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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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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작성일 : 18-11-13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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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수가 경탄을 자아내고 있는 동안

 사태는 수습되고 있었다.

 순사들은 청년을 완전히 제압했다.

 수갑으로 모자라 오라를 써야했다.

 문명국에서는 잘 없는 일이었다.

 일본에서는 본 일이 없었다.

 미개인들을 상대로 순사들은 정말 수고가 많았다.

 그 순간 난영이 슬그머니 가방을 의자 밑으로 숨겼다.

 그녀는 정면을 응시한 채였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오직 한 사람과 난영의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시였다.

 그녀는 당황했다.

 그런 그녀가 민수에겐 너무 아름다웠다.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는 그녀의 당황을 오해했다.

 당황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인 오해였다.

 그녀는 그를 모른 척 시선을 외면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그러는 사이에 순사들은 제압한 청년의 소지품을 털었다.

 하지만 원하는 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들의 행동이 민수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민수의 시선은 다시 난영에게 돌아갔다.

 당연히 그녀는 모른 척 창 밖만 바라보았다.

 민수는 그러한 난영의 모습을 살폈다.

 너무도 재밌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녀의 모습은 민수가 지금까지 봐 온 그 어느 일본 여인보다도 귀엽고 예뻤다.

 너무도 순진했다.

 자신의 시선 때문에 당황한 여인을 감상하는 건 언제고 즐거운 일이었다.

 순사들이 청년을 아무리 털어도 원하는 물건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할 수없이 청년을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난영은 초조하게 훔쳐봤다.

 몰래 몰래 고개를 돌려가며

 그리고는 창으로 다시 얼굴을 돌렸다.

 민수는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천황 폐하의 충실한 신하된 자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수고하는 순사들을 외면해선 안 되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는 황국신민의 의무를 다해야만 했다.

 순사들은 청년을 끌고 객실을 떠나려 했다.

 바로 그 때에 민수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순사들을 불렀다.

 처음에는 그들이 민수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민수는 더 크게 소리쳐야 했다.

 그러고서야 그들이 돌아봤다.

 순사들은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를 본 청년의 얼굴은 하얗게 떠버렸다.

 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 민수를 바라보는 그 눈길.

 민수의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난영의 놀란 눈빛.

 그녀는 확실히 당황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물론 조금 전의 당황과는 다른 것이었다.

 강도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민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당황한 표정만은 역력했다.

 강도와 차원이 다른 당황.

 그런 당황은 순간 민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에 순사들은 민수에게 다가왔다.

 잔뜩 짜증난 표정이었다.

 짜증난 순사에게 민수는 손가락으로 가방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민수의 손가락이 향하는 건 난영의 발밑이었다.

 청년을 쫓던 순사가 가방을 알아봤다.

 순식간에 가방을 가로챘다.

 민수는 난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당황스런 눈빛에 힘이 가해지고 있었다.

 당황이 경멸과 원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그러했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 새끼를 죽여?

 가방을 들고튀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항변을 해?

 하지만 막상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원망과 경멸의 눈으로 민수를 노려봐 주는 것 외에는.

 가방을 확인하는 순사들.

 가방을 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자물쇠 같은 게 풀릴 가망이 없자

 순사들은 가방을 뜯어냈다.

 많은 공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드디어 그들이 가방을 열자 엄청난 양의 폭발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사들조차 뒤로 물러났다.

 너무도 큰 놀라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었다.

 가방 안을 본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열차 안은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중에 폭발물을 구경해 본 사람은 없었다.

 단 한명도 없다는 데에 민수는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알고 있었다.

 본능이었다.

 놀라기로 말하면 민수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

 ‘아니 이건?’

 민수는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만 해도 드라마틱한 귀국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도 멋진 그리고 감동적인

 하지만 이건 그런 상투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실로 굉장한 일이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그저 앉아 구경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자신은 이 모든 걸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주연까진 몰라도 단역은 아니었다.

 최소한 조연이었다.

 그렇게 믿어졌다.

 민수의 입은 벌어졌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 사람 모두 경탄을 자아냈다.

 그러다가 다시 시선이 주연들에게로 향했다.

 눈을 감는 청년.

 민수를 노려보는 난영.

 순간 민수는 다시 한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또 벌어질 것인가?

 순사들은 난영마저 연행하려 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소지품을 뺐었다.

 하지만 민수가 그것을 말렸다.

 그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를 잡아 일으키려던 순사가 잠시 갈등했다.

 그리고 고참인 것 같은 다른 순사를 쳐다봤다.

 고참은 난영과 민수를 번갈아가며 돌아보았다.

 난영은 다소곳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달리 무엇을 어쩔 수가 없었다.

 이 태풍은 지나가야만 했다.

 다행히도 고참은 그녀는 놔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잡았던 순사는 가방만 압수하고 그녀는 놔두기로 했다.

 소지품도 돌려줬다.

 그리고 다른 순사들은 청년을 끌고 갔다.

 끌려가는 청년은 그 와중에도 뒤를 돌아봤다.

 청년과 난영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난영은 곧 바로 시선을 외면했다.

 그러다가 이를 관찰하던 민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민수는 그녀에게 목례했다.

 어쩌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난영은 진정 기가 막혔다.

 하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말문이 막힌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다.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노려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가진 최대한의 경멸과 원망을 담아서.

 

 서울역은 당시 서울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행사였다.

 그들을 환영하는 건 그에 상응해 당연한 것이었다.

 환영 나가는 건 서울 사는 사람의 당연한 절차였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피켓을 들었다.

 사람을 찾기도 하고

 나름의 광고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 민수의 환영객들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축. 고등문관시험 차석합격 박민수’

 그 어떤 안내문도 현수막도 비교가 될 수 없었다.

 비교 자체가 불가했다.

 그 어떤 현수막도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현수막을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자랑이었다.

 들고 있는 자신이 뿌듯한 자부심에 넘쳤다.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들 옆에 또 다른 현수막 하나가 펼쳐졌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일행들이었다.

 ‘축 박민수 조선 총독부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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