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노로봇으로 세계최강
작가 : 루리망고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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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전문 양성 학교: 시험 편>
작성일 : 18-11-13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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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능력자 전문 양성 학교: 시험 편>

 

 “수험표 건네주세요.”

 

 나는 학교 직원의 말에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구겨진 수험표를 건넸다.

 직원이 그 수험표를 보고 조금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본래 영업용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류정의님은 저 복도를 따라 F구역으로 가시면 됩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검문소를 지나 학교 건물 초입에 들어섰다.

 유나가 좌우로 갈라지는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의 넌 어디로 가야해?”

 

 “왼쪽으로 가라는데.”

 

 “아… 난 오른쪽인데.”

 

 유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풀이 죽었다.

 그렇지만 이내 활발한 표정으로 되돌아오면서 내게 말했다.

 

 “내가 없다고 또 무리하면 안 돼. 응?”

 

 “알겠어 알겠어.”

 

 나는 대충 작별 인사를 하고 왼쪽 복도로 향했다.

 그렇게 유나와 좀 떨어진 거리가 되자 유나가 큰 소리로 나를 또 불렀다.

 

 “꼭 붙어야해! 무리해서라도 꼭! 너 떨어지면 나도 같이 떨어질 거니까!”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나는 쓴웃음을 짓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빨리 가기나 하라고 유나에게 훠이 훠이 하고 손을 흔든 다음, 다시 내가 가야할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나와 헤어지고 각자 정해진 수험번호 대로 해당하는 방에 갔다.

 내가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이미 안은 수십 명의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딱히 의자도 가구도 없이 정말로 사람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방이라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시험을 보겠다는 거지?

 그냥 잠깐 대기소 같은 건가.

 

 이대로 생각해봐도 별 수 없다 생각해 나는 그냥 벽 쪽으로 가서 등을 기대로 털썩 하고 앉았다.

 주변을 관찰해보니 긴장해서 부들부들 떠는 애들, 호기롭게 몸을 푸는 녀석들, 나처럼 벽에 기대서 태평하게 노니는 긴장감 없는 자식들, 다양한 종류의 능력자들이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워낙 적응성이 좋아 금세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었다.

 어차피 떨어진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닌데.

 물론 나는 떨어지면 몬스터의 밥이 될 예정이지만.

 

 그때, 갑자기 방송이 크게 울렸다.

 

 [제군들. 우리 ‘능력자 전문 양성 학교’에 온 걸 환영한다. 나는 이 학교의 총장, 노총장이라고 한다.]

 

 거참 웃기는 이름이네.

 총장인 거야 아닌 거야.

 

 “저, 저 사람이 노총장…!?”

 

 “우와… 나 정말로 능전양고에 온 거구나…”

 

 “전 세계에 만 명밖에 없다는 바로 그 6성 능력자가 바로 이 근처에…”

 

 그러나 내 시시한 감상과는 다르게 주변에선 아주 난리가 났다.

 저 ‘노총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아니, 능전양고의 총장이니까 당연하겠지.

 생각해보면 나도 TV에서 좀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하고.

 

 [다들 멀리서부터 아주 잘 모여 주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원수만 해도 벌써 9000명이 넘어 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군.]

 

 와. 그렇게나 많이 지원했어?

 그럼 내가 지금 있는 곳이 100명 조금 안 되니까, 여기랑 비슷한 게 앞으로 100개나 더 있다는 거?

 

 [그러나 다들 알고 있듯이, 우리 학교에 편입할 수 있는 학생은 만 명 중에서 단 99명뿐이다!]

 

 총장의 말이 방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 대부분 살짝 얼어붙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은 오히려 호기로운 표정으로, 혹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총장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저들이 이 시험에 통과할 유력 후보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런 녀석들을 눈에 주의 깊게 담았다.

 

 [능력자들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즉, 이 세계에서 약한 자는 도태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만큼 험난한 세계지. 단적인 예로 며칠 전에 평양에 대대적인 괴수 침공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 금세 진압이 되었지만, 앞으로 또 그러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내가 적당히 흘려 듣고 있음과는 상관없이 총장은 열심히 연설을 했다.

 

 [괴수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엔 힘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모르는 사악한 능력자들, ‘아우트로(outlaw)’. 그들 역시 세상 곳곳에 넘쳐나다시피 있다. 누가 봐도 도태되어야할 녀석은 그들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살아남는 건 힘없는 약자들보다 오히려 그들이다. 어찌 보면 우리 인류는 무수한 역사를 넘어서도 오히려 퇴행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

 

 아우트로.

