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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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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작성일 : 18-11-04     조회 : 438     추천 : 0     분량 : 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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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1 <―능력자>

 

 이 세상은 총 7가지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2성 능력자.

 기를 이용해 평범한 신체강화를 할 수 있다.

 3성 특수능력자.

 말 그대로, 이때부터 특수능력을 쓸 수 있다.

 …………

 이런 느낌으로 7성 초능력자까지.

 

 나도 한 때 대부분의 기관에서 제대로 측정해내지 못할 정도로 잠재 능력이 뛰어났다.

 한 검사관은 나를 보고 잠재 7성이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현재―

 

 ―1성 무능력자이다.

 

 

 

 x x x

 

 

 

 이른 아침.

 나는 방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령과 역기. 방 가운데엔 샌드백.

 바닥엔 이미 땀투성이이다.

 

 바닥에 땀방울 하나가 더해졌을 때 나는 결국 후들거리는 팔을 이기고 못하고 아래로 엎어졌다.

 찰팍 하고 달라붙는 바닥이 기분 나빴다.

 

 몸을 뒤집고 누운 채로 손을 들어봤다.

 손안에 동그란 형광등이 전부 들어갔다.

 그리고 5년 전, 혹은 그 이전의 감각을 떠올리며 손에 무언가를 집중하듯이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이어서 눈을 떠보았다.

 기(氣)가 모여 있기를 기대했건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띵동.

 

 현관문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유나다.

 매일 찾아올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도 유나는 아침마다 항상 나를 찾아온다.

 지금 이 모습을 유나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또 되도 않는 짓을 붙잡고 있냐면서 화낼 게 분명했으니까.

 

 띵동.

 

 나를 재촉하듯 벨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지금 일어났어! 10분만!”

 

 나는 걸쳤던 수건으로 바닥에 흐른 땀을 대충 닦고 안방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내가 운동할 때 말고는 아무도 쓰지 않는 안방.

 나는 샤워실에 가서 재빠르게 몸을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나가기 전에 안방을 보며 천국에 계실 부모님께 다녀오겠다고 인사했다.

 

 나는 얼굴을 짝하고 치고 괜스레 침울해진 마음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밖으로 나가 유나를 반길 차례이다.

 이런 표정을 보여주면 안 되겠지.

 이제는 거의 연기가 돼버린 과거의 내 자신을 떠올렸다.

 호기롭고 거칠었으며 당당했던 시절.

 욕 쓰는 걸 좋아했고 남들과 쉽게 어울리며 동시에 고독을 즐겼던 5년 전의 나.

 오늘도 그 시절을 온몸에 되새기며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x x x

 

 

 

 “그럼 나중에 방과 후에 봐. 나 청소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줘야해?”

 

 “글쎄.”

 

 “저번처럼 먼저 홀라당 가버리지 말구, 알았지? 어차피 나 말고는 같이 갈 애도 없잖아.”

 

 “너… 안 그래도 서러운데 그러는 거 아니다.”

 

 “어쨌든 알겠지?”

 

 유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 그룹에 끼어 학교 교문 안에 들어섰다.

 나는 유나네 그룹이 멀리 떨어질 때까지 일부러 교문에 들어가지 않고 잠깐 멈춰서 기다렸다.

 이쯤이면 됐다싶어 교문에 들어서려 했으나.

 

 부웅―!

 

 “윽!”

 

 나는 갑자기 앞에 쏜살처럼 지나간 다른 학생 때문에 뒤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눈치도 없냐! 잘 좀 피하고 다녀, 등신아!”

 

 그리고 나는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역으로 욕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호통소리.

 

 “염호권 이 자식아! 등교할 때는 능력 쓰지 말고 걸어 다니라고 했어 안 했어!”

 

 “선생님이 무슨 상관인데요.”

 

 “인석이! 거기 안서?”

 

 교문을 지키던 선생이 아침부터 능력을 쓰며 질주하는 날라리 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날라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무시했다.

 

 방금 전에 나를 밀치고 지나간 염호권이란 녀석은 우리 꼴통 학교에서 유명한 날라리이다.

 대부분 2성 능력자만 모이는 우리 학교였지만 염호권은 몇 안 되는 잠재 3성 특수능력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염호권은 마치 자기가 탑인 줄 알고 마음대로 날뛰곤 했다.

