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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작가 : 시냅스
작품등록일 :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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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의 그림자 - 17화 진격, 독대
작성일 : 18-11-17     조회 : 258     추천 : 1     분량 : 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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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아야!”

 

  공간의 균열을 타고 퓨리스의 거처에 도착한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쓰러져 누워있는 설아였다. 퓨리스는 그녀의 곁에 앉아 있었다.

 

  “퓨리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격분한 나는 퓨리스에게 소리쳤고 백목은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진정하게, 자네가 흥분하면 끝장일세.”

 

  그의 말뜻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쓰러져있는 설아. 그리고 그 지척에 앉아있는 퓨리스가 무슨 짓을 했고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초조했다.

 

  “하하하, 오랫만이군 백목, 꼬마야 그녀는 잠든 것뿐이야. 나는 그녀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라구. 자기 딸을 해치는 자는 없어. 하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은 자들이니 장소를 옮기지.”

 

  말을 마친 그녀는 설아를 안아들고 신속을 펼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녀의 말을 들은 귀영은 순간 움찔 했으나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1초라도 지체할수록 신속으로 달아나는 만큼 쫓기가 어려울 것이었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바로 신속을 전개해 퓨리스를 뒤쫓았기 때문이다.

 

  ‘팟’

 

  하고 신속을 전개한 상태에서 마음으로 빛을 빚어내 뒤쪽에서 비췄다. 빛을 사용한다는 것은 외부의 빛을 끌어오거나, 조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용할 수 있는 빛이란, 오직 스스로의 마음에서 빚어진 광명 뿐이고 그것을 ‘심명’ 이라고 했다. 심명의 광채는 나의 그림자를 앞쪽으로 더욱 선명하고 길게 만들었고 신속 내에서도 큰 보폭으로 성큼 나아갔다.

 

  “하하 제법이군, 심명을 사용해서 크기를 키우다니 그래 그대로 따라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은 퓨리스는 뒤를 돌아보더니 그렇게 말하고 계속 달렸다. 그녀 역시 심명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왠일인지 아직 그것을 사용하진 않았다. 얼마 쯤 달렸을까? 퓨리스와 나는 지그재그로 선이 그어져 있는 단단한 바닥을 지나 황금빛 가로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져 있는 매끄러운 돌바닥이 서너 군데 길쭉하게 놓여 있는 곳을 너머 사방에 비가 올 때 적셔진 흔적 같은 것들이 박혀있는 것 같은 곳에 도착했다. 그곳의 왼쪽에는 백목이 이야기 했던 차원의 문으로 의심되는 구조물이 있었고 타원처럼 생긴 그 구조물은 백목이 공간의 균열을 열었을 때의 크기보다 사방으로 네배 이상은 커보였다. 중심부는 마치 바다의 그것처럼 물결치는 움직이는 적색의 장판같은 것이 있었고 테두리는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단단한 재질의 무언가로 이뤄져 있었다. 아마도 도시의 재료 무언가로 만들어진 테두리겠지. 테두리 한쪽으로는 기다란 선 하나가 돌출되어 이 공간의 중앙에 이어져 있었고, 퓨리스는 그 선의 끝에 서서 설아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했다.

 

  “애송이, 하나 묻지. 넌 무엇 때문에 날 그렇게 증오하지? 이 아이를 데려왔기 때문이야?”

 

  빈틈을 노려 신속을 발동해 설아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신속은 그녀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다 이곳은 나에게는 낯설고 그녀에겐 익숙한 곳이다. 백목과 귀영도 없는 마당에 섣불리 움직였다간 설아가 다칠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자 최소 백목과 귀영이 도착할 때 까지 만이라도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야, 너는 메피스토를 필두로 이 세계의 그림자의 의지를 말살하려고 했어! 그러기 위해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될 것을 만들고 차원의 문을 만들어 이 세계 자체를 파괴하려고 했잖아? 나와 설아가 함께 할 이 세계를 파괴하는 일 따위 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크게 웃어 제쳤다.

 

  “하하하하! 누가 그래? 내가 이 세계를 파괴한다고?”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백목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어, 분명히 정보망에서 가져온 그의 기억은 그의 말 그대로 였다. 그녀의 말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시간을 끌어야 했기에, 그 수작에 장단을 맞춰 주기로 했다.

 

 

  “이제 곧 도착할 동료들이 증명해 줄 것이다. 신속을 사용하진 못하지만 백목에겐 공간을 열수 있는 장치가 있으니깐.”

 

  “아, 이거?”

 

  그녀는 허리춤에서 공간균열기를 꺼내 보이더니 이내 힘을 주어 바스라트렸다. 조금 전 이곳으로 도주를 시작할 때, 백목에게서 낚아챈 모양이었다. 큰일이었다. 신속으로 달려온 시간을 계산해 볼 때, 그들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앞으로 십 수분은 걸릴 텐데.

