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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블랙기업은 때려치우는게 어떨까?!
작가 : 백야화
작품등록일 : 201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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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2)
작성일 : 18-11-07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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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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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압!”

 

 

 웅장한 홀을 무대 삼아 펼쳐지는 결투.

 

 오고가는 기합과 신음소리, 두 사람의 사이를 수놓듯 은빛의 검광이 화려하게 춤을 춘다.

 

 

 “감히···감히 천한 쓰레기가 짐을 능멸하느냐!”

 

 “닥쳐라, 폭군! 네놈이 지금까지 빨아온 백성들의 피가! 그 한 맺힌 절규가 두렵지도 않았더냐!”

 

 “이놈이!”

 

 

 분노한 야수처럼 짓쳐드는 황제의 검.

 

 하지만 냉정함이 결여된 움직임은, 싸움의 도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용사를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크헉!”

 

 

 정확하게 내질러진 검이 심장을 관통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는 황제.

 

 매섭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용사의 시선을 피하지 못한 채, 황제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꺼져간다.

 

 

 “끝이다.”

 

 

 검을 뽑아내자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쓰러지는 몸.

 

 폭정으로 전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하던 황제는, 그렇게 초라한 결말을 맞이했다.

 

 

 “······.”

 

 “용사!”

 

 “어이! 아직 살아 있냐! 도와주러 왔다···고?”

 

 

 쓰러진 황제를 내려다보고 있는 용사에게 달려오는 동료들.

 

 이곳에 다다르기까지 함께 생사고락을 해쳐왔던 동료들도 용사의 앞에 널브러진 황제의 시신을 본 순간, 모든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만면에 화색을 띄우며 용사를 끌어안았다.

 

 

 “이 자식! 멋있는 부분만 혼자 다 가져가고!”

 

 “그, 그런가? 미안.”

 

 “누가 사과하래! 잘 했어! 믿고 있었다고!”

 

 “아까는 살아있냐고 하지 않았나요?”

 

 “자, 잘못 들었겠지! 하하하!”

 

 “그래도···고생했어요, 용사. 여기까지 정말 잘 버텨줬어요.”

 

 “응···.”

 

 

 동료 도적과 어깨동무를 하고 마법사의 부드러운 손을 맞잡으며, 용사는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가시밭길.

 

 수많은 사람들, 소중한 시간들을 희생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정말···길었어.”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은 평화의 시대. 복수를 바라며 시작된 혁명도 여기서 끝ㅡ.

 

 

 “······. ···아니야.”

 

 “용사···?”

 

 “미안,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어.”

 

 

 아직 붉은 피가 떨어지는 검을 든 채 용사는 옥좌의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래, 아직 복수해야만 하는 자가 남아있었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원인.

 

 자신의 마을을 불살라버린 장본인.

 

 가장 소중한 사람들, 돌이킬 수 없는 추억들, 자신의 시작이 되었던 모든 것을 단번에 잃어버리게 만든 원수.

 

 

 “재상···!”

 

 

 황제 또한 처음부터 폭군은 아니었다.

 

 돌이킬 수 없는 폭정을 저지른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었다.

 

 그래, 그 재상이란 자가 황궁의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반드시···죽인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그자를 죽이지 못하면 또 다시 이런 비극이 펼쳐지리라.

 

 자신의 복수심과 세상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은 채 재상을 찾아 홀로 황궁을 돌아다니는 용사.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황궁 가장 깊은 곳.

 

 사람의 발길조차 뜸했는지 먼지가 끼어있는 외진 곳까지 다다른 용사의 눈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깊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 자료에는 없던 곳인데?’

 

 

 혹시 정찰조가 알아차리지 못한 통로인가?

 

 아니, 혁명군의 정찰조는 잠입과 탐색에 매우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곳이 있었다면 그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의 흔적이라곤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다.

 

 

 ‘유사시에만 열리는 비밀통로인가.’

 

 

 그런 용도의 통로라면 관계자가 아닌 이상 발견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숨겨두겠지.

