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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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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작성일 : 18-11-04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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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3 <―능력자>

 

 “아, 진짜! 왜 안 믿어주는 건데!”

 

 슬슬 해가 지면서 통제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우리는 선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나도 설마 그 cctv가 가짜 cctv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좆망 학교…”

 

 “우씨~! 가서 다시 항의할 거야!”

 

 유나는 발을 동동 굴리다 못해 다시 학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야, 야. 겨우 빠져나왔는데 왜 또 일부러 귀찮은 걸 만들어. 그냥 가자.”

 

 “그치만 넌 분하지도 않아!? 계속 맞고만 있었는데 똑같이 가해자로 몰렸잖아!”

 

 “나도 몇 대는 때렸다.”

 

 “어딜! 내가 왔을 땐 완전 멀쩡했는데!”

 

 “……넌 꼭 그렇게 내 자존심을 좆으로 만들어야 쓰것냐…”

 

 안 그래도 지금 속도 겉도 죄다 망신창이인데, 얘가 사람 한 번 더 죽이네.

 

 이젠 하도 맞다보니 익숙해져 지금과 같은 유나의 발언에도 그러려니 하게 됐다.

 

 사실 거짓말이다.

 

 좆같네, 시발.

 

 “그래도 난 그냥 반성문 몇 장에 끝이잖아. 너도 능제관가서 교육 몇 번 들어주면 되고.”

 

 평소라면 생각한대로 바로 말을 꺼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무지 화가 난 유나는 정말 오랜만에 봤으니 그녀를 진정시켜볼 만한 말을 꺼내보았다.

 

 “그건 걔네들도 마찬가지잖아! 인정할 수 없어!”

 

 “야, 너라서 망정이지 어디 굴러다니는 개뼈다귀였으면 벌써 퇴학당하고도 남았어.”

 

 “아… 그러네. 그건 좀…”

 

 “그렇지?”

 

 “응… 그러면 더 이상 너랑 같이 학교 못 다니니까…”

 

 “흠, 이걸 이렇게 반응을 한다라…”

 

 나는 정말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괴고 고민하는 척을 했다.

 

 “아! 정의도 같이 퇴학당하면 되겠다! 그럼 만사 전부 오케이야!”

 

 “만사 전부 오케이는 개뿔이. 안 그래도 시발 인생 서러워 죽겠는데 중졸로 만들어버리시겠다?”

 

 “괜찮아. 옛날 일도 있고, 내가 전부 먹여살려줄게! 넌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산 옷을 입고, 내가 만든 밥을 먹고, 그렇게 우리 집에서 쭉~ 살면 돼.”

 

 “우와, 그거 개쩌는데. 의식주 풀 제공 아니냐? 근데 너 눈이 좀 무섭다?”

 

 “참고로 내 방에서 묶인 채 한 발자국도 못나와.”

 

 “시발 그러면 화장실은 어떻게 가는데.”

 

 “그, 그건… 생각 못했는데… 요강은 어때?”

 

 유나가 쓸데없이 귀엽게 몸을 꿈틀대며 붉힌 얼굴을 내게로 향했다.

 

 “야, 진짜로 할 거 같아서 존나 무섭거든…?”

 

 일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에 순간 혹했던 내가 병신이지.

 

 이런 느낌의 시답잖은 잡담을 하면서 나와 유나는 학교에서 약 1km 가량 떨어진 횡당보도에 도착했다.

 

 오른쪽을 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빨간불이었던 게 파란불로 바뀌어 있었다.

 

 “저기 파란불인데 안 가냐?”

 

 “응. 집까지 데려다 줄게.”

 

 “굳이 왜.”

 

 “걔네들이 복수한답시고 쫒아올지도 모르잖아.”

 

 “그 새끼들 죄다 병원 간 지 오래거든. 게다가 병신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당했는데 다시 손대겠냐.”

 

 “아니, 아직 부족했어. 그때 아예 그냥 씨를 말려―”

 

 “한유나, 자제해라. 또 그런다.”

 

 “앗, 미안…”

 

 유나의 눈동자가 방금 전 학교에서처럼 부의 감정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다가 이내 다시 본래의 빛을 되찾았다.

