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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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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
작성일 : 18-11-0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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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나노로봇>

 

 “후욱… 흡…”

 

 나는 안방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용하다 바닥에 내팽개친 다양한 무게의 아령이 난잡하게 흩어져있었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지쳐 당장 쓰러져야 했는데 아무리 해도 지치지가 않았다.

 지구력만큼은 아니었지만 파워 역시 두세 배는 높아져있었다.

 

 “이게 다 나노로봇덕분인 건가.”

 

 거의 일천에 가까운 횟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은 여전히 쌩쌩했다.

 그러나 오로지 좋은 점만 있던 건 아니었다.

 

 꼬르륵―

 

 운동하기 전에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배가 고파왔다.

 아마 나노로봇이 에너지를 무지하게 잡아먹는 거겠지.

 

 아무렴 어때. 나는 적당히 그러려니 하고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x x x

 

 

 

 “……그래서 기(氣)능력이라 하는 것은 잠재등급과 현재등급이 있는데, 특히 중요한 건 잠재등급입니다. 이건 사실상 그 사람의 성장 한계를 의미하고…”

 

 칠판 앞의 선생이 나름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 학교 같은 꼴통 학교의 특징.

 기(氣)능력 이론 수업 시간은 사실상 자는 시간이다.

 더군다나 이전의 괴수 습격으로 운동장이 전부 폐허가 돼버려 모든 실기 수업이 이론 수업으로 대체 되었으니, 학생들에겐 죽을 맛이었다.

 물론 나한테는 이게 더 좋았지만.

 어차피, 무능력자인 나는 실기 수업 때 벤치에 앉아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교실 안팎에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언제나 가는 장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아, 유나 한 동안 학교 못 오지.’

 

 평소라면 그녀가 내 교실에 와서 시끄럽게 굴기 전에, 내가 미리 유나의 반쪽으로 가서 도중에 마주치곤 했다.

 보통 점심시간이면 자기네 친구들이랑 먹을 법한데, 그런 일이 있었던 우리에겐 어쩔 수 없겠지.

 

 그때, 별로 친하지 않은 반 친구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류정의. 저 애들이 너 찾는데?”

 

 “나를?”

 

 나를 부르던 남학생은 약간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을 한 채 그가 가리키는 교실 뒷문으로 시선을 향했다.

 

 “오랜만이다?”

 

 염호권 패거리였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일부러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모르는 척을 했다.

 그리고 새로 산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와, 중심부 쪽엔 더 많은 괴수들이 떨어졌었구나.

 뉴스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저 자식이!”

 

 염호권을 비롯한 그의 따까리들이 분노하며 내 자리로 달려오듯이 걸어왔다.

 염호권이 내 멱살을 잡으려고 하기에 나는 저번의 유나처럼 아래로 쏙 빠지면서 피했다.

 

 “너희들 지금 교육받을 시간 아니냐? 왜 여기 있냐?”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염호권의 따까리가, 저 놈이!, 라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했다.

 

 “무능력자 새끼가 뭐 믿고 그렇게 나대? 존나 쳐 맞았던 주제에…”

 

 “지금 내 모습 안 보이냐?”

 

 나는 상처 하나 없는 내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반면 염호권의 얼굴은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다.

 

 “하나도 안 아파서 그런지 다 나아버렸네? 근데 니네 얼굴은 왜 그래? 어디서 쳐 맞고 다니냐?”

 

 나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 줬다.

 

 “저게…!”

 

 염호권의 따까리가 진짜로 달려들 듯하자 나는 바로 자세를 갖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염호권이 나서서 가로막았다.

 

 “따라와라.”

 

 염호권은 그렇게 나를 쏘아보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래서 나는…

 

 “응, 안가.”

 

 다시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주인님이 욕보인 것에 분노한 충실한 그의 따까리들이 시끄럽게 날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염호권의 팔 한 번으로 다시 조용해지는 교실.