 

 만약 지금의 짐작이 들어맞는다면, 이 너머에 재상이 있을 가능성은 크게 뛰어오른다.

 

 

 “······.”

 

 

 여기까지 온 이상 멈출 순 없다.

 

 검을 강하게 그러쥐고서, 용사는 어둠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또각, 또각

 

 

 

 텅 빈 공간을 울리는 발소리.

 

 얼마나 아래로 뻗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통로.

 

 희미한 녹색 빛을 내는 야광구슬을 따라 얼마나 내려왔을까.

 

 

 “······!”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평평한 복도.

 

 그 끝에는 활짝 열린 거대한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누군가의 목소리.

 

 

 “ㅡ료, ㅡ인을ㅡ.”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의 짐작이 거의 들어맞았다는 것을 직감한 용사는 망설이지 않고 열린 문을 향해 달음박질 쳤다.

 

 

 [ㅡ인 중. 남은ㅡ간ㅡ10ㅡ.]

 

 

 문에 다가갈수록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이것으로 원수를 갚을 수 있어.

 

 복수심에 불타 문 안쪽으로 뛰어들며, 용사는 증오를 가득 담은 목소리로 원수를 불렀다.

 

 

 “재사앙ㅡ!”

 

 “······.”

 

 

 뚝, 하고 끊어지는 목소리. 딱딱하게 굳어버린 공기가 넓은 공간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청년의 모습이ㅡ.

 

 

 “······?!”

 

 

 먼저 당황한 것은 용사였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젊은 청년. 잘 쳐줘봐야 초로의 중년이던 재상의 얼굴과는 딴판이었다.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은 틀림없는 이 나라 재상의 관복.

 

 상반되는 정보에 혼란스러워하는 용사와, 멍한 시선으로 용사를 바라보는 청년.

 

 둘 사이의 어색한 공기를 깨트린 것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진 웃음소리였다.

 

 

 [푸하하! 야! 저 자식 들켰어! 캬하하!]

 

 [운도 없네요. 하필이면 막판에···.]

 

 [시끄러 이것들아! 저거 비상사태인거 모르냐!?]

 

 [저 녀석, 몇 년 만에 들킨 거야? 아하하!]

 

 [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직 크게 엇나가진 않았을 거예요! 아마도···.]

 

 

 어두운 공간 이곳저곳에 떠 있는 반투명한 화면들.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사람들의 폭소와 야유,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청년의 표정이 보란 듯이 일그러진다.

 

 

 “아오, 진짜···. 조용히 좀 해 봐!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다, 알았어. 아, 그렇지. 돌아오면 다 같이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고.]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너, 이번 일로 문제 생기면 책임 져야 한다! 알았냐!]

 

 “알았다니까! 알았으니까 위에다 일러바치지나 말라고!”

 

 [호,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저는 당신의 편ㅡ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화면들.

 

 아직 어안이 벙벙한 채 허공을 올려다보는 용사의 귓가에, 짜증으로 범벅이 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당신, 여긴 왜 내려온 거야? 지금쯤이면 위에서 승전보라도 울리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아, 어? 나, 나는···.”

 

 “막판에 이게 무슨 망신이냐고, 진짜···.”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는 청년의 모습에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무, 물어볼게 있다!”

 

 

 애써 정신을 다잡은 용사는 숨을 고르며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당신···재상인가?”

 

 “뭐? 재상?”

 

 “얼굴은 확실히 달라 보이긴 하다만, 그 옷은 확실히 이 나라 재상의 옷이다. 아니라고 하진 않겠지!”

 

 “옷? 아, 이거? 그러고 보니까 이번 내 역할이 그거였던가.”

 

 “대답해!”

 

 

 살기가 맺힌 다그침.

 

 뭐라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토하게 해주마.

 

 그런 용사의 각오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답은 간단하게 돌아왔다.

 

 

 “응. 그쪽이 말하는 재상이라는 거, 내가 맞을 거야. 분명히···이런 얼굴이었던가?”

 

 

 슥, 하고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는 청년.