 

 그렇지만 저 녀석도 사회에 나가면 곧 느끼겠지.

 너 같은 건 사회에 널리고 널렸고, 네가 그렇게 뛰어다닐 때 날아다니는 녀석도 산재해있다는 걸.

 

 나는 그렇게 속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방금 전의 일이 유나가 지나간 다음에 벌어진 일이라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x x x

 

 

 

 틀에 박힌 선생님의 지루한 종례가 끝나고, 나는 여타 아이들처럼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섰다.

 유나가 기다리라고 했지만 대충 혼자 가다보면 알아서 쫒아오겠지.

 그렇게 나는 별 아쉬움 없이 항상 가던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으로 가는 길은 더럽고 지저분해서 상습적으로 수업을 땡땡이치는 날라리 말고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간대면 날라리들은 이미 먼저 땡땡이를 치고 놀러나간 지 오래일 터…

 

 “그러니까 내가 오늘까지 가져오랬잖아, 어?”

 

 “근데 나 진짜 돈 없어서…”

 

 “그러니까 그건 네 사정이고! 아씨, 오늘 개쩌는 플랜 짜놨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하자마자 교사 뒤쪽에서 흔한 양아치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진짜 오늘 뭔 날인가? 뭐 이래?

 

 게다가 저 목소리, 아침에 나를 밀치고 지나갔던 염호권이 확실하다.

 

 “호권아. 얘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리냐? 한 번 다시 줘 패?”

 

 “야. 이 새끼 때린 게 한두 번이냐. 몇 번 팬다고 뭐 바뀌어?”

 

 “그럼 어떡해?”

 

 염호권에게 맞고 있던 남학생이 염호권의 말에서 희망을 본 듯 표정에 약한 화색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그니까 한 수십 번은 패야 바뀐다 이거지~”

 

 염호권은 스스로 말을 다 떼기도 전에 그의 배를 강하게 걷어찼다.

 그의 입에서 끈적끈적한 침이 강제로 흐르며 동시에 고통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곧 그게 트리거가 되어 옆에 있던 염호권의 따까리들도 덩달아 가세해 그를 발로 차대기 시작했다.

 

 제발 용서해달라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무자비한 매타작 소리만이 교사 뒤편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발을 돌려서 정문으로 가려했다.

 유나와 중학교 때의 일을 겪고 스스로 다짐했다.

 괜히 힘도 없는데 쓸데없지 나서지 말자고.

 오히려 괜한 정의심이 객기로 변해 오히려 주변에 더 큰 피해를 내곤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교사 뒤편에서 점점 멀어지며 애써 모른 척을 하려 했다.

 

 그때.

 

 ‘정의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될 거니?’

 ‘응! 나는 커서 엄마아빠처럼 훌륭한―’

 

 잊히지 않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야. 니네 지금 뭐하냐?”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염호권 패거리에게로 가서 한 마디 던지고 있었다.

 

 “허억… 헉… 미… 미안해… 제발 용서해줘…”

 

 왠지 그게 내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했다.

 그러나 가슴에서 벅차오르던 뜨거운 감각이 더욱 컸다.

 

 “넌 뭐야?”

 

 “너도 똑같이 되기 싫으면 그냥 가라.”

 

 염호권 패거리가 나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꺼지라고 했다.

 그렇지만 잘 보면, 그것은 마치 갑자기 튀어나온 미지의 것을 맹수가 으르렁대며 경계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들도 나를 제대로 모르는 이상 무작정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

 물론 조금이라도 싸우게 된다면 내 패배 확정이었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승부존이다.

 

 “씨발, 지금 니 새끼들 뭐하고 있냐고 묻고 있잖아!!”

 

 나는 정말로 화가 난 건지, 아니면 화난 척 연기를 하는 건지 스스로도 구분이 가지 않은 채 소리쳤다.

 그들도 그런 내 모습에 약간 주춤했다.

 

 “…갑자기 왜 소리 지르고 난리야. 니 얘 알긴 하냐?”

 

 염호권의 말에 나는 미리 생각해뒀던 말을 곧바로 읊었다.

 

 “쟤 내 아는 동생이거든? 존나 찌질한 새끼긴 한데, 그렇다고 내 눈앞에서 존나 패대니까 기분 좆같네.”

