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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에 걸린 승부
작가 : 천해온
작품등록일 : 20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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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하수도 영웅의 귀환
작성일 : 18-11-18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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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후, 플레리온은 자신의 위치에서 약 2.5km 떨어진 에릭의 집을 5분 안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에릭은 멀리서 달려오는 플레리온을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문을 열어 주었다.

 

  “플, 마침 잘 왔어! 내가 방금 전에 ‘붉은 돌’의 주인이었던 ‘아탄’이 어디 봉인되었는지 알아냈거든.”

 

 그의 말에 플레리온은 흥미롭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그런데 우선 그 ‘붉은 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줄래? 넌 신화에 미쳐 살지만, 난 그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든.”

 

  에릭은 기쁘게 승낙했다.

 

  “당연하지! 얼마든지 설명 가능해. 우선 내 서재로 들어와.”

 

 

 

 

 그렇게 둘은 에릭의 서재에 있는 기다란 나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주변에는 온통 책꽂이와 이상한 책들 뿐 이였다. 마치 비밀의 방에 온 기분이었다.

 

  플레리온이 자리에 앉자, 에릭은 두껍고 먼지로 뒤덮인 붉은 책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전설에 따르자면, 그 붉은 돌은 원래 아탄이라는 번개 가족 출신의 반신반인의 검 손잡이에 박혀 있던 보석이었다고 해. 아탄이 자신의 검을 이용해 강력한 초능력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돌 때문이지.”

 

  그의 설명에 플레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돌이 힘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네.”

 

  “그래.”

 

 “그 돌은 창조의 힘을 가진 동시에 파멸의 힘을 지니고 있었지. 아탄이 아무데서나 검을 휘두르고 다니자, 위협을 느낀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서 그의 초인적인 힘의 핵심이었던 붉은 돌과 나머지 두 개의 돌을 회수해 버렸어. 그리고 힘을 빼앗긴 아탄을 지하의 깊은 곳에 더 이상 쓸모없어진 검과 함께 봉인하였지.”

 

 

 그의 설명을 얌전히 듣고 있던 플레리온이 질문했다.

 

 “그럼 아탄은 돌과 힘을 모두 뺏긴 거야?”

 

  그 물음에 에릭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전부는 아니야. 아탄의 검 손잡이에 박힌 돌은 총 4개였는데, 사라진 돌은 3개야. 마지막 돌은 아무 능력도 없는 것 같고 크기도 코딱지만 해서 안 들고 같나 봐.”

 

 

  플레리온이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그래서 그가 봉인된 곳이 어딘데?”

 

  그러자 에릭이 무지 해맑게 대답했다.

 

  “우리집 하수도.”

 

  순간, 플레리온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뭐어어라? 그게 진짜야?”

 

  에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엄 내가 신화 가지고 거짓말 하는 거 봤냐?”

 

 

 

 

 

  몇 분 후 불쌍한 플레리온은 에릭에게 한번 속은 걸로 치고 에릭의 말에 따라 장비를 챙겨 그의 집 하수도로 들어갔다.

 

  플레리온이 하수도 안쪽으로 들어가자, 폐수와 오물 냄새가 끝내줬다. 폐수가 빠른 속도로 오물과 함께 배관 쪽으로 밀려들어왔기 때문에, 플레리온은 이 와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그때, 에릭이 몇 분 전에 그에게 했던 말들이 귓가에서 윙윙댔다.

 

 ‘오래 전부터 우리 집 수도 둥 잘 안 나오고 물이 잘 안 빠지는 곳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탄이 봉인된 수정 때문이었더라구...’

 

  플레리온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수정이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기나 해?

 

  그래도 이왕 들어간 거 플레리온은 에릭이 말한 그 지점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야 그 수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그에게 증명하고 그의 멱살을 잡을 수 있으니까. 플레리온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수도 안으로 더 깊이 기어들어갔다.

 

 

 

 

  이윽고, 수도 중간쯤으로 가니 에릭 말대로 그가 일어설 수 있는 공간의 지름이 큰 배관이 나왔다.

 

  이제 그 무섭던 폐수와 오물은 얕은 파도가 되어 그의 발목을 적시고 지나갔다.

