  칭얼거리며 대답하는 꼴이 영락없는 애다. 얼굴의 살갗을 벗겨내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옷소매로 박박 문지른 뒤 괜찮냐는 듯 바라본다.

 

  괜찮네. 그대로 집 가.

 

  불만스러운 듯 터덜터덜 걸어가는 꼴이 조금 귀여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옆에서 아직도 머리에서 피를 쏟아내는 남자가 보였다. 겁에 질린 얼굴 그대로 죽어있는 탓에 기분이 더러워져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래도 저 애새끼 아니었으면 찔렸겠지? 아무리 나라도 뒤에서 기습하면 알아채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

 

  어느새 저 멀리까지 걸어간 놈이 이제 검은 콩알만 하게 보인다. 그래, 집까지 잘 가라. 근데 멀리서도 느껴지는 위화감이 있달 까. 뭐, 차타고 가는 거니까 따라오진 못하겠지.

 

  아, 차는 언제 오는 거야? 사람 기다리게 하는 게 취미인가? 설마 또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진짜 변태 싸이코 년. 으, 징글징글 해.

 

  검은색 세단이 주차장 입구에 멈춰 섰다. 조수석에서 내린 말끔히 생긴 남자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조금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타시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 불편한데. 남자가 뒷좌석 문을 손수 열어주고 내가 타길 기다려준다. 손이 벌벌 떨리는 게 재밌다. 장난이라도 쳐볼까?

 

  남자의 셔츠 깃 쪽으로 손을 뻗어 실밥 하나를 집었다. 그러자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흐하하하하!!!!”

 

  아, 너무 크게 웃었나. 실례. 귀여워서 그랬어.

 

  “왜 그렇게 놀라? 실밥 있길래 때 준건데. 누가 보면 내가 죽이기라도 하는 줄 알겠네.”

 

  겁에 질린 남자의 시선이 내 왼 손으로 향했다. 아, 맞다. 피 묻은 렌치를 들고서 남의 목덜미로 손을 뻗으면 놀라긴 하겠네. 미안, 장난이 조금 심했어.

 

  “아- 이거 별거 아니야. 혹시, 내가 지금 가는 곳에 저딴 놈들이 또 날 어떻게 해보려고 대기타고 있는 거면 그 변태 싸이코 년한테 전해. 허튼 짓 하면 눈에 뵈는 놈마다 아주 아작 내놓을 거라고.”

 

  “……예, 예. 알겠습니다. 일단, 타시죠.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년이 기다리든지, 말든지 뭔 상관이야. 운전이나 해. 한숨 잘 테니까.”

 

  끝까지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뒷좌석에 올라탔다. 땀까지 흘리면서 쩔쩔 매는 모습이 귀엽다. 변태 싸이코년이 놈들을 잘못 뽑은 듯싶은데... 나 같으면 이런 놈들 안 쓰겠는데? 실수인가.

 

  아, 저 주차장에 있는 놈들은 공설호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대형 기사 터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역시 가진 거 많은 놈들이 잃을 게 더 많아서 좋아. 하나씩 뺏을 때마다 배로 재밌잖아.

 

  부웅-

 

  차가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달리자 승차감이 꽤 편안하다. 그래도 운전 하나는 잘 하네. 근데 아까부터 놈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방금 전 문자 한통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뭐야, 지금 너 뭘 숨기려는 거야?

 

  “그 문자, 사장한테서 온 거지? 왜, 뭐래?”

 

  “아, 아뇨. 그게 아니라...아닙니다.”

 

  “꽤 어린 것 같은데, 한번 단명해볼래?”

 

  아직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렌치를 들자 놈이 재빨리 고개를 젓는다. 야, 그래도 앞은 봐야지. 사고 나면 너나 나나 개죽음인데.

 

  “꼭 죽으셔야 합니다.”

 

  “뭔 헛소리야? 내가 죽어야 된다고?”

 

  “이렇게요.”

 

  세상이 뒤집힌다. 아니, 차가 뒤집힌다. 부웅, 하고 날아 허공을 가르며 왜 인지 달리는 차 한 대 없는 고속도로 아스팔트로 처박힌다.

 

  쿠웅. 쿵. 쿵.

 

  한번 부딪히고 몇 번 구르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섰다.

 

  치익. 칙 -

 

  젠장, 어디서 가스가 새나. 몸이 부서진 것 같은데? 아, 아파라. 그래도 부러진 데는 없네.

