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녀와의 대화(2)
난 침대에 걸려있는 낡은 시계를 보았다.
(6:00)
창틈 사이로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 닭의 울음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는 시간대이다.
혹시 연지 씨한테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난 어느 정도의 기대를 품은 채로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켜보니 연지 씨한테 문자가 와있었다.
[김 대리님. 어제 너무 감사했어요. 힘들어도 주변에 말할 사람이 없어서 더 답답하고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김 대리님이 힘들 때마다 얘기하셔도 된다는 말 듣고 한결 나아진 것 같아요. 회사에서 봬요!]
그녀가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문자였다.
그녀가 보낸 문자 때문일까?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했던 난 오랜만에 산책을 하기로 다짐했다.
샤워를 끝마친 후, 난 옷장에서 운동복을 꺼내 입어 집 밖으로 나섰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안개가 낀 길을 걷고 있을 때쯤, 저 멀리서 웅성웅성 되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사람들이 원 형식으로 모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두 명의 형사가 있었다.
“여러분 여기는 지금 살인사건 현장입니다. 이 선 넘으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간주하겠습니다!”
한 형사가 노란색 테이프를 양옆으로 붙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한두 명씩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호기심이 생긴 난 그의 말을 무시하고 가로등 뒤에 몸을 숨겨 대화를 엿들었다.
“아니 형님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이리 많습니까?”
“이 좁은 동네에서 살인사건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안 올 리가 있냐?”
“아 그런가요?”
“피해자 신분은 확인했어?”
“네! 이름 신 옥자 나이 60대 후반, 가족 없이 몇 년 전부터 혼자서 문방구를 운영하며 지내온 것 같습니다.”
“가족이 없다고? 원래부터 없었던 거야?”
“네. 조사해보니까 가족관계에 아무것도 안 뜬다고 하더라고요”
“하…. 그래 일단 알겠어. 이쯤하고 철수하자.”
“네! 형님.”
형사들이 간 것을 확인한 난 급히 집으로 향하여 옷장에 있는 셔츠와 정장을 꺼내 갈아입은 후 회사로 출근하였다.
회사에 도착한 난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누군가 내 등을 툭툭 치며 불렀다
연지 씨였다.
“대리님!”
“아 연지 씨 안녕하세요.”
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 대리님 이따 같이 점심 드실래요?”
그녀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 좋아요.”
“대리님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저는 딱히 없는데. 연지 씨는요?”
“아~그럼 저희 부대찌개 먹을까요?”
“그래요 그럼”
난 그녀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
“회사 왔으면 일 할 생각을 해야지! 누가 그렇게 떠드나?”
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럼 이따 봬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죄송합니다!”
신 과장한테 고개를 숙인 후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하였다.
피로감 때문일까?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일까? 업무를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두통이 찾아왔다.
난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안정을 되찾은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한숨을 쉬며 의자에 기대어 쉬던 중 그녀한테 문자가 왔다.
[대리님 곧 점심시간이에요. 과장님 식사하러 가시면 그 뒤에 저희도 밥 먹으러 가요!]
기운이 없었던 난 그녀의 문자에 대답하지 않았다.
(12:00) 회사 안에 있는 낡은 시계가 12시를 알렸다.
"다들 밥 먹으러 갑시다."
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직원들은 기운 없는 목소리 대답했다.
“연지 씨는 밥 먹으러 안가?”
신 과장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네. 저 오늘 점심 약속 있어서요.”
“그래? 알겠어.”
신 과장은 날 쳐다보며 직원을 데리고 회사 밖을 나갔다.
“김 대리님!”
“네?”
“저희도 이제 밥 먹으러 가요!”
“네 알겠어요.”
난 흐뭇한 미소를 지며 대답했다.
“제가 부대찌개 잘하는 식당 찾았어요.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기에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온 곳은 xx라는 낡고 허름한 식당이었다.
난 문을 열고 들어가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어~저희 부대찌개 2인분 주세요!”
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네.”
“김 대리님. 여기 겉보기와는 다르게 맛은 일품이래요.”
“아…. 그래요?”
난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리님 어디 안 좋아요?”
“네…. 아까부터 머리가 좀 아프네요.….”
“그럼 이따 밥 먹고 약국 들려요.”
“네 알겠어요.”
“여기 부대찌개 나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연지 씨는 늘 해맑으신 거 같아요.”
“아 제가요?”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그녀와 더는 대화할 기운이 없었던 난 창가 쪽 맞은편에 있는 TV를 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YWA 앵커 전종민입니다. 어제 늦은 저녁 XX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현재 경찰 측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황효정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네 현장에 나와 있는 황효정 기자입니다. 현재 경찰 측은 범인이 할머니와 잦은 말다툼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살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요즘 사회에서 우발적 살인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밤길 조심하기 바랍니다. 이상 앵커 전종민이였습니다.]
“저기 대리님 집주변 아니에요?
그녀는 넋 놓고 TV를 보고 있던 나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보고 말했다.
“제가 여기 오래 살아서 거의 다 알아요.”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난 왠지 그녀가 수상하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