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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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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
작성일 : 18-11-06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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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나노로봇>

 

 “그러니까 뛰어내린 게 자기 치유 능력이 얼마나 성장했나 보고 싶어서라고?”

 

 “네…”

 

 “너 진짜 미쳤니?”

 

 능제관 누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나무랐다.

 

 “그게… 학교 옥상 정도 높이면 1시간 이내에 회복할 수 있고… 그러니까…”

 

 나는 박사가 나노로봇을 통해 내게 했던 말을 인용해 이것저것 변명을 해보았다.

 

 “그래도 옥상에서 뛰어내린다는 게 말이 돼?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죄송합니다…”

 

 나는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자살지원자로 몰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뭐, 2성 능력자만 되도 아주 높은 층이 아닌 이상 그냥 떨어진다고 해서 쉽게 죽진 않는다.

 아마 30층은 족히 넘어야겠지.

 

 그렇게 속으로 딴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반성하는 척을 하고 있자 능제관 누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다음부터는 진짜 그러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교복… 혹시 이 학교 학생이니?”

 

 “아, 네.”

 

 “그렇구나. 학교가 갑자기 습격당하다니, 참 안됐어.”

 

 “네, 뭐…”

 

 “그래도 듣기론 다음 주부턴 정상 등교한다니까, 근데 그 교복은…?”

 

 “아, 뭐 그냥… 평상복처럼.”

 

 나는 능제관 누나의 질문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떨어졌던 곳은 일주일 전에 괴수가 들이닥쳤던 곳이었다.

 나는 불현듯 생각나서 능제관 누나에게 물었다.

 

 “괴수는 어떻게 됐어요? 설마 다시 5년 전처럼…”

 

 “아니. 다행히 괴수와의 전쟁까진 벌어지지 않았어. 그래도 주변에선 완전 난리지. 근 시일에 다시 쳐들어오는 게 아니냐면서. 그래도 아직까진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하네.”

 

 “그렇군요.”

 

 “다만 이번에 쳐들어온 괴수가 문젠데…”

 

 “문제? 어떤?”

 

 “보통은 태평양을 건너면 감시망에 걸리기 마련인데, 이번에 쳐들어온 괴수는 전부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다 하더라고. 감시망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괴수가 진화한 건지…”

 

 나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내가 목격했던 괴수도 구름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저녁 하늘에 갑자기 나타났다.

 마치 내가 박사의 연구실에서 갑자기 하늘로 전송된 것처럼.

 

 설마 괴수에게도 그러한 능력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럼 이제 가 봐도 좋아. 다음부터는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네… 아마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능제관 누나에게서 해방된 다음 잔뜩 파이고 갈라진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비교적 멀쩡한 교문에 도착했다.

 거기서 출입통제가 적힌 테이프를 넘어서 학교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는 간간히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하교하는 게 보였다.

 그들이 출입통제 구역에서 나오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곧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능제관 누나한테 이것저것 설교를 다 듣고 나니 벌써 하교 시간이었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었지만 당시 하체가 날아갈 때 핸드폰도 같이 날아가 버렸기에 새로 사야만했다.

 

 “…집에나 가자.”

 

 나는 혼잣말을 한 번 중얼거리고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x x x

 

 

 

 띵-

 

 엘리베이터가 멈출 때 나는 전자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우리 집이 있는 복도 쪽으로 갔다.

 

 그리고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문이 열려있어?

 

 나는 제대로 닫혀있지 않는 문을 조용히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도둑에 대비해서 온몸을 빠르게 긴장시켰다.

 그렇지만 곧 신발장에 있는 학생용 구두를 보고 금세 힘을 풀었다.

 

 아마 유나의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소리를 내어 유나를 불러볼까 했으나.

 

 “정의야… 흑… 미안해…”

 

 그때, 내 방에서부터 유나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궁금해져서 몰래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현관에는 편의점 봉투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거의 몇 주 박힐 작정을 하고 우리 집에 온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나는 부스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내 방 내부를 빼꼼 하고 보자, 역시 거기엔 유나가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유나는 침대에 자빠진 채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마음이 아파오는 광경이었겠지만, 내 눈앞의 것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하지만 괜찮아… 이제부턴 내가 쭉 함께 있어줄 테니까…”

 

 …유나는 내 옷가지를 전부 해쳐둔 채 그 안에서 헤엄치듯이 하고 있었다.

 

 “응… 이젠 영원히 함께…”

 

 그리고 끝내 그것을 자기 얼굴에 가져다대면서…

 

 “야. 너 뭐하냐?”

