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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작가 : 비밀광복군
작품등록일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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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작성일 : 18-11-1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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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건 너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근배는 이번 일이 아니어도 항상 친일파나 일본 놈을 무자비하게 죽이는데 앞장서 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민수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이보다 더한 공포는 없지 싶었다.

 그래도 이제는 손발이 떨리지는 않았다.

 식은땀도 멈춘 거 같았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오히려 정신을 차리게 했다.

 침착을 불러왔다.

 구태여 정신을 차리자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정신은 돌아왔다.

 누구보다 냉정해졌다.

 이미 최악의 상황은 닥쳤다.

 이보다 더 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피를 닦는 근배를 향했다.

 ‘그래 원하는 게 뭐야?’

 자신을 죽이려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게 요란한 퍼포먼스는 필요 없었다.

 이들은 요구가 있었다.

 대화가 하고 싶을 것이었다.

 그 대화 창구를 민수가 먼저 열어줬다.

 근배가 민수를 노려봤다.

 민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요구한다.

 민수는 생각한다.

 이들은 들을지 말지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른 거 같았다.

 이것저것 물을 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

 무언가를 요구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대신 몽둥이를 갈기기 시작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다짜고짜였다.

 미개한 놈들이었다.

 민수는 그저 모른 채 맞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래지 않아 기절할 수 있었다.

 그가 깨어나자 손과 발이 묶여있었다.

 저항을 해보려 했지만 헛수고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근배가 칼을 들고 다가왔다.

 어떤 의미인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민수는 기겁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외쳐보지만 도무지 통할 거 같지가 않았다.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온 난영은 그저 모른 척 시선을 외면했다.

 나쁜 년이었다.

 

 그 시간에 미나미는 조선호텔에서 민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도 민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조선에 온 후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그가 오지 못한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미리 알려주곤 하였다.

 그 정도의 에티켓은 있는 남자였다.

 그녀는 초조한 듯 방안을 서성였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이럴 리가 없는 그였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도 많은 시나리오들이 날아다녔다.

 하나같이 좋지 않은 결론이었다.

 새드 엔딩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럴수록 방안을 서성이는 발걸음은 빨라졌다.

 그 외에는 달리 무엇을 어쩔 수가 없었다.

 

 민수는 완전 나쁜 년 난영을 보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하지만 몸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리가 벌어진 채 묶여 있었다.

 최악이었다.

 ‘원하는 게 뭐냐고?’

 하지만 근배는 막무가내였다.

 ‘알았다고?’

 민수의 필사적인 외침에 근배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뭘?’

 그가 입을 열자 민수가 사정하듯 매달렸다.

 ‘원하는 게 뭐야?’

 근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다시 묻는다.

 ‘뭐?’

 ‘원하는 게 뭐냐고? 다 구해줄게 뭐든지 말만 해!’

 이 때 문을 열고 학규가 나타났다.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진 아직 모르는군.’

 민수의 이성은 아직 자신의 기능을 다 발휘하고 있지 못했다.

 충격의 결과였다.

 우리가 원하는 거?

 역시 이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다소 퍼포먼스가 도를 지나쳤다.

 그래도 분명 이들은 원하는 게 있다.

 아주 극적으로

 학규가 민수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이 똑똑하다 생각하나?’

 그래 극적으로

 이들의 서론이 무척 길다.

 결국 이들이 원하는 건 매우 어려운 거다.

 ‘우리가 원하는 걸 알면 결국 우리의 의도와 작전을 안다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민수는 거기에서 입을 다물었다.

 아닌 게 아니었다.

 민수도 궁금했다.

 그들의 의도와 작전을 알고 싶었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싶었다.

 커다란 실적을 쌓고 싶었다.

 민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규가 근배에게 명령했다.

 그것도 아주 단호하게

 ‘잘라!’

 근배가 칼을 들이댔다.

 기겁을 한 민수가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정보가 필요한 거 아니야!’

 학규가 손을 들자 근배가 물러섰다.

 ‘뭔지 알아야 구해다 주지?’

 그들은 확실했다.

 아주 극적이었다.

 훌륭한 퍼포먼스였다.

 

 화가 난 미나미가 호텔 방을 나섰다.

 꽝 하는 문소리가 홀 전체를 울렷다.

 종업원들이 놀라서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는 종업원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그가 오지 않은 건 그들 책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화풀이를 참기로 했다.

 그들의 무책임을 용서해 주기로 했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차의 문이 열렸다.

 그녀가 차에 오르자 재빨리 사라졌다.

 승용차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냥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을 뿐이다.

 

 오늘도 당직실에서는 고스톱이 벌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체력들을 소유한 총독부 직원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

 민수가 청사에 들어서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민수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그들이 답변을 요구한 건 아니었다.

 상대는 그저 시보일 뿐이었다.

 당신들은 무슨 일이냐면 곤란한 일이었다.

 다행이었다.

 민수는 답변도 질문도 없었다.

 참으로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전도가 유망한 젊은이였다.

 민수는 바로 3층으로 올라갔다.

 사령관실 앞에는 전과 다르게 경비가 서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창훈의 사건 이후 경비가 강화됐다.

 그랬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24시간 경비를 서다니

 민수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직원이야’

 하지만 경비는 그를 막았다.

 특별 허가가 없이는 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 당직이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당직직원은 민수를 알아봤다.

 ‘계장님께서 이 밤에 무슨 일로?’

 민수가 당직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였다.

 ‘사모님 심부름이에요.’

 이를 들은 당직은 미소를 지었다.

 민수의 연애를 모르는 사람은 총독부 안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만 같았다.

 당직이 경비에게 문을 열어드리라고 했다.

 경비는 망설였지만 당직의 지시에 불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민수가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궜다.

 문 안에는 먼저 부관실이 나오고

 거기에서 한쪽문은 사령관실로 또 다른 한쪽은 탕비실로 된 구조였다.

 사령관실로 직행한 민수는 불을 켜고 서류를 찾았다.

 생각보다 서류들은 많았다.

 오래 걸릴 거 같았다.

 그러는 동안 경비는 밖에서 마른기침을 하고 있었다.

 신경 쓰이는 놈이었다.

 작은 소리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서류들을 한참이나 헤집고 나서였다.

 비로소 해군파트 서류들이 나타났다.

 다행히 해군 파트의 서류들은 몇 개 되지 않았다.

 함정이동계획은 해군작전개획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비교적 쉽게 서류를 거머쥔 민수는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고국에선 모든 일이 잘 풀릴 거 같았다.

 아직 그런 생각이 다 떠나가지도 전이었다.

 흐뭇한 자부심이 마음속에 가득한 순간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직감이 그를 충동했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상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령관실과 직접 통하는 탕비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던 범석이 들어왔다.

 사령관실의 모든 불이 켜졌다.

 한번에

 일제히

 범석의 부하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어찌 안건지 이미 범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민수의 손 안에서 서류들이 떨어졌다.

 그 서류들이 카펫트를 덮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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