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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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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
작성일 : 18-11-08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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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나노로봇>

 

 칠흑 속에서 내 자신이 느껴졌다.

 목을 통해 공기가 오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중심에서부터 사지로 감각이 퍼져나갔다.

 팔을 움직여 보았다.

 무언가에 탁 걸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물에 빠졌다.

 

 “헉…!”

 

 바로 눈을 뜨자 형광등의 하얀 불빛이 내 눈을 찔렀다.

 명순응이 덜 돼 눈을 찌푸렸다.

 옷이 젖어 몸에 딱 달라붙던 게 불쾌했다.

 

 “이, 이건…”

 

 “이제야 깨어났나?”

 

 정신을 차린 내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건 강호권이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들려 했다.

 

 “크윽…!”

 

 그때, 온몸을 가로지르는 격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 나는 분명 강호권의 주먹을 맞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이를 악물고 몸을 거칠게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팔과 몸이 기둥에 묶여있었기에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거참 터프한 녀석이네. 내 주먹을 맞고도 아직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워.”

 

 강호권은 내 앞에서 놀리듯이 박수를 쳤다.

 그 박수 소리에 따라 그의 부하들이 웃어 재꼈다.

 아직 내가 가한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기절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다.

 

 “너 같은 새끼는 그리 싫어하지 않아. 게다가 나는 대인배지.”

 

 강호권이 나를 내려다보며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경계하며 계속 그를 노려보았다.

 강호권은 그런 내 표정을 보고 피식 하고 웃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이 녀석들도 내게 대들던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충실한 내 수족이 되었지. 어때 너도 내 개가 돼 보는 건?”

 

 귀를 기울일 가치도 없는 발언이었다.

 

 “흥. 고딩한테 존나게 털려 놓고 이제 와서 뒷수습이라도 할 셈? 웃기지마.”

 

 나는 비웃음의 감정을 담아서 강호권에게 쏘아붙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하하!”

 

 그러나 강호권은 오히려 호쾌히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웃음을 멈추고 계속했다.

 

 “실제로 요즘 인재 부족이었거든. 수입도 영 시원치 않고.”

 

 강호권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염호권을 째려보았다.

 염호권이 찔리는 게 있는지, 히익!, 하고 뒷걸음질 쳤다.

 

 “어때. 지금 네 처지엔 최고의 제안이지?”

 

 나는 강호권의 제안을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좆까.”

 

 강호권이 계속해서 나를 째려봤다.

 나는 위축되지 않고 그대로 맞받아쳤다.

 축축한 내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 하나가 뚝 하고 떨어졌다.

 

 “야 저 놈 핸드폰 줘봐.”

 

 근처에 있던 부하가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갔다.

 그리고 자기 옷에 물기를 닦은 다음 강호권에게 건넸다.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있나 보자.”

 

 강호권은 내 핸드폰을 열고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뭐야… 이 녀석 연락처에 아무 것도 없는데? 오기 전에 다 지웠냐?”

 

 강호권이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너 같은 새끼가 할 짓이라곤 뻔하지.”

 

 나는 코웃음치며 답했다.

 

 사실 저번 사건 때문에 핸드폰이 통째로 날아가 새로 바꿔서 그랬다.

 아직 유나 번호를 입력 안 해둬서 천만 다행이군…

 

 강호권이 칫 하고 혀를 찼다.

 

 “니 여자 전화번호 불러.”

 

 나는 강호권의 요구에 침을 뱉는 것으로 답했다.

 바로 옆에 있던 부하가 가로막으면서 대신 맞았다.

 

 “얘들아. 얘 다시 쳐라.”

 

 강호권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최측근 부하 두 명이 나서서 나를 마구 차기 시작했다.

 

 “컥―! 커헉―!”

 

 수 초 간격으로 내 짧은 신음소리가 지하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수 분이 지난 후 강호권이 손짓하자 드디어 몰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억… 헉…”

 

 “이제 좀 불지? 아니면 꼬리 내리고 바닥을 기던가.”

 

 “…그럴 바에 죽지.”

 

 강호권이 내 말에 한숨을 푹하고 쉬었다.

 

 “야, 호권아. 너 그 여자 전화번호 좀 알아 와라. 이리로 데려오면 더 좋고.”

