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첫회보기
 
9.
작성일 : 18-11-13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3220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홀의 중앙에서 그러한 민수를 관찰하던 여인이 있었다.

 아까부터 그를 주시해왔다.

 그것을 이제야 발견한 민수가 그녀에게 급히 다가갔다.

 주둔군 사령관 하시모토의 처 미나미였다.

 하시모토도 옆에 자리를 같이했다.

 하시모토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다음은 그의 처.

 그들이 민수를 축하해주었다.

 민수는 그녀의 후원에 감사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국장이 범석에게 물었다.

 ‘어떤 자인가?’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면서부터 수재’

 국장은 그런 건 관심 없는 듯 말을 끊었다.

 ‘충실한 신하인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민수와 미나미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국장이 턱으로 그러한 그들을 가리키며.

 ‘어떤 관계인가?’

 ‘후원자로 알고 있습니다.’

 ‘후원?’

 국장이 범석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후원!’

 민수가 술잔을 들고 왔다.

 미나미와 민수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을 구석에서 노려보는 여인이 있었다.

 난영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접었다.

 민족반역자 친일 반동새끼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세상이 바뀌면 자신이 먼저 나서 처형해 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기에다가 일본 년하고 시시덕거리는 꼴이라니

 도저히 눈뜨고 못 볼 상황이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원망과 경멸의 눈빛은 이글거렸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그녀는 그를 마음에서 지웠다.

 생각에서 지웠다.

 그의 이름도 이젠 모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직 술만 연거푸 들이켰다.

 그녀에겐 없던 일이었다.

 주변의 동료들이 염려스런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수근 거렸다.

 그래도 그녀를 말릴 수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기분 좋은 술자리였다.

 얼마만의 귀국인가?

 공식적인 축하연을 마치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민수는 이 기분을 더욱더 만끽하고 싶었다.

 술잔을 들고 명월관의 뒷문으로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경치를 감상하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가?

 하늘의 달과 별들도 보고 싶던 고국의 그 달과 별들이고

 밖에서 들리는 밤벌레 소리도 그토록 그립던 그리고 정겹던 그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가 막상 고국의 정취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는 중이었다.

 과거도 회상해 보고 싶었다.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도 다시 떠올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이었다.

 현실은 민수를 이상에서 끌어내렸다.

 민수는 황당한 사건을 목격한 것이다.

 아까의 그 동네 양아치 영철이었다.

 그가 아녀자를 겁탈하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아녀자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를 듣고 달려간 민수는 아연실색했다.

 그의 눈에 비친 광경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철이 아녀자를 겁탈하려 옷을 벗기려 하고 있었다.

 아녀자는 필사적으로 이에 저항하고 있었다.

 기가 막힌 민수는 현실을 인지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몽둥이를 발견했다.

 그 몽둥이로 영철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도 몽둥이를 들어 본 경험이 없는 거 같았다.

 정말 그랬다.

 그의 몽둥이가 효력이 없는지 영철은 멀쩡했다.

 겁탈하려는 걸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의 시선은 민수를 향했다.

 그의 타겟도 민수로 변했다.

 민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 하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통할 거 같지 않았다.

 험악한 인상이었다.

 분위기도 살벌했다.

 영철이 놈은 그 와중에 칼까지 빼어들었다.

 그것을 본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영철도 민수를 파악했다.

 그가 자신의 밥이라는 것도 알았다.

 뭉개진 자존심을 일으켜 세울 절호의 찬스였다.

 난영이 그년이 뭉갠 그 자존심 말이었다.

 그를 위해 아녀자를 택했다.

 의도를 하건 안 하건 과학이었다.

 심리분석이었다.

 하지만 아녀자 대신 이 정도의 놈이라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았다.

 아녀자는 얼마든지 또 있으니까

 영철은 자신의 먹이를 대하는 법을 알았다.

 그만의 음흉한 미소가 얼굴을 덮었다.

 험악한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더러운 인상이 더 더러워졌다.

 칼을 휘두르며 민수에게 다가왔다.

 음흉한 미소를 잊지 않으면서

 순간 민수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 원망스러워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금 전의 이상이 날아가고 있었다.

 분위기가 깨진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짐을 싸고 싶었다.

 진심이었다.

 그래도 구원의 길은 열려있었나 보다.

 어디선가 호각소리가 동네를 울렸다.

 영철의 당황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때 믿음직한 대일본제국의 순사들이 몰려나왔다.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들은 마땅히 치하 받아야 했다.

 순식간에 영철을 제압했다.

 놀라운 솜씨였다.

 민수는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드디어 영철에게 수갑을 채웠다.

 그들과 함께 손님들도 몰려나왔다.

 종업원들도.

 다들 돌아갔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난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순간 다시 현실에 대한 인식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드디어 남자다운 모습을 보일 때라는 민수의 본능을 자극했다.

 당연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극히 적었다.

 하지만 민수는 영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영철의 머리통을 쳤다.

 ‘그런 짓 하지 말랬지?’

 민수가 훈계를 했다.

 마치 자기가 잡은 것처럼

 영철이 무서운 눈으로 민수를 째려보았다.

 민수는 순간 흠칫 놀라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향한 난영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를 끌고 가는 직원들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잘 묶어둬 단단히 조사하게!’

 큰소리를 치면서 어깨에 힘을 줬다.

 그를 끌고 가는 순사 중 하나가 민수를 돌아보았다.

 ‘누구야?’

 ‘몰라’

 민수는 그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난영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벌써 난영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는 실망했다.

 사실 그가 실망할 일은 따로 있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녀자를 겁탈하려 하던 영철

 그에게 달려든 민수

 타겟을 변경하던 영철

 겁을 먹은 민수

 칼을 빼든 영철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민수

 아니 살려달라고 애걸이라도 할 거 같던 그.

 원망과 경멸은 최악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서로의 가는 길이 다를 뿐이었다.

 인연이 아닐 뿐이었다.

 그들은 맺어질 운명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길을 가면 되는 거였다.

 미련을 가질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망은 이야기가 달랐다.

 특히 남자로서 바라본 민수에 대한 실망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녀를 좌절시켰다.

 모든 맥이 다 풀려버렸다.

 내가 저런 남자를

 저런 남자가 내...

 모든 것이 허탈했다.

 삶의 의미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모든 것이 헛되었다.

 아무 의미가 없었다.

 다리가 풀리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0 30. 11/13 276 0
29 29. 11/13 262 0
28 28. 11/13 285 0
27 27. 11/13 272 0
26 26. 11/13 277 0
25 25. 11/13 281 0
24 24. 11/13 291 0
23 23. 11/13 274 0
22 22. 11/13 275 0
21 21. 11/13 260 0
20 20. 11/13 297 0
19 19. 11/13 263 0
18 18. 11/13 267 0
17 17. 11/13 285 0
16 16. 11/13 280 0
15 15. 11/13 286 0
14 14. 11/13 258 0
13 13. 11/13 295 0
12 12. 11/13 265 0
11 11. 11/13 288 0
10 10. 11/13 272 0
9 9. 11/13 273 0
8 8. 11/13 249 0
7 7. 11/13 270 0
6 6. 11/13 279 0
5 5. 11/13 302 0
4 4. 11/13 284 0
3 3. 11/13 278 0
2 2. 11/13 263 0
1 1. 11/13 46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