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어느 아침과 다름없는 아침. 부스스한 머리를 쓸며 반쯤 이불을 걷어낸 다리 한쪽을 멍하니 바라본다. 꿈 이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다가가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크게 한 모금 들이킨다. 아침 햇빛이 등을 비추며 발밑에 기다란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 그것은 분명 자유 의지를 갖지 못한 나의 이차원의 피사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깨어나기 전 나는 분명 그와 대화를 했다. 정말 ‘꿈’이었을까?
아침 식사를 위해 밥통에서 밥을 푸고 냉장고 에서 몇 가지 반찬을 꺼낸다. 식탁에 앉아 기억을 더듬어 본다. 꿈이라면 보통 식사가 완료되기 이전에 중요한 골자는 남더라도 세세한 디테일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기억은 너무나 생생하여 온전히 뇌리에 박혀 있었다. 설령 그것이 꿈이라 해도 그 장면, 대화, 의미는 허구가 아니었다.
장자의 나비의 꿈 대목이 떠올랐다. ‘피식’ 하고 실소를 흘리며 여러 현실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실존한다 해도 지금 밥을 먹고 있는 3차원 아니, 시간의 흐름이 있으므로 4차원에 거하는 나를 곰곰이 느끼며 자문해 보았다. ‘나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