 

  에릭의 말이 다시 왱왱거렸다.

 

 ‘하수도 중간쯤에 가면 수정이 보일거야. 거기에 너와 영혼을 나눈 무기의 끝을 찔러 넣고...’

 

  플레리온은 에릭의 말을 떠올리며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은빛 펜싱검을 꺼내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에릭이 말했던 푸른 수정은 정말로 넓은 수도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것이군.”

 

  플레리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까짓 거대수정이 뭐라고 데스링 첫 경기 때보다 더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 ‘너와 함께하겠다고 맹세한다.’ 라고 외치고 뒤로 물러나.’

 

 그가 수도로 떠나기 전 에릭이 그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휴우.”

 

  플레리온이 심호흡을 했다.

 

  “후회는....없다.”

 

  그의 뾰족하고도 날카로운 펜싱검의 끝이 수정을 향해 빛났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검을 수정 안으로 찔러 넣었다.

 

 

 

 콰직.

 

 

 

  수정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플레리온은,”

 

  플레리온은 수정을 검으로 찌른 채 외쳤다.

 

  “아탄, 너와 함께하겠다고...”

 

 

 파직.

 

 

 수정에서 전기가 튀었다.

 

 그러나 플레리온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무리를 지었다.

 

 “맹세한다.”

 

 

 쩌억.

 

 

 갈라진 수정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왔다.

 

 

 

 

 ...

 

 

 

 

 

 “그런데 붉은 돌은 도대체 왜 찾아야 하는 거야?”

 

 몇 시간 전 본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야 아탄에게 돌려주려고.”

 

  플레리온이 묻자 에릭이 해맑게 대답했다.

 

  “뭐? 네가 아탄 따까리야? 그깟 돌멩이나 가져다 바치게! 네가 아탄 따까리라면 네가 하수도 들어가! 괜히 나 시키지 말고!”

 

  “지, 진정해 플.”

 

 플레리온이 불같이 화를 내자 에릭이 뻘뻘대며 해명했다.

 

 “원래 붉은 돌은 자신의 엄청난 힘을 완벽히 제어하고 조종할 주인을 10년 안에 만나지 못하면 스스로를 파멸시켜. 스스로를 파멸시키면서 자신이 마지막에 있었던 세계도 함께 멸망시키기 때문에 ‘파멸의 돌’ 이라고도 불리지.”

 

 “그럼 인간은 이 돌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거야?”

 

  플레리온이 묻자 에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돌의 힘을 밤시 빌릴 수는 있으나 완벽히 돌을 제어할 수는 없어서 주인이 될 수 없어. 그러나 처음에는 꼭 제어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인간들이 이 사실을 모르지. 분명 너 말고도 붉은 돌의 엄청난 힘과 창조의 능력에 눈이 멀어 붉은 돌을 노리는 사람이 많을 거야.”

 

 에릭은 그렇게 말하며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돌의 주인인 아탄이 봉인 된지 9년, 즉 붉은 돌이 주인 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지가 벌써 9년이야. 남은 시간은 고작 1년.... 결론은 세계종말이 1년밖에 안 남았다는 뜻이지.”

 

 

 

 

 ...

 

 

 

 

 

  그 말과 함께 플레리온은 퍼뜩 깨어났다.

 

  그가 정신을 잃은 지 1분도 안 되었을 참이었다.

 

  그는 재빨리 일어나 수정을 급히 확인했다.

 

  수정 파편 속 밝은 빛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어깨보다 조금 긴 흑발.

 

  피보다 붉은 두 눈.

 

  머리 왼쪽으로 난 두 개의 길고 짧은 뿔.

 

  검은 갑옷과 화려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대검.

 

  검 손잡이 중앙에 거대한 마름모꼴 보석이 들어갈 법한 흠과 그 양 옆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물방울 모양이 뚫린 검 손잡이.

 

  마름모꼴 흠 밑으로 콩알만한 핏빛 보석이 박힌 검을 들고 있는 청년.

 

 

 누가 봐도 아탄이었다.

작가의 말
 

 두 번째 남주 아탄 등장!: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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