 

 “아, 네…”

 

 염호권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네, 넵!”

 

 강호권이 크게 호통 치자 염호권 패거리는 헐레벌떡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명령을 내리길.

 

 “계속해.”

 

 강호권이 재차 명령을 내리자 그의 부하들이 다시금 나를 패대기 시작했다.

 나는 묶여있어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연신 고통에 겨운 소리를 규칙적으로 냈다.

 

 그렇게 몇 대 맞았는지도 세기 포기했을 무렵.

 내 주변은 피투성이였다.

 이미 몸은 시커먼 발자국과 빨갛게 찢긴 자국으로 너덜거렸다.

 그래도 상처부위가 조그맣게 거품이 지던 게 치유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듯했다.

 

 “어때, 이제 말할 마음이 들었냐?”

 

 “58…”

 

 “뭐? 제대로 말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떼었다.

 

 “5877… 4485…”

 

 강호권은 내 말에 입 꼬리를 흉물스럽게 찢었다.

 그러면서 곧바로 내 핸드폰으로 그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확인해주시기…]

 

 “뭐야. 없는 번호잖아. 야, 다시 제대로…”

 

 “호, 호권 형님…”

 

 그때 옆에 있던 부하가 내 의도를 깨달았는지 표정을 구기며 강호권을 불렀다.

 

 “뭔데.”

 

 “그… 5877 4485라는 건 아마…”

 

 “아마?”

 

 “한 번 그대로 발음해보십시오…”

 

 강호권은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며 소리 내서 그 번호를 외기 시작했다.

 5877 4485, 5877 44…

 강호권이 그것을 몇 번 반복하다 이내 팍 하고 표정을 구겼다.

 나는 그런 강호권을 꼴사납다는 눈빛으로 비웃으며 덧붙였다.

 

 “설렜냐…? 병신 새끼…”

 

 강호권이 내 말에 표정을 험악하게 일그리며 으스러져라 주먹을 쥐었다.

 애꿎은 내 핸드폰이 과자 부서지듯 바스러졌다.

 

 “저 새끼 방에 가둬두고 주기적으로 패. 물 한 방울도 주지 말고.”

 

 “넵, 알겠습니다!”

 

 강호권의 부하들은 내가 발버둥치지 못하게 다시 제대로 묶은 다음 기둥에 이어지던 줄을 끊었다.

 그리고 나를 도살장의 돼지 다루듯 거칠게 끌고 갔다.

 

 그렇게 내 지옥이 시작되었다.

 

 

 

 x x x

 

 

 

 퍽― 퍼억― 퍽―

 

 “이 자식 진짜 독종이네!”

 

 퍼억― 팍!

 

 “이제 좀 포기하지?”

 

 “…………”

 

 강호권의 부하가 나를 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젠장!”

 

 그가 무방비한 내 배를 한 번 더 있는 힘껏 가격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문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가자!”

 

 리더 격인 부하가 손짓을 하자 다른 부하들도 그를 뒤따라 나갔다.

 

 “1시간 뒤에 다시 온다.”

 

 그 말과 함께 끼이익 하고 문이 닫혔다.

 

 의자도 책상도, 물도 밥도, 아무 것도 없이 불 하나만 달랑 켜져 있는 방에 나 홀로 남았다.

 내 몸에서 역류한 위액이라든가, 찢어진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피라든가 해서 곳곳이 더럽고 역겨웠다.

 이미 말라버린 붉은 얼룩은 내가 이곳에 갇힌 지 한참이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1시간 간격으로 폭행을 당했으며, 잠에 들었을 때 역시 일어나라고 안면을 맞았고, 기절했을 때도 역시 깨어나라고 복부를 강타 당했다.

 평범한 무능력자라면 이미 죽고도 남았고, 능력자라 해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건재했다.

 온몸은 아스러질 것 같이 아픈데도 상처부위는 계속 거품이 일면서 치유가 되고 있었다.

 

 “씨발…”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증오 섞인 내 목소리만이 약하게 메아리쳤다.

 

 어째서 이렇게 돼버린 것일까.

 한 낯 고등학생주제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무능력자였던 주제에.

 갑자기 힘 좀 얻었다고 너무 나댔던 것일까.

