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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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로봇>
작성일 : 18-11-09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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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2 <나노로봇>

 

 강호권이 앞으로 내달리는 동시에 나도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주먹을 눈으로 보는 건 그만뒀다.

 눈에 담는 것은 오로지 상대방의 눈이었다.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에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잔뜩 요동치며 세포 하나하나를 불태우는 것 같다.

 그간의 고통을 온몸에 되새기며, 나는 몸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귀를 찢는 듯한 강한 풍압이 옆에서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생긴 기류에 오른손을 실어본다.

 강호권이 이미 그어놨던 궤적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단검의 끝을 그의 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강호권이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왜 그런 건지 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그가 방금 전에 내질렀던 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었다.

 

 바로 단검을 앞으로 회수하면서 몸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시선이 앞을 향한 순간.

 

 이미 내 앞에는 거대한 바위 같은 주먹이 있었다.

 

 가장 앞에 있었던 단검의 날이 산산 조각나며 손잡이와 함께 내 복부에 박혔다.

 그리고 이어서 다가온 충격이 내 전신을 덮쳤다.

 단검을 쥐었던 내 손목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였고 갈비뼈가 삐걱거리며 폐를 짓눌렀다.

 내장을 뒤흔들어 대던 충격이 등까지 닿자, 나는 지하실 저 끝에 있던 벽에 박혔다.

 

 콰앙―!!

 

 “커허어억―!!”

 

 곧이어 폭포내리 듯이 입 너머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벽을 긁듯이 하며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몸이 불탈 듯이 뜨거웠다.

 

 “별 것도 아닌 게, 귀찮게 하고 있어…”

 

 강호권이 숨을 길게 들이셨다 이내 길게 내뺐다.

 그리고 이내 내가 엎어져 있는 벽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엔 생기 없이 축 처져있는 내 모습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흥. 죽었냐?”

 

 “…………”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강호권은 오른팔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의자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바닥에 자기가 내던진 상의를 주워 팍팍 턴 다음 다시 입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나는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다.

 

 “큭큭…”

 

 나는 엎어진 채로 웃기 시작했다.

 

 “…?”

 

 강호권과 그의 부하가 내던진 시선 전부가 순간 내 쪽으로 쏠렸다.

 

 “큭큭… 푸하하하하핫!!”

 

 나는 실성한 듯이 웃어 재끼며 피투성이의 상체를 겨우 바로 세웠다.

 

 “뭐야, 아직도 살아있었어?”

 

 강호권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이젠 아픈 걸 넘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냐?”

 

 그러나 내겐 그의 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아직도 부족하다 이거지… 어찌 보면 당연해… 그야, 2성과 3성의 차이니까…”

 

 나는 계속 히죽 히죽 웃어대며 중얼거렸다.

 강호권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반항하다 빌다 그리고 다시 반항하더니, 이제는 미치기까지… 거참 가지가지 한다.”

 

 강호권의 말투는 마치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했다.

 

 “야. 이 녀석 그냥 갔다 버려. 내가 졌다 졌어. 어차피 치유능력자니까 알아서 잘 살겠지.”

 

 “네, 알겠습니다.”

 

 강호권의 부하가 짧게 답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 순간.

 

 나는 내 배에 박혀있던 부러진 단검을 뽑아 높이 쳐들었다.

 내 복부에서 피가 흐르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래! 아직 부족하다면, 마저 내가 채워주마!!”

 

 그렇게 외치고 나서 나는 단검을 내 배에 찔러 넣었다.

 

 “크윽―!”

 

 아까부터 불탈 듯이 뜨거웠던 몸이 더 뜨거워졌다.

 

 “으극―!”

 

 날을 내 쪽으로 해서 양손으로 움켜쥔 채, 다시 한 번 더 깊숙이 박아 넣었다.

 

 “끄아아아악―!”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찔러댔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몸은 갈수록 더욱 뜨거워졌다.

 

 근처에 있던 강호권의 부하들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면서 기겁을 했다.

 강호권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내버려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픽 하고 쓰러졌다.