 

 나는 그런 유나를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히, 히끅!?”

 

 유나가 갑작스레 난입한 나로 인해 화들짝 놀라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여기에…”

 

 “내가 내 방에 오겠다는데 뭐가.”

 

 “그, 그치만 정의 넌 죽었던 게… 분명 하체가 흔적도 없이… 게다가 행방불명…”

 

 유나는 현재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제대로 된 말을 만들지 못하고 눈만 빙글빙글 돌려댔다.

 

 나는 그런 유나의 모습에 한 번 피식하고 웃어주고 답을 알려주었다.

 

 “정말 좆… 착한 능력자가 와서 날 치료해줬어. 너무 심하게 다쳐서 그동안 그 사람 집에 있었던 거고.”

 

 “아! 혹시 그 할아버지!?”

 

 “뭐야, 너 봤어? 아, 그러고 보니 괴수한테서 널 구해줬다고 했었지.”

 

 나는 박사가 해주었던 설명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응. 덕분에 나도 살 수 있었어. 것보다 정말 다행이야… 정의야… 난 정말 네가 죽어버린 줄 알고… 진짜… 진짜…”

 

 “으이구. 또 뭘 질질 짜냐.”

 

 “응… 몸은 괜찮구…?”

 

 “보다시피 문제없다. 완치.”

 

 유나는 다시 훌쩍대며 눈을 비벼댔다.

 이미 눈가가 새빨개진 걸로 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심심하면 울어댔던 것 같다.

 

 그런 기특한 소꿉친구를 위해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말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그동안 내 침대에서 뭐한 거냐? 그렇게 어질러 놓고선.”

 

 나는 와이셔츠를 비롯한 온갖 옷가지들이 어질러져 있는 내 침대를 보며 말했다.

 잘 보니 내가 일주일 전 빨래 통에 넣어 놓았던 운동복까지 있었다.

 

 “으읏…!?”

 

 유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 전체를 새빨간 색으로 물들이며 엄청나게 부끄러워했다.

 

 그런 다음에 아주 당황한 표정으로 양손을 마구 흔들어대며 허둥지둥댔다.

 

 “아니, 그, 그게… 이건 뭐냐면… 그게 있지… 말하자면 긴데… 으으…!”

 

 “도대체 뭘했길래 그래.”

 

 “아, 아무 짓도 안 했어! 정말! 진짜! 참말루!”

 

 단 일의 설득력도 없는 발언이었다.

 

 “저, 정의야… 나 믿지? 응…?”

 

 결국 나는 한숨을 길게 내뽑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유나를 보았다.

 

 “한유나.”

 

 “으, 응…?”

 

 “너 변태 새끼냐?”

 

 “읏―!? 아, 아니거든!!”

 

 그렇게 유나는 내 오해를 풀기 위해서 한참을 더 변명을 해댔다고 한다.

 

 

 

 x x x

 

 

 

 보통 저녁 시간대쯤이 되면 통제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며 모든 미성년자는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만 18살이 넘은 성인은 딱히 별 제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자정이 넘어 능제관도 다 퇴근한 새벽이 되면 어른들도 굳이 밖에 나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정부도 거의 손대지 않고 쉬쉬한다.

 

 그곳엔 ‘능력자 이후의 세계’의 온갖 어둠이 있었다.

 오로지 힘만이 지배하고, 지배되는 세계.

 약한 자는 도태되고, 강한자만이 받들어지는 그런 세계.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이 시간대를 이렇게 불러왔다.

 

 ―『완전 통제시간』이라고.

 

 

 

 x x x

 

 

 

 무법자 혹은 능제관의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들일 일 없는 어두운 골목길.

 그 끝에 지하로 가는 계단에서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그래서 왜 오늘도 할당량 못 채웠는데.”

 

 오른팔에 온갖 문양의 문신을 새겨 넣은 한 사내가 앞에 몰려있는 염호권 패거리에게 물었다.

 

 “그, 그게 저희 학교가 갑자기 휴교를 해서 마땅한 수급처가 없었어요! 원래는 항상 갖다 바치던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휴교를 틈타 잠적해가지고…!”

 

 염호권이 자기 패거리를 대표하듯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말이 조금 떨리고 있는 게 눈앞의 사내에 겁을 먹은 듯했다.

 

 “뭐, 휴교? 왜.”

 

 “그… 괴수가 갑자기…”

 

 문신의 사내가 염호권의 말을 듣고, 아 그거, 하며 끄덕였다.

 

 “어쨌든 내가 오늘까지 그동안 밀린 거 싹 다 합해서 가져오라 했어 안 했어.”