 통칭, 무법자들.

 염호권이 그 지망생과 다를 바 없으며, 나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강호권 역시 ‘아우트로’라고 불리는 존재이다.

 하마터면 나는 그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

 

 능력자들의 세계란, 개개인에게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뒤흔들만한 능력이 주어진 세계.

 힘이 없는 인간이 올바르지 못한 마음을 품는 건, 미수에서 끝난다.

 그렇지만 그런 뒤틀린 자에게 힘이 주어진 순간, 세상은 조금씩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된다.

 만약 괴수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우리 인류는 서로 싸우다 이미 자멸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뒤틀린 세계를 바로잡고 세상에 올바른 룰을 전파할 사람들을 키워내는 게, 바로 여기, ‘능력자 전문 양성 학교’다! 무법자들을 응징하고, 괴수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며, 약한 자들을 감싸주는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다! 과연 너희들은 그 존재에 다다를 수 있을까?]

 

 총장이 내지른 한 마디 한 마디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

 총장이 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을 할 때면 학생들 모두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괜히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나도 괜스레 여러 기억이 사무치면서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졌다.

 

 [그럼 바로 시험 안내를 하도록 하지!]

 

 총장이 사기 넘치는 연설을 모두 마친 후, 그제야 시험 설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쿠구구구…, 하고 흔들렸다.

 

 “우, 우왁! 갑자기 뭐야!”

 

 “지진이다!”

 

 “아니, 지진이 아니야… 이건…!”

 

 벽에 기대어 태평하게 앉아있었던 나도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하고 곧바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이건…! 땅이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거야!”

 

 어딘가의 학생이 그렇게 외치자마자, 진동이 더욱 심해지고 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천장 가운데서부터 눈을 부시는 밝은 빛이 우리를 덮쳤다.

 

 “크윽!”

 

 [위험을 감지. 에너지 스케일을 바로 킬로 일렉트론볼트로 이행합니다.]

 

 내 무의식을 깨달은 나노로봇이 자동으로 내 신체를 고양시켰다.

 온몸에 에너지가 순환하는 게 느껴지고 심장 박동 한 번에 전신이 뜨겁게 덥혀진다.

 나는 가라앉은 분위기로 침착히 상황을 지켜봤다.

 

 천장이 전부다 열리고,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황야에 영문을 모른 채 서있었다.

 

 아니, 황야가 아니다. 이미 여기는―

 

 [시험은 간단하다! 지금 이 장소에 모인 인원수는 총 9789명! 시험 통과 조건은 최후의 최후까지 서있는 99명이 되는 것! 그렇다면 다들, 무운을 빈다!]

 

 ―하나의 전장이었다…!

 

 

 

 x x x

 

 

 

 나를 비롯한 학생들 모두가 갑자기 땅이 위로 움직이더니 황야 같은 곳에 내던져졌다.

 황야라고 표현했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땅은 아니었다.

 황야 주변을 넓게 두르고 있는 거대한 관중석 같은 게 있었는데 객석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품기는 어른 들이 배치돼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콜로세움에 갇힌 우리들과, 그런 우리를 관찰하는 선생들이었다.

 

 [지직, 지직― 이제부터 능력자 전문 양성 학교의 1차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 간단한 보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엔 총장의 목소리가 아닌 아나운서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 이 거대한 콜로세움에는 총 9789명의 수험생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시험 통과 조건은 이 중에서 살아남는 99명에 드는 것. 상대방을 탈락시키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닥에 쓰러진지 3초 이상이 지나게 되면 그 사람 주변의 땅이 꺼지게 되며,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탈락으로 간주됩니다.]

 

 결국 3초 안에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탈락이라는 건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쓰러지면 사실상 바로 탈락 확정이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끝까지 서있을 수만 있다면 상대방을 얼마나 격침시켰나와는 상관없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다.