 

  겨우 찌그러진 차 문을 발로 차고 기어 나오자, 눈앞에 앙상한 다리가 보인다. 연예인인가. 엄청 말랐네. 서서히 고개를 들어보니, 왜 인지 그 변태 싸이코년인 것 같은 여자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

 

  “X발, 너지? 네가 차 전복 시키라고 문자했지? 이 개년이!”

 

  아, 젠장. 멱살을 잡으려고 일어섰는데 오른 발목이 조금 삔 건지, 상태가 별로다. 그 년, 아니 그래. 사미화라고 했지. 사미화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어머, 괜찮아요? 난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죽일 생각은 있었어도.”

 

  “하 - 그래. 이 변태 싸이코년. 못 죽여서 어쩌냐. 분해 죽겠네. 뭐 일단 넌 내 손에 죽는다. 그전에 얼른 말해. 얼없살 어디 있어? 아니, 누구야? 정말 여신님짱이야?”

 

  씨익. 그 여자가 짓는 웃음을 소리로 나타낸다면 이런 느낌일까. 진짜 소름 끼치도록 웃는다. 여리여리한게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겼네. 눈도 크고. 성격이랑 대조되는 얼굴인데. 어쩌다 성격이 미친 싸이코인지.

 

  “제가 알려주면 뭐 해줄 건데요?”

 

  “그런 건 없고, 네가 안 알려주면 방금 찍은 네 얼굴 카페에 올릴 거야. 이 년이 카페 관리자다. 네가 진짜 관리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야. 그리고 아프게 죽일 거야. 엄청 아프게.”

 

  역시, 조수 잘 뽑은 것 같아. 집으로 가라는 말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더니 역시 애새끼 집에 안 갔나? 어떻게 했는지 사미화 얼굴을 찍어서 내 폰으로 보내왔다.

 

  - 누나, 이 아줌마 기분 나쁘게 웃어. 짜증나. 죽여 버려. -

 

  응, 나도 동감이야. 근데 아직은 못 죽일 것 같아. 납치해서 고문이라도 해서 알아내야 되려나.

 

  사미화가 잠시 얼 빠져있는 사이, 답장으로 물었다.

 

  - 야, 어떻게 찍은 거야? 사진 찍은 구도 보니까 어디 높은 데 있나보다? -

 

  - 택시타고 집 가려는 데 어떤 아저씨가 칼 들이밀고 따라오라고 했어. 그리고 나보고 잘 보라고 하던데. 누나 죽는 거. -

 

  - 근데 사진은 어떻게 찍었어?

 

  - 몰라, 그냥 그 이후로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말이 없어. 사진 찍어도 가만히 있던데?

 

  - 사진 안 지워지게 비번이라도 걸어둬. 워낙 멀리에서 찍어가지고 화질이 좋진 않네.

 

  이 미친 년. 감히 애한테 그딴 걸 보여줄 생각이었던 거야? 그 놈이 어쨌건, 사미화의 명령에 따른 거니깐 이 싸이코년이 문제다. 일단, 침착하자. 섣불리 날뛰어서는 안 돼. 만만하게 봤다가는 언젠가 진짜 죽을지도 몰라.

 

  “어, 살아있었네?”

 

  나도 모르게 마음 속 말을 내뱉었다.

 

  윽 - 운전석에서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남자가 기어 나온다. 그리고 죽었어야 할 나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얼굴이다. 그러니까 왜 그랬어, 멍청하게.

 

  차라리 먹을 거에 독이라도 타지. 먹을 거면 나도 딱히 가리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랬으면 죽었을지도 모를 텐데.

 

  “이규서 양, 우리 손잡을래요? 이규서 양은 살인도 즐기면서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시민 영웅으로 거듭나는 거죠. 어때요? 듣기만 해도 멋있지 않나?”

 

  “그 제안에 콜. 하면 얼없살이 누군지 알려주나?”

 

  “그럼요. 물론이지.”

 

  “그래, 콜. 그렇게 할게. 뭐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얼없살이 누군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니까.”

 

  “얼없살은 - 여신님짱이 맞아요.”

 

  정말? 정말이야? 그렇게 순순히 말해주는 거야? 날 담은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포커페이스에 능한 놈일까. 근데 뭐, 그건 만나보면 되지 않겠어?

 

  만나서 묻고 아니면 죽이고, 맞으면 찢어발기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년 죽이고 외국으로 튀어야겠다. 히히, 재밌네. 이거.

 

  “그래서 네가 나한테 원하는 건 뭔데?”

 

  “이규서 양에게 원하는 건…….”

작가의 말
 

 이규서: 아, 젠장. 별 것도 아닌게 생각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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