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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작가 : 시냅스
작품등록일 :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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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 4화 신비한 이들
작성일 : 18-11-04     조회 : 261     추천 : 1     분량 : 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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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동정을 살폈다. 잠시 후 몇몇 그림자가 우리가 숨어있는 곳을 지나갔다. 추격대인가? 하지만 걸음의 속도로 봐서는 추격대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마을 쪽 이었다. 그들은 두건 달린 망토를 두른 듯 팔다리의 실루엣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며 머리칼의 모양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고, 걸음 걸이가 조금 이상했다. 걷는 다기 보다는 마치 스르륵 미끄러져 흘러가는 듯 움직였는데 잠시 후 숲의 동쪽 끝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우리를 분명 지나쳤고 추격대가 아닌 정황은 포착 되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 멈춘 그들을 두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자의 행방은 찾았나?”

 

  “얼마전 까지 동쪽의 마을에서 발견되었지만 메피스토의 계획이 틀어진 이후 행방이 묘연합니다.”

 

  “꼭 찾아야해, 그자의 숙명은......”

 

  그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그 이상의 대화는 들을 수 없었다.

 

 “메피스토......”

 

  먼저 몸을 일으킨 그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게 누군데? 아는 자야?”

 

  “제사장의 이름이에요.”

 

  이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들은 제사장과 접촉하는 자들일까? 그렇다면 저들이 찾는다는 자는 그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서두르자, 그자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메피스토라는 이름을 거론한 이상 그의 배후일지도 몰라. 메피스토 하나라면 어찌 해 보겠지만 배후가 움직였다면 일이 어려워 질 수도 있어.”

 

  좀 전까지 우리와 옥신각신 하던 그의 모습은 한결 차분해졌다. 아직 우리를 신뢰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 상황이 급박해진 모양이었다.

 

  “잠깐, 지금 마을로 가봤자 저들보다 빨리 도착할 수 없어 네가 신속을 사용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사이 저들과 마주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아니, 우린 북쪽으로 간다. 이전에 결혼한 자들 중 아직 희생되지 않은 이들이 있어. 메피스토는 반드시 제단으로 가겠지. 그러니 저들이 마을에 도착해도 메피스토를 만날 수는 없을 거야.”

 

  설아의 이야기에 그가 단호히 말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현과 설아는 그의 뒤를 따랐고 나도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따랐다. 그가 나만 남겨둘 리 없는 포로 신세이기도 했지만,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현상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우 일행이 북쪽으로 가는 동안, 숲의 동쪽으로부터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두건 달린 망토를 뒤집어 쓴 한 무리의 그림자가 마을을 향해 미끄러지듯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멈춰 섰고 무리의 우두머리인 자가 수하에게 말했다.

 

  “마을 까진 아직 인가?”

 

  수하는 전방을 잠시 살피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가볍게 몸을 숙이고 대답했다.

 

  “곧 당도할 것입니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그림자들이 일행을 스치고 지나갔다.

 

  “추격대인가 보군, 저들 중에 메피스토가 있는가?”

 

  “없습니다. 이상하군요, 그 정도 일이라면 그가 직접 나섰어야 하는데.”

 

  무리의 우두머리는 잠시 중얼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북쪽으로 가자, 그가 위험하다. 서둘러”

 

  멀어지는 추격대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향하던 일행은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향하는 이현, 설아의 뒤를 따르며 나는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 충재와의 대화 끝에 무작정 서쪽으로 향한 내가 그린 그림의 여행이 아니었다. 나는 무엇인지, 이 세계는 이것으로 전부인지, 유람을 통해 현상들을 관망하고 그 의미를 알고자 했던 생각 자체가 어리숙한 것이었나? 처음 여행을 나설 때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인 것이 없지 않는가?

