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거야?”
적시의 순간에 나타나준 그녀에 대한 반가움을 표하는 대신 상황을 물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녀석에게 살갑게 대하는 건 아무래도 아직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니가 그렇게 가버린 후 나는 너 따위 버려두고 갈 참이었어, 하지만 네가 이일에 휘말리게 된 데에는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더라구,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제들에게 잡혀버렸어. 그때 저들이 나타난 거야. 상황이 그렇게 된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지. 너만 잘난 척 하는 것도 맘에 안 들구. 해서 저들과 함께 돌아 온 거야.”
그럼 그렇지. 약삭빠른 그녀가 무턱대고 돌아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가 얄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다웠다고 할까? 그편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너희들 가버린 줄 알았는데, 고맙다.”
우리쪽으로 다가온 그가 이현을 부축이며 멋쩍게 말했다. 그가 감사를 표하자 내가 더 멋 적어 졌다. 생각해 보면 돌아오긴 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대신 설아가 나섰다.
“내게 감사할 건 없어, 내가 여기 온건 순전히 이 녀석 때문이니까. 이 멍청한 녀석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가버렸을 거야.”
“그래, 사실 감사 받아야 할 쪽은 사라져버린 그들이지. 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그가 말하며 웃었다. 숲에서부터 그들의 대화는 무언가 적대적이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내 느낌이 맞았는지, 잠시 후 설아도 호탕하게 웃었다.
“으음, 재하야......”
웃음 소리에 깼는지 이현이 눈을 떴다. 그의 이름은 재하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이현을 부축여 세우고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현에게는 오히려 기절해 있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재하와 메피스토의 대화를 들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졌을 테니까. 이점을 모두 알고 있는 듯, 우리 중에 누구도 조금 전 우릴 도왔던 자들이 누구였는지, 메피스토가 제단에 투신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고, 마을 어귀에 도착할 무렵에야, 비로소 설아가 입을 열었다.
“자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자, 다시 저 마을에 가봐야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 고마웠다.”
한쪽 어깨에 이현을 부축하고 있던 재하는 다른 쪽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메피스토와의 대화에서 그 배후가 있음을 알고 있는 재하였지만, 더 이상 여행자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것이겠지. 애초에 이현은 이 마을의 그림자이기도 하고 그가 갈 곳은 그 마을이었다. 아마도 제사장의 비밀을 마을에 알리고 제단 근처에 묶어둔 두 녀석을 통해 이현의 점지가 조작이었음을 밝히게 되겠지.
“현우라고 했지? 연약한 것 같지만, 숲에서 제사장의 일이 비단 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나설 때, 솔직히 마음에 들었다. 무얼 찾기 위한 여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찾길 바래.”
내게도 악수를 청하며 던지는 그의 이야기는, 묘하게 마음에 울렸다. 숲에서는 상황에 맞게 말한 것 뿐 이었지만,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난 지금은 그때 나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이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재하와 이현이 마을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점지는 조작이었지만 거울 속에 나타난 그림자의 내면, 숲에서 보았던 재하의 능력, 공간의 중첩, 그리고 그림자를 소멸시킬 수 있는 빛의 제단. 제단은 어째서 사라진 것일까? 사라지지 않았다면 사제들과 제사장의 의식이 사라진 그림자를 다시 토해냈을까? 모든 것이 생소한 경험이었던 마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일로 나는 내가 위급한 상황에서 얼마나 졸렬한지, 그리고 무력한지를 똑똑히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끝내 도망치지 않고 직면했던 그 순간의 느낌은 나의 졸렬함과 무력함을 해결할 열쇠라는 점을 알았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꽤나 각오에 찬 듯 했었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나섰다면 앞으로의 여정에서 나를 훨씬 단련해야 한다는 걸 되새기며 주먹을 꾹 쥐어보았다.
“뭘 그렇게 생각 하냐? 안가?”
“응? 으응, 아무것도 아냐.”
나는 얼버무리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이 녀석과도 작별이구나,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기분나쁜 녀석임이 분명한데도, 헤어질 생각을 하니 재하 일행과는 또 다른 아쉬움이 밀려왔다.
“너 뭐하냐? 내 손이 그렇게 잡고 싶었어? 하하”
마을 쪽을 바라보던 나의 어깨를 툭 쳐서 돌린 그녀는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설아는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서있는 나를 돌아보았다.
“뭐해 안와?”
