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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작가 : 시냅스
작품등록일 :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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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 11화 달라진 현우
작성일 : 18-11-11     조회 : 266     추천 : 1     분량 :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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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떠보니 물건을 만드는 그림자의 집이었다. 잠시 쉬는 사이 꿈이라도 꿨던 걸까? 조금 전까지의 장면을 잠시 음미해 보았다.

 

  ‘그렇게 시작 되었지, 현우와의 만남은.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재미있는 녀석 이었어. 바보 같은데 생각은 많아서 겁쟁이 같다가도, 의외로 배짱을 부릴 때도 있고, 특히 제단에서는 그 겁쟁이가 나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 들어 손목을 잡았을 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묘해지기 까지 했었어.

 

  그래서였을까? 재하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도 그와 동행을 계속하고 싶어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잡으면 안 될 것 같아 어깨를 툭 쳐버리고 앞장섰어. 그런데도 이 바보는 따라오지 않았었지. 만약 내가 그 순간, ‘뭐해 안가?’ 라고 돌아서서 말하지 않았으면 그 녀석은 눈치 없이 혼자 가버렸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말했어도 응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함께해줘서 머쓱해 지진 않았지. 그때 아쉬움이 기쁨으로 바뀐 건 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든 나는 현우 쪽을 바라봤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현우는 어디 있어?”

 

  조금 전까지 꾸었던 꿈과 눈을 뜨고 나서 생각한 것 때문일까?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약간은 조바심이 나는 말투로 마당 한쪽에 앉아 있던 도제에게 물었다.

 

  “그는 네가 깊은 잠에 들어서 깨우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야. 하지만 걱정 마, 어디론가 가버리진 않았으니까. 마을 근처를 둘러보겠다고 했어. 널 두고 가버릴 녀석은 아닌 거 같더라. 그런데 너 그를 꽤나 신경 쓰고 있나봐?”

 

  안심이 되는 말이었지만, 그녀석의 말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투는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때 그의 스승이 집으로 돌아왔다. 바구니에는 나무 그림자 가지들이 담겨 있었고, 도제는 그를 맞이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손님들은 편안히 쉬시고 계시느냐?”

 

  “예, 그런데 한분은 마을을 둘러보겠다고 잠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래? 음, 이 마을엔 볼 것이 없는데. 어째서 말리지 않았더냐? 길이라도 잘못 들어 위험한 숲으로 가게 되면 어쩔 테냐?”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를 안전한 쪽으로 안내 했으니 곧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쯤 그를 마중 간다면, 길을 잃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이 마을은 그리 크지 않으니까요.”

 

  그녀석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스승을 대할 때의 태도가 지극히 공손한데 비해 조금 전의 말투는 약간 달랐기에 의뭉스러운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친절을 베풀어준 그의 스승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하고 현우를 마중한다는 그를 따라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쉴 수 있게 편안히 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인사드리고 바로 떠나야겠어요. 그가 마중을 갈 때 따라가서 그길로 여행을 다시 떠날게요.”

 

  “허허, 어째 며칠 더 머무르지 않고? 불편한 점이 있던가?”

 

  현우를 찾아야했기에 서두르긴 했지만, 그의 그런 태도에 조금은 미안해졌다.

 

  “아니에요, 그런 점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쉴 만큼 쉬었고 북쪽 산에 빨리 가보고 싶어서요.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그러한가? 정히 그렇다면 더는 말릴 수 없겠구려. 얘야 이분을 동행이 있는 곳으로 바래다 드리거라.”

 

  “예”

 

  그는 대답을 마치고 앞장섰다. 그를 따라 그 집을 나서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이 녀석을 따라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혹시 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 내용을 아는 녀석은 이 녀석 뿐일 테니까. 함정이라고 해도 이 녀석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런 단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니까.

 

  나의 의심과는 달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는 현우가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괜한 의심을 한 것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래도 내색한 적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는 동안 현우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무척 반가웠지만, 새삼스럽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야, 너는 어딜 혼자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여느 때처럼 명랑하게 그를 대했다. 그도 나를 발견하고 반가운 듯이 걸음은 재촉했지만, 대답하는 것은 어째 시원치 않았다.

 

  “으..으응,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멍청한듯한 대답은 그대로였지만,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전체적으로 무거워 진 것 같은 느낌? 같은 멍청함이라도 어리숙한 그것이 아니었다. 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어는 보고 싶었지만, 대놓고 묻기도 어색했다.

 

  “바보 녀석, 말도 없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

 

  “응 미안, 잠든 것 같아서......”

 

  “훗, 멍 한건 여전하네. 이제 북쪽으로 갈 거야?”

 

  “북쪽?”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바보스럽긴 해도 그것은 생각이 많아서 결정이 늦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지, 이렇게 자기가 한 말도 기억을 못하는 멍함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그걸 가지고 캐물으면 뾰루퉁해질까 봐 섣불리 묻지도 못하겠고, 답답해졌다. 어떻게 물을지 잠시 고민한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대신 이렇게 물었다.

 

  “기억 안나? 그들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우리가 쉬었던 곳에서 들은 북쪽의 산에 가자고 자기가 그래 놓고선?”

 

  “아, 그랬지 참. 응 북쪽으로 가자. 그런데 인사는 하고 가야하지 않겠어?”

 

  조금은 정상으로 돌아온 걸까? 인사를 챙기는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기는 했지만, 뭔가가 석연치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의 변화에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지? 하고 내 마음에 대해서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도제가 말을 받았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내가 스승님께 전해줄게 게다가 이 녀석은 벌써 인사를 하고 왔다구.”

 

  “아 그래? 알았어, 그러면 정말 감사 했다고 꼭 전해드려.”

 

  “그래, 걱정마라 나는 내 말은 꼭 지키니까.”

 

  말을 주고받는 그들을 보면서 둘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흘렀지만, 딱히 꼬집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저렇게 대변을 해주는 것이 조금은 고맙기도 한 도제에게, 의심일색으로 대한 것이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그는 북쪽 산으로 가는 길을 말해줬다. 그의 스승은 전설일 뿐 아는 자가 없다고 했었는데, 이 녀석은 어째서 그걸 아는 걸까? 다시 의구심이 도졌지만, 조금 전의 미안함이 남아 있었기에 캐묻진 않았다. 어쨌든 이 녀석은 자기 말대로 나를 현우에게 데려왔으니까.

 

  도제와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고, 얼마 후 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현우에게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아졌다. 또한 그의 행동이 하나하나 정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뭔가 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잠시 동안은 그대로 걸었다.

 

  현우 일행이 사라지고 나자 도제의 곁에 두건을 쓴 귀영이 나타났다.

 

  “그가 ‘경지’를 경험한 것 같은가?”

 

  “예, 그는 숲을 통과할 때 ‘경지’를 체득한 것 같습니다. 아직 익숙치는 않겠지만요.”

 

  “그래 수고했다. 마을에 가서 모두 철수하라 이르고 귀환하게.”

 

  귀영은 말을 마치자 이내 바다 쪽으로 사라졌고 도제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 말
 

 지난회차와 이번회차는 설아의 시점입니다. 시점이 전환되는 부분들이라 회차 내용이 좀 짧습니다. 다음회차부터는 다시 길어집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신 모든분께 감사의 말슴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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