 

  거울이라는 현상에 홀린 듯이 빠져 불쑥 나타난 동행에 이끌려 이제는 포로라니, 그림자의 증발을 보기 위해 따라 나섰다지만, 그마저도 우연과 피동에 의해 이끌려 왔을 뿐, 내가 찾아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매 순간 나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 않는가? 나는 이정도의 남자였나?

 

  그림자의 증발을 관찰한다지만, 우리는 그것을 막으려고 가고 있다. 비록 제사장을 제단에 몰아 넣을 때, 그 광경을 볼 수 있게 되겠지만, 그것은 일이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역으로 일이 그르쳐 진다면 증발을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또 그런 현상을 목격한다 한 들 ‘나는 무엇이고 이 세계는 무엇인가?’ 에 대한 단서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저기 설아,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저 둘을 따라가는 것, 꽤나 위험한 일인 것 같은데.”

 

  작은 목소리로 바로 앞의 설아 에게 소곤댔다.

 

  “이봐, 우리가 비록 자발적으로 따라가곤 있지만, 따라가지 않겠다고 해도 저치가 우릴 가도록 내버려 두겠어?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이일은 너무 위험해 보여, 생각해봐 너도 여행을 할 뿐이었는데 이건 목숨을 건 도박이 되고 말았잖아? 그림자가 소멸할 수 있는 제단이라면 우리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 한다구.”

 

  “나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 저치가 우릴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고 있듯이 나도 저치를 백퍼센트 신용하고 있진 않아,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도망친다고 해도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네가 내 신호에 따르지 않고 일을 키워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제사장의 일이 이 마을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서, 연관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호기롭게 말할 때는 언제고?”

 

  그녀 역시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 것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은 그녀면서, 날더러 일을 키웠다고 하는 것은 억울했다.

 

  “네 작전대로 했어도 그가 우릴 놓아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적어도 포로 같은 입장은 되지 않았겠지, 대등하게 거래하는 입장을 네가 차 버린거야”

 

  “쳇, 엎드려 있다가 답답하네 하고선 모습을 드러낸 게 누군데.”

 

  “그래 내 탓이다. 이제 됐냐?”

 

  막상 인정을 해버리고 뾰루퉁 해진 그녀에게 더 붙일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나또한 호기심에 나선 부분이 있으면서, 이제 와서 상황이 위험해지자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와는 관련 없이 위험에 빠졌다고 그녀에게 덮어 씌우고 싶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행의 목적까지 되짚으며 이렇게 저렇게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결국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두려워서 일어난 마음인데도,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조금은 미안해졌다. 더구나 지금은 누구의 탓인가를 가르는 것이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미안, 너를 책망하려는 게 아니었어, 내가 좋아서 따라 나선 거다. 지금에 집중하자, 대비책은 갖고 있니?”

 

  자신을 탓하는 내게 화가 나서 쏘아 붙이고 심드렁하게 앞만 보고 걷던 그녀는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고개를 돌려 귓속말로 대꾸를 해주었다.

 

  “아주 겁쟁이는 아니군, 대비책은 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내게만 맡기지 말고 너도 생각해봐, 하지만 실제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대비책을 세우기 힘들 거 같아. 우리에겐 정보가 너무 없고 변수가 너무 많아. 임기응변에 기대는 수밖에.”

 

  그때 였다. 앞장서서 서두르던 그가 잠시 걸음을 늦추고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아하하, 이현씨와 너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속닥거렸을 뿐이야. 당사자들이 앞에 있는데 크게 말하긴 그렇잖아?”

 

 다급해진 내가 뭐라고 할 지를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임기응변에 맡긴다는 그녀의 계획에 불안이 가시질 않았는데, 이런 걸 보면 그녀의 그것은 재빠른 것 만은 분명했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세월 좋네, 지금 그럴 때냐? 서두르자.”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뭔가 낌새를 눈치 챘지만 넘어 간 걸까? 얼렁뚱땅 대답해놓고 설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부제를 의문의 무리 등으로 변경하고 싶었지만, 목차에 명시한 대로 놔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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