 이미 다른 애들은 우리를 모른 척하며 도망친 지 오래였다.

 염호권이 말했다.

 

 “너 지금 안 오면 후회할 걸?”

 

 그러면서 그가 보여줬던 건 유나의 SNS계정 홈페이지였다.

 나는 그걸 보고 진지해진 표정으로 염호권을 봤다.

 

 “오. 어째 한 대 칠 거 같다? 어쩌냐.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

 

 “유나한테 뭘 할 생각인데.”

 

 “궁금하면 따라오라고.”

 

 “어차피 니들 백 모여 봤자 유나한텐 좆도 안 될 텐데?”

 

 사실 백 명쯤 모이면 아무리 유나라도 질 거 같다.

 

 “그건 모르지. 아니면 계속 그렇게 앉아 있던가. 야, 가자.”

 

 “…………”

 

 결국 나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x x x

 

 

 

 그들이 나를 끌고 왔던 곳은 학교 뒤편이 아니라, 학교 뒤에 있던 조그만 뒷산이었다.

 그들도 괜히 학교에 걸려서 방해받기는 싫었나보다.

 

 “일단 넌 이제부터… ―꾸엑!”

 

 염호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의 얼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오, 저번에는 얼굴만 좀 꺾인 게 다였는데, 이번에는 비틀거리기까지 하네?

 오늘 아침에도 느꼈지만, 정말로 힘이 세지긴 했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이야. 안 그래도 딱 이런 조용한 데를 원했는데. 내 맘 어떻게 알았냐. 데이트 코스 잘 짜겠는데?”

 

 “저 새끼가…!”

 

 염호권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이전이라면 피하지 못했을 그의 주먹이, 이번에는 보였다.

 나는 그의 공격을 단 한 걸을 옆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했다.

 그리고 당연히, 있는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내 힘과 염호권의 달려드는 힘이 합쳐져서 방금 전보다 훨씬 묵직한 충격이 내 손을 통해 전해졌다.

 

 “꾸헉―!”

 

 결국 염호권은 뒤로 나자빠지듯이 됐다.

 

 “효, 효권아!”

 

 염호권의 따까리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난리를 쳤다.

 

 “니들 유나한테 얻어터지고 나서 약해진 거 아니냐?”

 

 나는 염호권을 비롯한 날라리들을 내려다보듯이 하면서 비웃었다.

 

 “…야. 니들 전부 능력 켜.”

 

 “하, 하지만!”

 

 “켜라면 켜.”

 

 염호권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의 가벼운 느낌의 그와는 달랐다.

 온몸에 노란빛을 띠는 빛 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염호권 주변을 맴돌았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이 나를 덮치는 듯했다.

 

 “이제 너 어떻게 돼도 모른다. 내가 감옥 가는 한이 있더라도, 넌 죽이고 간다.”

 

 염호권의 말에 따라 주변의 따까리들도 기(氣)강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온몸에 기(氣)가 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는 온몸에 더욱 힘을 주고 이에 대비했다.

 

 “해보든가.”

 

 나는 코웃음 치며 반박했다.

 그렇지만 속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죽여 버려!!”

 

 염호권의 지령이 떨어지자, 그들이 일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x x x

 

 

 

 나는 이번에도 바닥에 널브러진 채였다.

 

 “허억… 이제 좀 깨닫지? 상대 안 돼 넌. 허억…”

 

 염호권이 온몸에 기(氣)를 두른 채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후우…”

 

 나는 온 교복이 너덜너덜된 채로 다시 일어섰다.

 땅에 굴러 흙이 묻고 곳곳이 찢어지고 그야말로 넝마덩이였다.

 나는 아까부터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더 입에 담았다.

 

 “아직 안 끝났다, 새꺄.”

 

 “샌드백 주제에…!”

 

 바로 옆에 있던 염호권의 따까리가 기(氣)를 담은 주먹을 내게 내질렀다.

 빨랐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후욱…!”

