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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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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작성일 : 18-11-13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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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가 천천히 멎기 시작했다.

 반면 사람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빠져 나갔다.

 열차가 다 서기도 전에 뛰어내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민수에게는 이것도 낯선 광경이었다.

 일본 그 어디에서도 이토록 서두르는 광경은 본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이토록 가까운 나라가 이토록 다르다니

 이토록 다른 문화와 생활습관을 가졌다니

 신기한 광경의 감상을 마친 민수가 천천히 일어났다.

 마침 난영이 무거운 가방을 선반에서 꺼내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예의 바른 민수는 정성껏 이를 도와주었다.

 선반에서 내린 가방을 들어주려고 했다.

 당연한 도리였다.

 하지만 난영은 아니었다.

 매몰차게 그를 뿌리쳤다.

 그보다 더 매몰차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버릇없는 년이었다.

 싸가지라는 단어도 같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는 아름다웠다.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뿌리치는 모습.

 눈을 흘기는 모습.

 그리고 화가 나서 씩씩 거리며 문으로 나가는 모습.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면서 뒤뚱거리는 모습.

 이 모든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민수의 뇌리 속을 지나갔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민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이 낯선 곳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할 일도 많이 있었다.

 일종의 사명이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되었다.

 마침내 민수가 열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이 달려왔다.

 그를 마중 나온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민수를 환호하는 환영객들.

 그들을 향해 민수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누가 봐도 일본식 예의가 몸에 배인 유능한 청년이었다.

 직원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그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들이 가져온 승용차에 오르는 민수.

 승용차에 오르는 자세까지 감탄을 자아낼 훌륭한 것이었다.

 일부러 자세를 잡는 게 아니었다.

 그는 완전한 일본 신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난영은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민수가 나오면서부터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경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구역질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더러운 일파 놈!’

 ‘민족반역자 새끼!’

 ‘일본제국주의의 개!’

 당장은 다른 욕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쉬웠다.

 그리고 아쉬웠다.

 모든 게 아쉬웠다.

 그렇게 그들의 재회는 마무리 되었다.

 아쉬운 재회였다.

 세상이 바뀌면

 이 땅에 독립이 찾아오면

 이 민족이 주권을 되찾으면

 그 땐 각오해야 할 것이다.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모두 다 처단하고 말 것이다.

 난영은 결심에 결심을 되뇌었다.

 진짜였다.

 환영객들의 환호 속에 민수가 사라졌다.

 그의 차량이 출발했다.

 그를 이어 바로 청년이 끌려나왔다.

 난영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침 그 때 그녀의 옆으로 양장 차림의 중년신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1지대장 학규였다.

 그는 청년을 발견하지 못했다.

 학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난영이 학규를 외면한 채 고개를 저었다.

 이를 본 학규가 뒤를 돌아보았다.

 오래 찾을 것도 없었다.

 끌려나오는 청년과 순사들이 보였다.

 학규가 중절모를 눌러 썼다.

 그리고 스치듯 난영을 지나갔다.

 고등경찰 범석이 청년을 맞이했다.

 그를 잡은 수사들을 치하했다.

 하지만 범석의 제 1관심사는 압수한 가방이었다.

 순사들이 범석에게 가방을 건넸다.

 청년에게 압수한 가방이었다.

 범석은 재빨리 가방의 안을 확인해 보았다.

 만족한 웃음이 입가에 흘렀다.

 그리고 청년에게 고개를 돌렸다.

 역시 웃음이었다.

 싸늘한 웃음이었다.

 청년을 환영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싸늘함에 청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웃음이었다.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학규가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민수가 오른 차는 환영객의 박수 속에 출발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의 차가 이미 떠나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 옆에서는 경찰들이 청년을 억지로 차에 태웠다.

 그 바로 뒤로 모자를 눌러쓴 학규가 지나갔다.

 범석이 문득 뒤를 돌았다.

 학규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범석에겐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범석이 망설이는 동안 부하들이 청년을 태웠다.

 그리고 범석의 자리를 마련했다.

 범석이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 차에 올랐다.

 남몰래 이를 지켜보던 난영도 환영인파 사이를 빠져나왔다.

 

 총독부의 대회의실에는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돌았다.

 총독은 항상 근엄했다.

 그가 비록 친절하고는 거리 멀었지만

 이토록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더구나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이토록 노발대발인 것은

 총독부 직원 가운데 첩자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천황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

 혹은

 ‘배은망덕’

 같은 단어들이 끝없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미개한 조선인들한테 은혜를 베풀었더니 원수로 갚았다는 뜻이었다.

 직원 중에 첩자라니?

 사실 충격적인 사실이긴 했다.

 일본인 직원 중에는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함께 일한 바로 옆의 동료가 첩자라니

 사실 조선인 직원이 많지는 않았다.

 나름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거니와

 그 경쟁률은 아주 치열한 것이었다.

 아주 소수의 자리만 배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인 직원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첩자라?

 그 경계가 어딘지

 어디까지 첩자인지

 어디서 누구를 만나지 말아야 하는지

 무슨 말을 조심해야하는지

 모든 게 불투명했다.

 경계선은 항상 모호했다.

 반드시 총독부를 적대하는 세력만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독립운동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넓게 보면 독립운동과 관련 없는 조선인이 어딨는가?

 알게 모르게

 윗집 아랫집

 그리고 사돈에 팔촌 걸치면 누구나 닿게 마련이었다.

 술 한 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디가 비밀이고 어디가 아닌지

 어디가 유용하고 어디가 필요 없는 정보인지

 모든 게 불투명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누구라도 잡고자 하면 잡히게 마련이었다.

 일단 잡히면 먼지를 털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털면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직원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특히 조선인 직원들은

 첩자로 잡혀간 직원들은 모두가 아는 직원이었다.

 직원 중에 조선인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와 차 한 잔

 술 한 잔 나누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되는가?

 오고 가며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사람은 누구고?

 실제 수사는 모든 직원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단 그의 입에서 이름만 나온다면?

 누구나 몸서리를 쳤다.

 직원들은 슬며시 경무국을 쳐다봤다.

 밥맛없는 인간들이었다.

 그중에도 특히 고등계 직원들

 흔히 말하는 고등경찰들

 얼굴만 봐도 재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같은 조선인들끼리도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총독의 분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가 가끔 말을 끊으면

 직원들의 삼키는 침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그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고 긴 연설로도 총독은 화가 다 풀리지 않았다.

 연설을 하다가는 그의 지휘봉을 단상 아래도 집어던져 버렸다.

 지휘봉은 바닥을 크게 울리며 구석까지 밀려갔다.

 굴러갔다.

 조용한 회의장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남기면서

 어마어마한 굉음을 울리면서

 그러지 않아도 얼어붙은 회의장엔 더 추운 찬바람이 몰아쳤다.

 총독이 의자를 밀쳐내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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