 

 불과 수초도 지나지 않아, 그곳에는 매서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중년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 있었다.

 

 틀림없다. 꿈에서도 잊은 적 없었던 원수의 얼굴이었다.

 

 

 “그···건···.”

 

 “변장술이야, 변장술. 이 정도는 간단하니까. 이렇게 몇 번 문질러주면···자, 원래대로 돌아왔지?”

 

 

 원수의 얼굴에서 다시금 청년으로 돌아오는 눈앞의 인물.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이 녀석이, 바로 제국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던 장본인이다.

 

 

 “······그런, 가.”

 

 

 검을 쥔 손에 한층 더 들어가는 힘.

 

 얼마나 강하게 쥐었는지 손잡이에 피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아직···.’

 

 

 눈앞의 상대를 당장이라도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직 물어봐야 할 일이 남았다.

 

 화염에 휩싸였던 마을. 울려 퍼지던 비명소리.

 

 끔찍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용사는 저주받은 그 질문을 입에 담았다.

 

 

 “위튼 마을을···기억하고 있는가?”

 

 “위튼?”

 

 “네놈이 불태워 없앤 마을이다! 반란분자가 모인 마을이라면서! 황명을 앞세워서 무고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지!”

 

 “아아···. 그러고 보니 댁은 그 마을 출신이었던가. 그야 기억하고 있지. 일하는 중에 업무 내용을 까먹을 정도로 불성실하진 않거든.”

 

 “그런가···. 기억하고 있단 말이지···!”

 

 

 너무나도 간단히 돌아온 긍정의 대답.

 

 그것은 복수심을 품은 용사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기엔 차고 넘치는 대답이었다.

 

 

 “이제 됐다. 죽어라ㅡ!”

 

 

 지난 십 수 년 동안 쌓여왔던 분노와 증오에 휩싸인 채 청년을 향해 뛰쳐나가는 용사.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쌓여왔던 경험과 실력이 더해진,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라 할지라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일격이 청년을 향해 날아든다.

 

 그리고,

 

 

 -서걱.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청년의 몸.

 원수의 몸에서 흩뿌려진 피를 뒤집어 쓴 용사의 호흡이 조금씩 가라앉아간다.

 

 

 “······하하.”

 

 

 혼신의 일격은 확실히 닿았다.

 

 검은 분명하게 원수를 베었고, 피부에 흩뿌려진 뜨거운 피는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허탈함에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다니.

 

 겨우 이런 식으로 끝나버릴 놈에게 자신의 고향은 불타 사라졌던 것인가.

 

 

 “미안해···. 조금 늦어버렸어.”

 

 

 그렇다 해도 원수는 갚았다.

 

 조금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희생된 사람들의 넋이 조금이나마 달래질 수 있다면-.

 

 

 “위험해라~. 예상은 했었지만 손속이 거침없네.”

 

 “······?!”

 

 

 의식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어째서 녀석의 모습이 보이는 거지?

 

 방금 베었던 것은 환각이었나?

 

 그렇다면 저곳에 누워있는, 녀석의 얼굴을 한 시체는 대체?

 

 

 “어쨌거나 원수는 갚은 셈이고, 이걸로 됐지?”

 

 “이게 대체···.”

 

 “놀랐어? 그냥 대역 인형 같은 거야. 한없이 리얼하게 만들어서 위장하기도 딱 좋고. 남은 재고도 하나밖에 없었는데, 새로 발주해야 하잖아.”

 

 “뭣···!”

 

 “저건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줄게. 어차피 방금 망가져서 다시 쓰지도 못할 것 같고.”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단순하게 생각해. 당신은 방금 전쟁을 끝내고 마을의 원수를 갚은 거라고. 이제 평온한 마음으로 올라가서 승전보를 울리면 된다는 거지. 기억은 손 봐 줄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이해할 수 없기 이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

 

 지금 용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직 자신의 원수가 살아서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웃기지 마라! 그 따위 헛소리로 나를 현혹하려 드는 거냐! 이 외도(外道)가!”

 

 “아니, 그러니까-.”

