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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박판서
작가 : So설이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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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
작성일 : 18-11-04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2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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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리가 났다.

  게이트 때문에 마나라는 에너지가 내 세계에도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이쪽 세계에도 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마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간단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현대시대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파미에 대륙과 현자의 탑에서도 물론 난리가 났다. 현자들은 신전으로 찾아가 신탁을 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신자들이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신은 아무런 말씀도 내려주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땐 신이라는 놈은 자기도 잘 모르니까 입을 다물고 도망가 버린 게 분명했다.

  “네가 해결해.”

  포르페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저녁 찬거리를 된장찌개로 해결하라는 듯이 쉽게도 말했다.

  나는 3년 동안 용사님, 대마법사님 하면서 떠받들어지는 데 조금 지쳐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이쪽 세계로 돌아오고 나서는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다니지 못하던 학교도 다시 다니고, 취직해서 돈도 벌고 하면서. 분명히 내가 나서면 세간의 주목을 받고 귀찮아질 게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모른 척 하고 살 수는 없었다. 그때 당장이야 그렇다 쳐도 마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힘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테니까.

  나는 청와대에 대통령을 찾아갔다가 쫓겨났고, 국회의사당에 갔다가 쫓겨났고, 경찰서에 갔다가 쫓겨났다. 내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냥 믿어주지도 않았다.

  화가 났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생방송 현장으로 찾아갔다. 연말을 맞아서 가수들이 떼거지로 나와 합동공연을 하고 있었다. 나는 콘서트장에 숨어들어가 무대까지 올라갔다.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내게 손을 뻗지도 못하고 다들 잠들었다.

  나는 노래를 부르다가 당황하고 있는 가수의 마이크를 뺏었다.

  “여러분, 전 마법사입니다! 인천에 사는 대학생, 아니 대학교 휴학생 박판서라고 합니다! 언론사들은 절 찾아오세요! 제가 모든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손에서 불을 뿜기도 했고, 폭죽처럼 빛을 쏘아올려 터트리기도 했다.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마법으로 난동을 피우는 내 모습은 그 날 오후 여섯시에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송을 탔다. 단 하루만에 세계 각지 뉴스에 내 얼굴이 떴는데, 유튜브에서 퍼져나가는 속도가 좀 더 빨랐다.

  정신을 차렸을 땐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에 왔고, 나는 한국의 대표로 그곳에 있었다. 나는 마법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로 건너간 적이 있으며 내가 돌아올 때 그 영향으로 마나라는 에너지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게이트의 존재를 밝혔지만 어디 있는지는 일단 밝히지 않았다.

  내 마법에 대한 설명은 이제 전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사람들은 마법의 존재를 인정했으며 그것을 학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나는 마법을 잘 쓰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자의 돌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얻었을 뿐, 아예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자의 탑에 있는 마법사들에게 피 나는 훈련을 받았지만 일반인들에겐 쉽게 적용할 수 없는 훈련법이었다.

  한 달 후에 나는 각국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다시 초대되었다. 내가 낀 이어폰에서 통역사의 진땀 빼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터 박, 당신이 이 세계에 안정을 가져오려고 했던 노력을 높게 삽니다. 다만 저희들은 한 가지 부탁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게 뭔가요?”

  “이제 마법이라는 능력은 현실이 되었고,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그 영향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마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교육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남들 가르치는 걸 할 수는 없는 입장인데요.”

  “그러니까 파미에 대륙에 있는 마법사들을 이곳으로 초청하는 겁니다. 전문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마법사들이 있다고 했지요? 그들이라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마법사들은 스스로 ‘예언자’나 ‘균형의 수호자’라고 칭합니다. 그들은 이미 마나가 이 세계에 흘러들어간 것만으로도 굉장한 혼란을 느끼고 있어요.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단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보상은 어떻게 해줄 겁니까? 돈? 다들 돈 많아요? 몇 천만 달러를 줘도 휴지 조각일 텐데요.”

  나는 마법사들이 자신들을 당연히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좀 짜증이 났다. 회의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많은 고민에 빠졌다.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스웨덴에서 온 장관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 세계와 이 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외교관을 두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모두 그 말에 찬성했다.

  그리고 그 외교관은 만장일치로 미스터 박으로 정해졌다.

  미스터 박. 나의 이름, 박판서.

  나는 나를 앞에 두고 손을 들고 있는 남녀노소, 흑인 황인 백인의 각국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다. 나를 파미에 대륙으로 불렀던 신탁을 내려준 신은 아직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거라고.

  울릉도 호박엿을 세트 째로 먹일 생각이라고 말이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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