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올해 11살이다. 그리고 그녀보다 어린 남동생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시간이 끝나버리고
나보다 큰 가방을 끙차 소리를 내며 매고 난 뒤, 구멍이 펑 뚫린 실내화를 갈아신었다.
그리고 또래보다 작은 나는 9살이라고 오해받은적도 많다.
어린이집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남들은 친구들과 문구점도 가고 삼삼오오 모여서 게임방도 갔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동생을 데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동생을 데려오고 우리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느끼는 바람들이 살아있다.
우리를 반겨준다.
개가 주인을 알아보듯 바람도 그러하다.
쨍쨍거리는 햇빛을 나뭇잎으로 가려 우리가 가는 길마다는
마치 숲속을 걷고 있는 착각을 부른다.
집,집이다.
띠띡띠띠 띠로리
일정한 번호를 누르면 항상 같은 소리를 내는 기기
문고리를 잡고 돌린다.
집의향기...
형용할 수없는 집의 향기가 난다.
다정하지만 매정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적막함...
익숙하지만 익숙해지기 싫다.
오자마자 동생 옷 갈아입히고, 아침에 먹은 설거지를 하고
가끔씩은 청소, 빨래를 하고 동생이 어지럽힌 것을 치웠다.
지쳐서 잠시 소파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학교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왜 매일 피곤해 보여?"
왜지? 난 친구의 물음이 오히려 신기했다.
나는 물었다.
"너는 집안일 안해?"
친구가 답했다.
"엥? 그걸 왜 너가 해?"
충격이었다. 나는 나만 이런게 아닐거라고 친구들도 그럴거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서 잠이 들었다.
꿈 속에 엄마가 나왔다.
수고했다고 너무 수고헀다고.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가서 눈물이 났다.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니
내 옆에 동생이 나를 바라보고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