 

 “닥쳐라!!”

 

 

 조금 전, 자신과 사투를 벌였던 황제처럼 분노에 휩싸인 채 달려드는 용사.

 

 다시금 번뜩이는 섬광이 허공을 가르고-.

 

 

 “거 참, 대화로 해결하려니까 죽자고 덤벼드네.”

 

 

 다음 순간, 용사는 뒤에서부터 팔이 붙들린 채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

 

 아무리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지만, 자신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뒤를 잡혔단 말인가.

 

 

 “이제 직성이 풀리나? 머리가 좀 식어?”

 

 “네···놈···.”

 

 “이거 또 풀어줬다간 바로 달려들 기세네. 어쩔 수 없지, 이대로 진행하는 수밖에. 깨어난 다음에 조금 어지러울지도 모르는데, 그건 알아서 하시고.”

 

 “무슨 짓을-?!”

 

 “S랭크 권한 사용. 1회에 한한 ‘주인공’의 기억 개찬, 실시.”

 

 “큭!?”

 

 

 갑자기 밀려드는 현기증에, 용사는 맥없이 바닥으로 얼굴을 떨어트렸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어지러움.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용사는 자신이 청년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어디보자. 오, 이쪽도 거의 다 끝났네. 좌표도 잡은 것 같고, 슬슬 돌아가 볼까.”

 

 “기다···려!”

 

 “···아직 또 뭐가 남았어?”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일단 고개를 돌리는 청년.

 

 그를 향해, 용사는 마지막 의지를 쥐어짜내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그런 짓을···.”

 

 “응?”

 

 “어째서···내 고향을···불태웠나···!”

 

 

 이것만큼은 알고 싶었다.

 

 자신의 고향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어째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야만 했는지.

 

 분명 납득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기에.

 하지만,

 

 

 “그야, 당신을 용사로 만들기 위해서였지. 그 일을 계기로 당신은 썩어버린 나라를 구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마침 이 세계는 ‘그런 전개’가 필요한 참이었거든.”

 

 

 돌아온 대답은, 상상 이상으로 허탈한 것이었다.

 

 

 “뭐···라고?”

 “타이밍 맞추느라 고생했다고. 이쪽에 와서 가장 힘든 일이었으니까, 응.”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용사로 만들기 위해서? 그런 전개가 필요했다고?

 

 겨우 그런 설명으로, 그 참극을 납득하라는 건가?

 

 

 “너-.”

 

 “이걸로 질문은 끝.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어긋남이 생겨날지 알 수 없거든. 어쨌거나 축하해, 용사님. 앞으로도 이 세계를 잘 지켜달라고.”

 

 [필요좌표 산출 완료. 관측반으로부터 차원도약 허가. 귀환용 게이트를 개방하겠습니다.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기, 기다···.”

 

 

 이질적이고 기계적인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리는 청년.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용사는 의식을 잃었다.

 

 

 ★

 

 

 “으···으음···.”

 

 

 눈을 뜬 용사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궁 내의 막다른 길.

 

 손에 들린 것은 피 묻은 검.

 

 그리고-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재상의 시체.

 

 

 “그런가···. 나는···재상을 쫓아서···.”

 

 

 마을을 불태운 장본인.

 

 황제를 두고 도망치려는 녀석의 뒤를 쫓아서 끝내 마을의 원수를 갚은 순간, 긴장감이 풀려서 쓰러졌었지.

 

 

 “그 녀석들에게 걱정을 끼쳐버렸네···.”

 

 

 아무 설명도 없이 달려가 버렸으니 분명 걱정하고 있겠지. 돌아가면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

 

 

 “읏···차.”

 

 

 가벼운 현기증을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용사는, 문득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손에 묻어나오는 투명한 물방울. 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째서···.”

 

 

 나라를 구했고, 원수를 갚았다.

 

 그런데도 어째서 자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잠시 생각을 거듭하는 용사였지만, 납득할만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돌아가자.”

 

 

 이내 고민하는 것을 멈추고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용사.

 

 흘러내리던 눈물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말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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