 

 “해, 했는데, 그래도…”

 

 “그건 니들 사정이고!!”

 

 염호권이 눈앞의 사내에게 한 번 더 변명을 하려들었지만 이내 커다란 호통소리에 묻혔다.

 결국 염호권 패거리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오른팔에 문신을 한 사내가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염호권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니들 상태가 왜 그래?”

 

 문신의 사내가 염호권 패거리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

 한유나에게 두들겨 맞았던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고 있었다.

 

 “그게 잠깐 학교 애들이랑 싸우다가…”

 

 “그게 싸운 거냐? 얻어터진 모습이지. 제대로 불어.”

 

 결국 염호권은 얼버무리다 못해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 전부를 털어놓았다.

 염호권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문신의 사내는 한숨을 길게 내뽑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야. 염호권.”

 

 “네, 넵!”

 

 염호권은 잔뜩 쫀 채 대답했다.

 

 “니 이름이 뭔지 말해봐.”

 

 “여, 염호권인데요…?”

 

 “내 이름은.”

 

 “가, 강호권입니다…”

 

 “그래, 같은 ‘호권’이지? 그러냐 안 그러냐.”

 

 “그, 그렇습니다!”

 

 “내가 니 받아준 게 이름도 같고 싸움도 생각보다 맛깔나게 해서 인 거 알고 있지?”

 

 “그런데 그게 왜…”

 

 염호권은 강호권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하는 건지 파악이 안 돼 더욱 불안했다.

 

 “근데 왜 같은 학교 계집애한테나 쳐 맞고 다니는 건데 이 개자식아!”

 

 “쿠엑―!”

 

 강호권은 그렇게 외치자마자 왼손으로 염호권의 얼굴을 때렸다.

 한유나가 만든 예술작품에 물감이 한 번 더 덧칠되는 순간이었다.

 

 “넌 부끄럽지도 않냐?”

 

 “어억…”

 

 “야. 아픈 척하지 마라. 왼손으로 쳤다.”

 

 강호권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염호권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채 비굴하게 빌어댔다.

 

 “죄,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됐고, 나중에 그년이나 여기로 데려와.”

 

 “네, 네?”

 

 “우리 애들이 어디 듣도 보도 못한 계집애한테 털렸는데, 내가 가만히 있겠냐? 내가 복수해줄 테니까, 데리고 오라고.”

 

 “““가, 강호권 형님…!”“”

 

 강호권의 말에 염호권을 비롯한 모두가 강호권이 마치 신이라도 되는 양 무릎을 꿇고 강호권을 찬양해댔다.

 그러다 염호권이 갑자기 떠오른 걱정을 강호권에게 말했다.

 

 “그, 근데 그 여자 저희보다 센데 어떻게 데리고 오죠…?”

 

 “시발 그건 니들이 알아서 생각해야지. 아까부터 계속 화나게 할래? 이번엔 오른손으로 맞고 싶어?”

 

 강호권이 문신이 잔뜩 새겨진 오른팔을 염호권에게 과시하듯이 보여주었다.

 

 “아, 아니요! 자, 잘못했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꼭 데려오겠습니다!”

 

 염호권은 강호권의 오른팔을 보자마자 벌벌 떨며 바로 말을 바꿨다.

 

 “근데 그년 특수 능력 같은 건 썼냐?”

 

 “아, 아니요. 저희랑 같은 기(氣)강화만 썼습니다.”

 

 “하, 가끔씩 있지. 특수 능력도 없으면서 지가 센 줄 알고 나대는 새끼들이.”

 

 강호권은 코웃음을 치며 오른팔을 들어 힘을 꽉 하고 주었다.

 이내 기(氣)가 그의 온몸을 돌다 곧 오른팔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정 이상의 기(氣)가 오른팔에 모이자, 갑자기 피부가 일렁이기 시작하면서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럴 때마다 살과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울려 퍼졌다.

 

 “히, 히익…”

 

 염호권은 그런 강호권의 오른팔을 이미 한 번 본 적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강호권이 다시 오른팔을 그들에게 들이밀었을 땐 이미 그건 사람의 팔이 아니었다.

 살색 바위를 그대로 박아놓은 것처럼 울긋불긋하고 아주 단단해보이던 손.

 그저 주먹 한 방으로 무엇이든 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강호권은 자신의 팔을 마음에 들어 하며 낄낄하고 웃어댔다.

 

 “내가 제대로 알려주지. 2성 능력자(能力者)와 3성 특수능력자(特殊能力者) 간의 진정한 차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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