 

 “……정말 어이없는 최후로군…”

 

 강호권이 쓰디 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을―――]

 

 [―표―――――성]

 

 뇌 속이 지직거렸다.

 그러다가 곧 선명해졌다.

 

 [스케일 이행을 위한 목표 수치 달성. 세포의 재생 집적도를 비롯한 모든 조건이 해방되었습니다. 다음 스케일로 이행하시겠습니까?]

 

 머릿속에서 자동응답기 같은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게임 같은 상황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짧게 회답했다.

 

 “어.”

 

 [승인완료. 현재 에너지 스케일, 일렉트론볼트. ………오류.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추가 에너지 보충이 필요합니다. 다음 행동을 말해주십시오.]

 

 “시발, 알아서 해.”

 

 [확인완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불필요한 물체를 알아서 판단합니다. 실험에 의거한 특수 상대론 보정식 인가 중. 곧바로 에너지 전환을 시작합니다.]

 

 그 순간.

 내 배에 박혀있던 단검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내장 사이에 끼어있던 위화감이 점점 옅어져갔다.

 그렇게 내 몸속의 단검과 그 조각들이 빛이 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저, 저건 기(氣)강화…!?”

 

 “그치만 색이…!”

 

 졸개들이 나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야 그럴게.

 내 몸을 빛내고 있던 빛알들은 노란빛이 아니라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으니까.

 

 나는 무릎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너지 보급완료. 곧바로 다음 스케일로 이행합니다. 현재 에너지 스케일, 킬로 일렉트론볼트.]

 

 연하게 자취만 남기고 있던 흐릿한 빛알들이 다시 새하얗게 빛나면서 나의 전신을 감쌌다.

 마치 은하수가 그곳에 떠다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뜯겨져 나간 손톱에서 새 손톱이 돋았다.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던 오른팔은 제 모양을 되찾았다.

 이어서 온몸의 크고 작은 상처가 곧 부글부글하고 끓기 시작하더니 원래의 매끈한 살로 되돌아왔다.

 

 위의 과정이 전부 다 이루어지기까지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온몸에 힘이 넘쳤다.

 아까와 같이 배를 찌르는 듯한 고통도, 불에 타는 듯한 뜨거움도 없었다.

 그저 은은한 따스함만이 내 전신을 조용히 덥히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잔뜩 호기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 3차전, 간다.”

 

 

 

 x x x

 

 

 

 그동안 고문을 당하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 내가 이렇게 단 시간 내에 강해질 수 있었을까.

 과거를 천천히 되짚어 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노로봇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나는 염호권보다 약했다.

 그러나 염호권 패거리와 한 판 붙고 난 이후부터 나는 염호권보다 강해졌다.

 

 그 다음엔 강호권의 부하들과 십 대 일 매치를 가졌다.

 처음엔 방어만 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이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호권에겐 단 한 번의 합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패배했다.

 

 고문을 당하면서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갈수록 뜨거워져만 갔고, 치유 속도는 나날이 빨라져만 갔다.

 

 일부러 미친 척을 해서 그들이 좀 더 신나게 나를 가지고 놀도록 했고, 정신이 닳아 사라질 즈음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회를 따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강호권과의 2차전.

 한 방에 K.O당했던 1차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전혀 반응하지 못했던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강호권은 말했다.

 2성과 3성 능력자 간에는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있다고.

 

 박사는 말했다.

 정말로 이대로 만족하냐고.

 

 위의 두 말을 합치면, 사실상 내가 강호권을 이기는 게 가능하다는 것과 동치였다.

 

 2성 능력자가 3성 능력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3성 능력자가 되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강호권을 이기기 위해서는?

 

 “한계를, 넘으면 된다!”

 

 나는 외침과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속도가 온몸을 가로질렀다.

 강호권이 경악하며 거의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당겼다.

 

 하지만 이번엔 똑똑히 보였다.

 그가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나는 종이 한 끗 차이로 강호권의 주먹을 피하고 그의 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이전까지 그에게 당했던 것처럼.