 

  “애송이, 잘 들어라. 어디서 무슨 얘길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 세계 따위가 어떻게 되든 관심 없어. 오직 나는 나와 내 딸 수영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네가 설아라고 부르는 이 아이는 나의 딸이야.”

 

  “딸? 그게 뭔데?”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정말 이 세계의 그림자들이란, 백목의 산에서 정보망의 중심까지 다녀온 녀석이라 기대했건만, 의지가 재구성 될 때 모조리 정보가 빠져 나간 모양이군, 조금 전에 날 쫓을 때 보니 심명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던데 맞지?”

 

  바다에서 귀영은 그녀 역시 빛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내 심명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별반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 퓨리스와 붙게 된다면 승산이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게 필요한 것은 백목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인데, 그녀의 태도를 보면 당장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 쪽에서 서둘건 없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라면 응해 주기로 했다. 그러면 시간을 벌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어쩔 테냐?”

 

  퓨리스는 자신의 심명을 꺼내 앞으로 보내며 말을 이었다.

 

  “네 심명을 꺼내, 말로 하는 것 보다 이게 빠르니까.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시간을 끌기 위해서 그녀와 대화를 하는 것은 맞았지만, 심명을 꺼낸 그녀의 의도를 알 수 는 없었다. 말로 하는 것 보다 빠르다는 것으로 보아 의식을 통해 직접 전달하려는 것으로 추측 되었지만, 그것은 추측일 뿐, 퓨리스는 내게는 이 세계를 파괴하려고 하는 악당이다. 단지 그녀의 몇 마디 말을 믿고 심명을 꺼냇다간,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더구나 백목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는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해서 그들이 찾고 있던 어떤 것 대신 나의 힘을 노리고 날 유인하려고 설아를 납치한 것이라고 했다. 신속을 이용해 백목 일행으로부터 이곳으로 날 끌어 들인 것도 수상한데, 심명을 꺼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 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대화로 시간은 끌되 그녀의 도발에 행동을 개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무슨 수작이야? 집어 치우고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하는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다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심명을 회수하며 말했다.

 

  “어휴, 말이 통할거 같으면, 뭐하러 심명을 꺼내라 했겠어? 내 말을 믿을 수는 있고? 그래 질문이 뭐였지? 아 딸이 뭐냐고 했지? 너희처럼 해가 뜨면 갑자기 생겨서 이름도 부여받는 존재들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지. 존재란 것은, 그렇게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선대의 존재가 후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유전한다. 전체 세계를 통틀면 이런 경우가 훨씬 많아. 그녀는 나와 메피스토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란 뜻이다. 어때 네 소원대로 말로 했는데 이해할 수나 있어?”

 

  자신도 그림자면서 ‘너희’라고 말하며 무시하는 말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설아가 그녀와 메피스토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란 말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믿을 필요가 없는 얘기였다. 이런 당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퓨리스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직 그들이 당도하려면 수분이 남아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끌기 위해서는 몇 마디를 더 나눠야 했기에 놀라는 척을 하기로 했다.

 

  “뭐라고? 설아가 너와 메피스토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그게 사실이야?”

 

  “설아가 아니고 수영이다. 그녀는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설아라는 이름으로 지냈을 뿐이야.”

 

  “좋다. 네 말을 믿는다 치고, 너는 이 세계를 파괴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했어. 그리고 메피스토와 너 사이에서 설아를 태어나게 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어째서 메피스토는 그림자들의 의지를 빼앗는 제단을 만들고 너 역시 차원의 문을 만든 거지?”

 

  “아 이거 말이야? 이건 3차원으로 가는 통로야. 하지만, 네 말대로 이 세계를 망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너 ‘이 세계는 무엇인지’ ‘너는 뭔지’ 궁금하지 않아?”

 

  그녀의 질문은 의외였다. 이런 녀석 따위가 그런 질문을 하다니. 하지만 ‘아직이다. 곧 그들이 도착한다. 시간이 거의 되어간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 라고 생각한 나는 그것을 물어봐 준 그녀에게 어떤 면에선 감사했다. 그 부분은 내 평생의 고민이었으니 시간 끌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물론 궁금하다. 그것을 알기 위해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이 세계에 속해있고 이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알고 싶었던 것이지 너처럼 이 세계의 그림자의 의지를 뺏고 세계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야.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대상이 사라져 버린다면, 그런 의문이 무슨 의미가 있지? 너는 여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나?”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했다.

 

  “메피스토에게 내가 했던 얘기로군, 그와 나는 그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었어.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원래는 메피스토를 말릴 셈이었다. 하지만, 백목 그자와......”

 

작가의 말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가네요.. 쉽지 않은 글을 여기까지 정주행 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슴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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