 

 염호권이 그렇게 떠들어댔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2성과 3성 사이에는 결코 메꿀 수 없는 갭이 있다는 걸.

 나와 강호권 사이에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염호권의 말대로 비굴하게 빌지는 못해도, 차라리 보복을 각오하고 능제관에 가서 보호를 요청하든 난리를 치든 현실적인 방안을 택했어야 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강호권한테 가서 유나만이라도…

 

 [자네 무슨 고문이라도 당하고 있나?]

 

 그때, 아무도 없는 방에서 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는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역시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나야, 나. 나라네.]

 

 다시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귀를 통해 들리는 게 아니었다.

 마치 내 뇌에다 직접 말을 새기는 듯한 느낌.

 목소리의 주인은 박사였다.

 

 “바, 박사님…?”

 

 나는 밖에 들리지 않도록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다행히 제대로 전달이 되는 듯, 박사가 내 말에 회답했다.

 

 [기록을 보다보니 이상해서 말이야. 뭐, 1시간마다 자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나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유나한테 손대려는 녀석이 있기에 손 좀 봐주러 온 것뿐이에요.”

 

 [그런데 왜 맞고만 있어?]

 

 “…………”

 

 나는 박사의 물음에 침묵으로 응했다.

 박사는 내 무언에 대고 한숨을 쉬며 먼저 말을 이어줬다.

 

 [으이구… 뭐, 대충 상황은 알겠다. 내가 직접 도와주러 가지는 못하지만, 널 지금 그 상황에서 구하는 거야 아주 간단하지.]

 

 “그렇습니까…”

 

 나는 이제야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을 놨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잊고 있었지만, 어른에게 기대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근데 자네는 그걸로 정말 만족하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박사가 물었다.

 

 “만족…?”

 

 [말 그대로의 의미네.]

 

 “…………”

 

 만족? 이 상황에?

 며칠인지도 모를 시간동안 고문을 당하고, 이대로 박사에게 구해지는 것에?

 그리고 앞으로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떨면서, 능제관 하나만 믿고 살아가는 것에?

 

 씨발…!

 

 만족은 개뿔, 그럴 리가 없잖아!

 

 [오오, 이제야 반응이 좀 좋아졌군.]

 

 “그렇지만… 딱히 수가 없잖아요.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강호권… 3성 특수능력자한테는 손도 못 대고 져버렸어요.”

 

 [지금 자네 수치를 보니… 그래, 치유능력을 제하면 2성 능력자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군. 그러니 3성한테 택도 안 되지. 각 등급에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역시…”

 

 결국 이길 방도는 없는 건가…?

 

 [근데 그거 아나? 자네 내 연구실에어는 2성 능력자보다 못했다네.]

 

 “네…?”

 

 생각해보니 뒷산에서 염호권 패거리와 맞서 싸울 때 나는 염호권보다 훨씬 약했다.

 다만 치유능력이 있었기에, 그를 앞설 수 있었다.

 그리고 강호권의 부하들은 누가 봐도 염호권 패거리보다 강했으나… 그리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다.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끌끌… 이제야 깨달았구먼.]

 

 “그럼 앞으로 좀만 더 있으면 강호권보다…!”

 

 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문 쪽을 보았지만 다행히 밖에서 눈치를 챈 것 같지는 않았다.

 

 “…강호권보다도, 3성 능력자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요?”

 

 [그거야 자네 하기 나름이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로 알려주면 재미도 없고 성장도 없지.]

 

 “……이 상황에 재미가 무슨 소용인데요…”

 

 [어쨌거나 잘 생각해 보게나. 나도 일단 최소한의 대처는 해놓을 테니, 어디 한 번 맘껏 날뛰어보게. 그럼 난 이만.]

 

 “박사님…?”

 

 이후에 박사를 다시 불러보아도 되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마치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박사의 말투는 연구자라는 그의 직업에 맞게 나를 시험하는 듯했다.

 그게 왠지 아니꼬워 속에서 열불이 터졌고 괜한 자존심을 긁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훨씬 속이 후련했다.

 

 “그래… 이대로 죽 된 채로 구해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여기서 나갈 때는, 강호권의 얼굴에 주먹 백대는 박아놓은 후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해둬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피폐해진 육신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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