 그의 가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파앙―!!

 

 “크헉―!?”

 

 강호권이 저 뒤로 날아가며 의자를 부쉈다.

 조각난 의자더미 위에서 강호권은 재빨리 몸을 똑바로 세웠다.

 

 “고맙다. 존나 고통스럽긴 했지만, 덕분에 레벨업했네.”

 

 나는 음하핫!, 하고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강호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뭐긴, 강해진 것뿐인데?”

 

 “그 단기간에 그게 가능할 리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나는 아래에서부터 그를 올려다봤고, 강호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턱 아래로 나를 간신히 내려다봤다.

 

 “하앗!”

 

 이번엔 가슴이 아니라, 명치를 노려 강하게 정권을 내질렀다.

 강호권이 숨을 토하는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뒤로 5m 정도 날아갔다.

 

 “야. 너 나보다 10배는 세다며.”

 

 나는 강호권이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크윽…!”

 

 그래도 꼴에 3성 능력자이기는 한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호권이었다.

 

 “그딴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강호권이 화가 머리끝까지 솟치며, 이번에는 그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당황해서 대처하기에만 급급했던 방금 전과는 달리 훨씬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반 정도는 맞고, 나머지 반 정도는 막거나 피하면서 강호권과 쉴 새 없이 격렬한 공방을 펼쳤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공격에 대해 타성에 젖었을 때쯤.

 강호권이오른팔에 기(氣)를 모으고는 순식간에 경질화(硬質化)를 썼다.

 그러면서 내질렀다.

 내 정중앙을 노려오던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오른팔은 마치 운석이 낙하하는 듯했다.

 

 나는 양손을 교차해서 그 공격을 막았다.

 분명 가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안쪽까지 충격에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뒤로 나가떨어지지 아니 한 채, 그대로 바닥을 긁으면서 열 발자국 가량 뒤로 밀려났다.

 

 “후욱… 내가 말했지? 2성과 3성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고. 이 오른팔이 바로 그 증거다, 2성.”

 

 나는 강호권의 말을 듣고 웃음보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강호권은 아주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뭐, 2성? 내가?”

 

 “그래. 특수능력도 없는 네가, 3성일 리가 없잖아.”

 

 나는 다리를 벌리고 조금 몸을 숙이면서 자세를 갖췄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맞아. 내가 3성일 리가 없지.”

 

 “…………”

 

 “그리고 4성도 물론 아니고.”

 

 강호권이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감을 못 잡아 미간을 더욱 구겼다.

 

 “근데 그거 아냐? 참고로 난 기록상으로 2성도 안 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나는 강호권의 물음에 딱히 답하지 않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5년 전, 내가 아직 ‘능력자’였을 당시의 감각을 떠올렸다.

 몸속의 혈류 하나하나를 조종해나가는, 그런 느낌.

 

 그러자.

 내 몸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던 새하얀 빛이 내 오른팔에 모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내 눈동자는 깊은 심연과도 같이 조용히 앞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강호권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그도 오른팔에 더욱 기(氣)를 모으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에 관계없이 새하얀 빛을 계속해서 오른팔에 모을 뿐이었다.

 막바지에 달한 듯, 내 오른팔이 하얗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호권이 내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

 

 나는 오른손을 강하게 쥐고는 뒤로 길게 당겼다.

 

 강호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공중에 뜬 채로 오른팔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이 세상은 총 7가지 등급으로 나뉘어져있다.

 2성 능력자. 기를 이용해 평범한 신체강화를 할 수 있다.

 3성 특수능력자. 말 그대로, 이때부터 특수능력을 쓸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7성 초능력자까지.

 나도 한 때 대부분의 기관에서 제대로 측정해내지 못할 정도로 잠재 능력이 뛰어났다.

 한 검사관은 나를 보고 잠재 7성이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현재―

 

 “―1성 무능력자다!!!”

 

 그렇게 내 혼신의 일격이 일직선으로 내질러졌고.

 

 순간, 빛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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