뒤 돌아 보는 그녀의 모습에 아쉬움이 기쁨으로 바뀌었다. 뭐지 이 느낌은? 어쨌든 서쪽으로 방향을 잡은 그녀였고, 나또한 서쪽으로 갈 참 이었기에 멋쩍은 손을 집어 넣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나는 이현의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을 회상했다. 재하의 신속에 흔적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어떻게 알았을까? 잊고 있었지만 분명 의아한 부분이었다. 이현의 마을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들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지금 내 옆에서 동행하고 있는 그녀가 갈라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은 왠지 모르게 기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 점의 의혹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의혹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은 믿고 싶다는 것, 나는 그녀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걸까?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부딪혀 보는 수밖에.
“그런데 말이야, 그 때 재하를 추적할 때, 넌 어떻게 흔적을 남길 걸 알았던 거야?”
많은 생각 끝에 물은 나에 비해 그녀는 뭘 그런 걸 담아 뒀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 솔직히 나도 잘 몰라, 단지 우리 그림자가 그렇게 빠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흔적에 대해서는 아주 어릴 때 누군가에게 이 세계는 하나의 평면이 아니다 라고 들었던 적이 있어, 사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의 기억은 없거든, 근데 그 기억은 가지고 있어서 뭔가 트릭이라면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 했던 것 뿐이야.”
말끔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이 된 나는 어릴 적 기억이 사라졌다는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 졌지만, 그런 걸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화제를 바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랬구나, 근데 이현씨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놀랍지 않았어?”
“뭐야 너, 이현씨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거울에 비친 형상에 넋이 빠지게 놀라더니. 정신 차려 그녀는 재하의 연인이라구?”
마치 메롱 하듯이 장난기 어린 몸짓으로 말하는 설아는 나를 놀리는 게 분명했다. 아니 그런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거울에 비친 모습에 매료 되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도 아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놀림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도 뭔가 더욱 억울한 점이 더해져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날 대체 뭘로 보는거야? 거울에 비친 형상에 반했다고 쳐도 이현씨가 점지된 건 메피스토의 계략이었잖아? 우씌!”
“화도 낼 줄 알아? 귀엽네 장난이야, 장난. 그래 거울 뿐 아니라 그 제단, 정말 놀라운 일들이었어.”
이건 뭐 어르고 달래는 듯한 말투, 동년배 주제에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전의 기뻤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이런 녀석과 동행을 계속해야 하다니.’하고 마음이 뾰루퉁해졌다. ‘그럼 따로 가면 되지 왜 굳이 동행을 계속해?’ 라는 생각이 났지만, 얼마 전 악수와 함께 작별할 것 같았던 때의 아쉬움을 이기지는 못했기에, 곧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바로 꼬리를 내리긴 싫었다.
“그래, 멍청한 검은 그림자라서 화도 낼 줄 안다. 그런데 넌 왜 이름이 설아야?”
처음엔 뾰루퉁하게, 그리고 이름을 물을 때는 평온하게 말을 건넸다. 순간 그녀의 몸짓에서 잠시 쓸쓸함이 배어나왔다. 잠시 후 머리를 한번 쓸어 올린 그녀는 대답했다.
“내 이름을 지어준 분이 나를 동쪽의 눈이 덮여있는 산에서 발견 했어. 그때 나는 쓰러져 있었는데 깨어난 직후에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분이 설산에서 발견 되었다고 해서 ‘설아’라고 이름을 지어준거야.”
기억을 잃었다니. 그러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순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 미안, 괜한 걸 물었네.”
겸연쩍어 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는 다시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뭐 그런 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하냐? 근데 너는 왜 현우야? 정말로 멍청한 검은 그림자는 아닐 테고.”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왜 현우였더라? 그림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는 채로 태어나지, 설아처럼 어떤 사연에 의해 지어지는 게 아닌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왜 현우인지. 재하의 흔적까지 추적하는 법을 알았던 그녀가 우리 그림자들의 작명에 대해서는 모르는 건가? 그보다도 나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해 왔으면서 내가 왜 현우인가? 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질 않았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무언가 의미를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대부분 그림자들의 이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나서 그 의미를 생각하는 그림자는 거의 없을 걸?”
‘대부분’ 이라고 했지만 그녀를 제외하고는 전무할거다. 하지만 뭔가 쓸쓸해 보이는 그녀에게 ‘외톨이’ 라는 느낌을 주기는 싫었다.
“아 그런거야? 그러면, 어리석은 것 같지만 현명한 현우는 어때?”