 

 나는 일부러 쓰러진 녀석을 욕해대며 강한 척을 했다.

 그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을 품은 채, 곧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깨는 당당하게 피고, 떨리는 몸은 억지로 내리눌렀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싸움 엄청 잘할 것 같이 생기긴 했으니까.

 

 “야… 너 쟤 누군지 알아? 말하는 거 보니 선배 같은데.”

 

 “아니,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웅성거리며 약간 뒷걸음질 쳐 길을 내주었다.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그들도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몰라 행동에 주저가 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걸 노리기도 했고.

 

 “비켜.”

 

 나는 바닥에 비참하게 떨고 있는 불쌍한 녀석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그대로 뒤를 돌아 자리를 뜨려했다.

 이제 뒷문에 도착했을 때 적당한 한 마디 던진 다음 유유히 사리지면 된다.

 앞으로 학교 다닐 땐 저들을 피해 다녀야겠지만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는 싼 편에 속했다.

 

 그때, 내게 손을 붙잡혀 억지로 뒷문으로 끌려가던 녀석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저, 저… 누구세요…?”

 

 “…………”

 

 나는 어안이 하도 벙벙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어깨에 따스하고 다부진 손길이 어러 개 느껴지면서.

 

 “야. 선배 새끼야. 얜 너 모르는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싹 다 불어라.”

 

 “얘 잘 보니까… 우리랑 같은 학년 아니야?”

 

 “그럼 우리 지금까지 개 생쇼한 거? 실화냐?”

 

 나는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았지만 곱게 끝나진 않을 것 같았다.

 

 하…

 

 좆됐다.

 

 

 

 x x x

 

 

 

 “―커헉!”

 

 나는 눈앞의 염호권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려보았지만 오히려 반격을 당해 배를 가격 당했다.

 횡경막이 갑작스런 충격에 놀라 나는 토해내듯이 기침을 해댔다.

 

 “얘 겉으론 싸움 좀 하게 생겼는데 엄청 약한데?”

 

 “뭐야 괜히 쫄았네!”

 

 “야, 야. 같이 모여서 존나 밟아.”

 

 염호권과 그 패거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쉴 새 없이 밟아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반사적으로 더욱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그들이 드디어 발길질을 멈췄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야. 이제 그만 좀 하지? 병신이냐? 상황 파악 안 돼?”

 

 염호권이 나를 비웃으며 매섭게 노려봤다.

 

 “하… 니 새끼들 같은 쓰레기한테 굴복할 바에, 차라리 자살을 하겠다.”

 

 나는 터진 입술에서 피 맛을 느끼며 힘겹게 반박했다.

 

 “답 없는 새끼.”

 

 염호권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아까와 똑같은 패턴이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그 공격을 피한 다음, 염호권의 얼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퍽-! 하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드디어 한 대 들어갔다!

 

 그러나 염호권은 고개만 약간 돌아간 채 자기 볼을 쓰윽 하고 닦았다.

 입술이 약간 찢어져 염호권의 손바닥에 핏자국 하나가 길게 번졌다.

 

 “이 새끼가 미쳤나!”

 

 염호권이 고개를 원래대로 하자마자 바로 내 얼굴을 가격했다.

 

 “컥―!?”

 

 나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내가 날린 주먹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볼 내부가 찢어져 혀에서 계속 피 맛이 났다.

 

 나는 곧바로 바닥에서 일어나 자세를 갖추려고 했으나.

 

 “야! 존나 밟아!”

 

 염호권의 구호가 떨어지자마자 그의 따까리들이 마치 하이에나처럼 내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나를 발로차고, 내려찍고, 억지로 내 몸을 펴서 배때기에 정권을 쑤셔 넣기도 하며, 온갖 창의적인 공격이란 공격은 죄다 실행해보고 있었다.

 

 “커헉―! 끅― 끄헉―!?”

 

 결국 나는 반격의 기회를 전부 잃어버린 채 염호권 패거리들에게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었다.

 스스로 무능력자가 되기를 선택해버린 주제에.

 괜한 정의심만 남아버린 껍데기의 말로.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그렇지만 이때 나는 몰랐다.

 그 알량한 정의심이 결국 내 인생을 180도 뒤바꿔 놓을 서시가 되어주었다는 걸.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적어도 1일 1연재는 매일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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