 

 그때 마침, 온 도시에 통제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통제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미성년자분들은 자택에 돌아가 주십시오. 다시 알려드립니다. 통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미성년자분들은…]

 

 “앗. 벌써…”

 

 유나가 방송을 듣고 별로 좋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봐봐. 난 괜찮으니까 먼저 가라.”

 

 나는 유나에게 손으로 훠이훠이 하고 가라는 시늉을 했다.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그러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도 유나는 도통 가지를 못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횡단보도는 다시 빨간불로 되돌아왔다.

 

 “…다시 빨간불 됐잖아.”

 

 “어쩔 수 없네. 좀 더 같이 있어야겠다.”

 

 “하… 다음번에는 가라?”

 

 “응. 그럴게. 쿡쿡.”

 

 유나가 활짝 하고 장난기 담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어리광 깊게 담긴 미소에 나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 감금 얘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유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화제를 던졌다.

 

 “감금?”

 

 “아까 전에 이야기했던 거 있잖아. 너 중졸 돼도 내가 먹여살려주겠다는 거.”

 

 “시발 일부러 잊고 있었는데 다시 기억났네.”

 

 나는 속으로 감금과 끔찍한 이야기가 아니기만을 기도했다.

 

 “그래서 왠지 막 생각났는데, 그냥 나중에 저녁 한 번 같이 먹고 싶어서.”

 

 다행히 이번에는 아주 정상적인 화제였다.

 

 “갑자기 왜.”

 

 “그냥.”

 

 “그럼 뭐 어디? 밖에서?”

 

 “응. 기왕이면 통제시간 넘어서가 좋아.”

 

 “너 가족이랑 자주 그러지 않아?”

 

 아무리 통제시간이라도 정식으로 인정받은 보호자가 있으면 밖에 나올 수 있기는 했다.

 

 “난 너랑 같이 먹고 싶은 건데.”

 

 “그럼 적어도 2년 반은 넘게 지나야겠네. 졸업해야 되니까.”

 

 통제시간을 넘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성인뿐이었다.

 우리와 같은 고등학생 1학년에게는 아직은 먼 이야기일 따름.

 

 “보니까 내 친구들은 가끔씩 몰래 밖에 나가서 먹기도 하던데. 졸업할 때까지는 너무 늦어.”

 

 “난 굳이 법 어기면서까지 그러긴 싫다. 게다가 귀찮고.”

 

 “우와. 철벽남 극혐. 친구도 없는 주제에.”

 

 유나가 내 철벽에 못 이겨 이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나와 유나가 언제나의 잡담을 나누고 있던 사이 횡단보도가 다시 파란불이 됐다.

 

 “야, 파란불 됐다. 안 가냐?”

 

 “안 그래도 가려고 했거든.”

 

 유나가 내 발언에 조금 삐쳤는지 계속해서 뚱한 표정을 짓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래도 뭐, 내일 아침 되면 금세 풀릴 녀석이다.

 

 “그럼 내일 보자.”

 

 그렇게 나는 유나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응…”

 

 유나는 이대로 나와 헤어지는 게 조금 아쉬웠는지 풀이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안 가고 뭐하냐고, 그렇게 한 번 더 재촉을 했다.

 

 그제야 등을 돌려 횡당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유나였다.

 

 그렇게 아무 것도 매여 있지 않은 유나 특유의 고운 검은 머리칼이 보였다.

 등에 아무 것도 매여 있지 않기에 더욱 찰랑거렸다.

 

 그렇다. 아무 것도 매여 있지 않… 뭐?

 

 “야, 한유나!”

 

 나는 재빠르게 유나한테 달려가서 그녀를 손을 잡았다.

 유나는 횡당보도를 건너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어? 왜?”

 

 유나가 의아해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은 약간 기뻐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유나의 반응에 어울려줄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유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니 시발 책가방 어따 버려두고 온 거냐?”

 

 “아아앗! 까, 깜빡했다!”

 

 하…

 

 진짜 내가 못산다.

 

 

 

 x x x

 

 

 

 “그냥 두고 가라니까. 어차피 내일도 학교 갈 건데.”

 

 유나가 중요한 거라도 놓고 온 듯 안절부절못하며 정신 사납게 굴고 있었다.

