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블랙머니(길들어 버린 국민들)
작가 : 빈후희
작품등록일 : 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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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작성일 : 18-12-04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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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부-

 

  미소구청 희망복지과에서 신미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부자사망사건 이후로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있다.

  그 사건으로 복지과장 인사발령이 나서 새로운 사람이 왔다. 그런데 같은 미소구청 내 사람이 아니라 타 구청 과장이었다.

  새로 부임한 과장은 부임하자마자 신미진을 불러 업무지시를 내렸다. 미소구 전체 현장실사를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혼자 그 미소구 전체를 돌아다니며 현장실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 시작부터 무리였지만 신미진은 응할 수밖에 없었다.

  담당 내부 업무가 안 그래도 많았는데 2배 이상 늘었다. 낮에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태조사를 하고 오후 늦게 구청에 돌아와서 밀린 내부 업무와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느냐 한 밤중에 퇴근하곤 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신미진은 항상 쓸모없다고 말하던 김진성이 이젠 고맙다고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부서에서는 남편이 국회의원에 나갔다고 눈치를 줘서 일을 더 신속하고 정확히 처리해야 하였다. 부서 사람들 중 친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될 수도 없는 일로 왜 그리 힘들게 하냐며 빨리 포기시키라고 난리였다. 그 동안 꾸준한 직업도 없이 지냈던 남편이랑 살았는데 선거에서 낙선되면 지금 이 자리마저도 그만 두어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현장실사를 하고 들어오니 과장이 부자사망사건 처리와 현장 실사로 수고한다고 내일 부서 회식을 한다고 하였다. 신미진이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일도 밀려만 가는데 가지 싫은 술자리까지 가야 하니 신경이 곤두섰다.

  다음날 하루 종일 현장실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실태보고서라도 마무리 지고 회식에 가려고 하니 과장이 빨리 끝내고 가자고 난리다. 신미진은 실태보고서만 작성하고 간다고 하고 사무실에 남았다.

  신미진은 새 과장이 부임하고 처음 하는 회식인데 안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회식자리에서 저녁만 먹고 들어간다고 말을 하고 참석하기로 하였다. 실태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식자리에 제일 늦게 도착하니 과장 옆자리만 남겨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과장 옆에 앉으려고 하니 하필 오늘따라 치마를 입고 온 것이다. 다른 날은 내내 바지만 입었는데 양다리를 한 쪽 옆으로 불편한 자세로 과장 옆에 앉아서 밥알을 씹는지 돌을 씹는지 모르게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불판을 보니 고기가 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고기까지 굽게 되었다.

 

  술잔들이 오가며 부서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일어나려는 순간 미진이 소리쳤다.

 

  “엄마~~~”

 

  과장의 손을 미진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신미진씨 어디 집에 가려고 하나?”

 

  “아~네! 일이 좀 밀려서요.”

 

  신미진은 아무 일도 아니듯이 살짝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이번에 손이 허리에 와 있었다.

 

  “요즘 너무 미진씨가 너무 수고해서 만든 자리인데 조금 더 있지. 벌써 가면 내가 너무 섭섭하지.”

 

  신미진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불편함을 표현하였다. 신미진은 과장의 손을 툭 쳐 허리에서 떼어냈다. 그랬더니 과장의 언성이 갑자기 높아졌다.

 

  “아니! 부서 분위기가 왜 이래. 술 맛 떨어지게. 미진씨만 일하나 여긴 다 놀아. 이건 무슨 신랑도 유세하고 다니고 부인도 유세떠네.”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신미진은 울고 싶었지만 재빨리 인사만 하고 일어났다. 과장이 신미진의 손을 잡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하며 힘을 주었다. 미진은 일어나다가 몸이 휘청하였다.

 

  “과장님 술기운이 좀 오르셨네요!”

 

  신미진은 손을 뿌리치고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미진씨 이거 안 되겠네. 응”

 

  회식자리가 험악해졌다. 미진은 참을까 하다가 말을 했다.

 

  “과장님 이거 성희롱입니다. 왜 이러세요. 아실만한 분께서요.”