 

 [상대방을 쓰러트리기 위해 어떠한 수단이라도 통용됩니다. 현재 학교의 최고 능력자들을 모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악질적인 폭력 행위나 상식 이상의 일이 발생할 것 같으면 바로 제지에 들어갑니다. 동시에 최고의 치유능력자들이 상시 대기 중이므로 상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여기 있는 학생들 전부 최소 3성 능력자는 됐으므로 웬만해서 중상까지 갈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안내의 말은 학생들에겐 꽤나 안심이 되었는지, 주변에서 몇몇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할 사고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원할 때 확인하셨듯이 저희는 최대의 대처를 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 일절 책임 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설명을 듣고도 시험을 보실 분들은 그대로 계시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그대로 바닥에 3초 이상 누워계십시오.]

 

 나는 혹시나 해서 주위 학생들을 봤다.

 벌써부터 겁먹고 시험에 기권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이 정도도 되지 않으면 니들이 그렇게 물고 빠는 ‘능전양고’가 아니지.

 나는 호기로운 표정을 지으며 곧 벌어질 상황에 대비했다.

 

 [그렇다면 지금부로 바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험 종료 시작은 콜로세움에 99명이 남을 때까지.]

 

 안내원의 무덤덤한 방송이 끝나자마자, 콜로세움 전체에 삐이이이이익―! 하고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마자 내 주변, 아니 온 공간에서 와아아아아!, 하고 엄청난 함성 소리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시작은 바로 내 옆에서부터였다.

 

 “어딜!”

 

 나는 바로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곧바로 반격했다.

 

 “꾸엑!”

 

 이름 모를 학생 한 명이 바닥에 엎어지며 꼴사나운 소리를 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그는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지금 당장 일어나야함을 깨달았는지 곧바로 무릎을 내딛었지만, 순식간에 땅이 꺼지며 그는 암흑에 속에 집어삼켜졌다.

 

 “설명을 좆으로 들었나.”

 

 나는 그 한심한 녀석을 보며 한 번 혀를 차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나를 향해 공격하는 녀석이 있었다.

 나는 그의 주먹에 그대로 내 주먹을 겹치면서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싸움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곳곳에서 빛이 튀며 불과 번개가 튀었다.

 인간의 몸에서는 날 리가 없는 강철과 강철이 맞붙는 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간간히 고통에 겨운 비명이 들려오다 이내 땅 아래로 꺼졌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겠어.”

 

 나는 나를 향해 달려드는 녀석들을 꾸준히 해치워나가며 콜로세움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탁 트린 공간에서 있어봤자 전혀 좋을 게 없다.

 안 그래도 내 힘은 그들이 쓰는 기(氣)와는 다르게 하얀빛을 냈다.

 그래선 딱 보기 좋은 과녁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1 대 10,000은 힘들지… 유나가 무리하지 말라고도 했으니까. 일단 벽을 등지고 싸우면 훨씬 더 편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처럼 생각하고 있었지?

 내가 그동안 불리하다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해서 물러난 적이 있었나?

 옛날에 아무런 힘도 없었을 때는 뭐 그렇다 치자.

 유나 말대로 노력과 근성으로 안되는 게 바로 이 세상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무지하게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뼈가 뒤틀리는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이 꺾이지 않은 채 끝까지 발버둥 치다 보면, 내 자신을 뒤바꿀 수 있는 힘이 현재의 내겐 존재했다.

 

 내가 무능력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성취해낼 수 있었던 것.

 물론 운이 좋았던 게 한몫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재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던 건, 단 한발자국도 뒤로 내빼지 않고 끝까지 앞만 보고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콜로세움 가에로 도망치려던 내 자신을 멈췄다.

 그리고 정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하여 내게 달려드는 경질화 능력자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다.

 그럴수록 앞의 녀석과 나의 거리는 계속 가까워져만 간다.

 

 나는 주먹을 바로 쥐고.

 이를 악문 채.

 방금 전 한심했던 자신을 저 멀리 날려 보내듯이.

 있는 힘껏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꺼져 이 새끼야!”

 

 내게 달려들던 경질화 능력자가 새하얀 일격에 집어삼켜지면서 주변을 휩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텅! 하고 바닥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곧 내 앞의 일대가 일직선으로 황량해졌다.

 

 앞의 사람들이 일제히 시선을 내게로 향했다.

 

 나는 바닥에서부터 에너지를 끌어당기듯이 했다.

 내 발 근처가 새하얗게 빛나면서 주변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앞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 일대가 오로지 나만을 쳐다봤다.

 

 나는 하얗게 불타고 있는 채로 말했다.

 

 “이 좆밥 새끼들아! 한꺼번에 덤벼!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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