 

 “거기에 내 일기장 들어있단 말이야!”

 

 “고등학생이나 되선 뭔 일기장이여… 초딩이냐?”

 

 “일기 쓰는 어른들도 많거든! 우리 아빠도 그렇고. 아, 안되겠어. 지금 빨리 갔다 와야겠어.”

 

 “하… 그 일기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오늘도 써야한다구!”

 

 “뭘 써. 그냥 내일 써”

 

 “안 돼 안 돼! 꼭 오늘 거기다 써야해.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오던 거란 말이야. 너가 두들겨 맞았던 거 먼저 쓰고, 내가 멋지게 구해줬다는 것도 써야하고, 그리고 오늘도 넌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이렇게 내가…”

 

 “제발 쓰지 말아주세요.”

 

 나는 눈물을 머금고 존댓말로 유나에게 부탁했다.

 

 분명 유나의 일기장엔 내 온갖 흑역사가 전부 적혀있을 게 틀림없었다.

 나중에 보면 죄다 태워버려야겠다.

 

 “게다가 교과서나 그런 것도 전부 다 책가방 안에 있단 말이야. 내일 당장 내야하는 숙제도 거기에 있구.”

 

 “그건 좀 그러네.”

 

 “으으… 역시 갔다 와야겠어.”

 

 “그래, 뭐 마음대로 해라. 능제관한테 괜히 걸리지나 말고.”

 

 “응, 괜찮아. 능력 쓰면 빨리 갔다 오니까.”

 

 “너 이중으로 걸리고 싶냐? 모르겠고, 그럼 난 먼저 간다?”

 

 “응, 그럼 내일 봐!”

 

 “그래.”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곧 은은한 노란빛이 그녀의 주변을 아주 미약하게 감쌌다.

 

 현재 태어나는 인간이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기관(氣管).

 그곳에서 흐르는 기(氣)가 그녀의 몸 전역에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유나는 기(氣)를 온몸에 두른 다음 쏜살 같이 뛰어나갔다.

 

 능력자에게는 거의 없는 검은 빛깔을 띤 유나의 고운 단발이 바람에 거칠게 휘날려 마구 헝클어졌다.

 

 그런 유나의 뒷모습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하늘 너머에 있는 요원한 구름하고 뒤를 같이했다.

 

 끝에서부터 조금씩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수평선은 꽤나 오랜만에 봐봤다.

 보통 이 시간대면 이미 집에 도착해있을 시간대였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 저녁놀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했다.

 

 순간 유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으나 곧 그만두었다.

 

 애도 아니고.

 

 그렇게 유나가 사라진 방향에서 몸을 틀려했을 때, 나는 보라색 별을 보았다.

 

 그저 구름 몇 점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아련한 저녁하늘에.

 마치 태초부터 거기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아주 당연한 듯이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아니, 마냥 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두근거리던 심장을 애써 모른 척하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점에서 원으로, 원에서 타원으로, 그리고 끝내는 불길한 짙은 보라색을 띠는 유성이 되어 결코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설마…!?”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바로 몸을 움직였다.

 근육이 터질 것처럼 해서 강하게 바닥을 박차고 다른 발도 그렇게 했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바뀌고 나조차도 바뀔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대지를 뒤흔들고 수평선 너머까지 검게 불태웠던 그 끔찍했던 시절의 하늘.

 

 나는 더욱 더 빠르게 발을 놀려 속도를 올리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을 뻗어보아도 유나가 보여줬던 달리기에 비하면 턱없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씨발 좀!!”

 

 벌써부터 발에 무리가 가며 후들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역꾸역 거칠게 숨을 몰아대며 계속 달렸다.

 

 주변의 건물들이 마치 내게로 다가오는 것처럼 마구 스쳐지나갔다.

 그 끝에는 학교가 있었다.

 이미 통제 시간을 한창 넘어 선생도, 학생도, 아무도 없던 학교.

 

 그런 썰렁한 학교의 교사 바로 앞에 유나 혼자만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유나! 한유나…!!”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유나는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의야, 어떡해! 문이 잠겨 있어.”

 

 “그딴 것보다 빨리!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해!”