나의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도리어 그런 것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 이름에 의미를 부여했다. ‘서로의 이름을 묻고 그 이름에 의미를 지어간다’ 라는 과정이 즐거웠다. 어쩌면 나란 무엇인가? 에 대한 절대적인 답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이름을 부르고 알아가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존재를 결정짓는 일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녀가 부여한 의미가 썩 마음에 들었다. 무작정 좋은 의미 인 것 보다, 어리석지만 현명할 요소가 내재되 있다는 해석은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록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여정이 그렇게 되길 바라는 나의 마음과 부합했다.
“그거 괜찮은데? 여전히 어리석다는 얘기는 있지만 풋.”
“신기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야. 생각이 많아서 바보 같을 때도 있지만, 이럴 때 보면 은근히 화끈한 면이 있다니깐? 후훗.”
나의 대답이 싫지 않은 듯 그녀의 발걸음은 꽤나 경쾌했고, 그렇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걷다 보니 우리는 어느 새 재하와 처음 만났던 숲에 당도했다. 재하와 만날 당시는 자세히 보지 않았던 숲의 규모는 꽤나 작았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다. 나무 그림자들은 연결 되어 있기도 하고 각각이기도 했는데 이따금씩 바람이 불면 떨어져 있던 그림자가 이어지기도 하고 연결된 그림자가 떨어지기도 했다.
바람은 나무 그림자에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원치 않는 움직임을 부여한다. 가령 설아의 머리칼이 움직이게 하거나, 옷깃을 나풀거리게 하는 등 그림자 세계에서 자발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일으키는 바람은 그림자의 움직임으로 ‘바람이 부는 구나’ 라고 알 뿐이지, 실제로 바람을 보거나 느껴본 경험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면 다른 세계에서는 느껴볼 수 있을까? 숲의 동쪽 끝에 앉아서 설아와 나는 잠시 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설아야. 너는 왜 서쪽으로 가는거야?”
“응, 어디서 들었는데 서쪽으로 가면 태양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연장 된다더라구. 생명연장 따위에 관심은 없지만 정말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내가 기억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처음 일어난 곳이 동쪽이었으니까 서쪽으로 가는 거야.”
‘어라?’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별다를 게 없는 그 동기가 내 첫 발걸음의 이유와 같은 것이 약간은 신기했다.
“그런 너는 왜 서쪽으로 가는 건데?”
생각하는 사이 그녀가 다시 말을 건넸다. 동질감과 신기함이 느껴졌지만 똑같은 대답은 하기 싫어져서 여행을 떠난 이유를 말했다.
“난 항상 우리 그림자는 무엇인지, 이 세계는 이것으로 전부인지가 의문이었어. 예를 들어 지금 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지만 우리는 바람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잖아? 세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 어떤 것을 품고 있다면, 우리의 존재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일지도 모르잖아? 지난번 거울에 비친 모습도 그렇고. 그런 게 궁금해서 여행을 나선거야.”
내 이야길 들은 그녀는 고개를 잠시 갸우뚱 하더니 질문을 던졌다.
“재미있는 녀석이네, 넌 정말 생각을 많이 하는 구나? 근데 그런 궁금증을 푼다고 뭐가 달라지니? 이유를 안다고 해서 우리가 그림자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세계가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질문은 의외였다. ‘그녀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역시 나로서는 싫은 일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왜 생겨났는지 내가 뭔지도 모른 채 사라지기는 싫더라구.”
생각대로 얘기하는 나의 대답에 그녀는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 같았다.
“뭐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나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를 생각하고 여행하면서 재밌는 것들을 구경하는데 바빠서 답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그런 생각을 할 틈은 없어. 어쨌든 그래서 나랑 저쪽으로 간다는 거지?”
말을 마친 그녀는 서쪽을 가리켰다. 우리는 서쪽을 바라보고 동시에 놀랐다. 숲의 서쪽 끝에는 제단에서 우릴 도왔던 그들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이었지만, 어쨌든 우릴 도운 자들이 분명 했기에, 뭔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녀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그들을 발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저기요오! 여기 좀 보세요.”
하지만 그들은 거리 때문에 듣지 못한 것 인지, 듣고도 반응 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못 들었나? 현우야 따라가 보자.”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녀는 먼저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걸까?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뛰진 않았지만, 꽤 빠른 속보로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기가 생겼는지 설아는 이제 달리기 시작했고 나 역시 달렸다. 하지만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일정한 간격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쪽의 속도에 맞춰 그쪽도 속도를 달리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러고 있음이 분명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가 지친 우리가 잠시 속도를 늦춰 걸을 때 비로소 그들의 모습은 눈앞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