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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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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진우
작성일 : 18-12-10     조회 : 290     추천 : 1     분량 : 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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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 빨리요!”

 

 현정의 다급한 외침, 택시문손잡이에 닿던 덩치의 두꺼운 손과 창밖으로 보이던 망연한 얼굴, 잔뜩 긴장한 듯 꼭 쥐어진 현정의 주먹... 이 모든 이미지들이 진우에게는 아주 느리게 지나가는 화면처럼 보였다. 현정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온몸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심한 기침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간신히 기침이 잦아들고 현정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현정은 그를 돌아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는데, 얼굴에는 아직도 긴장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인사는 나중에, 몸을 찾고 나서 해요. 지금은 좀 쉬세요. 곧 저희 집에 도착할 거예요.”

 

 바짝 당겨져 있던 신경이 약간 느슨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진우는 어쩔 수 없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익호의 몸에 갇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몸이 저절로 떨렸다. 조수석에 앉은 현정이 의자 틈새로 손을 내밀었다. 진우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괜찮아요. 눈 감고 계세요. 제가 깨워드릴게요.”

 

 현정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기침할 때의 느낌이나 몸의 상태로 볼 때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분일초가 아쉬웠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진우는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하려 애썼다.

 

 *

 

 “들어오세요.”

 

 현정의 오피스텔은 역삼역 근처에 있었다. 정문 앞에 경비까지 있는 오피스텔이었지만 드나드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관여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진우는 현정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환자복을 입은 그를 같이 탄 남자가 흘끔 쳐다봤지만,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9층에 내렸다. 진우의 반지하 원룸과 달리 현정의 집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현정이 2인용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우는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며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현정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라 건넸다. 컵을 받아든 손이 대책 없이 떨렸다. 간신히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티테이블 위에 컵을 올려놓았다.

 

 “좀 괜찮으세요? 뭐 좀 드실래요?”

 “아니요, 괜찮아요.”

 “잠시만요, 저 타이레놀 있는데 가지고 올게요.”

 

 현정이 싱크대로 가더니 길쭉한 유리장에서 진통제를 꺼내왔다.

 

 “일단 이거라도 좀 드세요.”

 “고마워요.”

 

 진우는 통증과 기침이 조금이라도 가라앉길 바라며 현정이 준 진통제 두 알을 삼켰다.

 

 “몸을 빼앗겼다고 하셨죠?”

 

 현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진우는 마른 목을 가다듬고 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맞아요, 영혼치기를 당했어요. 아까, 영혼치기가 뭐냐고 물어봤었죠?”

 “네... 근데 이제 설명 안 해주셔도 알 것 같아요. 김익호 회장과 직접 몸이 바뀐 게 아니라, 다른 대리인이 김익호 회장의 몸을 가져와서 진우씨의 몸과 바꿔치기 했다는 말씀이잖아요. 맞죠?”

 “현정씨가 그걸 어떻게...”

 “아, 저랑 완전 비슷한 상황이라서요. 저 사실 지금 이 몸의 주인하고 바뀐 거 아니에요. 이 몸의 주인은 말하자면 대리인 같은 사람이죠.”

 

 현정이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럼 현정씨도 영혼치기를 당했단 말씀인가요?”

 “아뇨, 아뇨. 저는 좀 다른 경우죠. 저는 사실 못생긴 아주머니, 아니 40대 여성분이랑 몸이 바뀌게 됐는데요. 그분이 제 몸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지 연락이 통 안 돼서 이 몸 주인, 대리인한테 부탁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 대리인은 제 몸을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죠. 생각해 보니까 진우씨랑은 저랑은 정반대의 경우네요.”

 “몸을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요?”

 “네, 리터너라고... 이런 경우에 도와주는 능력자들이 있더라구요.”

 

 리터너라는 말을 들은 순간 흐릿하던 진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자신도 그런 능력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다 금세 생각을 접었다. 이런 위험한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제가 아는 사람이 진우씨를 도와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연락해볼까요?”

 “글쎄요, 그 친구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능력자니까 위험에 처하지 않고서 도와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진우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현정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보며 말했다.

 

 “저도 리터너에게 도움을 받고 있고... 세상에는 영혼치기처럼 악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의 사람도 있는 거죠.”

 “좋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보다 현정씨는 언제 몸을 되찾는 거예요?”

 “저요, 저는... 지금 이 몸 주인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연락해준다는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연락이 안 오네요. 제 전화도 안받구요.”

 “그래요? 그럼 얼른 연락해보세요.”

 “아, 네. 그럴게요.”

 현정이 전화를 걸으려는 찰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현정은 진우쪽을 한번 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누나, 저 수창인데요.

 “응. 수창아.”

 - 가희 누나, 지금 병원에 있대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진우의 귀에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몹시 다급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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