 

 “응? 갑자기 왜?”

 

 “아 좀 빨리!”

 

 “그치만 아직 책가방은 학교에 있구…”

 

 “씨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뭐, 뭐야… 왜 갑자기 화내구 그래…”

 

 “급해!”

 

 “아, 알겠어. 가면 되잖아 가면.”

 

 유나가 내 호소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려던 시점.

 

 “아…”

 

 그녀의 입술 너머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짧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정의야… 하, 하늘에…”

 

 유나는 하늘을 보고 마치 트라우마라도 생각난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큭…! 이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한시가 급해 뺨이라도 때려 유나를 진정시키려 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까 전만 해도 조그마했던 보라색 물체가, 어느새 압력이 느껴질 정도로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는 걸.

 

 “한유나 빨―”

 

 그리고 당장 유나를 이끌고 여기를 벗어나려 했으나.

 

 순간 빛이 일었다.

 

 콰아아아앙――――――!!!

 ――――――――――

 ――――――

 ―――

 

 띠이이이이이―――――――――――

 

 고막을 찢는 듯한 폭발음에 이어 감각을 비틀어놓는 이명이 머리를 찔렀다.

 

 “으윽…”

 

 나는 흐릿한 시야를 느끼며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시선 너머로 아스팔트 분진이 곳곳에 날아다녔다.

 

 “정의야… 정의야…!!”

 

 다행히 유나는 멀쩡한 듯했다.

 

 기다려. 지금 일어날 테니.

 

 그렇게 입에 담으려했다.

 

 “기……”

 

 그러나 입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혹은 내 귀가 나가버린 걸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똑똑히 들려오던 유나의 목소리가 그걸 부정했다.

 

 둘 다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한 이상,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했다.

 

 “정의야… 정의야… 안 돼… 안 돼…!!”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상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

 옆에서 유나는 더욱 시끄럽게 칭얼댔다.

 

 시끄러웠다. 한시가 급한 순간인데.

 

 나는 다리가 콘크리트에라도 깔렸나싶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왜 움직일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하체가 없었기 때문에.

 

 “아………”

 

 “그, 그래…! 지금 당장 119에… 핸드폰, 핸드폰, 핸드폰…!”

 

 “됐…어…”

 

 나는 힘겹게 말을 꺼내보았다.

 그리고 덧붙였다.

 

 “빨리… 여기서… 도망…”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러니까 제발…!”

 

 “난… 괜찮…”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이어 수마가 덮쳤다.

 

 “정의야…! 정의야…! 류정의! 아, 안 돼… 약속했는데… 내가 쭉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째서…!!!”

 

 유나는 연신 내 이름을 외쳐대며 자신을 탓했다.

 

 악속은 무슨…

 네가 멋대로 정한 거잖아…

 

 유나의 거친 손길에 내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는 건가 싶었다.

 정말로 비참했다.

 날라리에게 두들겨 맞고, 유나를 걱정시킨 것도 모자라, 또 주제넘은 행동으로 내 목숨만 날렸다.

 내가 여기 안 오는 게 유나에게 있어선 더 나을지도 몰랐다.

 무능력자인 내가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또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양 착각해버렸다.

 

 “키리리리리릭…”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내 시야 너머로 괴수가 보였다.

 인간의 수배는 되는 크기에다 짙은 보라색의 각질을 한 녀석이었다.

 

 봐봐. 결국 와버렸잖아…

 그러니까 빨리 도망치라니까…

 아니, 결국 나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건가…

 이렇게 유나까지 죽음으로 내몰아 버리다니…

 

 “아… 아아…”

 

 유나가 절망에 물든 표정으로 괴수를 바라보았다.

 괴수는 우리를 향해 날카로운 팔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저것이 내리쳐지면 나는 물론이오, 아직 2성 능력자에 불과한 유나 역시 단순한 고깃덩이로 변해버릴 것이다.

 갈수록 시야가 흐릿해져갔다.

 눈이 점점 뻑뻑해지더니 이젠 눈 뜨고 있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유나를 쳐다보며 염원을 담았다.

 

 비록 늦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이라도 나를 버리고 당장 도망쳐주기를 바랬다.

 그렇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한 채.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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