 

  신미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렸다.

 

  “그럼 내일 인권위원회로 출근했다. 나오세요. 신! 미! 진! 씨”

 

  과장은 비웃으면서 말했다.

 

  신미진은 회식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사무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속상한 마음에 그래도 남편이라고 김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오늘 언제 끝나?”

 

  “어! 아직 내일 선거유세 지역도 결정해야 되고 연설문도 손 좀 봐야 하는데......아직 조금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지금 나오면 안 돼.”

 

  “왜? 무슨 일 있어.”

 

  “그냥! 내가 당신이 필요하다니까. 집으로 와.”

 

  신미진은 반은 우는 목소리로 반은 화를 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 그래 갈게.”

 

  김진성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급하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신미진이 화를 내며 물었다.

 

  “아니다. 하나만 묻자 이번에 될 수 있어? 없어?”

 

  “무슨 소리야. 이해가 안 돼서 그래?”

 

  김진성은 아내에게 무슨 큰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다. 십년을 넘게 살면서 이런 말투로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진성은 속으로 긴장했다.

 

  “무슨 소리긴! 그 잘난 국회의원 된다고 나갔으면 당선되어야 할 것 아니야.”

 

  “오늘 구청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그래 당신도 유세 떨고 나도 유세 떨고 다닌다고 하더라.”

 

  “당신이 왜?”

 

  “새로 부임한 과장이 그렇게 말하더라. 내 몸 더듬으면서......흐.........흐”

 

  신미진은 드디어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 동안 김진성과 살아오면서 응어리졌던 깊은 마음속의 멍까지 치밀고 올라왔다.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 유세는 뭐고 몸을 더듬다니?”

 

  “너 이번에 안 되기만 해 봐. 꼭 당선되어서 그런 인간들이 이런 곳에서 일하는 일이 없도록 해.”

 

  “너 어디니? 미진아 너 지금 어디야?”

 

  “집에 가는 중이야. 내일 선거 유세 준비나 잘 해. 너 오늘 내가 한 말 헛소리로 듣지 말고 똑바로 최선을 다 해서 당선되도록 해 알았지.”

 

  “미진아! 미진아!”

 

  신민진은 전화를 끊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러움에 펑펑 울었다. 김진성은 끊어진 전화를 붙잡고 급하게 집에 돌아왔다. 집에 전등은 모두 꺼져 있고 신미진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김진성은 마음이 흔들렸다.

 

 ‘여기서 그만 해야 하나. 나만 생각하고 선거에 나간 것이 아니가?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이리 고생시키나’

 생각하며 이불을 살짝 들었다.

 

  신미진의 얼굴은 화장이 다 번지고 눈물이 방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김진성은 신미진을 살짝 당겨 안아줬다. 신미진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진 듯 김진성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나 그만 포기할까? 난 포기할 수 있어.”

 

  “하지마. 너 내말 똑바로 못 들었어. 꼭 당선되라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 더 나오지 않게 하란 말이야.”

 

  “아니야. 포기할게 당신 그리 힘들면.......”

 

  “꼭 당선되라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당선되란 말이야. 내가 당신한테 지금까지 바라던 것 있었어? 바로

 이거야 당신이 힘이 생기는 것. 항상 어깨 축 쳐져 사는 모습 보기 싫다고.”

 

  신미진은 그 동안 김진규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지방에서 서울 명문대를 나왔고 정의감도 있고 의리도 있어 멋진 학생이었다. 하지만 철거민 사건으로 군대에 다녀온 후 왠지 전과 같지 않고 혼자만의 세상을 지내던 모습이 신미진은 항상 마음 아팠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고 할 때 내심 속으로 작은 응원을 하였다.

 

  “미진아! 미안하다. 내가 못나서 힘이 없어서.”

 

  “그러니까 꼭 당선되라고 하잖아”

 

  둘은 오랜만에 서로가 믿고 사는 부부임을 느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서로의 믿음이었다. 김진성은 다짐을 더욱 강하게 하였다. 자기를 믿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기로 하였다. 비록 남들이 유세를 떤다 해도 끝까지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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