 

 나는 그의 팔을 옆으로 쳐내고 바로 지근거리에서 펀치를 날렸다.

 기(氣)로 강화된 단단한 배의 감촉이 내 주먹의 끝에서 느껴졌다.

 

 “쿨럭―!”

 

 염호권의 따까리가 뒤로 물러나며 헛기침을 해댔다.

 

 “크윽… 이 녀석 저번하곤 달라!”

 

 “뭐, 뭐지! 능력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아직도 발을 딛고 서있는 나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소란스럽게 외쳐댔다.

 

 “알고 싶냐?”

 

 “…………”

 

 그들은 내 말에 싫어도 귀를 기울였다.

 

 “하루 팔굽혀펴기 1000번, 스쿼트1000번, 윗몸일으키기 1000번만 하면 이렇게 된다.”

 

 나는 오늘 아침에 했던 것을 그대로 읊었다.

 

 “뭔 개소리야!”

 

 염호권이 분노에 찬 얼굴로 다시 내게 몸을 던졌다.

 한시의 긴장도 늦추지 않았으나 아직 염호권의 주먹을 피할 수도, 막을 수조차 없었다.

 

 “크윽…!”

 

 나는 뒤로 몇 번 구르면서 나가떨어졌다.

 그렇지만 익숙한 충격에 곧바로 낙법을 취해 그 움직임을 멈췄다.

 

 “허억… 허억… 봐봐. 내 주먹도 못 피하잖아.”

 

 염호권이 숨을 고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피가 섞인 침과 부러진 앞니 하나를 퉷 하고 뱉어냈다.

 

 “서 있는 거 보면 모르겠냐. 좆도 안 아파.”

 

 나는 욱신거리는 안면을 모른 척한 채 대꾸했다.

 

 “후우… 이빨 부러지고 할 말이냐?”

 

 “난 상어 새끼라 이빨 다시 난다.”

 

 “한 대도 못 때린 주제에 입만 살아서.”

 

 “맞아 준 거다. 근데 넌 때리기만 했는데 뭘 그렇게 헥헥 대고 있어? 개새끼여?”

 

 “이 자식이!”

 

 염호권은 내 말에 다시 발끈해 재차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이 내 얼굴, 몸통, 팔에 정통으로 박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어떻게든 버티고만 있었다.

 

 다른 따까리들은 이미 지쳐 주저앉은 지 오래였다.

 

 나는 염호권에게 단 한 번의 공격조차 성공시키지 못한 채 그렇게 계속 방어만 하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낸 지도 어언 20분이 다 돼 갔다.

 

 벌써 점심시간이 다 끝났는지 학교에서부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맞춰, 염호권의 몸 주위를 돌고 있던 노란 기운이 옅어지다 이내 사라졌다.

 

 나는 무릎을 딛고 다시 바닥을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끝이냐?”

 

 “허억… 헉… 왜… 안 쓰러져…”

 

 나는 그런 염호권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입을 벌려 그 안을 보여주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염호권이 봤던 것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말끔한 내 치열이었다.

 방금 전에 뽑혀나간 이빨도 도대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본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염호권이 초조함에 떨며 내게 물었다.

 

 “말했잖아. 나 상어 새끼라고.”

 

 “그, 그럴 리가 없어… 넌 분명 무능력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

 

 나는 말을 떼자마자 염호권에게 달려들었다.

 염호권의 기관(氣管)은 이미 잔뜩 지쳐 그가 다시 기(氣)를 내는 일은 없었다.

 

 “으, 으아악…! 오, 오지마!!”

 

 염호권이 처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나는 온몸에 힘을 팍 주고,

 오른손을 쥐어짤 듯이 강하게 움켜쥐면서,

 그동안 당했던 걸 전부 다 되돌려주겠다는 듯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꾸허어어어억――!!”

 

 염호권이 마치 프로펠러 돌아가듯이 공중에서 몇 번 돌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런 염호권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하아. 기분 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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