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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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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작성일 : 18-11-13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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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독이 나가자

 어느 새 범석은 회의장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눈짓했다.

 그의 부하 직원들이 첩자 직원을 끌고 나왔다.

 첩자 직원은 저항해 보려했다.

 저항하는 그에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매타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은 또 다시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직원들을 남기고

 첩자 직원의 절규를 남기고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지하실에서는 끔찍한 고문이 자행될 것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공포가 회의장을 완전히 압도했다.

 회의는 끝났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회의장 밖의 절규와

 그를 제압하는 순사들의 몽둥이 소리만이 회의장을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회의장은 찬바람에 얼음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총독실은 분위기가 달랐다.

 총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큰 웃음으로 민수를 맞았다.

 총독을 향한 민수의 90도 인사가 끝나자

 총독실에서는 웃음소리 흘러나왔다.

 총독실로 들어서던 간부들조차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총독은 어리둥절한 간부들 앞에서 민수를 소개했다.

 고등문관시험에 대일본제국 전체에서 차석으로 합격이라는 걸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를 몇 차례나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부임에 대해서도.

 그를 향한 자신의 기대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되풀이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지는 조선반도의 총독부 통치에 대한 현황설명.

 각각의 간부들은 여러 통계를 동원해서 일본제국주의의 통치가 얼마나 많은 조선의 발전을 가져왔는지 강조하기 시작했다.

 일본제국주의의 치적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문맹률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교육정책이 인상적이었다.

 민수가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기도 했다.

 3면 1교에서 1면 1교로 다시 1면3교를 목표로 그들은 학교를 열심히 지어가고 있었다.

 산림 면적은 급격히 늘어났고

 경지 정리도 확장되고 있으며

 범죄율은 줄어들고

 주거환경은 개선되고 있었다.

 미개한 조선은 말 그대로 환골탈퇴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문명국은 바로 눈앞에 있는 거만 같았다.

 누가 듣더라도 그들의 놀라운 치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현황설명이 끝나자 역시 자부심 넘치는 총독이 거만하게 담배를 뿜어댔다.

 그리고 민수의 의견을 물었다.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은가?’

 민수는 준비해 온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교육 부서에 부임해 조선의 교육발전과 천황폐하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총독은 끄덕였다.

 예상을 했다는 건지

 그의 결정에 만족을 한다는 건지

 조금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끄덕였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다시 담배를 뿜은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보 기간 동안 여러 부서를 경험해 보면서 천천히 부서를 결정해도 늦지는 않아.’

 당연했다.

 총독은 그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태여 직원이 아니어도

 혹은 간부가 아니어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시간 온갖 저항에도 총독부 별관의 지하로 끌려 내려온 첩자직원은 범석의 부하들에 의해 맨 구석의 방까지 다다랐다.

 맨 구석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팻말이 붙어있었다.

 1호실이라고 쓰여 진 심문실이 첩자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리고 앞장서던 범석이 1호실의 문을 열었다.

 이를 본 첩자직원은 기겁을 했다.

 아니 경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젖 먹던 모든 힘까지 동원해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자신은 직원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몽둥이만 벌 뿐이었다.

 물론 그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누구도 대놓고 입 밖에 내지 않지만

 공공연한 비밀인지

 아니면 공식적인 1급 비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총독부 별관 1호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름만으로도 공포를 불러오는 곳.

 모두가 언급을 꺼리는 바로 그 장소.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심문실.

 아주 최소한으로 말해도 온전한 몸으로 거기를 나온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고들 했다.

 단 하나도 없다고.

 

 명월관은 가장 크고 유서 깊은 조선 요리음식점이자 술집이었다.

 1층의 넓은 홀과 2층 특실의 룸들.

 대낮부터 몰려드는 수많은 손님들을 종업원과 기생들이 맞기에 여념 없었다.

 실의에 빠진 난영 역시 손님을 맞으며 술을 따랐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리고 그녀의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속사정을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기생이라는 신분이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인간들은 질색이었다.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원래 천층만층이지만 기생들의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점잖은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손님들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그렇지 못한 부류들도 등급이 있다.

 동네 양아치들이 반드시 최하위 등급인 것은 아니다.

 물론 최하위는 아니라도 저질들임은 어쩔 수 없지만.

 동네 양아치 영철이 끊임없이 난영에게 추근거렸다.

 말로 추근거리는 건 문제가 없다.

 사실 남자들이 90%는 미인 기생에게 추근거리기 위해 이곳을 찾는 거 아닌가?

 문제는 말로가 아닌 손으로 추근거린다는 데에 있다.

 난영은 몇 번이나 웃으며 그를 뿌리쳐보았다.

 추근거리는 손님에게 다 정색을 했다가는 여기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인간들도 있다.

 그리고 이 영철이라는 양아치 놈이 바로 그랬다.

 그 놈은 술잔을 들이킬 때마다 난영을 만졌다.

 그럴 때마다 난영은 그를 뿌리쳤다.

 그래도 처음에는 잘 달래보며 기특하게 놀고 있었다.

 난영도 그를 뿌리치며 그래도 기특하다 여기고 있을까?

 하지만 이런 인간들은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본색이 드러난다.

 기특하다 여기던 놈이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다.

 술자리에서 손찌검을 한 것이다.

 ‘감히 기생 년 주제에’

 그래도 그의 손찌검은 명중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난영이 그를 피했다.

 그저 우연이었다.

 그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지 않아도 난영에게 오늘은 우울한 날이었다.

 우울?

 그건 배부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녀에겐 그저 울고 싶은 날이었다.

 아니 너무 슬퍼 실컷 울어댄 날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이미 펑펑 운 상태였다.

 그래도 마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영철이 다시 손찌검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비틀어 그를 제압했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같이 일하는 기생들이 특히 놀랐다.

 오늘 그녀는 못 보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평소의 그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다물어지질 않았다.

 한없이 예쁘고 가녀린 그녀가

 우락부락 영철의 손목을 거머쥐고

 사정없이 비틀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 고통에 꼼짝을 못하는 영철

 당장 놓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면 죽인다고

 주변의 모두가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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